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Nerf This!" 북미 성우 샬렛 정이 말하는 D.Va

인터뷰 | 정재훈, 김규만, 허재민 기자 | 댓글: 74개 |
Nerf This!

오버워치 속 한국인 영웅인 D.Va. 첫 D.Va에 대한 인상은 이랬습니다. 한국형 캐릭터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낼 수 있구나. '한국'이라는 나라를 표현해내는 데에 얼마나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깨닫게 되었던 사례였거든요.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서 직접 오버워치 전장에 합류하게 된 D.Va. "이것도 너프해보시지!'라던가,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등의 대사가 주는 발랄함과 자신만만함이 특히 매력적인 D.Va를 연기한 목소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직접 만나본 D.Va의 북미 성우, 샬렛 정(Charlet Chung)님은 D.Va만큼이나 매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비단 외모를 말한 게 아니에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점부터 예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모습에서 그녀만의 매력과 연기의 깊이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샬렛 정 배우는 드라마 '콜드케이스'부터 최근 애니메이션 'We Bare Bears' 등 TV 시리즈, 영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콜오브듀티'의 세라프와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의 아이샤, 그리고 오버워치의 D.Va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냥 대화할 때는 목소리가 좋구나, 정도였지만 중간마다 대사를 칠 때만큼은 성량도, 분위기도, 목소리도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성우는 다르구나, 싶었지요.

그럼 직접 대화를 나눠본 D.Va, 샬렛 정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배우와 성우, 그리고 게이머로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오버워치 D.Va 성우, 샬렛 정(Charlet Chung)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샬렛 정
반가워요, 샬렛 정이라고 합니다. 오버워치 D.Va의 성우이고요. 성우로서는 '콜오브듀티'의 세라프, '에이전트 오브 메이헴'의 한국 팝스타인 아이샤를 맡았고, 그 외 TV 시리즈와 영화까지 12년 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우로 활동한 지는 3년 정도 되었네요.



Q. 한국에 방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샬렛 정
가족을 만나고, 새해를 보내려 들른 거에요. 그리고 제가 미국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한국-일본 혼혈이기 때문에 제 기반이랄까, 삶의 중심을 잡는데 한국에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고, 의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는 자주 방문하고 있어요. 이번이 15번째였나, 그럴 거에요.

(한국에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적인 측면에서 말이죠. 한국에 다녀온 후에는 더욱 기반이 튼튼해지고 행복해지거든요. 그래, 한국에는 '영적인 이유'로 왔네요(웃음)!



Q. 오, 그럼 일본도 방문하실 예정인가요?

샬렛 정
이번에는 아니에요. 이번 해 안에 방문할 예정이긴한데, 이번 여행에서는 한국에 좀 더 집중할거에요. 일정을 나누게 되면 한국, 일본에 한 주씩밖에 머무를 수밖에 없거든요.



Q. 블리자드 코리아를 이전에 방문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처음이라면, 방문한 소감을 들려주세요.

샬렛 정
처음이에요! 아주 멋져요! 새로 이사 온 오피스라고 들었는데, 아주 아름다워요.




▲인테리어가 정말 멋졌던 블리자드 코리아 본사


콜오브듀티에서 D.Va까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먼데 팝스타라고?" 배우 샬렛이 본 D.Va의 첫인상




Q. 게임성우로서는 '콜오브듀티'로 커리어를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게임 성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샬렛 정
커리어는 먼저 TV시리즈로 시작했어요. '콜드케이스'라는 드라마였는데요. 헐리우드에 간지 3달 정도 후에 받았던 작품이었어요. 그 이후에 ABC, CBS, 디즈니채널, NBC, FOX 등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가 3년 전부터 성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사실 첫 작품은 '배틀필드'였고요, '콜오브듀티: 어드벤스드 워페어', '콜오브듀티: 블랙옵스3', 그 다음이 오버워치 D.Va에요.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성우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음, 제가 특별히 뭘 고른다기보다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성우 오디션이 나오면 보고, 뽑히고, 그런 식이죠(웃음).



