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e스포츠를 사랑하는 그녀들, '김수현-이현경-전수형' 아나운서

인터뷰 | 이시훈 기자 | 댓글: 100개 |




가을이 깊어지면서 쌀쌀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바깥 날씨는 쌀쌀하지만, 각종 e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현장의 분위기는 언제나 화사하고 밝습니다. 아무래도 그 이유는 e스포츠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여성 아나운서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스포츠의 새로운 성지로 자리 잡은 넥슨 아레나에서 여성 아나운서들의 활약이 정말 눈부십니다. KDL부터 시작해서 프로리그, 롤챔스, SSL까지. 스포TV 게임즈의 간판 아나운서로 우뚝 선 이현경 아나운서. 피파 온라인3 리그의 마스코트로 거듭난 '피파 고모' 전수형 아나운서. 그리고 뒤늦게 e스포츠에 입문했지만, 누구보다 e스포츠와 게임을 사랑하는 '팔방미인' 김수현 아나운서까지. 그녀들이 있기에 넥슨 아레나는 봄기운으로 가득합니다.

한가로운 오후 어느 날 인벤은 선유도 공원에서 스포TV게임즈를 대표하는 세 명의 아나운서와 만났습니다. 비록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였지만, 그녀들의 환한 미소와 유쾌함 덕분에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밝았습니다. 지금부터 스포TV게임즈 아나운서 삼인방과 나눈 진솔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수현 : 안녕하세요. 현재 스포TV 게임즈에서 서든어택 리그를 맡은 김수현입니다.

전수형 : 저는 4년째 피파 온라인3 리그를 맡은 전수형입니다. 반갑습니다.

이현경 : 얼마 전에 SSL 프리미어 시즌2를 마친 이현경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Q. 세 분이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친해졌나요?

전수형 : 원래 같은 직군끼리 뭉치잖아요. 하지만, e스포츠 아나운서들은 리그가 다르면 서로 만나기 힘들어요. 같은 직군끼리 서로 대화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어요. 그러던 중, 현경이와 '페이스북 라이브'를 함께 하면서 친해졌어요. 나이도 같고 마음이 잘 통해서 쉽게 친해진 것 같아요. 수현 언니는 처음에 무서워서 쉽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함께 클래시 로얄 행사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김수현 : 모든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비슷한 생각을 할 거예요. 잘 모르는 아나운서들에 대해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일종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친해지면 되거든요. 저는 예전부터 스포TV 게임즈 아나운서들끼리 만나서 친해지고 싶었어요. 앞으로 함께 방송할 기회도 많으니까요. 어색한 것보다는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자주 만난 결과, 지금은 서로 많이 친해졌습니다.

이현경 : 저는 불안감보다는 외로움이 컸던 것 같아요. 중계진은 워낙 대선배님들이고 사수의 개념도 없다 보니 오랜 시간 방송을 하면서 제 분야에 대한 깊은 조언이나 피드백을 얻고 싶은 생각이 강했어요.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친구나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에 인연이 만들어졌어요. 방송할 때마다 서로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해줘요. 긍정적인 시너지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김수현 : 저는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해서 같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과 만나면 서로를 '섬'이라고 표현해요. 혼자서 외롭게 둥둥 떠다니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서요. 아무래도 프리랜서 아나운서라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워서 그런 것 같아요.


Q. e스포츠 아나운서들끼리 뭉치면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수현 : 기승전'방 탈출 게임'입니다(웃음). 1주일에 한 두 번씩 같이 만나면 항상 방 탈출 게임을 해요.

이현경 : 단톡방을 처음 열었을 때, 수형이가 방 탈출 게임이 너무 재밌다고 같이 하자고 했어요. 저는 잘 몰라서 '그냥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제가 가장 중독이 됐어요. 이제는 제가 앞장서서 방 탈출 게임을 하자고 해요.

전수형 : 안에 들어가면 일렬로 눈감고 가는데 현경이가 겁이 없어서 가장 앞장서서 가요.

