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팀 살린 '슈퍼 플레이', 뼈아팠던 '실수'... 그룹 스테이지 명장면

기획기사 | 박범 기자 | 댓글: 29개 |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일정이 마무리됐다. 총 16개 팀 중에 8개 팀이 살아 남았고, 나머지 팀들은 슬픔 속에 발길을 돌렸다. 한국 LCK의 롱주 게이밍과 SKT T1, 삼성 갤럭시 모두 8강 진출에 성공했고, 중국 LPL의 RNG와 WE, EU LCS의 프나틱과 미스핏츠, NA LCS의 Cloud 9이 남은 자리를 채웠다.

8강이 시작하기 전에 그룹 스테이지를 복기해보자. 어느 팀이 어떤 경기에서 잘했고, 어느 경기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는지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가 될 것 같다.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명장면이 수도 없이 많았고, 그만큼 패배와 직결되는 아쉬웠던 장면도 많았다.


■ '명품' 한타

이번 롤드컵에서는 유독 그림같은 한타 장면이 자주 나왔다. '불타는 향로'를 필두로 한 한타 지향 조합이 탄력을 받으면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싶다. 아군 원거리 딜러는 지키고 상대 원거리 딜러는 물어뜯기 위한 CC 탱커 챔피언이 다수 등장하고, 그러면서 탱딜 밸런스가 잘 잡혀 저절로 한타 조합이 꾸려진다.

조합의 특징으로 한타가 후반으로 갈수록 자주 열리지만, 결국 한타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는 건 선수들의 판단력과 피지컬이다. 그게 점점 발전하다 보니 저절로 멋진 한타가 자주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잦았던 한타 중에도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타가 세 개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SKT T1이 지난 6일 EDG전에서 선보였던 '웜보콤보'가 있다. '울프' 이재완의 라칸을 시작으로 모두의 궁극기와 스킬이 아름답게 작렬하면서 글로벌 골드 1만 차이를 극복하게 만들어줬던 그 한타. '아이보이'의 자야가 궁극기로 반응했지만, 쏟아지는 CC를 모두 피할 순 없었다. SKT T1의 저력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던 그 장면을 다시 되새겨보자.



SKT T1의 한타 파괴력에 놀랐다면, 이제는 롱주 게이밍의 한타 집중력을 확인할 시간이다. 그들은 지난 12일 진행됐던 기가바이트 마린즈와의 2차전에서 상대의 공세가 크게 밀렸다. 기세를 탄 기가바이트 마린즈는 탑 라인 압박에 나섰고, 롱주 게이밍은 이를 막아야 했다. 그리고 여기서 롱주 게이밍의 집중력이 빛났다. '커즈' 문우찬 그라가스의 궁극기로 상대 진형을 무너뜨린 롱주 게이밍. 그들은 상대 질리언의 궁극기 효과가 끝날 때까지 때를 기다렸다. 이후, 롱주 게이밍은 날카롭게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고, 기가바이트 마린즈는 전멸했다.



위의 두 팀이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는 강력한 한 방으로 선사했다면, 이번에는 승기를 굳히려는 팀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알아보자. 중국 LPL의 RNG가 삼성 갤럭시를 상대로 거둔 두 번째 한타 대승 장면이다. 미드 2차 타워 근처에서 분위기를 살피던 RNG는 'Mlxg' 자르반 4세의 이니시에이팅에 '렛미' 갈리오의 궁극기를 연계하면서 상대를 한 곳에 가뒀다. 그리고 이어진 '샤오후'의 신드라와 '우지' 트리스타나의 폭발적인 대미지. 삼성 갤럭시는 네 명을 거의 동시에 잃었고, 넥서스까지 내주고 말았다.




■ 선수 개개인의 슈퍼 플레이

위에서 팀적인 시너지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각 팀 소속 선수 개개인이 선보였던 슈퍼 플레이를 소개하겠다. 팀 단위 경기에 나서기에 개인의 피지컬보다는 팀적인 시너지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판단의 기준이 대부분의 경우에 옳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피지컬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밑에서 소개할 장면들은 경기 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

이번에도 16강 탈락의 쓴 맛을 보긴 했지만, 예전보다는 나았던 TSM. 그중에서도 탑 라이너 '하운처'가 빛났다. 그는 플래쉬 울브즈와의 대결에서 나르의 궁극기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상대 타릭의 궁극기 '무적 효과'가 풀린 직후에 작렬해 더 멋있었고, 파괴적이었다.



