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7 LoL 월드 챔피언십 조별리그 라인별 '베스트 5'

기획기사 | 심영보 기자 | 댓글: 52개 |
2017 롤드컵 조별리그가 끝이 났다. 한국의 강세가 여전히 이어졌고, 홈 이점을 얻은 중국도 힘을 과시했다. 포기하지 않았던 유럽도 힘겹게 두 팀이 8강에 오르며 저력을 발휘했다. 북미는 아쉬웠지만, 영원한 최후의 보루 C9이 자존심을 지켜줬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지만, 그 속에서도 선수들의 플레이는 꽃처럼 만개했다. 이번 조별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을 꼽아보려 한다. 라인별로 베스트 선수를 선정했다. 사람마다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노력했다.


■ 탑 - 롱주 게이밍 '칸' 김동하




이번 롤드컵 탑 메타는 재미가 없다는 평이 많았다. 대부분 탱커와 탱커가 맞붙는 매치업들이었고, 당연히 탑 라이너들이 눈에 띌 만한 존재감을 과시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칸'은 달랐고 또 앞서있었다. 이번 롤드컵에서 탱커를 단 한 번도 고르지 않은 유일한 선수다. 5번 경기에 출전했는데, 자르반을 3번 골랐고 제이스와 나서스를 각각 한 번씩 선택했다. 제이스는 딜러에 가까운 챔피언이고, 자르반과 나서스는 현재 메타에서 브루저로 사용된다.


'칸'은 선택했던 챔피언들의 특성을 그대로 살렸는데, 롤드컵에 출전한 모든 탑 라이너 중에 압도적인 솔로킬 수를 보여줬다. 메타의 영향 때문에, 이번 롤드컵에서 탑 라이너들의 경기 당 솔로 킬 수는 0.2개를 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칸'은 경기 당 0.6개의 솔로 킬을 보여주며 이 부분에 압도적이다. 솔로 킬을 많이 따냈다는 것은 그만큼 '칸'의 라인 지배력이 뛰어났다는 이야기다.

공격적인 챔피언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가 아니냐고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롤드컵에 출전한 수많은 탑 라이너들은 공격적인 챔피언을 꺼내서 '칸'처럼 플레이하지 않았을까? 쉬운 일이었다면 모두가 '칸'을 따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칸'은 단순히 솔로 킬만 잘 따는 선수가 아니었다. 한타에서도 압도적이었다. 경기당 평균 3개의 한타 킬과 6.6개의 어시스트를 보여주며 두 부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종합적으로 이번 조별리그에서 '칸'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탑 라이너를 찾기 어렵다.


■ 정글 - WE '콘디'




지난해에는 정글 포지션의 조별리그 베스트 선수를 뽑는 게 가장 쉬웠다. '피넛' 한왕호라는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올해는 여러 선수가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다. 정글이 캐리하기 어려운 탱커 메타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

롱주의 신인 '커즈', 이제는 세계적으로도 얼굴이 알려진 RNG의 'Mlxg'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팀 승리에 가장 주요한 역할을 했던 선수를 뽑으라면 WE '콘디'다. WE가 조별리그 성적을 5승 1패로 마무리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번 롤드컵을 통해, 피지컬과 판단(운영)이 모두 좋은 정글러임을 입증했다. 그동안 중국 정글러들은 꼭 둘 중 하나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그는 달랐다. 올해 스프링, 육식 정글러들이 판을 치던 메타에서는 굉장히 공격적인 플레이로 팀을 이끌었고, 현재 탱커 메타에서는 운영과 한타에서 자신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경기는 2주 차 TSM과의 대결이었다. WE는 라인전 압박 전략으로 TSM의 숨통을 조였다. 이때 '콘디'는 '스벤스케런'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꼼꼼하게 시야를 장악하며 아군 라인을 지원했다. 과감한 이니시에이팅이 필요한 중반부터는 주요 순간마다 세주아니로 궁극기를 사용하며 다이브를 성공했다.

WE 운영의 핵심을 짚는 선수는 항상 '콘디'였고, 한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는 어김없이 깔끔한 이니시에이팅을 열어줬다. WE의 에이스는 '미스틱' 진성준이나 '시예'일지도 모르지만, 리더는 '콘디'다.


■ 미드 - SKT T1 '페이커' 이상혁




6경기 전승을 기록한 'BDD'나 중국의 강세를 이끈 '샤오후'와 '시예'가 1위에 올라도 이상할 것은 없다. 여러 지표도 이들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특히, 'BDD'는 16.5라는 KDA를 기록하며 롤드컵에 처음 나오는 선수가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대단했다.