Q. 배우로서의 연기와 성우로서의 연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샬렛 정
사람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해요. 성우로 연기할 때는 보이는 것을 신경 쓸 필요 없는 것 아니냐고. 근데 이건 사실이 아니에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가 D.Va역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오버워치 D.Va를 위해 프로듀서들을 만났을 때 전 진짜 한국 팝스타처럼 보이도록 했어요. 이게 좀 새롭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아요. 이전까지 성우는 대부분이 남자들이었으니까요. TV시리즈에서 연기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캐릭터처럼 분장하는 것이 연기하는데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아요. 환자라면 화장을 하지 않고 정말 환자처럼, D.Va라면 한국 팝스타 같게 입고요.

좋은 성우가 된다는 것은 좋은 배우가 된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연기하면서도 계속 연기 학원을 다니고 있고요.





Q. 좋은 성우가 된다는 것은 좋은 배우가 된다는 것이다. 좋은 말이네요. 직접 연기할 때는 어떻게 다른가요?

샬렛 정
그리고 성우로서 연기할 때는 지시를 받을 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지금은 3피트정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들려요. 6피트 정도 떨어져 있게 해볼 수 있나요?" 이런 식으로 지시를 받는 걸 바로 이해하고 적용할 줄 알아야 해요.

TV 연기에서는 카메라가 앞에 있기 때문에 보여줄 것이 하나 더 있다는 점이 달라요. 따라서 만약 슬픔을 연기한다면 TV 연기에서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면 되죠. 쉽게 보이거든요. 하지만 성우연기에서는 목소리로 연기를 해야 하죠. 이런 기본적인 부분부터 조금 달라요.



Q. 오버워치의 D.Va 역할로서 참여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샬렛 정
어떻게 D.Va 역을 맡게 되었냐고요? 오버워치의 베타버전이 나왔고, D.Va 성우역을 위한 오디션이 열렸어요. 당시에는 오버워치 광고가 나올 때도 아니라 전 오버워치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어요. 오디션 모집을 보면서 구글에 오버워치를 검색해봤는데, 트레이서와 위도우메이커가 등장하는 시네마틱 영상이 나오는 거에요.


"와, 이거 아주 멋지잖아! 영화 같아!"

영화 애니메이션처럼 퀄리티가 아주 좋아서 놀랐어요. 그래서 관심을 두고 보니 캐릭터 설명에 '한국 팝스타, 스타크래프트 전프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먼데 팝스타라고? 그..그래, 다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래서 최대한 귀엽지만, 힘있게 연기했어요. 성우 오디션은 정말 많은 시간이 들어요. 결과를 6달 후에나 듣는 게 보통이죠. 그래서 그때쯤 가면 "이게 무슨 프로젝트였더라...?" 하기도 해요. 제 경우에는 2달 후 연락이 왔고, 블리자드 사람들과 만나볼 수 있었어요. 직접 만나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2주 후, 역할을 따낼 수 있었어요.



▲"샬렛, 이것도 연기해보시지!"

Q. D.Va의 디자인은 언제 처음 볼수 있었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샬렛 정
녹음 첫날 처음 볼 수 있었어요. 음...전 그녀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귀엽고요. 근데 동시에 또한 터프함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D.Va의 캐릭터 디자인에서 마음에 들었던 게 그 부분이었어요. 그녀는 19살이고, 게이먼데 전장으로 오게되죠. 한국은 그녀가 옴닉과 싸우는데 기대를 걸고 있죠. 전 이게 아주 멋진 스토리라고 생각했어요. 여성의 힘! 이랄까요(웃음). 이런 힘을 보여주는데도 굳이 남성적인 외형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겉으로 여성적인 모습을 유지하면서 D.Va의 내면은 강하죠.

