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후타미 총괄 PD, "소드아트온라인을 게임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갈 것"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4개 |


▲ 후타미 요스케 반다이남코 PD

'소드아트 온라인'의 원작은 대중화된 VR 기기가 발매되기 전인 2001년에 연재된 웹소설이다. 미래의 VR 게임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력과 매력적인 스토리로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반다이남코의 후타미 요스케 총괄 프로듀서는 현재 '소드아트 온라인'을 바탕으로 하는 모든 게임에 관련해서 총괄하고 있으며, 최근 개봉한 극장판 '소드아트 온라인 오디널 스케일' 제작에 관여하기도 했다.

미래의 VR 게임과 근미래의 현실을 오가는 서사를 다룬 원작을 현재의 비디오 게임으로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가 처음에 봉착한 난관이었다. 그 후로도 원작 기반의 다양한 게임을 제작하고, 극장판 제작에 관여하면서 '소드아트 온라인'이 가진 매력과 담론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후타미 요스케 총괄 PD는 '소드아트 온라인의 소드아트 온라인이 현실이 되는 그 날까지 : 가상에서 현실로, 소설에서 게임으로의 이야기'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서 개발 과정 중 자신이 느낀 것과 경험, 그리고 주제와 과제에 대해서 이번 지스타 2017에서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다.



▲ 웹소설로 시작한 '소드아트 온라인'

후타미 PD는 강연에 앞서서 원작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짚고 넘어갔다. 원작은 게임과 깊은 연관이 있긴 하지만, 게임이 아닌 소설이었다. 이후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게임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단순히 원작을 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때로는 원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을 조명하면서 점차 '소드아트 온라인'의 세계관을 넓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시리즈가 진행됨에 따라 '소드아트 온라인' 시리즈에서 묘사하는 게임의 형태도 바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창작물인 '소드아트 온라인 오디널 스케일'에서 VR 게임을 소재로 하던 이전의 시리즈와 달리, 캐릭터들이 즐기는 게임은 AR 기반의 게임으로 설정되어있다. 이는 시대에 따른 기술의 변화와 게임에 대한 인식 차이들, 미래의 게임에 대한 이미지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 현재는 다양한 미디어 믹스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후타미 PD는 '소드아트 온라인'의 게임화는 애니메이션이 만들기 전에 이미 기획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후타미 PD는 자기 자신이 게이머였으며, 일본에서 출시된 온라인 MMORPG를 즐기기도 했기 때문에 소설 속 캐릭터들에게 공감을 갖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원작에서 묘사된 게임과 달리, 최초의 '소드아트 온라인' 게임을 싱글플레이 기반의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친구를 만들 수 있는가? 라는 점은 후타미 PD의 경험으로 볼 때 의문이었고, 또한 '소드아트 온라인' 원작의 스토리 라인에 유저가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이와 같이 기획을 했을 때 팬들이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서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팬들은 원작의 스토리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도를 이해해주었고,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답했다.

아울러 후타미 PD는 원작의 게임화를 진행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말했다. 특히 1부를 배경으로 하는 원작과 애니메이션, 게임은 동일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유저가 그 스토리를 체험해가는 방식은 다르다. 게임은 유저가 직접, 그 이야기에 상호작용하고 참여하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원작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을 제작할 때는 필연적으로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원작 팬들이 기대하는 점을 해치치 않으면서, 또를 전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드아트 온라인' 기반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의 경우, 프로듀서나 기획자가 제안이나 시나리오를 먼저 작성하고, 이를 원작가에게 시나리오를 확인 받는 과정을 거친다. 때로는 원작가가 아이디어를 내거나 제안을 하기도 하고, 이를 게임에 반영하거나 하는 과정을 거친다. '소드아트 온라인'의 원작가인 카와하라 레키의 경우, 이 과정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 원작가와의 토의는 원작의 요소를 살리기 위해 빠질 수 없는 과정이다

실제로 원작에서 설명하지 않았거나, 없던 내용을 게임에서 풀어갈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후타미 PD는 밝혔다. "원작에서 표현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게임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 카와하라 작가의 신념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상세한 설정 등은 원작과의 연결 고리를 제공한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 원작에 없는 것들이 등장하더라도 이미 사전에 어떤 연결점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팬들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드아트 온라인' 기반의 게임에는 실제로 아스나 등 원작의 메인 히로인 외에도 다양한 히로인이 등장한다. 이렇게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추가되는 것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후타미 PD는 토로했다. 아무리 협의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원작을 해칠 수 있는 여지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후타미 PD는 '소드아트 온라인'이 담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소드아트 온라인'의 주요 스토리라인은 주인공, 원작에서는 키리토가 히로인 아스나와 난관을 헤치고, 모험을 하는 것이다.

소설과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지만, 게임에서는 직접 유저가 개입을 하게 된다. 이는 곧 원작에서 그려지는 주인공과 여주인공의 관계에 유저가 끼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후타미 PD는 이런 것이 일부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원작을 좋아하는 팬에게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여겼다.

실제로 원작을 보면 주인공과 여주인공 간의 관계는 돈독하고, 원작 팬들은 대체로 그 둘이 서로 이어지는 것 외에 다른 관계가 있는 것을 원치 않는 경향이 커졌다. 그에 따라 이런 점을 건드리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하면서 원작과의 연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플레이어들이 소드아트 온라인의 메인 테마인 '여주인공을 구한다'는 것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유저들에게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이 키리토와 아스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유저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게 하기 위해서는 별개의 캐릭터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자기 스스로 잘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만약 자기가 키리토 대신에 다른 히로인, 혹은 또 다른 캐릭터들과 사이좋게 모험을 즐길 수 있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라는 멘트에서 알 수 있듯, 원작가인 카와하라 레키 또한 원작과 다른 시도를 하는 데에 적극적이었다. 그에 따라 '소드아트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비디오 게임에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유입될 수 있었다.

