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눈, 손, 귀 모두 한껏 젖었다, '에이스 컴뱃7'

리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10개 |

⊙개발사:프로젝트 에이스 ⊙장르: 액션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2018년

지난 몇 년간 '에이스 컴뱃' 프랜차이즈는 침체에 빠져있었다. 정식 넘버링 타이틀 소식은 전혀 없고 휴대용 게임기와 F2P 게임 그리고 그 옛날 노바로직이 만들었던 코만치 시리즈만도 못한 헬기 조작감을 보여줬던 외전 격 작품만 선보였다. 그런데 이제 이런 기억은 접어둬도 좋다. E3 2017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부스에 'Ace Combat7: Skies Unknown (이하, 에이스 컴뱃7' 싱글플레이용 시연대와 VR 시연대가 이러한 걱정을 날려버렸다. 결론부터 말한다. 눈, 귀, 손. 시연 후 모두 촉촉해질 정도로 '대만족'이었다.


프랜차이즈, 왕의 귀환을 알리다.
자가복제라는 피할 수 없는 약점이 있지만, 그래픽, 음향, 조작 모두 발군

지난 세대의 프랜차이즈 위기에 보답이라도 하듯 엄청난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조작감을 선보인다. 시리즈 5편 이후 퇴색한 이율배반적인 움직임, 다시 말해 묘한 경계를 가로지르는 '경쾌함 속의 묵직함'도 살아났다. 물론 모든 기체를 해보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시연판에 등장하는 기체들은 그러하다.

프랜차이즈 정식 넘버링 시리즈의 8번째 작품인 '에이스 컴뱃7'은 절치부심한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느껴진다. 우선 언제나 그랬듯 개발사 '프로젝트 에이스'는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고의 그래픽을 뽑아냈다. 이번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가 다른 유수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고품질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단순히 잘 만들었다라는 느낌 이상의 세계관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더구나 다시 정식넘버링 세계로 희귀했기에 그 만남은 더 반갑다. 맵 구성 자체는 전작들과 동일하나 발전했다. 자체 엔진을 버리고 선택한 언리얼엔진의 많은 레퍼런스를 참고했는지, 지면 근처의 구성도 깔끔하고 세밀해졌다. 콕핏의 구성이나 기체의 구현은 두말하면 잔소리. 개발진들이 얼마나 게임에 애정을 쏟았는지 콕핏과 애프터버너 표현, 소닉붐 표현만 봐도 알 수다. 그 옛날 PS2로도 스텔스기의 개폐식 미사일 발사대를 구현했던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표현은 구름과 하늘이다. 구름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렌더링 된다. 그리고 이 구름은 효과가 있어서 실제처럼 비행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구름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기에는 그 효과가 약해보인다. 차라리 루프 기동이나 다이아몬드, 웨지 패스와 같은 전투 기동이 더 쓸모가 있어 보였다.

기동과 맞닿은 도그파이팅 손맛은 시리즈 5편과 흡사하다. '어설트 호라이즌'의 D.F.M이나 카운터 메뉴버 처럼 억지로 도그파이팅을 유도하여 아케이드성을 강화하지 않아도. 기총 표적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몰입이 되는지, 회피 기동만으로도 얼마나 긴장되는지를 확실히 전달한다.

음향은 더욱 훌륭하다. 온갖 소리가 섞여 공간을 흔드는 현장에서도 헤드셋 속의 세계는 흥미롭기 그지없다. 체험 버전에 등장하는 보스 기체의 BGM만으로도 과거 프랜차이즈 황금기가 연상될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했다.

분명 BGM은 게임에 집중하면 들리지 않는 병풍 같은 요소다. 그러나 섬세하면서도 박력 있게 표현된 음악과 효과음은 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제격이다. 뭐랄까. 전율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게임과 떼어 놓아도 손색 없다. 얼마나 대단하고 흥미롭고 끝내주는 음악들이 게임 내 수록되어있을지 벌써 부터 기대된다고 표현해도 절대 으름장이 아니다.




▲ 아쉽게도 현장 영상 촬영은 금지 되어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든 점은 조작이다. 개인적으로 에이스 컴뱃5를 시리즈 최고로 뽑는 편인데 시리즈 5편의 느낌과 비슷하다.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고, 묵직하지만 육중하지 않은 그 미묘한 경계선을 적절하게 파고들었다. 시뮬레이션과 슈팅을 가로지르는 천칭의 양 끝은 매우 긍정적으로 출렁이고 있다.

