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국의 망중립성 원칙 폐지, 게임에는 영향이 없을까?

기획기사 | 정필권 | 댓글: 74개 |



인터넷을 이용할 때 요금제에 따른 속도 차별이 있어야 하는가? 또는 수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헤비 유저, 기업들에 과징금을 부과해도 괜찮을까? 인터넷망을 사용할 때의 트래픽 유발과 이에 따른 부담 배분 문제는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의 보이스톡(m-VoIP) 문제, 삼성 스마트TV와 KT 사이의 인터넷 접속 제한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언급되었던 것이 '망중립성'이다. 이용자들이 통신망을 이용한 서비스를 사용할 때, 평등한 이용권을 보장하는 '망중립성'은 인터넷에 기반을 두는 수많은 업체와 서비스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이 '망중립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얼마전,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는 성명을 통해 '망중립성' 규제를 완화할 계획임을 알렸다. 이로써 인터넷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했던, 그리고 이를 인터넷 통신망 업체들이 따르도록 하던 가이드라인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며, 망중립성 논란은 인터넷과 관련된 산업 전반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망중립성이 뭔데?
지금의 인터넷 환경을 만든 기반이 되는 것




'망중립성(Net Neutrality)'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용자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 내용, 접속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속도 등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진다. 통신망을 도로와 같은 공공재적인 성격으로 보고, 이용의 평등함을 보장하는 개념이다. 미국에서는 통신망을 제공하는 AT&T, 버라이즌 같은 통신사업자들이 2015년 오바마 정부 시절 정립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이는 현재의 인터넷 구조에서는 매우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망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도 같은 조건에서의 통신망 사용을 보장한 망중립성이 있었기에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사업구조가 성립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업체들은 콘텐츠 제공자로서 시장의 크기를 키워나갔다. 즉, 이번 망중립성 원칙의 페지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재 인터넷 구조를 뒤흔드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의무를 지킬 이유가 없어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까? 구체적인 결과와 영향은 12월 14일로 예정된 표결에서 결정될 일이지만, 몇 가지를 가정해볼 수 있다. 부결된다면 평소와 같은 인터넷 환경이 유지될 것이고, 가결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과 접근 방법이 적용될 테니까. 갑작스러운 변화던,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던 간에 말이다.


망중립성이 사라지면 어떤 영향이?
작게는 요금제 변화, 크게는 통신사의 권한이 올라간다는 것.



▲ 로 칸나(Ro Khanna) 미국 하원의원은 망중립성 폐지에 따른 요금제 변화를 지적했다.

일반 이용자가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요금제의 변화' 부터 시작될 것이다. 의무가 사라졌으니, 돈을 내는 것에 따라 특정 사이트의 접속 속도를 올려주거나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요금과 속도의 변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접속을 유리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다. 이미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없는 포르투갈에서는 특정 서비스에 이점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표결이 통과될 경우, '넷플릭스',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 제공업체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FCC의 이번 조치에 페이스북과 넷플릭스가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통신사가 높은 트래픽을 사용하는 특정 콘텐츠 업체를 선별해서 추가적인 사용료와 빠른 속도를 제공하거나, 높은 망사용료를 요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된다면 인터넷 콘텐츠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반대로 망중립성 폐지 찬성 측에서는 통신망 무임승차를 문제삼는다. 1인당 소모하는 트래픽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막대한 네트워크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망중립성이 폐지되면 트래픽 과부하를 일으키는 업체로부터 추가적인 망사용료를 징수하고, 네트워크 설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통신설비 무임승차와 망중립성 사이에서 먼저 표적이 되는 것은 '넷플릭스', '유튜브', '트위치'와 같은 영상 스트리밍 업체들이다. 이용자들은 스트리밍 업체를 통해 하루에도 몇백, 몇천 MB의 사용량을 기록하며, 꾸준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유선·무선 데이터 사용량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후 등장할 사물인터넷, 초고화질 영상 등 신규 서비스들까지 생각한다면,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게임 업계에도 영향이 있을까?
게임 용량이 커지는 것을 보면, 없을 수는 없다.




망중립성으로 인한 변화가 단순히 스트리밍 업체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점.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콘텐츠 제공업자들에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한 일이다. 게임 업계 또한 망중립성을 기반으로 현재의 유통구조가 성립했음을 고려하면 더더욱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현재 게임 유통 구조를 생각해보면, 게임 업계도 망중립성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스팀, 오리진, 유플레이,GOG와 같은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 뿐만 아니라, PS4, Xbox,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콘솔 기기에서도 DL 구매, 온라인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 타이틀의 용량이 보통 30GB에서 많게는 100GB 정도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면, '과도한 통신망 트래픽 사용'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들의 트래픽 사용량, 업데이트에서의 트래픽 사용량까지 추가된다면 스트리밍 사이트에 못지않은 데이터를 사용하게 되니 말이다.