김수현 : 맞아요. 저는 겁이 많아서 현경이 팔을 꽉 잡고 가요.

이현경 : 제가 한번 빠지면 몰입하는 스타일이라서요. 방 탈출 게임을 하고 집에 와서 자려고 누으면 단서가 머릿속에 떠올라요. 그래서 새벽에 단톡방에 "자꾸 방 탈출 게임 생각이 나..."라고 말하면 다들 안 자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다음 방 탈출 게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어요.





Q. 각자 생각하는 다른 두 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전수형 : 장점을 말하려니까 조금 낯간지럽긴 하네요(웃음). 수현 언니는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외모적으로 화려한 것이 부러워요. 현경이는 뉴스랑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른 이미지가 너무 부러워요. 방송도 너무 잘하고요. 그리고 두 명 모두 성격이 너무 좋아요.

김수현 : 스포TV 게임즈 아나운서 공채가 떴을 때, 방송을 많이 찾아봤어요. 현경이가 멘트를 하는 것을 보고 너무 안정적으로 잘 해서 놀랐어요. 제가 갖지 못한 것을 많이 가졌더라고요. 차분하고 맑은 이미지가 현경이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경이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얼굴이에요. 첫사랑 이미지라고 할까요? 수형이는 굉장히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진행을 야무지게 잘 해요. 성격도 정말 좋고요.

이현경 : 세 명 모두 개성이 강해서 장점이 달라요. 원하는 이미지를 나눠 갖고 있어서 서로서로를 부러워해요. 그래서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현 언니는 발성이 안정적이라서 어떤 방송에 나가도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수형이는 방송할 때, 관객들과 소통을 잘해서 현장감을 정말 잘 살려요.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항상 둘의 장점을 본받으려고 노력해요.


Q. 세 명 모두 e스포츠 아나운서라는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e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수형 : e스포츠 아나운서는 직업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피파 리그가 데뷔 무대였기 때문에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절실했고 애정을 많이 드러냈어요. 그 모습을 시청자와 방송 관계자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현경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e스포츠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어요. e스포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요. 특히 e스포츠 아나운서는 게임에 대한 애정이나 흥미가 없으면 쉽지 않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김수현 : 방송에 출연하는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e스포츠 아나운서는 공부가 많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공부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겠죠. e스포츠 방송은 수많은 팬들과 선수 및 관계자가 시청하기 때문에 얕은 지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들어요.

전수형 : 맞아요. e스포츠에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물론, 해설자나 선수보다 잘할 순 없지만, 저도 그만큼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전수형에게) 전수형 아나운서에게 먼저 개인 질문드릴게요. 2월에 방송된 페이크 다큐멘터리 '그라운드의 여신'에서 '피파 여신'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피파 고모' 전수형 아나운서의 멋진 도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전수형 :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기회를 얻게 돼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분들 모두 저에게 맞춰주셔서 행복했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그라운드의 여신은 100% 각본이거든요.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고생이 많았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촬영이 끝나지 않았어요(웃음).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저를 완전히 놓고 연기를 했어요. 마지막 찰영 때는 눈물이 나오는 것을 꾹 참았어요. 제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어서 더 애틋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현경 : 저도 2화에 잠깐 출연했었는데, 수형이가 촬영 전에 미리 "나 되게 이상할 거야 놀라지 마"라고 말했어요. 저도 수형이와 함께 굉장히 재밌게 촬영을 했어요.





Q. (전수형에게) 이제 '피파 고모'라는 별명이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피파 여신'과 '피파 고모' 둘 중에서 뭐가 더 좋으세요?

전수형 : 저도 처음에는 '피파 여신'이라고 불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불러주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피파 고모'라는 별명이 좋지 않았어요. 다들 예쁜 별명을 가졌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피파 고모'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어요. 여신은 너무 많아요(웃음). 고모는 아마 제가 유일할걸요? 독보적인 캐릭터가 생겨서 좋습니다. 이런 별명이 있어서 오래 살아남은 것 같아요. 굳어진 이미지를 계속 가져갈 생각입니다.


