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Old Rookie! 롱주에 굴러온 복덩어리 'Khan' 김동하

인터뷰 | 김홍제 기자 | 댓글: 83개 |




"롱주에 복덩어리가 한 명 들어왔습니다"

롱주 게이밍 강동훈 감독이 'Khan' 김동하 선수를 팀 스쿼드에 포함하면서 했던 첫 마디였다. 국내 팬들에게는 생소하지만, 2013년 데뷔 이후 5년 차 게이머인 김동하. 솔로 랭크나 선수들 사이에서 김동하의 개인 기량은 이미 대단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중국에서의 오랜 공백, 예전보다 훨씬 치열해진 LCK에서 잘 적응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김동하는 3년 만에 복귀한 LCK무대에서 그동안 얼마나 경기를 갈망하고 자신의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지 느껴질 만큼 상상 이상으로 멋진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올해로 23살인 김동하는 팀에서 '프레이-고릴라'듀오 다음으로 나이가 많지만, 동생들과도 서슴없이 잘 지내며 팀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김동하와 첫 대면은 3년 전, LCK 데뷔 당시 팀이었던 프라임 옵티머스 시절이었다. 아직 소년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20살이란 나이에 어울리게 얼굴에는 여드름도 약간 울긋불긋했고, 완전 신예였기 때문에 굉장히 수줍음이 많던 소년이이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로서의 목표나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땐 어느 누구보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청산유수처럼 말을 이어갔던 기억이 있다.

'Khan'보다 '한라봉'이 더 익숙한 기자에게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김동하는 그시절의 수줍음은 없어지고, 더욱 당당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 그리고 피부도 좋아졌길래 비결을 물어보니 인터뷰를 위해 '고릴라' 강범현이 직접 메이크업을 해줬다며 본격적으로 말문을 열었다.





Q. Khan보다 한라봉으로 더 유명하지만, LCK를 시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팬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간단히 본인 PR의 시간을 가져본다면?

2013년 10월에 NLB에서 데뷔했다. 그러다 2014년에 첫 LCK 본선에 올랐고, 내 기억에는 LCK에서 탑 순간 이동 메타를 처음 선보이지 않았나 싶다(웃음). 그 이후 중국에서 활동하다가 올해 다시 LCK로 복귀했다. 방송 외적으로는 천상계 BJ분들이나 선수분들이 솔로 랭크에서 엄청 공격적이고, 피지컬이 좋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점들만 많이 주목 받다 보니 피지컬만 좋고 머리는 나쁘다고 많이 오해하신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굉장히 영리하게 라인전을 풀어나가는 편이다.


Q. 2014년 프라임 옵티머스에서 데뷔해 TEAM WE, 뉴비 등 중국 생활을 거쳐 다시 LCK로 돌아왔다.

중국에 있으면서 1년 반 정도 스크림과 경기를 뛰지 못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었다. 나는 앞으로 더 잘해지고 싶고, 경기에서 멋진 모습을 많은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다.


Q. 방황의 시간이 제법 길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텐데?

일단 중국에 있을 때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한 이유로는 LPL은 경기에 출전할 때 한국인 용병을 두 명으로 제한한다. 그런데 당시 팀에서 메인 오더인 '도인비' 김태상과 게임을 컨트롤 하고, 풀어나가는 정글러인 'Clid' 김태민을 기용하다 보니 나에게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의사소통 문제에서도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팀을 탓하진 않는다. 아쉬움은 조금 남지만, 내가 훨씬 더 잘했으면 출전할 수 있는 문제다.





Q. 한국에 온 뒤 롱주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한국에 돌아와서 바로 한국팀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롱주에서 나를 제일 먼저 찾아줬다. 평소에도 내 실력에 대한 자신감은 항상 있었지만, 팀 게임을 오래 쉬었다 보니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에 있을 때 LCK를 정말 많이 봤는데, 내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잘하는 탑 솔러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정말 모든 선수들이 잘하더라. 그런데, 막상 롱주에서 스크림을 해보니 내가 했던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


Q. 소문으로 라인전 괴물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본인이 가장 잘하는 챔피언을 소개하자면?

무조건 공격적인 챔피언을 선호하는 편이다. 제이스야 워낙 라인전에서 강하고, 일반 유저분들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그리고 리븐과 피오라도 좋아한다.


Q. 최근 메타에 리븐은 사랑 받고 있지 못한 챔피언인데?

그렇다(웃음). 정말 안 좋은 챔피언이다. 하지만 요즘 새로 나온 스킨도 정말 이쁘고, 화려한 면도 있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자주 애용한다. LCK에서도 사용해보고 싶은데 팀에서 허락해줄지는 의문이다.





