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릴 적 오락실에서 느낀 즐거움을 주고 싶다, '트릭아트 던전'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31개 |

트릭아트는 착시를 이용해 평면 작품을 입체로 표현하는 예술의 한 장르입니다. 트릭아트의 매력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린다는 점인데요. 관점만 조금 달라지면 색다른 그림이 되기 때문입니다. 트릭아트 전시회와 미술관, 놀이방도 점차 늘어나면서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1인 게임 개발자로 일하는 '지원이네 오락실'의 한상빈 대표는 위와 같은 트릭아트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딸과 같이 놀러 간 트릭아트 전시회에서 착시효과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거죠. 그리고 생각 하나가 머리 속에 맴돌았습니다. 이걸 게임으로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게임 '트릭아트 던전'는 그렇게 시작됐고, 한상빈 개발자는 판교로 향했습니다.

한상빈 개발자는 지난 직장에서 사업PM으로 일하며 게임 개발은 옆에서 봤지만, 직접 개발하는 것은 '트릭아트 던전'이 처음입니다. 첫 게임 개발을 혼자서 시작한 한상빈 개발자는 6개월 뒤, 제7회 게임창조오디션에서 1위를 하게 됩니다. 심사 위원과 멘토, 청중들이 '트릭아트 던전'만의 독특한 게임성을 인정해준 것이죠.

'트릭아트 던전'의 이야기를 더 듣기 위해 판교 G-NEXT 사무실에서 한상빈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 어릴 적 '오락실'에서 느꼈던 두근거림을 주고 싶은 개발자



'지원이네 오락실' 한상빈 개발자

인터뷰에 앞서 게임창조 오디션 1위를 축하드려요. 소감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기대보다 높은 상을 받았습니다. ‘트릭아트 던전’을 좋게 봐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1인 개발자이신데 닉네임이 특이해요. ‘지원이네 오락실’은 어떤 의미에요?

지원이는 제 첫째 딸 이름입니다. 뒤의 오락실은, 제가 어렸을 때 오락실을 많이 다녔는데 굉장히 신났어요. 맨날 학교 끝나면 가고 싶고, 가면 또 나오기 싫은 곳이었죠. 그런 오락실이 요즘 별로 없습니다. 그때의 두근거림을 드릴 수 있는 게임 개발사가 되고 싶어서 오락실을 넣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딸의 이름을 걸고 게임을 만드시는 거네요.

맞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딸 이름이 욕먹지 않도록 열심히 만들어야겠습니다. 만약, 딸이 나중에 “아빠 왜 ‘지원이네 오락실’이라고 지었어”라고 하며 싫어할 때는 둘째 아들 이름으로 바꾸려 합니다(웃음).


경영학과 출신으로 대기업에서 PM으로 일하시다가, 현재 1인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게임 개발자가 목표였습니다. 어렸을 때 한 번 창업했다가 실패의 맛도 보았죠. 굉장히 쓰라렸습니다. 처음에는 잘 될 줄 알았는데, 왜 안 됐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기술은 나중에라도 배우고 우선 경영이나 사람을 만나는 법부터 배우기 위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회사에서 일하는 게 낫다 싶었고, 경영학과로 진학해 기업에서 PM으로 일했습니다. 사업PM이 게임 산업을 전반적으로 배우기 좋은 직군이더라고요. 나중에 개인적으로 게임을 만들 때 좋겠다 싶어서 쭉 일했습니다.

1인 개발자로 일하게 된 계기는 직장인으로서 마지막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있었습니다. 개발사 분들이랑 많이 일하게 되는데 굉장히 힘들어 보이지만, 또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시 PM으로 충분히 배웠다 생각하기도 했고요.





■ 상상과 현실, 착시가 주는 즐거움

‘트릭아트 던전’은 어떤 게임인가요?

간략히 ‘트릭아트 던전’을 소개하자면... 어린아이가 박물관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점차 두려움이 가중되다 보니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단 부모님을 찾아야 하니 박물관에 점점 깊숙이 들어가게 되고,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유저가 게임할 때 억지스러움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는, 기존에 없던 게임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흔치 않은 게임인데... 장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퍼즐 어드밴처 게임입니다. 기존에 착시를 이용한 게임을 몇 번 해봤는데, 굉장히 놀랐습니다. ‘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그 게임들을 따라서 만들고 싶지는 않았고, 저만의 방식으로 유저를 놀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기한 혼종이 생긴 거 같습니다.


‘트릭아트 던전’을 개발하게 된 영감이나 계기가 있다면요.

주말에 애들과 집에 있기 너무 힘들어서 홍대 거리로 놀러 갔습니다. 당시에 트릭아트 전시가 있어서 가봤는데, 딸이 아주 좋아하더군요. ‘이걸 게임으로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게 계기나 영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때부터 ‘트릭아트 던전’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도 지원했지만 아쉽게 떨어진 거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트릭아트 던전’이 많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기술적으로만 가능하다는 걸 보여드린 버전이었어요. 떨어진 건 아쉽지만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BIC 출품작을 보니 어마어마한 게 많더라고요. 내년에는 ‘트릭아트 던전’ 출시 이후겠지만, 이 게임 혹은 차기작으로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 아이디어만 구현했던 BIC 버전과 현재

개발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1인 개발이라 힘드셨을 거 같아요.