그러나 조별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미드 라이너는 '페이커'였다. 팀을 위기 때마다 구하는 슈퍼 플레이를 수도 없이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SKT는 다수의 경기에서 초반 수세에 몰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페이커'가 주요 순간마다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며 시간을 벌었던 데 있다.

▲ 오리나아 궁극기 대박은 영상보다 훨씬 많았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도 오리아나, 피즈, 카시오페아, 카사딘까지 6경기 동안 4개의 챔피언을 보여주며 다양성을 과시했는데, 이 모든 챔피언으로 매 경기 슈퍼 플레이를 보여줬다. 놀라운 일이다. 1패를 했던 카사딘조차도 세주아니에 솔로 킬 압박을 주는 등 단연 인상적이었다. '페이커'는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였다.

팀에 끼치는 영향력도 압도적이었다. 91%의 킬 관여율을 보여주며 이 부분에서 1위에 올랐다. 대부분의 미드 라이너들이 70%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였다. 다른 미드 라이너가 SKT에 있었다면, SKT가 조별리그를 5승 1패로 마무리했을 거라 상상하기 쉽지 않다.


■ 원거리 딜러 - 롱주 게이밍 '프레이' 김종인




'우지'가 이 순위를 보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NBA 스타 레이 알렌이 42득점과 연장전에서 버저비터를 쏘고 피닉스를 무너트리던 날, 코비 브라이언트가 다른 경기장에서 81점이라는 역사적인 점수를 꽂아 넣으며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을까.




'프레이' 김종인은 '우지'의 대단했던 조별리그 퍼포먼스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진기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76, 791. '프레이'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임모탈스와의 대결에서 뽑아낸 딜량이다. 분당 1506의 딜량이었는데, 이는 라이엇이 롤드컵 딜량을 계산한 이래로 최고의 기록이었다.

'우지'와 '미스틱' 진성준도 조별리그에서 '프레이'의 못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경기당 평균 딜량, 킬, 어시스트, 첫 타워 파괴 횟수 등 정말 다양한 지표에서 '프레이-우지-미스틱'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우지'와 '미스틱'에게 아쉽게도 '프레이'의 기록 경신을 뛰어넘을 만한 무엇인가는 없었다.

또한, 롱주 게이밍은 조별리그 모든 팀 중에 유일하게 6전 전승을 기록한 팀이고, 그 기반에 '프레이'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서포터 - 불타는 향로

서포터는 정글러보다도 1위를 선별하기 쉽지 않았다. 잔나 아니면 룰루, '불타는 향로'에 특화된 서포터들만 나오는 탓에 차별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가 등장하기 힘들었다. 다양성을 말살해버리고 서포터를 쉴드 기계로 만들어버린 '불타는 향로'가 베스트 1이자, 워스트1이다.

서포터를 돋보이게 쓰레쉬나 자이라 같은 캐리형 서포터는 거의 멸종 됐다. 가끔 출전하기는 하지만, 라칸도 정석적인 향로 서포터보다 존재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울프'가 라칸을 사용해 기가 막힌 이니시에팅을 펼쳐 승리의 주역이 된 적이 한 번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경기들에서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던 SKT를 생각하면, 그 한 번으로 '울프'를 '고릴라-벤-밍' 위에 두는 것은 어렵다.

또 '고릴라-벤-밍'은 모든 지표에서 약간씩의 차이가 있을 뿐 거의 대동소이했고, 퍼포먼스에서도 뚜렷이 앞선 선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다른 서포터 챔피언보다도 '향로 서포터'가 좋은 선택이었고, '향로 서포터'를 사용했을 때 상위권 선수들 간의 차별점이 생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승부는 이들이 실제로 맞붙는 토너먼트에서 갈릴 것이다. 이때부터는 숨겨뒀던 조커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크다.


■ SUB - '소아즈'




2주 차에 프나틱이 보여준 드라마는 유럽 팬 전체를 놀라게 했다. 내리 4연패를 하고, 4연승을 하며 기적적인 8강 진출. 각본을 이렇게 썼으면 과하다고 비난을 받을 만한 정도였다. 드라마에 나온 주인공도 밉상으로 찍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건 드라마가 아니었다. 진짜 일어난 일이었고, 주인공은 팬들에게 영웅이 됐다. 프나틱의 모든 선수가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역시 '소아즈'가 으뜸이었다.


'소아즈'는 1주 차부터 4연패를 했던 2주 차 1경기까지 최하위 수준의 탑 라이너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3경기에서는 초가스와 나르를 사용해 탑 캐리를 보여줬다. 너무나 수동적인 챔피언인 마오카이를 버린 것이 주요했다. 자유분방한 '소아즈'의 플레이 스타일을 실현하기에는 초가스와 나르가 바람직했던 걸까.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던 초가스의 대활약은 기대 이상이었고, 승률 100%를 지킨 나르는 예상대로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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