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픽셀핌스, 그들이 지금 데이드림으로 VR 게임을 만드는 이유

인터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18개 |


▲ 픽셀핌스 최명균 이사

'VR계의 스타크래프트'를 꿈꾸며 많은 개발자들이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이때, VR 시장에는 언제부턴가 B2B를 타겟으로 하는 어트랙션 콘텐츠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높은 가격, 멀미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직접 VR HMD를 구매하는 일반 유저들의 폭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고, 많은 VR 콘텐츠 개발사들은 현실적인 활로를 찾아 B2B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

VR 게임 전문 개발사 '픽셀핌스(PIXELPIMPS)'의 최명균 이사는 "양질의 VR 콘텐츠가 더욱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유저 친화적인,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도전이 지금보다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출시를 앞둔 VR 게임 '라이즈 오브 더 폴른(Rise of The Fallen)'은 VR 체험에 필요한 가격 부담을 줄이면서도 게임 본연의 재미를 놓지 않은, 그야말로 유저 친화적인 노력이 엿보이는 게임이었다.

많은 콘텐츠 개발자들이 B2B 시장을 바라볼 때, 그리고 좋은 성능의 하이엔드 HMD를 활용하여 보다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험난한 길을 고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픽셀핌즈의 최명균 이사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박광석 기자(이하 박광석) - 인벤 유저들에게는 첫 소개다. '픽셀핌스', 어떤 회사인가?

최명균 이사(이하 최명균) - '픽셀핌스'는 VR의 가능성을 믿고 모인 사람들이 만든 회사로, 기존에 다양한 게임사에서 여러가지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나 역시 원래는 넥슨에서 '카트라이더', '영웅의 군단' 같은 게임을 만들던 개발자였는데, 어느날 우연한 기회로 VR 게임을 접해본 후 그 뛰어난 몰입감에 푹 빠져버리게 됐다. 조금만 발전하면 유저들에게 정말 굉장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도전하게 됐다.

박광석 - VR을 위해 모인 만큼, 픽셀핌스에는 VR 게임에 대한 확고한 신념, 철학이 있다고 들었다.

최명균 - 단순히 한번 즐기고 마는 체험형 VR이 아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VR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 픽셀핌스의 철학이다. 단기간의 수익을 생각하자면 오프라인 VR 아케이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체험형 VR이 답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철학을 담은 콘텐츠로 VR을 즐기는 모든 글로벌 유저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박광석 - 픽셀핌스의 철학이 담긴 첫 번째 VR 게임,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은 어떤 게임인가?

최명균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은 모바일 VR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대전 격투 장르의 게임이다. 근접 무기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VR 게임은 칼에 대미지 포인트를 넣어서 단순히 적을 썰어버리는 형태의 '무쌍형' 게임이 많은데, 이러한 방식은 칼싸움의 특징인 긴장감이나 신중해야 하는 맛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라이즈 오브 더 폴른'에서는 전략을 세우고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하여 강한 일격을 날리는 '한방한방의 맛'을 강조했다. 데이드림 컨트롤러를 사용해서 X자 모양으로, 총 네 방향으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공격에 맞춰서 정확한 프레임에 카운터를 넣거나, 상대방이 공격하는 패턴을 예측하여 반격을 깔아놓는 것도 가능하다. 공격은 총 네 방향으로 들어오지만, 반격은 좌우로 조작하기 때문에 기존 대전 격투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심리적 이지선다가 가능하다.

장수하는 대전 격투 게임들을 보면, 모든 공격이 프레임 단위로 나뉘고 '발동, 지속, 경직'의 개념이 제대로 적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격투 게임의 요소들을 VR에 적용하여 동체 시력이 좋거나 반응 속도가 빠르면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하는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의 특징이다.





박광석 - 그렇다면, 격투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기 힘들지 않은가?

최명균 - 물론 싱글 플레이를 통해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세계관을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단순한 체험에 그치지 않고, VR 게임을 지속해서 플레이하고자 하는 코어 유저들을 위해 신선한 매력을 가진 근 미래의 바이오펑크 세계관을 만들었다. 자본이 권력을 가지는 신자본주의 시대 속 4개의 계급에 얽힌 이야기가 다뤄지게 되며, 현재 개발 중인 차기작에서도 같은 세계관 속 계급사회의 이야기가 그대로 이어질 예정이다.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의 싱글 플레이는 총 4시간 20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가지며, 상대하면 할수록 유저가 자주 사용하는 패턴을 파악하여 계속 영리해지는 AI와의 대결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진짜 재미는 싱글 플레이 이후에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해서 게임을 즐기며 전 세계의 유저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심리전을 펼치는 PvP에 있기 때문이다.