삼성 갤럭시가 페네르바체전에서 고전했을 당시, 승부를 결정지었던 건 '코어장전' 조용인의 룰루였다. 당시 삼성 갤럭시는 '프로즌' 김태일 에코의 날렵한 움직임에 힘겨워했다. 팽팽한 가운데, 바론 둥지 근처에서 싸움이 열렸고 '프로즌'의 에코가 '룰러' 박재혁의 트리스타나 쪽으로 뛰어들었다. CC 연계에 걸릴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 여기서 '코어장전'의 룰루는 '프로즌'의 에코에게 W스킬 '변덕쟁이'를 활용해 에코의 스킬 콤보를 막았다. 이 한 방으로 삼성 갤럭시는 경기에서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이번 대회 기세가 정말 무서운 RNG의 정글러 'Mlxg'도 명장면을 연출했다. 삼성 갤럭시와의 2차전에서 승기를 굳힌 채 넥서스로 진격했던 RNG. 아직 'Mlxg'는 킬 포인트에 목말랐던 모양이다. 그는 리 신의 전매특허인 '삼각 킥'을 작렬, 현장은 환호성으로 뒤덮었다. 최근 리 신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추세 속에서 빛났던 그의 놀라운 피지컬을 감상해보자.



슈퍼 플레이를 논할 때 이 선수의 플레이가 안 들어갈 리 없다. 바로 '페이커' 이상혁이다. 그는 EDG와의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에서 한타를 파괴하는 충격적인 '충격파'를 선사하면서 팀의 역전승에 힘을 제대로 보탰다. '페이커'의 오리아나는 긴박한 한타 장면에서도 최대한 궁극기를 아끼다가 상대 원거리 딜러와 미드 라이너가 순간적으로 한 장소에 뭉쳐 있는 타이밍에 기가 막힌 '충격파'로 한타를 지배했다. 해줄 때 기가 막히게 뭔가를 해주는 '페이커'는 역시 누가 뭐래도 슈퍼스타다.



그동안 팀을 위한 헌신적인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던 '프레이' 김종인 역시 이번 롤드컵에서 날아다니고 있다. 그는 팀적인 호흡과 더불어 원거리 딜러가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슈퍼 플레이까지 곧잘 해내고 있다. 그게 가장 돋보였던 경기는 임모탈스전이었다. 바루스를 선택했던 '프레이'는 마치 탱커 챔피언인 것처럼 최전방에 서서 상대 챔피언에 화살을 마구 꽂아 넣었다. 그가 이 경기에서 플레이했던 챔피언이 생존기가 부실하다 못해 존재하지도 않는 바루스였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영상을 지켜보자.




# 패배를 부른 '앞 점멸'

지금까지 팀적인 움직임과 선수 개개인의 멋진 플레이로 눈을 정화했다면 이제부터는 아쉬웠던, 아니 어찌 보면 뼈아팠던 실수 장면을 떠올려보자. 벌써 정말 많은 장면들이 기억날 것이다. 그중에서도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장면은 원거리 딜러들의 무리한 '앞 점멸'이다.

프나틱의 원거리 딜러 '레클레스'는 임모탈스와의 대결에서 트위치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럼에도 양 팀은 50분 가까이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6킬 0데스 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던 '레클레스'는 경기를 마무리할 한 방에 대해 생각했고, 그 해결책으로 살짝 앞에 나와있던 '포벨터'의 탈리야를 끊는 걸 떠올렸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실책이었다. '앞 점멸'까지 하면서 상대를 따라갔던 '레클레스'의 트위치는 상대의 빠른 합류에 어이없게 쓰러졌고, 그대로 경기는 임모탈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나마 프나틱은 '레클레스'의 실수에도 전열을 가다듬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EDG는 비슷한 실수에 상위 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아이보이'는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 2주 차의 기적을 이끄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SKT T1과의 대결에서 뼈아픈 실수를 범했다. 포위당한 상황에서 후퇴보다는 '앞 점멸'을 선택했던 것. 이 선택이 그나마 나은 것이었는지 혹은 최악의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하지만 중요했던 건 그 플레이 이후, EDG는 급속도로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 판단 미스가 부른 참사

위에서 소개했던 '앞 점멸' 실수도 선수 개인의 판단 미스였지만, 지금부터 소개할 두 개의 장면은 눈에 잘 띄진 않지만, 그렇다고 묻히기엔 또 너무나도 눈에 띄었던 실수에 관한 것이다.