▲ '모던워페어 리마스터드'가 포함됐던 인피니트 워페어는 설치 용량만 130GB에 달했다.

최악의 상황으로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의 상황처럼, 패킷에 따라 요금을 차등 지불하거나, 특정 통신사를 사용해야만 스팀이나 오리진을 사용할 수도 있는 일이다. 서비스 업체가 지불하는 통신망 사용료 문제가 심화한다면, 온라인 게임은 별도의 패키지를 출시할 가능성도 있다. 망사용료를 고려하여, 게임들의 가격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어찌됐던, 망중립성 폐지로 말미암은 결과에서 게임 업계가 자유로울 수는 없다. PC와 모바일, 콘솔을 가릴 것 없이, 게임의 용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더 많은 트래픽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도 아래와 같은 사례들이 발생할 수 있다.

■ #사례1 - 스팀에서 패키지를 구입한 유저A

스팀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A는 망중립성이 폐지된 이후 게임의 다운로드 속도가 느려졌다.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10메가도 나오지 않는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기본 요금제로는 해외망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속도 제한이 걸리기 때문이다.

속도제한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스팀, Uplay 속도를 올려주는 월 1만 원 짜리 게이머 특화 부가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한다. 예전에는 30GB짜리면 10~20분에 다운로드가 완료되었을 텐데, 이제는 1시간이 넘게 걸릴 판국이다. 하도 답답해서 추가 요금을 내는 것을 고민 중이다.


■ #사례2 - 해외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B

멀티플레이기반 게임A를 열심히 즐기고 있는 유저B는 최근 들어 게임A에서 지연현상을 자주 겪는다. 핑이 눈에 띄게 나빠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게임A의 서비스사가 미국 통신사에 추가 트래픽 요금을 지불하지 않았나 싶다. 게임 플레이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속도와 반응이 느리다. 경쟁사인 B게임은 속도가 여전히 빠르다던데, 그 게임으로 넘어갈까 싶다. 이제 게임사도 통신사에 돈을 안 내면 제대로 서비스를 못하는 세상인가 보다.


■ #사례3 -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는 유저C

망중립성 폐지가 확정된 이후, 트위치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올해 7월에는 빨간 시위문구를 걸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지하는 데에는 실패했나 보다. 미국 통신사에서 접속 제한을 걸어버린 것 같다. 트래픽 부담을 줄인다고 화질도 낮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아마존이 트위치 사업을 축소할 것이라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도 속도가 느려졌다. 이제 어디서 게임 방송을 봐야 하는지 유저C는 고민에 빠졌다.



변화가 그렇게 갑자기 찾아올까?
그렇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

망중립성이 폐지된다면 콘텐츠 시장의 영향력도 통신사로 무게가 실리게 된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인터넷에 의존하여 성립된 지금의 유통 구조에서 통신의 권한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 그리고 통신사가 어떤 서비스에 우선권을 줄 것인지 자유로이 판단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갑작스러운 변화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망중립성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내에서는 많은 단체가 망중립성 보존을 위한 서명 운동을 시작했고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등은 성명서을 내며 망중립성 폐지 방침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비판자들이 많고, 이미 정액제로 인터넷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통신사에 최저한의 망사용료를 지급하다가, 망사용료 지급으로 추가적인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들이 질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IT 콘텐츠 기업들이겠으나, 요금제 세분화, 속도의 차별화 등 간접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리란 것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망중립성 폐지 방침으로 인터넷 콘텐츠 업계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불안한 미래가 확정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2월 14일로 예정된 표결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려우므로, 부정적인 미래 전망이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는 지금 시점에서 단언하기 어렵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2015년 미국에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고, 통신사업자의 주장처럼 통신망 확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FCC의 정책은 글로벌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FCC의 망중립성 폐지 논의를 주시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전 세계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는 12월 14일 인터넷 콘텐츠 산업의 방향성이 결정될 예정이다. 그것이 콘텐츠 업체에 부정적인 결과던, 지금과 비슷한 기조가 유지되든 간에 말이다.



▲ FCC가 던진 망중립성 논란은 오는 12월 14일 결정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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