박광석 -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은 현재 어느 정도 완성됐나?

최명균 -상용화를 위한 준비는 현재 대부분 마무리됐다. 출시가 확정되면 5달러 이하의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며,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 에피소드, 캐릭터, 모바일 컴패니언 앱 등을 계속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떤 플랫폼에 출시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두 개의 플랫폼을 특정하여 런칭을 진행하고, 궁극적으로는 어떤 플랫폼에서도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을 접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더불어, '라이즈 오브 더 폴른'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픽셀핌스의 차기작은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되는 PC용 VR 게임으로, 오는 4월에 프로토 타입을 공개할 예정이다.





박광석 - 바이브나 PS VR이 아닌, 구글 데이드림을 활용하여 모바일 VR 게임을 개발하는 이유가 있나?

최명균 - VR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고가인 하이엔드 VR 기기를 구매하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은 일이다. 30만 원이 딱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유저들이 우리들의 VR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모바일 VR을 선택했다.

박광석 - 대부분의 유저들은 VR 콘텐츠를 즐기며 '더욱 정교하고, 실사와 같은 경험'을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싸서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말로 납득하기는 어려운데.

최명균 - 지금의 VR 시장은 스마트폰이 처음 보급됐을 때랑 비슷하다. 유저들이 콘텐츠를 플레이하기 위해서 어떤 디바이스를 사야 할 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만들기 어려운 스펙에서 게임을 개발하면 더 다양한 기기에 게임을 포팅하고, 나아가 모두 하나의 서버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저가 어떤 VR HMD를 가지고 있더라도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2018년에 새롭게 출시되는 다양한 스탠드얼론 HMD와 삼성 기어 VR,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대부분의 VR HMD에 게임을 포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전 격투 게임인 만큼 더욱 공정한 플레이를 위해 가장 낮은 스펙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모바일 스펙에서는 조금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폴리곤을 적용하여 앞으로 등장할 신형 HMD와 PS VR 등의 기기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박광석 - 구글 데이드림을 사용하여 VR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잘 알았다. 그런데 차기작은 왜 PC용 고사양 VR 게임으로 정했는지 궁금하다.

최명균 - 지금의 VR 게임은 고사양 VR과 저사양 모바일 VR로 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는데, 이 사이를 좁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이 있다면, 하이엔드 급에서 내려가며 양극화를 줄이는, 또 다른 경험을 주고 싶었다. 두 개의 프로젝트가 서로 속도를 맞추다 보면 VR 하드웨어가 발전되는 속도에 맞춰서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모바일 기기를 장착하여 사용하는 '구글 데이드림'



▲ 3DoF가 적용된 컨트롤러만 있으면, 클립형 VR로도 즐길 수 있다

박광석 - 작년에는 전국에 '오프라인 VR 매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B2B 진출도 계획하고 있나?

최명균 - 국내 오프라인 VR 매장의 성장을 보며 국내와 일본에 있는 VR방을 직접 돌아봤는데, 일본 아케이드 시장에는 각 매장의 유저들이 함께 대전을 즐길 수 있는 네트워크 환경이 굉장히 잘 구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전국에 흩어져있는 VR방에서 하나의 서버를 통해 함께 대전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지금의 모바일 버전이 아닌 자체적으로 새롭게 개발한 '아케이드 버전'을 준비하여 B2B 시장에 선보일 생각이다. 모바일 버전에서 일부분만 자른 단편적인 체험 버전을 내놓는 것은 유저들에게 있어서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디바이스를 만드는 회사들도 가격과 성능을 점점 유저 친화적으로 맞추게 될 텐데, 그 시기에 맞춰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양질의 VR 콘텐츠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B2B는 충분히 좋은 산업이지만, VR 산업이 성장하여 양질의 VR 콘텐츠가 나오기 위해서는 유저 친화적인, 가장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움직임이 지금보다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광석 - 끝으로 픽셀핌스의 VR 콘텐츠를 기대하고 있을 유저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최명균 - VR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은 현재 좋은 인상과 안 좋은 인상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픽셀핌스는 VR이 유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경험과 가능성을 믿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길임에도 멈추지 않고 현재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만약 VR을 즐길 기회가 있다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VR을 바라봐주길 바라며, 픽셀핌즈가 만드는 '라이즈 오브 더 폴른'이 유저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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