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리자드 시네마틱 영상의 산실, '스토리&프랜차이즈'

인터뷰 | 이현수 | 댓글: 55개 |
환호성이 난무하던 블리즈컨2017 오프닝 행사장에서 누군가 물이라도 끼얹은 듯 갑자기 모두 조용해 졌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격전의 아제로스’ 시네마틱 영상이 재생됐기 때문이다. 행사장의 모든 사람은 완전히 시네마틱 영상에 빠져 버렸다.

이처럼 대단한 몰입도를 자랑하는 블리자드의 시네마틱 영상은 어떻게 제작되는 것일까? 스토리&프랜차이즈 부문 선임 부사장 리디아 보테고니(Lydia Bottegoni)와 부사장 제프 쳄벌레인(Jeff Chamberlain)에게 물었다.



▲ 스토리&프랜차이즈 부문 선임 부사장 리디아 보테고니(Lydia Bottegoni, 左),
부사장 제프 쳄벌레인(Jeff Chamberlain, 右)


Q. 스토리&프랜차이즈, 뭔가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팀 명은 아니다. 무슨 일을 하는 팀인가.

리디아: 시네마틱 영상이나 트레일러 영상을 제작하고 관리하는 부서다. 또한, 게임에 대한 스토리적인 부분, 세계관을 관리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게임 내 요소가 아닌 요소로 게임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팀이다. 어제 오프닝에서 선보인 시네마틱 영상을 비롯해 인게임 컷신, 만화, 책 그리고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스테츄 등을 담당한다.

그리고 나는 그 팀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년 넘게 영화사에 몸을 담았고, 블리자드에 입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 팀을 회사 내부에서는 크리에이티브 혹은 스토리 팀이라고 부르고 있다.

제프: 1998년에 입사해서 쭉 근무를 해오고 있다. 시네마틱 영상과 관련한 업무를 보고 있다.


Q. 마이크 모하임CEO가 인터뷰에서 “와우 시네마틱 영상은 역대 최고였다”라는 발언을 했다.

리디아: 대표님이 칭찬해준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점점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하하하. 시네마틱 영상을 제작할 때 게임 개발팀과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시네마틱 영상의 스토리는 개발팀이 개발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시네마틱 팀에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이며, 아티스트들의 경우 15년 이상 게임을 즐겨온 사람들이 다수 있어 게임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이러한 열정 덕분에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오버워치 영상을 만드는 팀도 마찬가지고. 기대 역시 마찬가지로 점점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하하하.



Q. 와우 시네마틱 영상을 작업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에 두고 작업했는가.

제프: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대결에 중점을 뒀다. 기존 영상들은 이 요소를 심도 있게 다루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이 부분을 가장 부각했다.


Q. 시네마틱 영상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궁금하다.

제프: ‘라이터룸’에 다양한 사람이 모여 프랜차이즈별로 협업한다. 팀 내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어 점점 구체화하면서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작가들이 모여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최적의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많은 토론과 논의를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팀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몰입력 있는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리디아: TV 프로그램 제작 방식과 비슷하다. TV 프로그램은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작가가 모여서 업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제작한다. 반면 영화는 한 명의 작가가 모든 각본을 다 쓰고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 팀은 TV 프로그램 제작처럼 여러 명이 협업하는 형태다. 특히 게임 개발자들의 피드백이 많이 들어간다.


Q. 세계관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전달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리디아: 일단 게임 디자이너들이 항상 새로운 세계와 인물, 영웅을 만들어 주면 우리는 이를 활용해 새 콘텐츠를 창조한다. 놀이터 같은 다양한 소재를 제공해주는 게 매력적인 영상의 비결인 것 같다. 모든 것에 앞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 아닐까 한다. 사람들이 여기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Q. 세계관을 만드는 건 참 힘든 작업 같다.

제프: 블리자드에는 창의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 초반 세계관을 수립하는 데 있어 사내에서 피드백을 받고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러 피드백을 받고 있다. 물론 창의성을 요구하지 않는 직군의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받는데 어떨 때는 이들에게서 대단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사내 미션 중 하나인 ‘Every voice matters’는 아주 중요하다. 많은 피드백이 반영되는 기업 문화가 있다.