그리고 제가 보라색을 좋아해요!



D.Va가 처음 솔저: 76을 만났을 때
오버워치 성우팀과 함께 한다는 것은?




Q. D.Va 외에 연기하고 싶었던 다른 오버워치 캐릭터가 있었나요?

샬렛 정
어...아뇨! 전 D.Va가 아주 좋다고요! 하지만 다른 캐릭터 목소리를 따라 하는 것은 좋아해요. 메르시가 제 친구거든요. 오버워치를 통해 친해졌는데, 함께 팬미팅을 하기도 하고 같은 컨벤션에 초대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함께 있다 보니 그녀가 그녀의 대사를 말하는 것을 자주 보거든요.

"Heroes never die(영웅은 죽지 않아요)." 그 외에도 솜브라나 맥크리, 메이...루시우까지!



Q. 와우, 진짜 다양한 목소리를 가지고 계시네요!

샬렛 정
고마워요!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특징을 잡아내기 쉬운 것 같아요.



Q. 다른 오버워치 성우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요?

샬렛 정
다행히도, 모두가 아주, 아주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모든 프로젝트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모두 훌륭한 연기자들이고, 성우고, 좋은 사람들이에요. 함께 가족이 되었고, 함께 여행하고, 함께 놀고...

한번은 루시우 성우인 조니 크루즈(Jonny Cruz)를 데리고 LA의 코리아타운을 간 적이 있어요. 조니는 1차, 2차 이런 술 문화도 경험해본 적이 없고 소주, 떡볶이도 안 먹어봤다는 거에요. 그래서 그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했죠. 그가 아주 좋아했어요! 맨날 조니가 중얼거리더라고요. "아... 떡볶이 먹고 싶어..." 라고요.



Q. 같은 커리어인만큼 서로 친해지기도 쉽고, 서로에게 배우는 것도 많을 것 같아 부럽네요!

샬렛 정
네, 이건 개인적인 일환데, 처음 블리즈컨에 갔을 때, 정말 긴장했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제 첫 컨벤션이었어요. 와, 사람이 아주 많잖아! 이방에만 2,000명이 있고 밖에는 50,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고!

프레드 태터쇼어(Fred Tatasciore), '콜오브듀티'의 니콜라이 성우가 오버워치의 솔저: 76 성우에요. '콜오브듀티'에서는 "Do svidaniya, bitches!"라며 무섭게 소리치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느냐면...


니콜라이처럼 생겼나요?

네! 니콜라이처럼 생겼어요(웃음). 그래서 블리즈컨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 정말 전 위축되어있었어요.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죠.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정말 팬이에요..."

그는 500개가 넘는 타이틀을 연기해온 정말 성공한 연기자에요. 저도 연기자로서 존경하고 있었고 완전 팬이에요. 실제로 만나본 그는... 그보다 친절하고, 겸손한 사람을 본 적이 없을만큼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오버워치에서 솔저: 76과 D.Va의 스토리를 보면 둘을 가족처럼 엮는 부분이 있어요. 마치 솔저: 76이 D.Va의 아빠처럼 여겨지고요. 처음 프레드를 만났을 때는 그 스토리에대해서는 모르고 있었어요.




▲샬렛과 프레드 (출처: Charlet Chung Pictame)

Q. 오버워치 팬들이 2차창작으로 자주 그리는 것을 봤어요! 프레드를 처음 봤을땐 어땠나요?

샬렛 정
블리즈컨에서 프레드의 옆에 앉았는데, 함께 팬들께 인사를 드리고 있을 때였어요. 처음으로 팬분들 앞에서 패널로 나온 게 처음이라 감동도 하고, 아주 떨렸죠. 그때 프레드가 제 쪽을 보더니 "저기, 샬렛. 넌 정말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더라고요.

