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책 게임으로 시작한 꿈', 15세 개발자 윤성용 커브소프트 대표

인터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12개 |


학창시절 꿈은 늘 바뀌기 마련이다. 초등시절 대통령에서 시작한 원대한 꿈은 중·고등 시절 판·검사 등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직업으로 바뀌고 입대 전에는 5급, 입대 후에는 7급 이하 공무원을 바라보게 된다. 이처럼 항상 꿈은 바뀐다. 아니 현실에 맞추어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 꿈을 이룰 때까지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15세 청소년이 있다. 커브소프트 윤성용 '대표'. 처음에는 흔하디흔한 '미래에는 슈퍼 개발자' 인줄 알았다. 그러나 '난 15살에 도대체 뭘 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몇 차례에 걸쳐 몇 번이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끈질김에 진심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노래도 있지 않은가,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커브소프트 연혁

2016년
05. 커브소프트 설립
07. 똥키우기 출시, 다운로드 수 300명 달성
08. 똥키우기2 출시
12. 똥키우기2 다운로드 수 900명 달성

2017년
01. 똥키우기2 다운로드 1200명 달성
04. 이것도피해봐 출시
05. 최초 수익 발생


Q. 어떤 계기로 게임을 만들게 됐나.

=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세윤이와 공책 게임을 만든 적이 있다. 그 게임의 이름은 '전쟁 파이터'. 공책에 그린 캐릭터들로 전투하는 게임이었다. 모든 밸런싱과 전투는 나와 세윤이가 만들었다.

'전쟁 파이터'를 통해 게임 개발에 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에 만들었던 공책 게임은 친구들과 나를 이어줬고 이러한 좋은 기억들을 안드로이드 폰에 옮기고 싶어졌다. 그 작업을 하기 위해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 공책 게임 이식으로 시작한 커브소프트, 나름 구색도 갖췄다.


Q. 게임을 만들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나.

=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2012년 12월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유니티도 꽤 많은 돈을 지급해서 구매해야 하는 시기여서 바로 게임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MIT에서 만든 스크래치와 Blocky 기반의 '앱인벤터'로 먼저 프로그램의 기초를 배웠다.

이를 활용하여 벽돌 깨기나 퐁 같은 게임을 만들었다. 실제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만들어 보니 게임을 만드는 것이 점점 재미있어졌다. 아울러 스크래치를 쓸 때 배운 순서도 그리는 법은 나중에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막연하게 만들겠다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개발을 공부해 보니 배워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기획, 그래픽, 코딩은 물론이고 사운드와 마케팅도 필요했다. 덕분에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중학교 들어가서야 첫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게임을 내면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똥키우기2' 때였다. 만들어놓은 콘텐츠가 매니아들의 클리어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업그레이드의 단위를 높였더니 신규 유저들은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 '오류'라고 오해하는 일이 생겼다.

나중에 '팩맨의 게임학'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야 뭐가 잘 못 되었는지 알았다. 내용인즉슨 "많은 개발자가 매니아 층에 맞춰 게임을 꾸려 다른 유저를 잃는 경우가 많다"였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게임을 만드는 데에는 알아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 app inventor 화면


Q. 부모님이 게임 개발을 싫어하거나 반대하시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 부모님께서 아예 간섭을 안 하시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개발을 못 하게 하지는 않는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커브소프트를 만들 때 처음으로 투자인 듯 투자 아닌 투자를 해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았다. 커브소프트에서도 부모님의 반대로 팀을 떠나는 팀원들이 자주 있어 아쉽다.


Q. 아직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창립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인 회사가 아니지 않나. 법인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텐데.

= 사실 커브소프트는 회사로 보기 힘들 수도 있다. 사업자등록도 되어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커브소프트는 국가 기관으로부터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인정받았다. 부산콘텐츠코리아랩에 정식 입주하여 있고 입주기업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도 받고 있다.

그래픽, 마케팅, 기획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어느 곳에도 구속받지 않고 커브소프트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 중의 하나다.

평소에 "왜 공부는 안 하고 사업을 하느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운영할 것이며 올해 안으로 정식사업자 등록을 할 계획이 있다.





Q. 롤모델로 삼은 개발자가 있나?

= 나에게 많은 조언과 격려, 응원 그리고 도움을 준 개발자들이 너무 많아서 특정한 사람을 본보기 개발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중 한 사람을 힘들게 뽑자면 '카이만게임즈'의 허문행 대표라고 말할 수 있겠다.

처음으로 만난 정식 사업자 등록된 게임회사의 대표였고 처음으로 나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줬다. 이런 조언을 해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 커브소프트도 카이만게임즈처럼 크게 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자리를 빌어 그동안 많은 조언을 해준 카이만게임즈 허문행 대표와 많은 개발자, 유니티애즈 함영호 이사, 구글코리아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Q. 지금까지 개발자로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궁금하다. 다운로드 숫자나 가능하다면 ARPU 같은 수치도 알 수 있을까?

= 우선 출시한 게임들, '왕감자키우기', '이것도피해봐-어보이드.io', '똥키우기2' 등 총 다운로드 수는 3000 정도다. 대표작인 '똥키우기2'의 다운로드는 현재 2,800명 정도이며 100여 명 정도가 앱을 지우지 않고 있다.

최근 출시한 '이것도피해봐'의 수익은 500원 정도인데 다운로드수가 현재 38명인 것을 보면 유저당 20번 이상 플레이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ARPU는 8~15원 정도가 된다. 최근에는 수익이 있어서 그런지 더 재미있다.



▲ 지스타2016에서는 현장에서 홍보를 하기도 했다.


Q. 최근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가?

= 최근 게임계에는 많은 혁신과 변화가 있었다. VR과 AR 등 이러한 변화 속에서 HTML 게임에 관심이 많다. 페이스북 게임룸에서는 메신저 상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인스턴트 게임을 발굴하고 있고 카카오에서는 카카오별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인스턴트 게임이 현재 게임계 트렌드이며 이쪽으로 관심이 많다. HTML 플랫폼도 만들고 싶다.


Q. 플랫폼을 만드려면 대단히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한데, 중학생이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 사실 커브소프트에는 인력도 돈도 없다. 하지만 HTML 게임 플랫폼을 꼭 만들고 싶다. 내가 HTML 게임을 만들었으나 출시할 곳이 없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다는 말은 자신 있게 할 수 없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HTML 플랫폼을 만들겠다. 현재는 간단한 HTML 게임을 여러 개 만듦과 동시에 플랫폼을 만드는 중이다.


Q.개발자로서 가진 꿈이 있다면?

= 커브소프트의 이름으로 총 다운로드 수 10만 건을 달성하고 싶다. 너무 큰 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게임의 고급화에 신경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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