리디아: 우리의 게임은 세계관이 넓고 방대하며 대부분 오래된 게임들이다. 그래서 많은 시간에 걸쳐서 개발하고 있다. 게임이 진화하면서 스토리 라인도 진화하고 있으며 각 스토리 라인별로 얽히고설킨 게 재미있다. 다양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계속 개발해 나가고 있다.

Q. 오랜 기간 블리자드에 몸담았는데 입사 이래로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영상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제프: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다양한 이유로 다수의 매력적인 영상이 있는데, 그중에서 뽑으라면 오버워치 발표 영상을 뽑고 싶다. 새로운 게임의 전반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작업이 매력적이었다. 또 다른 영상은 리치왕의 분노 시네마틱 영상이다. 이전과 다른 형태를 처음 시도한 작업이어서 인상적이다.



Q. 시네마틱영상은 짧은 시간에 함축적인 메시지를 강렬하게 보낸다. 이렇게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작업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던가?

리디아: 내가 블리자드에 오게 된 계기 중 하나다. 방대한 콘텐츠를 짧고 간결하게 스토리로 표현하는 방법이라든지,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는 한편 재미도 있다.

제프: 몰입력이 높은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플레이어가 공감하고 몰입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Q. 블리자드 시네마틱 영상은 늘 호평이었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리디아: 우리는 독특하게 사내에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이 있다. 덕분에 굉장히 게임을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 이들은 게이머이자 사용자이기 때문에 더 헌신적이며 이해력이 높다. 조직 내에 이를 애니메이션 제작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는 점이 이유인 것 같다.


Q. 시네마틱 영상 제작자들도 게임 스토리에 관여하기도 하는가?

제프: 직접 관여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상이나 만화를 통해 개발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게임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과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미래 방향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다.


Q. 각 프랜차이즈 작품 별로 부각하고자 하는 특성들이 있을까?

리디아: 특별히 게임별로 지침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오버워치의 경우 미래 지향적으로 밝은, 희망적인 느낌이 풍기지만, 디아블로는 어두운 특징이 있다. 이러한 부분이 장르별로 구성하는데 영향을 끼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 줄거리 라인이다. 느낌은 다르지만, 프랜차이즈별로 특별한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Q. 창작자로서 작업 후 아쉬움을 느낄 텐데, 만약 고칠 수 있다면 어떻게 고치고 싶은가?

제프: 아티스트로서 항상 고뇌가 끊이지 않는다. 항상 프로젝트 완성까지 기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아쉬움이 남는다.

리디아: 기술은 항상 진화한다. 불과 몇 년 전 영상만 봐도 그 사이 많은 기술이 나왔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 폭발 등 지금은 쉽게 할 수 있는 표현을 예전에는 하지 못하기도 했다. 도구와 기술이 진화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라인하르트의 젊은 시절을 담은 시네마틱 영상]


Q. 매 확장팩마다 주인공 스테츄를 만들어왔는데, 이번 스테츄는 실바나스다. 실바나스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제프: 실바나스는 영상에서 보듯이 호드 진영에서 중요한 캐릭터다.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이기에 스테츄로 만들었다.


Q. 오버워치 상품은 많이 나온 것 같은데 다른 프랜차이즈는 신상품 나오는 기간이 긴 것 같다. 다른 제품을 만들 생각은 없는가.

리디아: 오버워치 상품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오버워치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게임이다 보니 시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구현하기 쉬운 점도 한몫하는 것 같기도 하다. 와우는 시각적으로 복잡한 것들이 있어서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Q. 한국에서 와우 시네마틱 영상의 반응이 좋다. 한국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리디아: 한국 커뮤니티 팬 여러분에게 감사한다. 블리자드 팬이 많은 걸로 알고 있고, 이번 와우 시네마틱 영상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블리즈컨2017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김지연, 양영석, 이현수, 장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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