[인터뷰] "상장사 대표의 확답, 의미가 없었다" -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

인터뷰 | 양영석 | 댓글: 40개 |



최근 게임사인 '위메이드'와 스타트업 '보이저엑스'간에 투자 취소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상장사인 위메이드를 이끄는 '대표'가 구두 약속으로 남세동 대표에게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몇 차례나 약속했고, 투자 협상도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세동 대표는 보이저엑스를 설립하고 4개월간 사무실을 세팅하고 직원을 모았지만, 합류할 직원들 중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갑작스럽게, 최근에 위메이드가 투자 취소를 통보를 하면서 '보이저엑스'는 시작하기도 전에 멈춰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도 당황스러운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동안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남세동 대표는 업계에서 정말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대학 재학 중에 네오위즈에 인턴으로 입사해 '세이클럽'을 만든 개발자이자 네이버에 300억 원 이상으로 인수된 검색엔진 '첫 눈'의 개발자. 그리고 '라인 카메라'와 'B612'등의 앱을 개발하기도 한 사람입니다.

"상장사 대표이사의 반복된 확언, 확답이 이 정도로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인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심정을 토로한 남세동 대표. 일단 그가 설립한 '보이저엑스'는 위메이드의 투자 취소로 잠시 항해를 멈춘 상태입니다.

인벤에서는 이번 사태를 겪은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남세동 대표의 요청으로, 인터뷰는 대면이 아닌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남세동 대표는 "창업자가 조심하든, 투자사가 조심하든, 어느 쪽이 바뀌든지 간에 우리 업계에서 이런 일이 줄어들길 바란다"는 심정으로 이번 사건을 페이스북으로 공개했다고 합니다.




Q.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심정은 어떠신가요?

=글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억울함, 분노, 슬픔, 미안함, 창피함 등의 감정이 컸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 주신 덕분에 지금은 억울함, 분노, 슬픔은 벌써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응원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미안함과 창피한 감정이 제일 큽니다. 한동안 얼굴을 들고 밖에 나갈 수가 없을 듯합니다.


Q. 한 기업을 이끄는 대표의 확언, 확답이 이렇게 가벼운 약속이 될 줄은 상상도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런 일들이 많이 있었으며 공유가 잘 안 된 이유도 알게 됐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예. 상장사 대표이사의 반복된 확언, 확답이 이 정도로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인지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번에 제 글을 보고 많은 분들께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공유가 잘 안 되었습니다. 공유가 잘 안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두려움, 그리고 창피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실패'했기 때문에 창피합니다. 저도 지금 매우 창피합니다. 그리고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자들끼리 통하는 마음이 있을 겁니다. 투자자를 상대로 피투자자가 억울함과 분노를 표출하면, 일부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을 겁니다.



▲ 수차례 투자를 다시 확인했지만 확답을 받았다. 하지만 의미가 없었다.(출처 : 페이스북)

Q. 일방적인 계약 파기의 경우 '불법 행위'로 인정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다는 페이스북 덧글도 봤습니다. 보이저엑스의 경우 이 판례와 비슷한 사례로 보이는데, 소송을 포기하신 이유와 배경도 간략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글에서도 어느 정도 밝혔습니다만, 소송에 가게 되면 3년 정도 걸릴 수 있고, 그 3년 동안 저와 보이저엑스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소송을 계속 신경 써야 할 터입니다. 또한 소송에 이긴다 하더라도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이 수천만 원 이하로 너무 작을 것 같은데 반해, 소송 비용은 수천만 원 정도 들게 될 거라고 들어서 포기했습니다.

[대법원 판례((99다40418)]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Q. 법적으로 이런 투자사의 '횡포'를 막아줄 수 있을만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에 대해서 생각하신 부분이나 조언을 들은 부분이 있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투자에 관해서는 잘 몰라서 투자 관련 법, 제도에 대해서는 제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회사의 대표이사가 반복해서 '확실하다'고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회사가 전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인지는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만약 법적으로 정말 그렇다면 법이 별로 훌륭한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Q. 이번 위메이드 건처럼 실제로 이런 사례가 꽤 많다고 들었는데, 다른 투자자분들에게 이를 방지할만한 조언도 들으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여러 가지 실수를 했지만 하나 잘 했다고 생각한 것은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들어온 반값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피투자사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에 처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심리적 압박이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제 글에서도 밝혔듯, 그렇게 난폭한 투자사라면 투자 후에도 계속 피투자사를 괴롭힐 것이 틀림없습니다. 마지막 악수 자리에서 투자사가 갑자기 어이없는 딜을 하려고 든다면 당장 그 자리를 뜨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예전에 창업자였고, 그 이후 현재까지 오랫동안 투자업계에 계시는 선배가 얘기했다.

