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여전히 아이아이 캡틴! 유쾌한 해적선 '씨 오브 씨브즈'

리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8개 |

그렇다. 해적은 배를 타고 다니지만, 결국 보물은 땅에 묻혀있다. 해적의 삶에서 상륙, 발굴 작업이야말로 해적의 또 다른 의무 아니겠는가.

‘씨 오브 씨브즈’는 해전만 할 수 있던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나 상륙 후 힌트를 바탕으로 매장된 보물 상자를 찾는 콘텐츠를 추가했다. 물론 보물상자 근처에는 해골들도 득시글하고 다른 배의 선원들도 이를 노리고 달려든다.

지난 E3 2016에서 XBOX가 이 게임을 처음 공개했을 때 반응은 분명 그들이 원하는 반응은 아니었을 거다. 시간이 조금 흘러 게임스컴 이후 비슷한 종류의 게임이 나오기 시작했고, 재미있게 즐겼던 나조차도 더 이상 이 게임의 경쟁력에 의문을 가질 즈음 보물 콘텐츠가 추가됐다. 그리고 그건 ‘꿀잼’이었다.

해적은 돈을 위해 산다. 나포, 약탈, 방화, 강간, 배신 등은 해적들의 운명과도 같다. 그러나 '씨 오브 씨브즈' 속 해적은 낭만으로만 표출된다. 럼주를 마시며 비틀거리면서도 엥카를 뽑기 위해 캡스턴을 돌린다. 혹은 견시를 보면서 아코디언을 연주하기도 한다. 현상금도 있지만, 악랄한 느낌은 아니다. 전투도 있지만, 표현이 매우 절제되어 있다.



▲ 원활한 음성 채팅은 게임의 재미를 배가 시킨다.

이 게임의 목적은 ‘폭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어지는 지도의 힌트를 유추해 보물을 찾는 것이 게임 내 수많은 목적 중 하나다. 시연 버전에서는 보물 발굴이 목적이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함께' 그리고 '같이'라는 단어를 항상 머릿속에 넣어놔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혼자서는 절대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다.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항해하는 것이고 항해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맞닥트려 이를 해결해야만 한다.

평화로울 것 같은 항해는 항상 일이 생긴다. 이를테면 경쟁 해적선의 견제라든지, 방향을 못 잡는 선장 혹은 조타수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적에게 피탄되는 것을 제외하고도 조타를 잘못해 키킹 현상 중 빙산 혹은 바위에 부딪혀 배에 파공이 생기는데 이를 신속하게 메꾸고 배 안으로 들어온 물도 퍼내야 한다.

이런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노련한 선장이나 갑판장이 있는 배들은 진짜 해군/상선처럼 역할분담을 철저하게 한다. 파공을 나무로 수리하는 사람, 물을 퍼내는 사람, 포탄을 장전하는 사람, 포수, 조타수, 견시, 백병전 요원은 물론이고 보물을 찾는 도중 사주경계를 하는 사람, 상자 획득 후 호위하는 사람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 어디보자... 보물은 여기에 있구나~~

실제로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게임은 정말 재미있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함께 힘을 합치고, 함께 원하던 목적을 이루고 난 다음에 환호를 지르는 일련의 상황은 굉장히 가치 있고 재미있는 일이다. 더구나 멀티플레이 게임의 특성상 매번 같은 경우는 발생하지 않으니 더 재미있을 수밖에.

그러나 이기주의자, 임무을 수행하지 않는 자, 혼자만의 재미를 찾는 자, 남의 재미를 망치는 것을 자신의 재미로 삼는 자들과 함께 승선했을 때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보물을 획득하기는 커녕 육지에 삽질 한 번 해보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게임을 하다 보면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라는 법은 없다. 다만, '씨 오브 씨브즈'라는 게임 자체가 목적을 향해 돛을 펼치지 않으면 상당히 어그러진 경험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우려가 된다. 어느 게임이 그렇지 않겠느냐마는 유독 정해진 길에서 벗어난 돌발 현상에 대처하기에는 디자인적으로 예민한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즐거운 경험을 위해서는 숙련된 사람이 필요하며 이는 자칫 많은 이들이 자유롭게 어울려야하는 분위기에 반하여 게임이 고인물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고인물이 되어 더 이상 새로운 경험과 유쾌함이 없다면? '씨 오브 씨브즈'는 그렇게 경쟁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쇼 시연장에서는 항상 개발자 혹은 관계자들이 한 배에 한 명씩 반드시 승선하여 분위기와 흐름을 이끌어 나간다. 디자이너가 예상한 방향대로 흘러가는 '씨 오브 씨브즈'는 틀림없이 유쾌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삽질굴삭 작업

게임은 디자이너가 설계한 일종의 도구다. 이 도구가 대단히 큰 자유도를 선사하고, 굉장히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제공하며, 굉장히 놀라운 경험과 유희 요소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이를 이용하는 건 결국 유저들의 몫이다. 그리고 100명의 유저가 있으면 101개의 생각이 존재한다. 유저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디자이너들의 예상을 빗나간다. 그런 점에서 '모두가 함께하겠지'라는 토대에서 출발한 현재 구조는 안전망이 너무 없지 않나 싶다.

결국 지금의 모습에서 '씨 오브 씨브즈'의 재미 관건은 역할 놀이를 어떻게 하느냐다. 어쩌면 효율성과 강함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국내 유저들의 성향과는 잘 안 맞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유독 국내에서 평이 낮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함께 대화하면서 무언가를 이루어가는 것에 흥미가 있고, 역할극에 심취할 자신이 있다면 '씨 오브 씨브즈'의 출시를 기다려봐도 좋을 것이다. 작년 E3를 기준으로 1년 만에 환골탈태한 '씨 오브 씨브즈'는 2018년 출시 예정이다.

☞ 관련기사: [GC2016] 이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씨 오브 씨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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