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제프 머셜 CEO "버추얼 원주민의 시대, VR에 대비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2개 |


▲ 'Ovation' 제프 머셜 CEO

금일(13일),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경기도 VRAR 컨퍼런스'가 판교 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컨퍼런스의 막을 여는 기조 강연은 HTC 바이브와 오큘러스 리프트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VR 기반 스피치 솔루션을 개발 중인 '오베이션(Ovation)'의 제프 머셜(Jeff Marshall) CEO가 맡았다.

이날 'VR 기술로 변화될 삶, 2018년을 전망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제프 머셜 대표는 지금 VR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그저 지켜보며 기다릴 것인지, 한발 먼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며, 미국의 비디오 대여점 체인 업계의 큰손이었던 '블록버스터(Blockbuster)'와 작은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넷플릭스(Netflix)'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블록버스터'는 비디오, DVD를 대여해주고 연체료 수익을 올리는 형태의 비디오 대여업을 통해 미국의 300개 대기업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블록버스터의 뒤에는 당연히 수많은 작은 비디오 대여 업체들의 도전이 뒤따랐는데, 그중 하나였던 것이 바로 '넷플릭스'다.



월 정액을 지불하고 회원가입을 하면 우편을 통해 집에서 비디오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연체료 부담을 없애며 '블록버스터'와 차별화를 시도한 넷플릭스는 나아가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비디오를 전달하는 'VOD' 시스템을 도입하며 계속해서 성장해나갔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블록버스터'는 자신들의 수입에 비하면 3% 규모에 불과했던 넷플릭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물론 신선하지만 큰 시장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전망하고, VOD 시장을 계속해서 주시하되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르면 그때 참여해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차이는 곧 극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2005년도에 넷플릭스가 5천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는 동안 블록버스터는 7억 달러의 손해를 기록했다. 뒤늦게 위험을 느낀 블록버스터도 '토탈억세스'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해보지만, 7년간 서비스를 이어가며 유저 기반과 노하우를 탄탄히 다진 넷플릭스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블록버스터는 지난 2010년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됐고, 넷플릭스는 현재 8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누르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6년, 닌텐도 아메리카의 '레지 피서메이(Reggie Fils-Aime)' 사장은 "닌텐도가 VR 기술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이 소비자들에게 가치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제프는 이와 같은 닌텐도 사장의 태도가 과거 VOD 서비스를 무시했던 '블록버스터'의 사례와 비슷한 모습이라며, 현재 많은 기업이 VR 기술을 일축하거나, 아예 무시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 애플 팀쿡 CEO (이미지출처: uploadvr)

제프 머셜은 이어서 "유저가 고립되지 않는 'AR' 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싶다"고 말한 '팀쿡' 애플 CEO의 발언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실제로 '론 에코'와 같은 멀티 플레이 VR 게임을 통해 많은 사람과 교류를 맺고 웃고 떠들면서 소통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VR의 특성상 기기적인 고립이 있을 수 있으나,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의 연결과 소통을 이끌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같이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둡고 서로 대화할 수 없는 영화관도 사람과 사람을 단절시키는 공간이 아닌, 소통의 공간이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교육 분야에 도입되는 VR과 AR 기술의 예를 함께 소개한 제프 CEO는 AR과 VR이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어느 하나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양쪽을 모두 발전시키는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교육의 방향성을 더욱 자세히 소개하기 그가 언급한 것이 미국의 교육학자인 마크 프렌스키(Marc Frensky)가 정의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과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 개념이다.



▲ PC와 함께 나고 자란 '디지털 원주민'

PC와 핸드폰 등 다양한 전자 제품과 함께 나고 자란 '디지털 원주민' 세대는 '디지털 이주민' 세대와 생각하는 사고의 패턴이나 문제의 해결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가령 집을 내놓을 때도 디지털 이주민 세대가 마당에서 사진을 찍고 신문 광고를 내거나 팻말을 세우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디지털 원주민 세대는 동영상을 촬영하여 인터넷 홈페이지나 유튜브, SNS 광고를 활용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VR을 통해 집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 세대가 등장하게 되니, 이들이 바로 '버추얼 원주민(Virtual native)'이다. 1세대 HMD가 등장한 오늘날에 태어난 아이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게 되는데, '디지털 원주민' 세대처럼 확대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들이 사용하게 될 도구와 이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제프 CEO는 바로 지금이 '버추얼 이주민(Virtual immigrant)'이 될 우리들이 VR의 대중화와 함께 도래할 새로운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볼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기계들의 조작법을 익혀야 했던 '디지털 이주민'의 경우와는 달리, VR은 손을 젓는 정도의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상호작용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의 스마트폰처럼 'VR'이 대중화됐을 때를 대비하여 VR과 AR이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분야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프 CEO는 끝으로 자신이 생산자라면 어떻게 VR을 통해 생산을 강화할 수 있을지, 관리자라면 어떻게 직원을 교육할지, 투자자라면 어떻게 VR 개발자들을 지원할지 계속 고민하면서 다가올 미래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새롭게 도래한 생활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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