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넥슨의 축제가 아닌, 유저의 축제가 되길" 네코제의 아버지를 만나다

인터뷰 | 이두현 | 댓글: 12개 |



처음 들어서는 고양이 축제를 떠올리는 네코제는 넥슨의 게임 콘텐츠 축제입니다. 넥슨(Nexon)과 콘텐츠(Contents)의 앞글자를 따 만든 이름이지요. 넥슨은 네코제를 통해 유저가 직접 IP를 가지고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듭니다. 또한, 작년부터는 '네코제의 밤'을 통해 눈과 귀가 즐거운 행사를 이어 나가죠. 유형의 굿즈와 무형의 문화가 한 곳에서 어울리는 행사, 바로 네코제입니다.

네 번의 네코제가 열리는 동안 규모도 점차 커졌습니다. 지난 2015년 넥슨 아레나에서 시작한 네코제는 이후 세종문화회관과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습니다. 참관객 규모도 처음엔 천여 명에서, 지난해엔 3만여 명이 네코제를 즐겼죠. 이제는 굳이 오프라인 행사가 아니더라도 굿즈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네코장'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자체 게임 IP로, 유저가 자발적으로 2차 콘텐츠를 준비해 이 정도 규모로 즐길 수 있는 축제, 넥슨의 네코제 외에는 떠올리기 힘듭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조정현 팀장은 네코제를 묵묵히 키워 온, 일명 '네코제의 아버지'입니다. 아직 네코제가 없던 시절, "이게 되겠어?"라는 의문이 가득했을 때 조정현 팀장은 설득과 노력을 통해 네코제의 씨앗을 성공적으로 키워냈습니다. 또한, 매회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매번 색다를 시도를 통해 더 발전하는 네코제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네코제 현장에서 본 조정현 팀장은 인터뷰 직전까지 현장 업무로 바빠 보였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 "오늘 드디어 앉아 보네요"라는 말을 꺼낸 조정현 팀장. 그와의 이야기를 통해 네코제의 또 다른 모습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넥슨 콘텐츠사업팀 조정현 팀장

'네코제의 아버지'를 만나 반갑습니다. 처음 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넥슨 콘텐츠사업팀에서 네코제와 같이 외부에 알려진 행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넥슨 IP 사업을 관할하고 있고, 제휴 사업이나 타 업체와의 협업 등을 맡고 있습니다. 물론, 넥슨의 각 게임 사업은 담당 팀에서 진행하는데, 저는 주로 일을 연결해주거나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유저분들이 많이 만났던 넥슨의 럭키팩, 굿즈 준비를 저희 콘텐츠사업팀에서 하고 있습니다.


네코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기반이 된 행사는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에요. 어떻게 보면 네코제의 전신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마비노기가 워낙 2차 콘텐츠를 준비하던 분들이 많았던 게임이었어요. 그래서 이분들을 한 자리에 모아 물건을 사거나 팔 수 있도록 장을 기획했었습니다.

그런데 소위 말해서 대박이 난 거예요. 행사장에 유저분들도 많이 와주시고 판매고도 엄청났습니다. 저희 넥슨도 깜짝 놀랐었죠. 이 좋은 행사를 마비노기 유저 뿐만 아니라, "넥슨 전체 게임 유저도 즐길 수 있도록 해보자!" 해서 시작된 게 네코제입니다.



▲ 2012년 마비노기 판타지 파티

시작부터 지금까지 네코제를 맡는 입장에서, 행사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소감이 있을 거 같아요. 첫 기획 때의 심정은 어땠나요?

우선, 잘돼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넥슨 아레나에서 첫 네코제를 기획했을 때도 반신반의했었어요. 우선 "네코제, 이게 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 티켓 판매 전날까지만 해도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잤습니다. 행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예산도 잘 받지 못했고, 대관도 할 수 없었으니까요. 시도하는 상황이어서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했었습니다.

제1회 네코제 티켓 판매를 하고서 놀랐던 건, 첫날인 토요일 오전 티켓이 3분 만에 매진됐던 거예요. 유저 굿즈 행사는 제품이 소진되면 더 공급이 안 되니, 매니아 분들은 가장 이른 시간을 먼저 선택해 오세요. 비록 수량은 적었지만, 반응을 보니 '이거 될 수도 있겠다?' 싶었죠.


처음에는 천여 명이 참가한 네코제가 지난해에는 관람객이 3만여 명까지 늘었습니다. 위상이 올라간 네코제를 보면서 소감이 남다를 거 같아요.