심지어 2월달에 출시 예정인 ‘소드아트 온라인 페이탈 불릿’에서는 키리토가 아닌 오리지널 캐릭터가 주인공이 될 예정이다. 그에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분신인 오리지널 캐릭터가 '소드아트 온라인'의 세계에서 캐릭터들과 더불어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상상했던 것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렇듯 다른 매체 기반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을 만들 때는 가공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원작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부분을 함부로 가공하게 되면, 원작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원작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 주제까지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원작을 바탕으로 게임화를 하는 데에 있어서 도전이기도 하지만, 기획자로서는 새롭게 원작을 이해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소드아트 온라인'을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다. '소드아트 온라인'의 세계관에는 현재까지도 완벽히 구현되지 못한 풀다이브형 VR인 너브기어, 어뮤스피어 뿐만 아니라 오그마라는 이름의 AR 기반의 새로운 기기까지 등장했다. 그 외에도 의료용 디바이스 등 게임 외적인 부분에도 폭넓게 사용되는 기기들이 묘사되어있다.



▲ '소드아트 온라인'의 세계관에는 게임용 VR 외에도 다양한 기기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은 '소드아트 온라인'이 미래의 모습을 그린 SF라는 점을 상기하게 해준다. 단순히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근미래에 구현될 수 있는 게임의 형태에 대해서 그려냈다는 것이다. 또한 캐릭터들이 게임을 즐기거나 의료용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그려내면서 미래에는 어떤 식으로 게임을 즐길 것이며, 다른 분야에서 VR이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던져주기도 한다.

'소드아트 온라인'의 세계관을 그려낸 작품 중 가장 최근의 이야기를 다룬 극장판 '소드아트 온라인 오디널 스케일'의 경우, AR을 기반으로 하는 MMORPG인 '오디널 스케일'이라는 게임을 소재로 했다. 그렇지만 기존에 없는 형태의 게임이었기 때문에, 이를 어떤 식으로 묘사하는가에 대해 많은 토론이 오갔다고 밝혔다.



▲ 세계관 속 AR 기기인 '오그마'의 설정,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구상했다

일례로 몬스터에게 발로 차이거나 할 때, 플레이어가 느끼는 통증과 촉감을 작품 내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지만 얼굴에만 착용하는 기기로 플레이어들이 그것을 느끼게 할 수 있겠는가? 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보조기기를 착용해서 그 느낌을 플레이어들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그 외에도 VR이나 AR 등, 아직까지 개발 중인 기술을 테마로 한 것들을 영상화하는 작업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기존에 없던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으로 인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하나하나 다시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논의를 좀 더 확장해서 게임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미래의 게임 형태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 게임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해야 하는 일임을 후타미 PD는 강조했다

후타미 PD는 더 나아가 '소드아트 온라인'의 세계관은 이제 VR, AR뿐만 아니라 AI에 관해서도 조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만간 방영될 애니메이션 3기, 엘리시제이션 편에서 키리토는 일본의 군사용 AI 연구시설에 들어가게 됐으며, 그곳에 있는 AI 시뮬레이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게 될 AI의 정의는 탑 다운 방식과 바텀 업 방식 두 가지로 구성된다. 탑 다운 방식은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학습형 AI로, 반복적인 학습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서 지성을 구축해나가는
방식이다.




후타미 PD는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AI가 인간과 닮았지만, 실제로 대답하는 프로그램의 집합체가 아닐까, 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품에 등장하게 될 탑 다운 방식의 AI 중에는 감정 표현을 하는 AI들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지식의 축적을 통해서 상황을 매칭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지 감정을 실제로 느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고 밝혔다.

작품에서 묘사할 또 다른 방식인 바텀 업 방식은, 인간의 뇌 활동 그 자체를 인공장치로 재현해서 지성을 발생시키려는 형태다. 즉 기획자들이 생각하기에 인간 같은 레벨로 도달할 수 있을 정도의 AI인 셈이다. 이러한 AI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고, 미래에 이런 식으로 AI가 구현되리라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AI에 대해서 다양하게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팬들과 함께 그에 관한 담론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 기존에 없던 새로운 AI에 대한 상상이 녹아있다

2001년 연재가 시작됐을 무렵에는 대중화된 VR은 현재의 이야기가 아닌 미래의 기술이자 이야기였다. 그러던 VR과 AR은 점차 대중화가 되고, 소드아트 온라인에서 이전에 구현하고자 했던 모습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그에 따라 담론을 다른 분야로 확장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시도들이 때로는 허황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후타미 PD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설명했다. 소드아트 온라인을 게임화하기 전에는 VR, AR, AI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고 밝히면서, 이는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지만 소드아트 온라인을 게임화하고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가면서, 점차 VR, AR, AI 등 미래의 기술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 속에서 '소드아트 온라인' 세계관의 게임을 완벽히 구현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완전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실사화된 그래픽을 만들어내기 위한 VR 디스플레이와 콘솔의 성능, 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센서, 또한 그 모든 것에 전달되어야 하는 데이터의 양 등 당장 해결하기 벅찬 문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강연을 마무리 짓기에 앞서 후타미 PD는 비록 지금 당장 이를 실현할 수 없더라도, 팬들에게 VR, AR을 통해서 원작의 주인공들이 느꼈을 체험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소드아트 온라인'이 단순히 게임이나 소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미래의 기술에 대한 상상력의 원천 등 좀 더 깊은 의미로 팬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덧붙이면서 팬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소드아트 온라인'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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