Q. 김수현 아나운서와 이현경 아나운서는 좋아하는 별명이나 불리고 싶은 별명이 있나요?

이현경 : 저는 독특한 별명이 있는 수형이가 부러웠어요. e스포츠에서 살아남으려면 캐릭터가 중요한데 수형이만 가능한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 부럽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행갱'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어요. 다들 편하게 '행갱'이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부터 어른들이나 친구들이 저한테 '행갱'이라고 불러줬어요. 그래서 게임 아이디도 '행갱'이라고 지었어요.

김수현 : 저는 캐릭터가 뚜렷하게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편한 누나 이미지가 좋아요. 게임 좋아하는 누나. 카트라이더 리그를 한창 할 땐, '카잘알' 혹은 '차누나'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전수형 : 언니. 지금은 서든어택을 하고 있으니까 '총누나' 어때요?

이현경 : '총누나' 좋다. '차누나'에서 '총누나'로!

김수현 : 이상해... 진짜 괜찮다고 생각해? 너무 세다.


Q. (전수형에게) 오랫동안 피파 온라인3의 마스코트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피파 온라인3 말고 다른 리그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전수형 : 수현 언니와 현경이는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e스포츠에서 다양한 종목을 하고 싶어 하지만, 저는 게임을 잘 못 하고 많이 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피파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도 급급한 것 같아요. 사실 피파 리그에 적응하는 것도 오래 걸렸어요. 저는 아직은 '피파 고모'로 오래 남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도 좋은 기회가 온다면 도전을 마다하지는 않겠습니다.





Q. (이현경에게) 이현경 아나운서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롤챔스가 끝나고 SSL에 복귀하기 전까지 약간의 공백기를 가지셨는데, 공백기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현경 : 한 달 정도 공백기가 있었는데, 여행을 다녀왔어요. 작년 롤챔스 서머 때는 SSL과 병행하면서 쉬지 않고 달렸거든요. 올해 롤챔스 스프링에서도 주 5일 이상 방송을 해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었어요. 공백기 동안 재충전을 많이 했습니다.


Q. (이현경에게) 오랜만에 SSL로 다시 돌아오게 됐는데,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아요.

이현경 : SSL은 첫 시즌부터 제가 맡아서 하기도 했고, 워낙 오래 해서 애착이 있었어요. 사실 방송이라는 것이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방송을 만드는 분들의 생각이 모여서 복귀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그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복귀했습니다.

복귀 방송을 보고 사람들이 저에게 쉬는 동안 왜 이렇게 밝아졌냐고 묻더라고요. 사실 오랜만에 스타2 팬들 앞에 선다고 생각하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수현 언니가 워낙 시즌1을 잘 다져놓기도 했고요. 궁극적인 감정은 정말 긍정적이었어요. 스타2 선수들을 보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경기장에서 만나니까 너무 반갑더라고요.


Q. (이현경에게) 방송에서 대본을 한 번에 외워서 리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별한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수형 : 현경이가 이과 출신이라서 암기력이 좋은 것 같아요.

이현경 : 반대 아닌가? 문과가 더 좋지 않나요(웃음). 아무튼, 기억력은 좋은 편이에요. 쓸데없는 것까지 오래 기억해서 안 좋을 때도 있어요. 대본의 경우에는 통째로 외우지는 않고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미지를 그리면서 포인트 별로 외운다고 할까요? 사실 방송국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대본을 외울 시간은 많아요. 섬이잖아요. 구석에서 대본을 보고 있으면, 대현 오빠가 "너 거기서 혼자 뭐하냐"라고 해요.





Q. (이현경에게) 롤챔스, SSL, KDL 등 담당했던 리그에서 높은 수준의 인터뷰 질문으로 e스포츠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준비는 어떻게 하시나요?

