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페이커'를 향한 수많은 위협, 그래서 더 빛난 '빛상혁'의 슈퍼 플레이

게임뉴스 | 신연재 기자 | 댓글: 68개 |
전쟁에서 장수(將帥)의 역할은 매우 크다. 엄청난 숫자의 병력을 지휘·통솔하고, 승리를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아군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전투 도중 장수가 사로잡히거나 죽는다면, 당연하게도 병사들은 혼란에 빠지거나 사기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곧 패배로 이어진다. 때문에 장수는 언제나 수많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다수 대 다수로 펼쳐지는 승부의 세계도 비슷하다. 승리의 주축인 에이스는 집중 견제의 대상이 된다. 축구를 예로 들자면,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공격수에게는 늘 상대팀 수비수가 여럿 따라붙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에서는 '페이커' 이상혁이 그 위치에 있다.




'페이커'는 LoL 프로씬에서 반박할 수 없는 최고의 선수다. 'LoL은 몰라도 '페이커'는 안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전 세계의 모든 LoL 관계자와 팬들은 항상 '페이커'와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열광한다. 이는 '페이커'가 속한 SKT T1을 상대하는 팀도 마찬가지다. SKT T1을 꺾기 위해선 1순위로 '페이커'가 활약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페이커'는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 정글러나 다른 라이너의 기습을 많이 당한다. 직접적인 갱킹 뿐만 아니라 미드 라인 주변의 시야를 장악하거나 그 주위를 맴돌며 '페이커'가 자유로운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경우도 다수다.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이 양상은 이어졌다. 하지만, '페이커'는 역시 '페이커'였다. 갱킹을 당한 상황에서 역으로 킬을 올리는 슈퍼 플레이를 펼치거나, 귀신같이 복구해 한타에서 폭발적인 대미지를 뿜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 팬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

그룹 스테이지 6경기 동안 숱한 명장면을 만들어낸 '페이커'이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SKT T1을 상대하는 팀이 어떤 식으로 '페이커'에게 압박을 넣었는지, 그리고 '페이커'는 그 압박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대표적인 두 개의 경기를 통해 한 번 되짚어봤다.


◆ vs C9 : '컨트랙츠'와 '임팩트'의 삼고초려(?)


9분 경, 킬 스코어는 0:0, 글로벌 골드 격차도 나지 않는 팽팽한 상황이었다. 이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C9의 정글러 '컨트랙츠'의 렉사이는 미드 기습을 택했다. 확정 CC가 있는 '옌슨'의 라이즈와 함께 폭딜로 단숨에 '페이커'의 카시오페아를 잡아내겠다는 설계였다.

하지만, 여기서 '페이커'의 슈퍼 플레이가 나왔다. '석화의 응시'로 진입하는 렉사이를 얼려 순간적으로 받는 대미지를 줄였고, '힐' 스펠만 사용하며 침착하게 타워 안쪽으로 들어갔다. 아껴뒀던 '점멸'로 렉사이의 '공허의 돌진'까지 깔끔하게 흘린 '페이커'는 역으로 '컨트랙츠'를 잡아내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지원 병력에 의해 '옌슨'마저 잡혔고, 미드 주변 시야를 빽빽하게 장악해둔 상태에서 시도한 갱킹이 일방적 손해만 안겼기에 C9이 받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 미드 주변을 감싸고 있는 세 개의 핑크 와드


둘로는 부족했다는 판단이었는지, 이번에는 '임팩트' 정언영의 노틸러스도 미드 전쟁에 합류했다. 점멸이 없는 '페이커'를 이번에는 무조건 잡아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라이즈, 노틸러스, 렉사이가 모든 스킬을 '페이커'에게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페이커'도 친구가 있었다. 빠르게 달려온 '피넛' 한왕호가 '컨트랙츠'를 마무리했고, C9의 회심의 3인 다이브는 1:1 킬 교환에 그쳤다.


마지막 장면은 조금 아쉬운 순간을 담았다. 17분 경, '임팩트'가 다시 한 번 '페이커'를 노렸다. '석화의 응시'가 기가 막히게 '임팩트'와 '옌슨' 모두에게 적중했고, '페이커'가 역으로 딜을 퍼부으면서 다시 한 번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는 듯 싶었다. '피넛'의 합류도 적절했다.

하지만, '피넛'의 깃창 점멸 콤보가 약간 짧아 '옌슨'을 띄우지 못했고, 정말 한끗 차이로 마무리에 실패했다. '페이커'의 앞 점멸도 아쉬운 판단이 됐고, 결국 '페이커'만 잡히고 말았다. C9은 세 번의 도전 끝에 일방적인 득점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 vs EDG : 상성의 불리함, 그리고 '클리어러브'의 미드 집중 케어

밴픽 전략의 핵심은 블루 팀의 첫 번째 픽과 레드 팀의 마지막 픽에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EDG전에서 레드 진영이었던 SKT T1의 마지막 선택은 오리아나였다. '스카웃' 이예찬의 루시안을 이미 확인한 후 뽑은 카드였기에 '페이커'는 경기 내에서 픽의 이유를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스카웃'이 상성의 우위를 잘 살려 시작부터 '페이커'를 몰아붙였고, CS 격차를 조금씩 벌렸다. '클리어러브'도 미드에 힘을 줬다. 빠른 3레벨 갱킹으로 선취점을 만들어낸 것. 스펠을 모두 소모한 데다가 라인 손해까지 입은 '페이커'는 미드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밖에 없었다.


'클리어러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첫 갱킹 이후 3분도 채 안 지난 시점에서 미드를 다시 한 번 두드렸다. 다행히 킬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체력이 크게 깎인 '페이커'는 강제로 귀환할 수밖에 없었고, '스카웃'이 다시 한발 앞서나갔다. CS 격차는 무려 20개 이상이었다.



▲ 블루 없는 오리아나...

다른 라인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EDG는 중국 특유의 빠른 템포로 스노우볼을 굴리기 시작했다. SKT T1의 일방적인 손해는 계속 누적됐고, 킬 포인트 없이 데스만 쌓여갔다. 햇바론까지 가져간 EDG는 1만 골드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CS를 만들어 먹는다고 소문난 '페이커'가 어느새 '스카웃'의 CS를 추월하긴 했지만, 0/4/0이라는 KDA 수치가 더 눈에 밟혔다.



▲ 함정은 오리아나의 CS. 어느새 상대를 추월했다


하지만, 이 꿋꿋한 성장은 결국 빛을 발했다. 이번 그룹 스테이지 최고의 한타로 꼽히는 그 명장면에서 '충격파'의 대미지는 전투 대승에 큰 힘을 보탰다. 물론 '울프' 이재완의 완벽한 이니시에이팅과 노데스로 성장한 '뱅' 배준식의 폭딜도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상대의 압박을 견디며 성장한 '페이커'의 한타력은 가장 큰 환호성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었다.

이제 SKT T1은 본선 토너먼트로 향한다. 네 번째 롤드컵 트로피를 향한 도전이다. 이번 여정은 꽤나 험난해 보인다. LPL 팀들이 그 어느 때보다 물오른 폼을 보여주고 있고, 이미 LCK 결승에서 SKT T1을 제압한 경험이 있는 롱주 게이밍 역시 그룹 스테이지에서 유일하게 전승을 기록하며 막강한 실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SKT T1에는 '페이커'가 존재한다. '페이커'는 언제나 큰 무대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여왔고,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두드릴수록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SKT T1의 가장 큰 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2017 롤드컵에서 '페이커'가 써내려갈 새로운 역사가 기대된다.

사진 및 영상 출처 : OGN 공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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