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터 키슬리 대표, "실패한 게임이라고 버릴 생각은 없다"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44개 |
TGS 현장에서 워게이밍의 빅터 키슬리 대표, 그리고 한정원 APAC 대표를 만났다. 역대 가장 많은 타이틀로 무장한 워게이밍 부스 덕분에 그런 걸까. 빅터 대표의 얼굴엔 자신감이 보였다. '월드 오브 탱크'의 성공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우린 모바일, 콘솔로도 게임을 출시했고 다음 도전은 VR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들이 만든 탱크 게임처럼 남자다운 대답.

한편으로는 '토탈 워 아레나'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 그리고 그들의 '아픈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월드 오브 워플레인'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솔직했고,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에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 좌 -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 대표, 우 - 한정원 워게이밍 APAC 대표






먼저 한정원 대표에게 질문하고 싶다. 올해 2월에 워게이밍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나.

한정원 APAC 대표(이하 한정원) - 워게이밍 작품들을 플레이하면서 지냈다. 먼저 게임을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워게이밍 작품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놀라웠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또 거기서 오는 발전이 크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는 '아시아에서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TGS의 워게이밍 부스가 과거 게임쇼에서 보던 모습과 비교해 많이 풍성해졌다. 타이틀이 다양해 보는 즐거움도 많았다.

한정원 - '토탈 워 아레나'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우선 확보했다. 그리고 우리의 VR 기술을 보여줄 기회였기에 이부분도 특히 신경썼다. 물론, 우리의 주력 게임인 '월드 오브 탱크'와 '월드 오브 워쉽' 등을 일본 유저들에게 계속 공개하는 것도 중요했고... 이런 걸 다 고려하다보니 점점 커진 것 같다.


빅터 키슬리 대표는 얼마 전 VR 게임산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는데, 워게이밍에서 직접 VR 게임을 만들 계획도 있는지.

빅터 키슬리 대표(이하 빅터) - 우리는 '월드 오브 탱크'라는 대표작이 있고, 새로운 슈팅 게임을 만들 기술력도 갖췄다. 앞으로 V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게임을 만들 기회도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보니 '토탈 워 아레나'에 대한 일본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보였다. 물론, 한국의 토탈 워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빅터 - 2000년... 그러니까 17년 전에 '쇼군: 토탈 워'를 하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게 대규모 전략 게임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멋진 시리즈를 세가와 함께 만들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워게이밍이 개발한 작품들은 모두 2차 세계대전 혹은 현대전의 육해공을 테마로 했고, 슈터 성향이 강했다. '토탈 워 아레나' 역시 전쟁을 테마로 하지만 시대적 배경이 다르고, 슈터 장르도 아닌데 이를 퍼블리싱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빅터 - 지난 6년을 돌이켜보면, F2P 게임을 만든 게임사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2', '하스스톤', '월드 오브 탱크' 정도다. 이유는 간단한데, F2P 게임이 패키지 형태의 게임보다 개발하기 어려워서다.

세가에서 '토탈 워'를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건 기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풍부한 F2P 게임 개발 노하우를 지녔고, F2P 게임은 강력한 퍼블리셔가 없으면 개발하기 어렵다. 세가도 이를 잘 알고 있었고, 결국 우리와 함께 하게 됐다.

▲ '토탈 워 아레나' 공식 트레일러 영상


세가의 다른 IP... 예를 들어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등을 F2P로 서비스할 계획은 없나.

빅터 - 현재 '토탈 워 아레나' 외 다른 게임의 서비스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마스터 오브 오리온' 같이 리메이크를 계획하고 있는 타이틀이 있는지.

빅터 -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돈을 벌고자 만든 게 아니다. 내가 10대 시절에 무척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인데, 이 재미를 요즘 게이머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서 추진한 거다. '토탈 워 아레나'의 접근 방식은 '마스터 오브 오리온'과 다르다. 온라인 전략 게임의 재미를 더 많은 게이머들에게 소개하고자 우리가 퍼블리싱을 맡은 것이다.


워게이밍 같은 F2P 게임 전문 개발사가 싱글 패키지 게임을 내놓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마스터 오브 오리온' 같이 '개인적으로 리메이크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빅터 - 문명 시리즈도 무척 좋아한다. 아마 우리가 '문명7'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웃음). 물론 농담이다. 사실 내가 좋아한 게임은 많다. '심시티', 'C&C', '레드얼럿', '워크래프트1'등을 재미있게 즐겼다.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훌륭한 게임사들이 그 작품의 최신작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우리가 걱정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반면, '마스터 오브 오리온'은 우리가 본 시점에서 누구도 만지고 있지 않은 IP였다. 그래서 라이센스를 구입해 개발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최근 관심이 가는 게임이라면, '팬저 제너럴'이 있다. 이 IP는 현재 유비소프트가 갖고 있지만, 따로 이걸로 뭘 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계속 지켜보는 중이다. 그쪽과 이야기를 한 번 더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팬저 제너럴'을 가져올 수 없다면, 이와 비슷한 게임을 만드는 대회 같은 걸 열어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참가작 중 정말 괜찮은 게 있다면, 우리가 개발을 지원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 고전 명작 '팬저 제너럴' 시리즈의 리메이크에도 관심이 있다고.


