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성공한 전작을 뛰어넘으려는 강렬한 의지표명 '인디비저블'

게임소개 | 정필권 기자 | 댓글: 11개 |


⊙개발사: Lab Zero Games ⊙장르: ARPG ⊙플랫폼: PC, PS4, Xbox One, NS ⊙발매일: 2018년

하나의 상품 또는 작품을 만드는 것에 있어 '전작'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질적인 부분을 100%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방향성이나 문제 발생 시의 원활한 후속 조치 등은 소비자가 같은 회사의 제품을 사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완전히 새로운 후속작이 나오더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컬걸즈'를 제작한 'Lab Zero Games'의 후속작 '인디비저블(Indivisible)은 팬들에게 놀라움을 줬다. 2012년 인디 격투 게임 개발사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회사가, 느닷없이 액션 RPG로 장르를 선회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후속작의 세계관이나 캐릭터 디자인도 생소한 동남아시아 신화 콘셉트였다.

후속작을 제작함에 있어, 안전한 선택지 대신에 완전히 다른 장르와 분위기를 선택한 Lab Zero. 전작 스컬걸즈가 그랬듯,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2개월 만에 2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모을 수 있었다. 별다른 시나리오를 공개하지 않고도 아트워크와 컨셉만으로 거둔 쾌거였다.



▲ 장르는 바뀌었어도 특유의 기괴·강렬한 센스는 살아 있다.



■ 막고 때리고 고민하고 뛰고 - 장르가 '액션' RPG인 이유

인디비저블은 크게 '탐험'과 '전투'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탐험에서는 액션 플랫포머 게임들의 방식을 차용하여 플레이어가 모험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대시, 점프로 장애물을 뛰어넘어가며 던전을 탐험하고 만나는 적들을 회피하거나 쓰러뜨리는 방식이다.

모험의 기본은 점프를 이용한 퍼즐 해결에 가깝지만, 무기를 획득하면서 다른 방식의 플레이가 추가된다. 도끼를 획득하면 덩굴로 막혀있는 부분을 제거하고 새로운 길을 열며, 벽을 도끼로 찍어 높은 곳을 등반하는 등 메트로베니아, 액션을 이용한 퍼즐 해결에 중점을 둔다.

도끼 외에도 활, 사슬낫 등 추가적인 무기가 등장할 예정이므로, 새로운 퍼즐들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프로토타입 데모에서도 이스터에그를 통해 숨겨진 통로 같은 추가적인 요소를 넣기도 했고 캐릭터를 강화하는 기능으로 추정되는 '사리(Ringsel, 舍利, 불교에서 말하는 그 사리다)'는 탐험에서 얻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도끼로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도 가능

여기까지만 보면 이 게임의 장르가 왜 RPG로 표기되어 있는지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투 시스템을 살펴보면 RPG로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이미 크라우드 펀딩 시기부터 '발키리 프로파일'의 영향을 받았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이를 자신들에게 맞게 가공한 형태다.

던전에서 만나는 적들은 액션 게임처럼 직접 공격으로 제거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의 몸에 닿는 순간 RPG 전투 시스템으로 즉시 전환된다. 전투 시스템은 반 턴제 또는 일종의 ATB (Active Time Battle System)에 가까운 모습. '발키리 프로파일'처럼 캐릭터마다 공격 버튼이 정해져 있고, 이를 방향키와 조합해서 다양한 공격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더 많은 콤보를 발생시킬수록 '이디 미터'라는 특수 게이지가 빠르게 채워지므로, 제대로 된 콤보를 만들기 위해 신경 써야만 한다.



▲ 캐릭터의 공격버튼에 방향키를 조합하여 콤보를!

전략적, 직관적인 판단이 중요한 전투 시스템에서는 전직 격투 게임 개발사로서의 센스를 만나볼 수 있다. 격투 게임 만들던 실력은 어디 안 간다. 캐릭터 간의 연계기, 공중, 하단 콤보가 중요한 것 외에도 캐릭터 방어 명령에 특수기 게이지를 사용하게 설계했다.

