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블리자드 디자인 매니저가 말하는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10가지 규칙'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13개 |



현지시각 8월 20일(일), 독일 쾰른에 위치한 쾰른메쎄에서 진행중인 '데브컴(Devcom)'에서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크레이그 모리슨(Craig Morisson) 디자인 매니저가 강단에 서 창의적인 협업에 필요한 열 가지 규칙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MMO 멀티플레이어 장르에서 약 10년 이상의 크리에이티브 리더 경력을 가진 크레이그 모리슨 디자인 매니저는 약 4년 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 합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디자인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그가 말하는 성공적인 협업과 팀원 간 신뢰의 중요성, 그리고 협업을 위한 열 가지 규칙에 대해서 들어봤다.






▲ 크레이그 모리슨(Craig Morrison) 블리자드 디자인 매니저

크레이그 모리슨 디자인 매니저는 본격적으로 창의적인 협업을 위한 10가지 규칙을 설명하기에 앞서, 협동(Co-op)과 협업(Collaboration)의 차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명 이상이 모인 조직에서 협동(Co-op)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혼자가 아닌 남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 자체를 협동(Co-op)이라고 정리한다면, 협업(Collaboration)은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말한다. 크레이그 모리슨 매니저에 따르면 협업이란, '구성원들 개인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고,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가 효과를 보이면서 리더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끼게 하는 것'이다. 말로도 쉽지 않지만, 이를 이루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크레이그 모리슨 매니저는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요소는 '신뢰(Trust)'라고 전했다. 신뢰는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성공한 창의적인 팀의 기본 바탕이 되어왔으며, 구축하기는 무엇보다 어렵지만, 잃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신뢰를 구축하기가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우리로 하여금 신뢰하기를 막기 때문이다. 크레이그 모리슨 매니저는 신뢰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소를 '공포'라고 설명하며, 선인과 동료의 작업을 보며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며 못 미더워하거나, 또는 위기의식을 갖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진정한 협업을 위해서는 동료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때로 신뢰의 도약(Leap of Faith)을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협동과 협업, 그리고 신뢰에 대한 설명을 마친 크레이그 모리슨 매니저는 비로소 이번 강연의 주요 내용인 창의적 협업을 위한 10가지 규칙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이 규칙들은 크게 리더와 개발자, 그리고 프로듀서에게 해당되는 내용으로 나뉘어 있으며, 직업군에 따라 각각 세 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 창의적 리더들을 위한 세 가지 규칙

1. 규칙을 정하지 말고, 철학을 정하라 (Define Philosophy not rules)

세밀한 규칙보다는 한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확실한 비전, 혹은 목표를 설정하고 팀원들이 해당 비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리더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이다. 비전을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령 예를 들면 '닌텐도 같은 가족을 위한 게임을 만들자'는 것도 일종의 비전이고, 철학적 목표가 될 수 있다. 철학적 목표 수립과 더불어, 개발자 개개인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만으로도 신뢰를 구축하는 데 보탬이 된다.

2. 가드가 아니라 가이드를 하다 (Guidance not Guarding)

창의적인 인재들을 이끄는 위치에 있다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사항이다. 새롭게 리더가 된 사람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 중 하나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방어를 하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함정에 빠진 리더들은 종종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무조건 '안돼'를 외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가 어떻든 간에 적어도 이야기를 해보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며, 필요하다면 해당 아이디어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3. 편견과 싸워라 (Battle the Bias)

거의 모든 의사결정은 49:51과 같은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의사 결정이 있고 난 뒤, 누군가가 의문을 제기하면 리더들은 으레 방어기제를 작동하고는 한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의문을 아주 긍정적이고, 상황은 언제나 바뀌는 만큼 리더들은 언제나 편견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 디자이너 (또는 개발자)를 위한 세 가지 규칙

4. 신뢰는 양쪽으로 향한다 (Trust goes both ways)

위에서 말한 철학적 목표를 제시받았을 때, 리더들은 종종 개발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자원이나 툴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리더가 팀원들을 믿는 것만큼, 팀원들 도한 리더쉽을 신뢰하는 것이 때로는 중요하다.

5. 주어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 (Coloring inside the lines)

크레이그 모리슨 매니저는 부싯돌과 나뭇가지만 주어졌을 때, 사람은 불을 붙일 수 없다고 먼저 포기하는 부류와, 불을 붙이려고 노력하는 부류, 그리고 방법은 모르겠지만 폭죽을 만들려고 하는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폭죽을 만들려는 부류가 바로 '주어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부류에 속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주변을 감화시키는 능력이 있어, 팀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6. 아이디어는 재화가 아니다 (instpiration not currency)

끝으로 디자이너를 위한 마지막 규칙은 '아이디어를 재화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나 또한 상대방의 아이디어로부터 영감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치 아이디어가 남들의 위에 서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 양, 경쟁의 수단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크레이그 모리슨 매니저의 입장이다.


■ 프로듀서 (또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위한 세 가지 규칙

7. 부모가 아니라 파트너가 되자 ( Partner not parents)

사실, 파트너도 좋고 부모도 좋지만, 부모는 또 흔히 나쁜 부모와 착한 부모로 나뉠 수 있다. 보통 나쁜 부모라고 하면, 자녀들이 마땅히 이해할만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고 명령만 내리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좋은 부모는 전후 맥락을 설명해주거나, 자신들의 의사 결정을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정보를 공유해 주는 모습으로 비춰지고는 한다.

개발자들이란 언제나 가장 좋고, 가장 큰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이고, 제한된 자원과 시간 속에서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은 프로젝트 매니저의 가장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8. 계획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People over Plans)

어떤 스튜디오가 되었든, 설립 이래로 이어져 온 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리드 자리에 공석이 생겼다고 가정했을 때, 보통 전후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특정 업무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해당 직원을 승진시킨다든지 하는 계획 등을 들 수 있다. 이보다는, 모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대처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역할에 맞는 사람이 없을 경우 공석이 채워지기 전까지 모두가 이해하는 선에서 보고 체계 등을 바꿀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조직 내부에 또 다른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다. 안전지대(comport zone)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중요하다.

9. 전후 사정의 중재자가 되어라 (context resolution)

한창 협업 과정이 일어나고 있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역시 매사를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몫이 된다. 협업 과정에서는 개발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계획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으로, 좋은 프로젝트 매니저라면 이러한 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각 파트별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보통 이들은 이러한 지식들을 소중하게 감추고 있는데, 이러한 맥락들을 개발자들에게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 마지막 규칙, "듣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말하라"

이렇게 각자 직무에 따라 세 가지씩, 총 아홉 가지 규칙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나서, 크레이그 모리슨 매니저는 마지막 열 번째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열 번째 규칙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바로 '먼저 듣고, 생각하고, 다음에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 말하는 데 끼어드는 것은 신뢰를 깨뜨리는 일 중 가장 쉽고 빠른 일이다. 듣고 난 뒤에 생각하는 것에도 요점이 있다. 누군가가 말하는 도중에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이미 남들이 하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따라서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듣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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