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능 강사 경력 17년, 인문학자가 말하는 'VR이 가져올 미래'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15개 |


▲ 인문학자 최진기 강사

금일(13일), 경기도 VRAR 컨퍼런스 행사를 통해 'VR과 사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인문학자 최진기 강사는 VR과 AR의 발달이 우리의 삶과 현재, 그리고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소개했습니다.

인기 수능 강사로서 17년의 세월을 보낸 그는 강사직을 끝마친 지금도 강연을 통해 더 많은 학생을 만나 인문학 지식을 전하고 싶다는 앞으로의 포부와 함께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VR·AR과 같은 새로운 기술에 대응해나갈 때, 학생들이 비로소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죠.

과연 인문학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VR 기술의 발달과 함께 변화될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를 과연 우리는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지, 최진기 강사의 강연을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 내용 전달 및 편집의 용이성을 위해 최진기 강사의 시점에서 서술합니다.


VR과 AR은 현실인가, 꿈인가?




여기 현실이 있고 허구가 있습니다. 무엇이 중요할까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답변하겠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어떻게 보면 허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왜일까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험장으로 가기 전날과 시험을 보고 난 후에 자신의 실력, 즉 현실은 전혀 변한 게 없는데도 말이죠. 본질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라는 허구의 이미지를 달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허구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그 친구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현실이 아닌 허구였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간다고 해봅시다. 첫 소개팅 이후 상대와 함께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데 저가 커피와 고급 브랜드 커피라는 선택지가 있어요. 어디로 갈까요? '양도 많고 실용적인 저가 커피를 마시자!'라고 하는 순간 소개팅은 안 좋게 끝날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비싼 브랜드 커피집으로 가겠죠. 우리 사회는 현실보다 허구의 이미지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에서도 본질과 허구에 대해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화가 르네 마그리트인데요. 그의 작품 중에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이 그림을 두고 "저게 뭐에요?" 라고 물으면 다들 파이프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에요. 여러분은 '종이다', '그림이다', '빛에 불과하다'라는 대답을 해야하는데 다들 파이프라고 대답합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본질이 아닌 허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상의 것들이 허구에 그치지 않고, '진짜'로 다가온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VR과 AR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VR과 AR을 단순한 가상세계의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미 현실세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워쇼스키 자매가 만든 영화 '매트릭스'를 예로 들어보죠. 영화 속 유명한 장면 중 키아누 리브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매트릭스 속 가상세계에서 그는 왜 필사적으로 총알을 피할까요? 당연히 안 죽으려고 피하는 것이죠. 가상 속에서 총을 맞으면 현실에서도 그 충격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VR, 가상세계가 현실을 지배하는 모습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99년에는 미터 단위 대신 '마일'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한 미국인들이 단순한 단위 입력 오류로 인공위성을 폭파시킨 일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마일을 사랑하는 미국인들까지 미터로 단위를 세도록 만든 것이 바로 AR 게임, '포켓몬 GO'였습니다. 이처럼 가상은 단순한 허구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상을 그린 영화도 있어요. 바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입니다. 미래의 범인이라는 허구를 찾아내기 위한 현실 세계의 이야기죠.


우리는 객체인가? 주체인가?




다음으로 넘어가 보죠. TV와 PC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대중매체'와 '탈 대중매체'라는 점입니다. TV를 통해서는 모두가 PD나 기자가 만들어낸 똑같은 콘텐츠를 봅니다. 소품종 다량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PC는 어떨까요?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대중이고, 소비하는 것도 대중입니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서 시청할 수 있어요.

3D TV와 3D 영화가 등장했을 때, 초반에는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집에 3D TV가 들어설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요? 더는 찾아보기도 힘들어졌습니다.

하지만 VR은 이와 다른 길을 걷습니다. 이렇게 컨퍼런스 행사가 개최되고, 많은 사람이 지식을 얻기 위해 행사에 직접 참여할 정도가 됐어요. 왜일까요? 바로 3D TV에서는 여전히 대중이 수용 객체에 지나지 않았지만, VR에서는 우리가 바로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종류에는 '1인칭 소설'과 '3인칭 소설'이 있죠. 3D TV가 3인칭 소설이었다면, VR은 1인칭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주체가 되고, 1인칭 소설을 쓰는 것, 개인의 능동성과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것이 바로 VR의 특징입니다. 결국 VR의 인문학적 특징을 '단순한 객체가 아닌, 1인칭 주체가 되어 다품종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VR과 AR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들은 VR을 통해 쇼핑을 하고, 교육을 받거나 먼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을 대비한 연습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게임은 물론, 성인 문화도 크게 바뀌겠죠. 하지만 이것들보다 더욱 중요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생산'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것들은 모두 소비의 영역인데, 소비를 위해서는 먼저 생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매번 나오는데, 결코 힘든 개념이 아닙니다. 기존의 단순 제조 업체들이 생산 영역에 빅데이터를 결합하여 정보통신 융합 업체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입니다.

이러한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자동차도 곧 다품종 소량의 시대가 찾아올 것입니다. VR을 끼고 구매자가 직접 원하는 차량을 만들면, 그것을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요. 원하는 자동차를 직접 골라서 주문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죠. 현재 할리 데이비슨의 오토바이가 현재 이러한 방식으로 이미 제작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되는데, 자동차라고 안될까요?

집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VR로 직접 집을 디자인하면 3D 프린터로 그 모형을 출력해서 건설업체에 주문하는 방식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 텐데요. 이상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자신이 그 방법을 모른다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와! 신기하다"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라, 직접 여기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고,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죠.

4차 산업혁명이 찾아오면 이전의 산업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실업자가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기존에도 '노동 시간 단축', '실업 보험', '서비스 산업'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하며 생산성 향상을 통한 실업자 증가 문제를 해결해왔습니다.

VR을 구성하는 세 가지는 하드웨어와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인데, 한국은 VR 기기를 만들 때 꼭 필요한 반도체와 카메라, 디스플레이 기술에서는 세계에서도 앞서 가는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요. 기왕이면 하드웨어 기술력에서 앞서는 것 이외에도 콘텐츠와 플랫폼까지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학생들과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찾아올 VR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그 중심에서 나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강연 3줄 요약

- VR에서 이루어지는 가상현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닌 현실을 지배할 수 있는 가상현실
- 우리는 VR에서 단순한 객체가 아닌, 1인칭 소설을 쓰는 주체이자 다품종의 생산자
- VR을 단순한 소비 측면이 아닌, 생산 영역과 결합하는 이해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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