프레드는 팬들이 올 때마다 언제나 시간을 충분히 들여 반겨주고, 절대로 무례하지 않게 대하거든요. 그 옆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마치 그가 제 아빠 같았거든요. 그 후에 팬들이 만드는 D.Va와 솔저: 76의 이야기를 보고서 '예술이 삶을 따라 하고, 삶이 예술을 따라 하는구나' 싶었어요. 프레드는 그만큼 제가, 그리고 많은 사람이 존경하는 배우에요.



"구석에 앉아서 메르시나 하라고!"
게이머로서의 샬렛이 걸어온 길




Q. 게임을 자주 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게임을 주로 플레이하시나요?

샬렛 정
아, 제 첫 게임은 '덕 헌트(Duck Hunt)'였어요. 이 게임을 기억하시나요? 닌텐도의 슈팅게임인데.


아, 그 재퍼를 들고 하는 거요?

네! 그거요! 아, 이거 나이가 들통 나는 기분인데요? 그리고 세가 제네시스의 '라이온킹'. 아주 좋은 게임이에요! 저평가 당하면 안된다고요! 그리고 사촌들과 '스트리트 파이터'를 많이 플레이했었지요. 전 언제나 '류'가 하고 싶었어요. 다들 '류'를 하고 싶잖아요! 아무도 '달심'이나 'E.혼다'가 되고 싶진 않잖아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Q. 하하하, 네! 근데 왜 '류'를 못하셨나요?

샬렛 정
남자 사촌들이 언제나 '류'를 선택했거든요. 그리고 '춘리'를 선택하는 게 의무 같았고요. 뭐, 제일 저랑 닮은 캐릭터라고요. 잘 생각해보면 맞는 말도 아니잖아요? 내가 하고 싶으면 '달심'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캐릭터도 될수 있지요. 근데 그때는 왠지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어요.

'춘리'는 게임 속에서 '류'만큼 강한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맨날 좌절했어요. '류'가 맨날 '춘리'를 이기는 거에요! 당신이 엄청나게 잘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Q. 게임이 매력적인 이유는 현실과 전혀 다른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버워치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플레이할 수 있고요.

샬렛 정
다시 오버워치로 이야기를 가져오자면, 오버워치에게 고마워요. 오버워치에서는 아무리 여자 캐릭터라 하더라도 남자 캐릭터보다 약하지 않아요. 그리고 루시우같은 남자 서포터도 있지요. 밸런스가 좋아요. 2주 정도 제 메인 캐릭터는 '로드호그'였어요. 제 성격과 닮았거든요. 지금은 D.Va를 자주 플레이하지만요.

오버워치에서 중요한 게 이거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당신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그 문화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 D.Va를 픽하는 많은 팬들이 나중에는 한국 문화의 팬이 되기도 하는 걸 자주 봤거든요. 한번은 제가 밸런타인데이 때 짜장면을 먹는 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다들 아주 좋아해주셨어요. "저 까만 국수는 뭐지? 맛있어 보이는데!" 하고요.



Q. 아까 말씀하신 것과 같이 게임에서 삶으로, 삶에서 게임으로 서로 영향을 주는게 생각나네요. 게이머로서의 삶을 뒤돌아 보신다면?

샬렛 정
게임에 대해서 또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제 친구 중에 '철권'을 하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는 언제나 연습을 하고 싶어했어요. 남자애들이랑 하면 언제나 질 테니까,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나랑 스파링 좀 하자"

그래서 뭘 어떻게 했느냐면, 전 가만히 서 있고요. 그 애가 저한테 여러 가지 기술을 막 써보더라고요. 다시 생각해보면요, 와, 절대로 안 했을 거에요. 저에게도 삶이 있다고요(웃음)! 근데 제가 좋은 친구여서 뭐, 그 애가 잘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여성 게이머로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언제나 성차별이 있었어요. 지금까지도 해결해나가고 있는 문제고요. 여성 게이머들을 위해 발전되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요. 절 보세요, 예전에는 남자 게이머인 제 친구를 위해서 맞아주고만 있던 모습에서, 게임 업계에서 종사하며 여성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요(웃음)?