첫 네코제 때 어려웠던 건, 참여할 프로젝트를 찾기 어려웠어요. 내부 게임팀에 네코제에 참여해달라 요청하고 부스 좀 내달라... 이런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행사이니 게임 디렉터를 찾아가 PT를 하며 설명했었죠. 지금은 네코제에 참여하겠다는 게임이 많아 선택하는 입장입니다.(웃음)

반가운 것 중 하나는 게임 업계 밖으로도 인식이 좋아진 거예요. 두 번째 네코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했었는데요. 게임사가 직접 주도하는 게 아닌, 유저끼리 만나는 행사 대기줄이 한 바퀴 넘었던 게 외부적으로도 놀라웠나 봐요. 이후 네코제는 "우리랑 같이하자"는 관계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관계자들이 네코제 취지 자체를 좋아하는 게 느껴집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네코제 취지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ovation)'이라고 지칭하는데요. 유저 중심의 행사를 추구하고, 넥슨은 그저 지원하는 입장으로 네코제를 진행하다 보니, 좋은 시너지가 나는 거 같습니다.



▲ 유저와 유저가 만나는 공간, 네코제

올해 NDC 강연에서 네코제의 IP를 설명할 때, 핑크빈을 언급하셨어요. 게임 IP 사업을 진행했지만, 핑크빈은 알려지기 힘들었다고 하셨죠. 이번 네코제 이후로는 사람들이 핑크빈을 좀 알게 될까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웃음) 네코제와 같은 행사들이 규모가 커지고 아는 분들이 많아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게임=매니아 문화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습니다.

다만, 서브 컬처 문화가 방송과 같은 매스 미디어에서 자유롭게 다뤄지는 주제가 되다 보니 저변이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봐요. 네코제의 경우에도 아직 멀었지만, 젊은 층이나 서브 컬처에 익숙한 세대들은 네코제를 조금씩 인지하는 거 같습니다. 이제서야 네코제의 티켓팅, 장소, 규모를 준비할 때 규모가 보이는 단계 같아요.


네코제는 매번 장소가 주목받았던 거 같아요. 이번에는 DDP에서 개최하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장소는 네코제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네코제가 열리는 장소를 단순히 돈 주고 대관하는 개념으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네코제가 처음 열린 넥슨 아레나는 시작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열린 세종문화회관은 네코제의 문화적 대중성을 알리는 장소였고요. 지난해 진행했던 벡스코는 제대로 된 네코제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선정했습니다. 지스타 400 부스 규모를 모두 네코제로 채웠죠.

이번 네코제는 남다른 의미를 보여주고 싶어 DDP에서 개최했습니다. DDP는 디자인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장소인데요. 패션위크와 같이 디자인 행사가 열리는 장소에서 네코제가 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실, 네코제가 진행되는 DDP 크레아 관은 대관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닙니다. 이런 큰 규모의 행사는 네코제가 처음 진행되는 거죠. 게임 아트가 충분히 DDP에 어울린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제4회 네코제가 열린 DDP (이미지 출처: 서울디자인재단)

앞으로 네코제를 열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요?

한 번쯤은 종합운동장을 빌려 네코제를 개최하고 싶습니다. 네코제는 넥슨의 다양한 게임 IP가 한 데 모여 진행되는데요. 개별 게임팬을 다 만족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더 늘려야 하는데, 잘 준비한다면 규모감도 자연스레 따라올 거 같아요. 그렇게 된다면 종합운동장을 빌려 네코제를 진행하는 것도 불가능할 거 같진 않습니다.


지난해엔 '네코제의 밤'이 새롭게 추가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번 네코제에선 어떤 새로움을 볼 수 있을까요?

'원데이 클래스'를 신경 써 준비했습니다. 지금까지 네코제는 '와서 내놓은 걸 산다' 같이 수동적인 느낌이 조금 있었습니다. 이제 한 발짝 더 나아가, 굿즈 만드는 방법을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또는 제작 키트를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하고요.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할 수 있는 티켓을 따로 팔았는데, 한 시간 만에 매진됐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번 네코제에서 가장 의미 있는 콘텐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업계의 유명한 분들을 모아 강의를 여는 '네코랩' 역시 이번 네코제의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네코제에 오는 관람객 중에는 실력을 더 쌓아 업계로 진출하고 싶은 분들도 많으세요. 그분들이 실력을 한 층 쌓을 수 있는 특강도 이번 네코제에서 진행했습니다.

이외에도 두 배 커진 코스프레 규모와 '네코제의 밤'에 진행되는 음원 역시 많이 늘어났습니다. 참가 부스 역시 역대 최대고요.


이번 네코제에서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사실, 네코제는 저희가 금전적인 이익을 바라고 준비하는 행사가 아닙니다. 티켓을 판매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많은 혜택을 돌려드리죠. 그저 많은 유저분들이 네코제에 오셔서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네코제가 단순히 유저 초청 행사가 아니라 유저 중심의 행사라는 점이 더 알려지길 바랍니다.




앞으로 네코제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지 들려주세요.

아직도 네코제는 많이 매니악한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행사로 머무는 게 아니라, 게임을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가고 싶은 행사로 만들고 싶어요. 꼭 넥슨 게임 유저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네코제는 게임을 좋아하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 네코제에 물건을 내는 참가자를 보면 정말 열정으로 뭉치신 분들이 많으세요. 이런 분들이 재고 부담 없이, 근근이라도 생계에 도움이 되는 장이 되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주소복사

코멘트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