이는 게임의 기본 틀이 RPG인 것치고는 독특한 요소다. 캐릭터의 행동에 적절한 타이밍을 요구하도록 요구하게 함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투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제한이 있는 능력 사용, 적의 공격을 지켜보고 실행해야 하는 방어 명령은 조금 강력한 적을 만났을 때의 전략적인 전투로 이어진다.

현재 프로토타입의 전투 UI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으나, 개발을 거듭하면서 직관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최종 출시 버전에서는 또 다른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 전투 UI는 계속해서 개선 중.



■ 동서양을 넘나드는 독특한 캐릭터 - 아트 & 디자인

개발사 특유의 개성적인 아트웍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캐릭터 디자인부터 배경 이미지까지 동양적 향취가 물씬 나는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했다. 주인공인 아즈나(Ajna)의 디자인 디자인부터, 궁수인 제베이(Jebei), 인도의 연검 우르미를 사용하는 전사 퉁가(Tunga)까지 익숙하다기보다는 독특한 디자인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이런 캐릭터들이 2D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매력을 더한다. 스컬걸즈를 개발하는 데 사용한 자체 개발 게임 엔진이므로, 동작 프레임 하나마다 캐릭터의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오리지널 캐릭터 외에도 '셔블나이트', '샨테', '트랜지스터', '배틀체이서즈' 등 다른 인디 게임들의 캐릭터들도 카메오로 만나볼 수 있다.



▲ 개성 넘치는 동료들이 대기 중



▲ 근육버스터!!!!



■ 전작 '스컬걸즈'로부터 얻은 것 - 산전수전 다 겪은 개발 경험

개발사인 Lab Zero Games는 전작 '스컬걸즈'를 출시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 대부분을 겪었다. 2013년에는 퍼블리셔인 코나미의 독단적 계약 만료 결정으로 PSN과 XBOX Live에서 게임이 삭제되는 경험도 했으며, 심각한 자금난을 경험하며 개발이 지연되기도 했다.

게임 개발을 계속하기 위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여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거치/휴대용 콘솔, PC 모두에서 게임을 출시하며 다양한 플랫폼 개발의 경험을 쌓았다. 일련의 사건·사고를 정리해보면, 개발사가 경험할 수 있는 산전수전은 다 겪은 셈.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은 결과적으로 Lab Zero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함으로 자리 잡았다. 자체 개발한 게임 엔진인 Z-engine은 2D 작업물에서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줬으며, 이는 인디비저블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콘솔과 PC에서의 개발 경험도 고스란히 이어받아, PC부터 PS4, 닌텐도 스위치까지 현존하는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발매될 예정이다.



▲ 모든 플랫폼에서 2018년 동시 출시 예정.



■ 장르는 달라져도 신뢰는 계속된다 - 결과물을 믿을만하니까.

이미 팬덤이 구축된 스컬걸즈를 벗어나 개발 중인 '인디비저블'은 펀딩 이후 약속을 꾸준히 지키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펀딩과 동시에 유저가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 데모 버전을 공개하는 한편, 자체 블로그를 통해 개발 상황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주기마다 일정 금액 이상 펀딩자에게 개선된 버전을 보내주기까지 한다.

개발사가 유저들에게 보여주는 신뢰. 그리고 노력은 더 나은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개발팀의 규모는 전보다 커졌고, 자체 게임 개발 엔진을 더 나은 광원과 배경표현을 위해 개선하기도 했다. 이는 펀딩 이후 그저 그런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목표보다 발전한 결과물을 선보이겠다는 개발사의 의지표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전작의 마니악한 컨셉트와 장르를 넘어,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자신들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RPG라는 대중적인 장르를 선택한 'Lab Zero'의 시도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그 결과물은 2018년 가을에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 매니악함을 살리면서 선택한 대중적인 모습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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