워게이밍이 한국 게임시장에 진출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한국 게임시장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지.

빅터 - 한국 게임시장은 전세계 게임업계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일단 e스포츠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정착시킨 나라이며,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 전세계에 서비스 중이다. 나도 서울과 부산을 자주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굉장히 재미있는 나라인 것을 느낀다.

질문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 '월드 오브 탱크'가 한국 게임시장에서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건 한국 게이머들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게임이 한국 게이머에게 잘 맞지 않았던 거고, 한국 PC방에 안 맞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그럼 우린 더 좋은 기술로 새로운 게임을 만들면 된다. 한국은 온라인 게임의 어머니같은 곳이다. 한국 게임시장을 버리면 다른 곳에서도 성공 못한다. 지금 우리 게임들이 한국 게임시장에서 어렵다고 하더라도 철수할 계획은 없다.

한정원 - 한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나라에서 성공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 굉장히 전략적인 시장인 셈이다. 한국의 인구는 5,000만 정도로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인구 대비 게임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이런 큰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더욱 전략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출시된 워게이밍 작품들은 밀리터리 요소와 다양한 전략 등 매니아들이 파고들 요소가 많았지만, 반대로 이게 일반 게이머들에게 진입장벽이 되기도 했다. '토탈 워 아레나' 역시 비슷해 보이는데, 한국 게이머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다.

한정원 - 현지 시장의 고객층을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게임사의 주요 고객층을 만족시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워게이밍의 팬들은 대부분 성인이며, 코어 게이머가 다수다. '토탈 워 아레나'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월드 오브 탱크 블리츠' 이후 새로운 모바일 게임을 만들 계획은 없나.

빅터 - '블리츠'는 모바일 게임이지만, 콘솔과 같이 소파에 앉아 집중하고 플레이해야만 했다. 그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이었다고 본다. 물론, 이후에도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계획은 있으며, 다만 우리가 단독으로 만든다는 건 아니고, 많은 개발사와 함께 협력해 제작할 생각이다.

또한, 워게이밍 내부에도 모바일 개발부서를 키우고 있다. 베를린, 헬싱키, 코펜하겐에 개발 부서를 마련할 예정이다. 내 아내나 아들이 '클래시 로얄'을 매우 좋아해서 아마 이런 류의 게임을 개발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몇년 전 인터뷰 당시 '월드 오브' 시리즈를 통합한 전장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도 그 계획을 유지 중인가.

빅터 - 현재로선 통합 전장 개발 계획은 없다. '월드 오브 탱크', 그리고 워쉽과 워플레인이 각자 발전해나가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월드 오브 워플레인'이 성공적이진 않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게임을 즐기는 30만 ~ 40만 명의 팬들이 있기에 저버릴 순 없다. 이들이 원하는 업데이트를 꾸준히 하려고 한다.



▲ "워플레인의 실패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를 접을 생각은 없다"


시대적 배경이 다르다는 건 알지만, 워게이밍의 특별 업데이트는 항상 기대 이상이었기에 질문해보고 싶다. '토탈 워 아레나'와 '월드 오브' 시리즈의 콜라보레이션을 계획하고 있나. 만우절 이벤트로라도 보고 싶다.

빅터 -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같다. 한 번 고려해봐야겠다. 방금 생각났는데, 전차가 먼저 돌진하고, 보병이 호위하는 컨셉 어떤가. 워해머 40000 시리즈와 협력해서 스페셜 모드로 들어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방금 건 농담이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월드 오브 워쉽'의 콘솔 버전 개발계획은 없나.

빅터 -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건 없다.


현재 워게이밍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

빅터 - '월드 오브 탱크'의 모든 지도를 HD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많은 기대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빅터 - 워게이밍은 성공에 안주하는 회사가 아니다. 꾸준히 도전하는 회사다. '월드 오브 워쉽', '월드 오브 워플레인', 그리고 콘솔과 모바일로도 게임을 출시했다.

이렇게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우리 직원들 모두가 게이머이기 때문이다. 나도 옛날부터 게임을 즐긴 게이머 중 하나다.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플랫폼의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가 가장 신경쓰는 분야는 VR이다. TGS 부스에도 두 개의 VR 게임을 전시했다. 이중에서 '폴리곤 VR'은 지금까지 나온 VR 게임들하고는 수준이 다르다고 자부한다. 첨단 모션 캡쳐 장비를 동원해 실제 전장에 있는 느낌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아마 이런 장비를 집에 두고 즐기긴 어려울 것이다. 극장이나 PC방 등 큰 공간이 보장된 곳에서 상업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실내골프장이 대중적인 나라다. 그렇기에 이런 VR 시설도 보급이 빠를 것으로 본다.

이런 시설이 대중화된다면, 우리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만 집중하면 된다. VR 산업의 협업사로서 이런 류의 게임을 개발하는 데 보다 집중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과 응원 부탁한다.









▲ 워게이밍 부스의 '폴리곤 VR' 체험존. 특수효과 세트 수준의 장비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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