이현경 : 경기를 많이 챙겨 보면 선수들의 최근 기량이나 역사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인터뷰를 하거나 대본 리딩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선수와 마주 보고 인터뷰할 때, 선수의 기세나 경기 내용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뉘앙스가 중요해요. 그래야 선수와 편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경기 내적인 부분을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 중계를 꼼꼼하게 듣고 있습니다. 중계를 들으면서 중요한 포인트를 캐치하면 적절한 질문을 만들 수 있어요.


Q. (이현경에게) '쏠전'과 '입롤의 신' MC에 이어서 최근에는 '레이디스 배틀' 캐스터로 LoL 방송에서 열띤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LoL과는 많이 친해지셨나요?

이현경 : LoL을 처음 접한 것은 2년 전 'KeSPA 컵' 때부터였어요. 그 뒤로 점점 깊이 있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평소에 집에서도 LoL을 많이 즐겨요. 잘 못 하지만 공격적인 스타일이라서 딜러를 많이 합니다(웃음). '쏠전'이 끝나고 라이엇 관계자분들이 '입롤의 신'에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저에게 MC 제안을 해주셨어요. 좋은 기회가 주어져서 열심히 했습니다. '입롤의 신'은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영상이 올라와서 주변 사람들도 많이 알아보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은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신선한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김수현에게) 김수현 아나운서에게 질문 드릴게요. 카트라이더 리그 이후에 서든 어택 챔피언스 리그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김수현 아나운서에게 서든 어택 리그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수현 : 서든 어택 리그는 제가 스포TV 면접 때부터 하고 싶다고 말했던 리그라서 합류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서든 어택을 오랫동안 즐기기도 했고, 소장 계급에 달성할 정도로 잘해서 특별히 애착이 많이 가는 리그입니다.


Q. (김수현에게) 2017 SSL 프리미어 시즌1에서도 멋진 활약을 보여주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하셨는습니다.

김수현 : 현경이가 그동안 SSL에서 쌓아온 것이 많기 때문에, 제가 많이 부족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스타2 팬들이 현경이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낄 것 같아서 부담감이 있었어요.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현경이한테 다시 SSL이 넘어간다고 들었을 때, 아쉽지만 홀가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현경 : 제가 시즌2에 복귀했을 때, 사람들이 수현 언니만 찾던데요? 남자들이란(웃음). 잘 하셨으면서 너무 겸손하신 것 같아요.

전수형 : 언니는 충분히 잘 하면서 자책을 많이 해요.





Q. (김수현에게) 과거의 인터뷰에서 강한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이 어려워한다는 고민을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김수현 : 여전히 고민이에요. 사람의 인상이 쉽게 변하지 않잖아요.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이지만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을 통해서 편안한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저는 방송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 많아서 저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 어려워요. 선수들도 인터뷰할 때 제가 무서운지 조금씩 저에게서 멀어지더라고요(웃음). 선수와 팬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 싶어요.

이현경 : 언니는 예능 방송을 하면서 실제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요.


Q. (김수현에게) 현재 e스포츠뿐만 아니라 뷰티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e스포츠와 다른 방송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수현 : e스포츠는 '방송'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매일 '축제'를 치르는 기분이에요. 항상 관객이 있잖아요. 흥겨운 분위기와 열띤 현장감을 항상 느낍니다. 그래서 그에 걸맞은 준비와 전문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진지한 분위기를 바꿔서 이번에는 가벼운 질문드릴게요. 세 명 중에서 가장 게임 센스가 없는 사람은 누군가요?

전수형 : 자진할게요. 접니다(웃음). '그라운드의 여신'에서 게임을 정말 못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100% 저의 본 모습입니다.

이현경 : 동의합니다.

김수현 : 저도 수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릴 적부터 남동생이랑 PC방에서 새벽까지 게임을 많이 해서 어느 정도는 합니다(웃음).


Q. 각자 생각하는 방송과 실제 모습이 가장 다른 사람은 누군가요?

전수형 : 현경이에요. 방송에서는 정숙하고 청순한데, 방 탈출 게임을 하러 가면 완전히 돌변해요. 현경이의 그런 끼를 누가 방송에서 끌어내 줬으면 좋겠어요.