물론 시연 버전의 기체만 해봤기 때문에 참전 기체들의 느낌이 전체적으로는 어떤지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시연 버전에 등장하는 호넷은 그랬다. 조작감뿐만 아니라 기총, 특수무장, 거리 감각 등 여러 요소가 시리즈 5편과 비슷한데 이는 '에이스 컴뱃5'에 참여했던 코노 카즈토키 PD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전통적으로 '에이스 컴뱃'의 세일즈 포인트는 '플라이트 슈팅'이라는 특이한 장르였다. 어느 정도의 세련되고 난이도 있는 기동을 요구하는 동시에 무지막지한 무장량을 통해 액션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이를 느끼게 하는 배경에는 훌륭한 스토리 라인이 있었다. 스토리 라인 위에서 우리는 '싸우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더욱 몰입할 수 있으니까.

예컨대 시리즈 4편의 뫼비우스1이나 시리즈 5편의 나가세의 이야기는 그 시절 우리 가슴에 불을 놓을 만했다. 아쉽게도 시연판에서는 스토리를 체험하지 못했지만, 시리즈 4편의 스토리 작가가 개발에 참여했다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입이 닳도록 칭찬만 했지만, 흠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외적인 발전에 비해 게임 플레이 면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좋게 말하면 프랜차이즈의 황금기로 돌아가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 것이겠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면 '자가 복제'라는 비난을 피해 갈 길이 없어 보인다.

또한, 옆에 서 있던 '프로젝트 에이스' 관계자가 저고도 비행과 고고도 비행할 때의 콕핏에 기류에 대해 설명해줬지만, 사실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전략적인 선택 및 행동을 유도한 것 같은데 이 점은 아직 미비하지 않나 싶다.


VR 모드, 도전에는 박수를
실제감만큼은 즐거움, 나머지는 글쎄...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시연했던 VR 버전도 E3 현장에 등장했다. VR 버전은 게임 구성 및 리소스 자체가 본편과 다르다. 항공모함의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발진해 몇 기의 적과 교전하는 단순한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항공모함에서 발진하여 수면을 가르며 궤도에 성공할 때까지는 콕핏의 섬세한 표현에 놀란다. 시야를 내리면 내 몸을 비롯하여 각종 계기판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기의 한계상 깔끔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멋있게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진짜 파일럿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기본적인 게임의 UI가 콕핏 안에 절묘하게 들어가 있다. 언제나 제공해왔던 1인칭 시점이었으나 UI가 콕핏에 절묘하게 들어가서 인지 현실감은 더욱 강했다.

문제는 기동을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원래 게임을 할 때 처럼 롤 운동을 하며 기동했더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방향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파일럿들이 바다에서 야간 저고도 비행을 할 때 겪는 현상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멀미의 문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악한 PSVR의 해상도 때문인 것 같다. 대단히 많은 움직임이 발생하다 보니 그래픽이 자글거리고 이게 평형 기관과의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기동 후 10초간은 "어지러워! 어지러워!"를 외친 것 같다. 그러나 꾹 참고 안정을 찾으니 그때부터 새로운 요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HUD가 눈에 들어왔다. HUD는 말 그대로 고개가 돌아가는 곳으로 디스플레이가 움직인다. PSVR을 낀 상태로 고개를 돌리면 주변 상황을 볼 수 있다. 위, 아래, 오른쪽, 왼쪽 가릴 것 없이 말이다.

꼬리를 잡혔을 때 고개를 뒤로 돌려 적기의 위치를 체크할 수 있고, 루프 기동 중 고개를 완전히 들어서 적기의 궤적을 파악할 수 있어 매우 즐거웠다. 적응의 문제이겠지만, 기총 거리 감각이 일반 버전과는 조금 달라 생경한 느낌을 느낀다.



▲ 이렇게 고개를 돌려 후방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도 이렇게 필구 목록이 늘어납니다.
이상한 콜라보레이션만 재고해주길...

'에이스 컴뱃7'은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가 한국어화하여 2018년 발매될 예정이다. 게임을 마치고 나니 황홀한 음향에 귀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훌륭한 그래픽 덕분에 소름 끼친 눈에는 습기가 맺혔다. 그리고 패드를 잡았던 손에서는 긴장감과 희열에 땀이 흘렀다.

자기복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어느 시리즈물이건 간에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에이스 컴뱃7'은 프랜차이즈 황금기 감성을 듬뿍 담아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VR 모드는 여러 곳에서 아쉬움이 발견되나 '콕핏에서 솔더 체크하는 맛' 하나만으로도 도전 가치는 있었다고 본다.

이것저것 종합해보자면 '에이스 컴뱃7'은 프랜차이즈의 놀라운 귀환이라 감히 단언할 수 있겠다. 다만, 바라건대 제발 그 이상한 콜라보레이션은 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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