기본적으로 유니티를 사용해 개발했습니다. 게임 개발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사용하기 쉽다는 이유로 많이 추천해주셨어요. 기본 기능으로도 모델링은 가능하지만, 어려운 것은 추가 에셋으로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오범수 개발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범수 개발자는 고등학교 동창이면서도 인디게임 개발 선배입니다. 많은 조언을 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현재까지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약 40% 정도 만들었습니다. 출시는 빠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목표로 만들고 있습니다.


아트트릭을 게임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버그가 심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실제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버그가 있었습니다. 해결하기 쉽지 않았지만, G-NEXT에 같이 입주한 개발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또 멘토 중에 프로그래밍 교수님이 계셔서 그분께도 많은 도움을 구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구글에서 해당 문제를 검색해 해결하는 편이었어요. 이미 많은 개발자분이 알고 계시지만 ‘how to use’를 문제 앞에 붙여서 검색하면, 이미 저와 같은 문제를 겪었던 분의 질문과 해결방법이 나옵니다.


문과 출신이신데, 어떻게 개발을 배우고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조금 흑역사인데, 고등학생 때 이과를 지원했다가 제 머리로는 수학이 안 될 거 같아서 문과로 갔습니다. 대학교 전공은 컴퓨터공학을 희망했었지만, 난 안 되겠다 싶어서 애초에 포기한 경우에요. 그러다 경영학과에 갔지요.

개발할 때는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개발 도구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10년 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개발이 쉬워졌어요. 공부할 때는 유튜브에 좋은 강의 영상을 찾아 두세 번 보고 따라 했습니다. 물론, 서버 개발의 경우는 더 공부해야겠지만요.


이제 게임 개발을 시작하는 1인 개발자나 지망생에게 경험상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게임 개발 6개월 만에 오디션에서 1위 하는 비결이라던가...

아직 정식으로 게임을 출시한 게 아니라 조언할 입장은 아닌 거 같습니다. 저도 아직 초보자이니까요. 다만 자신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게임은, 좋아하는 유저가 반드시 있습니다.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 겁을 먹게 되는데 용기를 내서 시작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6개월 만에 1위 하는 비결은... 그냥 제가 운이 좋았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요.


■ 1인 개발자에게 필요한 것? 마이너스 통장과 외로움 극복

1인 개발을 하다 보면 슬럼프 극복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슬럼프 극복에 득이 되면서도 독이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너스 통장이죠. 한도에 가까워질수록 멘탈이 깨지기도 하지만, 개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1인 개발로 일하다 보면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G-NEXT에 입주하기 전에는 혼자 밥 먹고, 혼자 출근하고, 혼자 퇴근했으니까요. 그렇게 일하다 보면 ‘이게 맞는 건가?’와 같이 회의감이 듭니다. 여기 오니 왁자지껄해서 좋아요. 세미나, 이벤트도 종종 열리고요.


지원받은 G-NEXT 프로그램은 어땠나요?

제가 G-NEXT 프로그램을 받은 다음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여서... 굉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명칭이 ‘게임아카데미’라 많은 분이 학원으로 생각하는데, 일종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입니다. 저처럼 개발을 잘 모르지만 게임을 만들고 싶은 분들이 시작하기 좋아요. 게임 쪽에 있어서는 최고의 정부 지원 사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양한 지원 중에서 특히 도움이 됐던 멘토링이 있나요?

개발자는 게임 만드는 건 잘하지만, 무대에 올라 자기 게임 소개하는 거엔 약합니다. 게임창조 오디션 TOP 10에 들면 피칭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차보경 게임 전문 아나운서의 도움을 받아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큰 무대에 올라 이야기하는 노하우, 발표 중의 제스쳐 등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저도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오를 때는 머리가 하얘지는 데, 피칭 멘토링이 많은 도움 됐습니다.

그 외에도 투자 상담, BM, 콘텐츠에 대해 실무에서 일하는 분들이 도와줘 큰 힘이 됐습니다.


‘지원이네 오락실’의 목표를 들려주신다면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어느 회사에서 게임이 나왔데~”하면 “오, 그럼 꼭 해봐야 해”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게임사, 개발자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상금 5,000만 원은 어떻게 쓰실 거에요?

아직 안 받아서...(웃음) ‘트릭아트 던전’이 1인 개발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부족한 상태에서 오디션에 내야 했습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겼고 퀄리티 업그레이드와 멀티 플랫폼 준비할 때 쓰려고 합니다. 단순히 다른 플랫폼에 이식하는 게 아닌, 각 기계 최적화를 통해 유저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주고 싶어요. 모바일과 컨트롤러가 있는 게임은 조작이 다르니까요. 상금은 게임 퀄리티 업그레이드에 많이 쓰고 싶네요.

닌텐도 스위치, 스팀 출시도 생각하고 있어서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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