Cloud 9의 서포터 '스무디'는 SKT T1과의 대결에서 '페이커'의 피즈가 활약하기 시작하자 많이 초조했던 모양이다. 바론 지역 한타에서 '옌슨'의 신드라가 피즈의 궁극기에 적중당하자, 그는 부랴부랴 '점멸+궁극기'를 작렬했다. 아마 피즈의 진입을 막아보겠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론 최악의 수였다. 잔나의 궁극기는 한타에서 '광역 회복' 능력을 십분 활용해야 하는데 저 장면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한타 유지력에서 크게 밀려버린 Cloud 9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Cloud 9이 이길 수 있었던 한타였다.



한타에서의 순간적인 판단 미스는 유독 NA LCS 팀들 사이에서 자주 나왔다. 이번 주인공은 임모탈스의 원거리 딜러 '코디 선'의 트리스타나다. 그는 프나틱과의 대결에서 궁극기 실수로 팀원까지 죽음으로 이끌었고, 경기 패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봇 라인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임모탈스가 후퇴하는 그림. 여기서 '코디 선'의 트리스타나는 상대 카시오페아를 때리다가 갑자기 '앞 점멸'로 뛰어든 다음, 궁극기로 카시오페아를 '엑스미디'의 이즈리얼에게 밀어버렸다. 살아갈 수 있었던 이즈리얼은 갑자기 눈 앞으로 날아온 상대 카시오페아에 크게 당황했고, 곧바로 쓰러졌다.




# 공기~ 팡!

오리아나를 활용하는 유저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한타 구도에서의 '충격파' 활용이다. 위에서 '페이커'의 오리아나가 그랬던 것처럼 오리아나의 '충격파'는 그 활용도에 따라 한타를 지배할 수 있는 스킬이다. 하지만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옵티머스'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중요한 한타마다 연이은 '공기팡'으로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8강 진출을 좌절시켰다. 궁극기라는 스킬이 빗나갔을 때 이어지는 악영향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문제는 저게 연속된 '공기팡'의 시작이었다는 점이다.




# 우리 정글 뭐하나...

이번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유독 중국 LPL 소속 정글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RNG의 'Mlxg'도 그랬고, WE의 '콘디'도 잘했다. 그리고 EDG의 '클리어러브' 역시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해보였다.

그럼 반대편에는 누가 서 있을까.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TSM의 정글러 '스벤스케런'이다. 그는 TSM에 엄청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북미 팬들 사이에서도 혹평을 듣고 있다. 오죽하면 북미 팬들이 그를 두고 '걸어다니는 와드'라는 표현을 썼을까. 20여분 가까이 KDA가 0/0/0인 경기가 수두룩할 정도로 무심했던 그의 플레이는 '하운처'와 '비역슨', '더블리프트'에 악영향을 끼쳤다. 하는 게 없는 정글러를 둔 라이너들은 불안감에 스스로 발을 묶을 수밖에 없었다.



▲ 이런 경기가 수도 없이 많았다.



# 번외

기가바이트 마린즈는 참 재미있는 팀이다. 기묘한 전략과 오묘한 챔피언 조합을 꺼내면서 롤드컵을 시청하는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와일드카드 팀 같지 않은 준수한 경기력을 자주 선보이면서 다시 한 번 기가바이트 마린즈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그들이 더욱 기억에 남을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깨알같은 개그 장면을 연출해줬기 때문. 그들은 임모탈스전에서 패색이 짙어진 가운데, 마지막 한타를 열었다. 그리고 여기서 대패하면서 우물까지 후퇴했다. 이때, '옵티머스'의 라이즈가 실수인지 장난인지 모를 재미난 플레이를 선보였다. '노웨이'의 코그모가 우물로 후퇴하려고 할 때, 그는 궁극기를 시전해서 코그모를 다시 적진으로 보내버렸다. 이를 본 중계진들과 팬들 모두 크게 웃고 말았다.




사진 및 영상 출처 : LoL Esports 유투브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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