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고의 팀을 지원할 것" 투자와 채용, 슈퍼셀의 문은 열려있다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1개 |



지난 11월, 슈퍼셀은 한국 모바일 게임사에 대한 투자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발사에 대한 완벽한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말이다.

슈퍼셀은 작은 셀 단위의 팀으로 구성되어있다. 각각의 팀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며, 각자의 게임을 책임지고 개발한다. 슈퍼셀의 이번 투자 지원도 이 '셀' 철학을 확장해 투자받은 개발사가 독립적으로 원하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슈퍼셀은 이와같은 철학으로 이미 핀란드의 두 회사, 영국의 한 회사에 투자한 바 있다.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클래시 로얄 크라운 챔피언십 글로벌 파이널' 경기를 위해 방문한 코퍼 박스 아레나에서는 글로벌 진출 및 투자 담당자, 이지홍 님을 만나 슈퍼셀이 왜 한국 모바일 게임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투자 방식과 슈퍼셀이 가지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었다.



▲슈퍼셀 코리아 이지홍 글로벌 확장/투자 담당자

Q. 한국은 현재 대기업이 소규모로 투자하는 사례를 빼고는 투자 시장이 활기를 잃었다. 어떤 계기로 한국 개발사에 대한 투자의사를 밝혔는지 궁금하다.

배경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갑자기 한국에 대한 투자가 갑자기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슈퍼셀은 작년부터 개발팀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고, 이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었다. 핀란드 회사 2건과 영국 개발사 1건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슈퍼셀이 투자지원이 한국, 그리고 아시아 개발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더라. 그래서 좀 더 알리고자 발표한 것이다.

그러면 왜 한국이냐. 좋은 개발사가 한국에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많은 모바일 게임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부분 유료화 모델 자체도 한국에서 많이 발달했고. 그래서 한국 시장을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투자 지원을 위해 좋은 개발사를 찾고 있고, 또 지원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Q. 슈퍼셀이 생각하는 좋은 개발사란 무엇인가.

사실 ‘트랜드’는 바뀌기 마련이다. 하지만 슈퍼셀의 투자원칙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트랜드를 만들 수 있는 팀’을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트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모토가 있는 팀. 소위 ‘미투(Me too)’ 게임, 요즘 이런 게 뜨니까 비슷한 게임을 만들겠다고 접근하는 팀은 지양하고 있다. 도전적인 팀을 지원하고자 한다.


Q. 그럼 스타트업, 인디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건가?

그렇다. 개발사가 원하는 개발 방식이 있다면 그에 따른다. 지난 세 건의 개발사도 서로 성격이 다르다. 첫 번째 핀란드의 프로그마인드(Frogmind)는 설립된 지 오래된 회사인 반면, 또 다른 회사, 쉽야드(Shipyard)는 회사가 만들어지기 전, 정말 시드 단계에서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스페이스 에이프(Space Ape)는 규모가 있는 회사고, 보다 공격적으로 더 많은 부분을 투자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모바일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가 제일 잘 아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Q. 그럼 팀 말고도 개인 단위도 지원대상인지 궁금하다.

개인은 아니었지만 쉽야드처럼 팀을 만들기 전에 ‘이렇게 하고 싶은데, 지원해달라’고 제안해서 우리의 투자자금으로 회사를 만든 케이스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회사로 구성되어야 게임 개발과 투자가 가능한 만큼 회사라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


Q. 구체적인 투자모델은 어떤지 궁금하다.

재무적으로 투자해서 수익을 낸다는 접근은 아니다. 투자지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최고의 팀을 만들어서 그 팀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헬싱키에서 그런 인재를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고, 헬싱키, 그리고 슈퍼셀 밖의 인재들을 지원한다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다른 산업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투자로 보면 된다. 목표 수익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투자, 그리고 더 나아가 그 팀에 대한 투자다.



▲"최고의 팀을 찾아서 그들이 개발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

Q. 속물적으로 말해, 슈퍼셀에게 남는 게 무엇일까?

우리가 투자한 팀에게서 '클래시 로얄' 같은 게임이 나온다는 큰 이득이 있지 않은가.


Q. 그럼 궁극적으로는 그런 팀을 육성해서 함께 개발 협업을 한다는 것인가.

교류는 많이 하고 있다. 하나의 가족이 되는 방식 같다. 그쪽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우리도 우리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멀리 봐서는 개발 얼라이언스도 고려하고는 있지만, 가장 기본은 최고의 팀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완벽한 자율권을 주는 것이다.


Q. 교류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우리가 준비를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다. 매년 5월 헬싱키에서 진행하고 있는 '게임즈 퍼스트(Games First Helsinki)'라는 개발 행사가 있다. 이를 좀 더 확장해 내년 1월에는 런던에서 시도할 예정이다. 개발자들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교류의 장을 여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완벽한 자율권을 위해 관여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조금 리스크가 큰 것 아닌가?

사실, 우리 개발 방식도 리스크가 크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 때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리스크에 대해 감수해야 한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산업, 예를 들어 영화나, 게임이나. 성공한 사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에게나 힘들었던 시기가 있다. 그런 걸 보면 '리스크 없이 최고의 작품이 나올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리스크에 대해서는 감수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규모와 혜택은 어떨지 궁금하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고, 직접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고작 세 건 진행했고, 이제 시작단계니까. 최고의 팀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케이스든 열려있을 것이다. 투자 규모는 정해져 있지 않다.


Q. 혹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고려 중인 프로젝트 및 회사가 있나.

아직 없다. '슬러시(Slush)'라고, 핀란드에서 열리는 기술 스타트업 컨퍼런스가 있는데, 그때 만난 한국 팀들과 미팅을 진행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우리가 원하는 팀이 없으면 영원히 확정된 팀이 없을 수도 있다. 많으면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고. 슈퍼셀의 투자방식은 목표를 두고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다. 최고의 팀, 적절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에 맞춰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최고의 팀을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찾아 나서고,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슈퍼셀의 개발 문화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슈퍼셀은 그동안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기준에 못 미치는 게임은 출시하지 않았다. 투자에 대한 마인드도 이와 같다. 이게 우리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4개의 게임이 나오기까지 14개의 게임의 개발이 중지됐다. "충분히 훌륭하지 않기 때문에"

Q. 말한대로 슈퍼셀은 게임에 대한 기준이 높은 회사다. 이 기준은 투자사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이에 맞춰야 하나?

우리 회사가 아니니까 터치하지 않는다. 투자사의 프로젝트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Q. 슈퍼셀이 개발사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게임 개발하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개발하는 것, 그것을 꿈꿀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좋은 파트너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목표나 데드라인에 시달리지 않고 언제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진행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개발사에게 한마디 한다면?

글로벌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듣는다. 핀란드는 작은 나라다. 따라서 처음부터 규모를 글로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도 핀란드와 크게 차이가 없다.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한 시장을 바라보고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하고 말하고 싶다.

투자뿐만 아니라, 본사에서도 채용을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한국에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개발자가 많다. 슈퍼셀도 좋은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헬싱키의 문턱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헬싱키도 참 살기 좋다. 복지도 좋고, 안전하고, 업무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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