이현경 : 대학교 축제 때, 친구들이 나가서 놀자고 하면 "나가기 귀찮아. 집에 있을래"라고 말하면서 막상 나가서 놀면 가장 신나는 스타일이었어요.

김수현 : 현경이가 실제로 만나보면 흥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수형이도 방송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달라요. 셋이 있으면 애교를 정말 많이 부립니다.

전수형 : 언니도 실제로 보면 애교가 정말 많아요. 세 명 모두 방송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달라요.





Q. 다시 진지한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제 곧 30대를 앞두고 계신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현경 : 저는 요즘 30대를 앞두고 자아 성찰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가 두렵기도 해요. 30대를 앞두고 20대 초반과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없는 저의 모습에 가끔 혼란스럽기도 해요. 10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 버렸는데, 30대는 더 빠르겠죠. 스스로에 대해서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했던 때가 있었나 싶어요.

전수형 : 결혼, 재정, 직업 등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해요.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있지만, 위태로운 위치라고 할까요? 직업의 특성상 워낙 어린 친구들이 치고 올라오니까요. 스무 살이 됐을 때는 성인이 된다는 것에 마냥 기뻤는데. 30대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이현경 : 주변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의외로 좋다고 하더라고요. 내려놓고 한결 여유로워진다고 하던데. 언니, 먼저 겪어본 경험자로서 어때요?

김수현 : 나는 지금이 좋아. 저는 빨리 30대가 됐으면 했어요. 왜냐하면, 저의 20대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에요. 확실히 30대가 되니까 마음이 편해지긴 했어요. 포기할 것은 포기하게 됐고, 가질 것은 가졌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갖지 못했다면 내 것이 아니다'고 생각하니까 편하더라고요. 20대 때는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는데, 30대가 되니까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Q. 이제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됐네요. 여러분은 e스포츠 팬들의 기억 속에 어떤 아나운서로 남고 싶나요?

전수형 : 저는 '피파' 하면 전수형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얼굴이 언젠가는 생기겠지만, 피파 리그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로 남고 싶습니다. 요즘 '마무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요. 팬들에게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현경 : 굉장히 벅찬 질문이네요. 저는 다양한 종목에서 팬분들을 만났는데요. SSL에서 저를 봤던 분들이 저를 보기 위해서 롤챔스 현장에 오시기도 하고, 롤챔스에서 저를 봤던 분들이 반대로 SSL에 와주시기도 해요. 그만큼 정이 많이 쌓였어요. 아마 오래 기억되고 싶은 것은 모두의 바람일 것 같아요. 지금처럼 안 보면 보고 싶고 생각나는 편한 사람으로 e스포츠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김수현 : e스포츠 팬들과 열심히 소통하면서 그분들의 기억 속에 얇고 길게 남고 싶어요. e스포츠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저도 그런 선배님들을 본받아서 오랫동안 e스포츠에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이현경 : e스포츠 팬들이 주인 의식이 강해요.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 '우리' 사람이 될지 궁금해해요. 그렇게 '우리' 사람이 되면 정말 오랫동안 지켜봐 주시더라고요. 간혹 e스포츠를 떠나는 분들도 있는데, 팬들이 많이 아쉬워해요. 저희 세 명은 e스포츠에 발을 확실하게 들였기 때문에 떠나지 않을 테니 오랫동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오랜 시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이현경 : 저는 필요에 의해서 쓰이는 사람이에요. 오랫동안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e스포츠에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 느껴질 때, 자부심을 느끼고 일하는 것이 즐거워요. 그런 기분을 오래 느끼고 싶어요. 끝으로 여럿이서 같이 인터뷰한 것은 처음인데,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수현 :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선수들이 팬들의 반응을 많이 무서워 하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다들 악플에 상처를 많이 받아요.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국이지만, e스포츠 문화는 아직 강국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서로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경기장에서 보게 되면 전혀 무서운 사람이 아니니까 편하게 다가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수형 : 피파 온라인3 리그 애청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좋은 별명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도 리그가 계속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사진 : 석준규(Lass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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