Q. 탱커류 챔피언들은 선호하지 않는지?

그렇다. 선호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못 하진 않는다. 워낙 공격적인 챔피언만 사용하다 보니 탱커류 챔피언은 못다룰 것 같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팀에서 필요하면 언제든 탱커 챔피언을 기용할 수 있다. 숙련도도 좋은 편이다.


Q. 본인도 이야기했지만, 천상계 탑 솔러들 사이에서 개인 기량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만기퇴소'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신 거로 알고 있는데, 겸손하신 것 같다. 나도 만기퇴소님 올라프에 진적도 많다(웃음).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흔히 솔로 랭크와 팀 게임은 완전히 다르다고들 한다. 본인의 생각은?

솔로 랭크와 팀 게임에 있어서 생각보다 차이가 큰 라인이 있고, 그렇지 않은 라인이 있다. 확실한 건 솔로 랭크는 프로게이머로서 최소한의 기본기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신인일수록 그렇다. 모든 라인이 중요하겠지만 탑은 특히 의사소통이 다른 라인보다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순간 이동의 경우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팀 게임에서는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나는 바텀 콜을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먼저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다.


Q. 탑은 흔히 남자들의 라인이라고 한다. 솔로 랭크 기준으로 탑을 잘하는 팁을 주자면?

솔로 랭크는 게임은 지더라도 라인전에서 이기면 내 멘탈이 무너지진 않는다. 아마 많은 탑 라이너 분들이 공감하실 것이다. 정글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챔피언 상성이 제일 심한 라인이라 룬페이지도 굉장히 많아야 하고, 챔프 폭도 정말 넓어야 한다. 요즘 꿀챔프를 추천하자면 클레드가 갱호응이나 한타에서 어그로 등 다방면에서 좋은 챔피언이다.


Q. 최근 해외에서 10밴 도입 이후 대부분의 챔피언들이 블루 진영일 때 승률이 높다는 것이 화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예전부터 블루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초반이 굉장히 중요한데, 오브젝트인 드래곤도 블루 쪽에서 컨트롤하기 쉽다. 그리고 OP픽을 먼저 고를 수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유, 불리가 심한지는 모르겠지만, 통계가 그렇게 나오니 믿을만한 지표인 것 같기는 하다.





Q. 섬머 시즌을 앞두고 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정도로 잘할 거라고 예상했는지?

팬들은 우려의 목소리도 꽤 높았다. 그래도 새로운 선수들이 솔로 랭크에서 다 검증된 선수기도 하고 잘할 거라는 자신은 있었다. 다만, 호흡을 맞춰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의문이 있었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바텀 듀오는 말할 것도 없고, '커즈' 문우찬 역시 항상 솔로 랭크 탑이었고, 'Bdd' 곽보성은 예전부터 친해서 같이 게임하는 게 정말 편하다.


Q. 지금까지 경기 중 SKT T1과 대결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비록 졌지만, 피오라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는데?

팬분들이 바텀 2차 타워에서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탈리야를 점멸로 벽을 넘어서 잡은 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근거가 굉장히 부족한 행동이었다. 원래 트롤과 슈퍼 플레이는 한 끗 차이라고(웃음). 운도 좀 따라줬던 것 같다.


Q. 프레이의 개인방송을 통해 과거 '페이커' 이상혁에게 거친 언행을 했던 것을 한라봉을 선물하며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2년 전에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게 욕을 했었다. 항상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러던 중 섬머 시즌 프로필 촬영 때 코치님을 통해서 SKT T1 측에 사과 의사를 전달했고, 한라봉 한 박스를 SKT T1 숙소로 보냈다. 맛있게 먹었다는 답변도 받았다. 그 한라봉, 진짜 맛있다(웃음).





Q. 더 사과하고 싶은 선수가 있나?

솔직히 솔로 랭크에서 욕을 많이 하긴 했다(웃음). 좋게 포장하자면 승부욕이 워낙 강하다 보니 나온 것인데, 무조건 나의 잘못이다. 요즘에는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 나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상처 받은 분들이 있다면 이 인터뷰를 빌어 사과드리고 싶다.


Q. 롤드컵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 같다. 1라운드도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탐색전은 끝났다고 보이는데, 자신 있는가?

롤드컵 진출하기 위해서는 섬머 우승으로 직행하거나, 3위 안에 들어서 롤드컵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3위 안에만 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Q. 평소에도 굉장히 유쾌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끝으로 롤챔스 우승 시 간단한 공약을 걸어보는 건 어떤가.

원래 인생의 모토가 '재미있게 살자'다. 그래서 항상 팬들에게도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데, 우승하면 정말 멋진 세레머니를 보여드리겠다. 기대하셔도 좋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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