이렇게까지 심한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비슷한 일은 많이 있어. 그런데 너 정말 이거 백억 계약서 도장찍기 전에 깨져서 천만 다행인 거야. 백억 계약서 도장 찍었으면 너는 정말 더 크게 일을 벌였을 거잖아? 많은 창업자들이 그렇게 생각해. 이제 계약서 도장 찍었으니 되었다고. 이제 돈 들어올 일만 남았다고. 공장 부지 사고 그러는거지. 그런데 투자 계약서에는 투자자가 그 계약을 깼을때 위약금 같은게 없어. 그걸 경험 없는 창업자들이 보통 생각을 못 하지. 그러다 돈 안 들어오면 X 되는거지. 헉. 그러니까, 계약서에 도장 찍었다 해도 돈 들어 올때까지는 아무것도 벌이면 안 된다는 얘기다.

나는 만약 십억 계약, 더 나아가서 백억 계약에 도장을 찍었었다면, 일을 정말 더 빨리 크게 벌였을 거다. 투자는 일 하려고 받는 거지. 크게 받았으면 크게 일을 해야지. 만약 정말 도장을 찍었다면, 그랬다면 이번 피해 규모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 그러니까 한 열배 사이즈 쯤의 피해를 나와 보이저엑스 그리고 그 관련된 사람들이 입었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또 몇몇 창업자 겸 투자자인 분들이 얘기했다. 그렇게 깨질 계약이었으면 지금 깨지는게 가장 좋은 거라고. 계약 되고, 입금 되고 나서도 투자자가 창업자를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많이 있는데, 이렇게 투자를 깰 수 있는 투자자라면 빠른 단계에서 피할 수록 좋은데, 이제라도 피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투자자는 여러가지로 힘이 많기 때문에 보유한 지분율 이상으로 괴롭히는 방법이 매우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투자자가 지분율이 낮으면, 그걸로 나와 회사는 괜찮을 거라 착각했다. 하지만 투자자는 단 일프로만 가지고도 창업자를 괴롭 히려고 마음만 먹으면 많이 괴롭힐 수 있었다. 큰 투자사라면 더 그렇다.

- 남세동 대표 페이스북, '지난 4개월 동안 겪고 깨달은 일을 정리해 본다. #15' 내용 中


Q.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업계에서 스스로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올린 후에 가장 답답한 것은 "그런 일 많은데, 당한 사람이 멍청한 거지"라고 하는 사람이 생각 보다 꽤 많다는 것입니다.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서, 그걸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 건 아닙니다.

그러면 뭘 바꿀 수 있겠습니까. 아마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은 '스타트업' 자체를 이해를 못 하실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이란, 굳이 애써서 무엇인가를 바꿔 보려고 하는 거니까요. 그게 본인이거나 사회일수도 있죠.



▲보이저엑스 남세동 대표의 글(출처 : 페이스북)

Q. 조인하기로 한 멤버들에게도 이번 일에 대해서 공유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이해해주셨다고 하셨는데, 멤버들에게 고마운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는 걱정되는 부분도 있으실 것 같고요. 다시 한 번 멤버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보이저엑스가 출발도 못했는데, 사고가 나서 정지해 버린 것에 대해서 많이 미안합니다. 그리고 멤버분들이 이해해줘서 정말 고맙고요. 그런데 하루에도 여러 번 떠오를 정도로 걱정은 됩니다만, 다들 훌륭한 분들이라 잘 이겨내리라 생각합니다.


Q.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로 봤을 때, 향후에는 일단 휴식을 취하실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계획이 있나요?

=당분간은 일단 아무 생각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딱히 취미가 없는 사람이어서 뭐하고 시간을 보낼지 고민입니다. 그런 고민도 안 하고 싶어서 또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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