여기에 오기까지 전 게이머로서의 긴 길을 걸어왔네요.



Q. 많은 인터뷰를 통해 실제 오버워치에서도 D.Va를 즐겨 플레이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음성 채팅으로 함께 하는 플레이어들을 속이거나 해본 적도 있나요?

샬렛 정
아, 맷 머서(Mattew Mercer, 맥크리 성우)처럼 말인가요? 한번 해봤어요. 혹시 '원펀맨'을 아시나요? 제 친구가 '원펀맨'의 배운데, 오버워치 팬이거든요. 그 친구가 트위치 방송으로 여러 가지 게임들을 하면서 아동 암 연구 관련 모금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게스트로 가서 함께 오버워치를 하기로 했지요.

그래서 마이크를 켜고 방송을 했어요. 그 친구가 절 소개해주더라고요. "여러분, 여기 D.Va 성우가 와있습니다. 애들아, D.Va야! D.Va라고!" 그랬는데 다들 반응이 "아. 그래. 어쩌라고." 그래서 제가 "아니에요! Nerf this!" 그랬더니, "그래, 잘하네. 거의 똑같았어." 라고... 아니, 비슷한 게 아니라, 나라고! 모든 대사를 열심히 외쳤는데, 다들 안 믿어주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 이후로 안 합니다.




▲"Nerf this!" 진짜 저라고요!

Q. 아, 그래서 한 번밖에 안해보셨던 거군요.

샬렛 정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하자면, 정말 무례한 말들을 들은 게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적절하지 않은 말들을요. 그들이 왜 그랬냐. 제가 여성 목소리였기 때문이었어요. 그분들은 제가 정말 D.Va 성우인 줄 몰랐고, 심한 말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팬들을 만나보면, 정말 수줍어요. 그 분들이 또 하나의 삶을 사는 세상인 '게임 속'에서 이런 일들이 있다는 게 너무 슬펐습니다. 바로 방송을 껐고, 기분도 나빴지만, 전 이걸 또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게임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게임속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그 피해자로서 어떤 기분인지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저로 하여금 게임뿐만 아니라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분들을 이해하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도록 해준 좋은 경험으로 여기기로 했어요.



Q. 이해가 됩니다. 여성 게이머 중에서는 게임 속에서 일부러 남자인 척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샬렛 정
네, 맞아요. 그래서 게임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즐겁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성적인 아이디를 골라야 하고, '반짝반짝 버블껌'같은 아이디를 쓰면 안돼죠. 그럼 누군가 "야, 넌 메르시해야지! 구석에 앉아서 메르시나해!" 이럴테니까요. 한조도, 겐지도 하고 싶은데 말이에요. 물론, 겐지를 잘하긴 참 힘들긴 하죠(웃음)...



모든 언어로 통하는 "이것도 너프해보시지!"
샬렛이 생각하는 D.Va란?




Q. D.Va의 녹음을 진행하면서 재미있던 순간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샬렛 정
부끄러운 에피소드는 딱히 없어요(웃음). 커리어를 시작할 때 있었던 일이 하나 있긴 한데, 제게 특이한 습관이 하나 있었거든요. 오디션을 들어갈 때마다 신발을 벗었어요. 아주 떨려서 말이죠. 특히 부츠나 하이힐을 신었으면 밸런스와 균형을 위해서 벗었어요. 먼저 인사를 하고 신발을 벗기 시작했죠. 다들 유리창 반대편에서 이걸 보면서 "쟤 대체 뭐 하는 거지?" 하면서...


하하하, 진짜 신발을 벗으신 거에요?

네! 그 이후로 생각했죠. 신발은 꼭 신고 있어야겠다, 하고요! 이게 3년 전 제가 했던 부끄러운 일이에요.


Q. D.Va를 연기하면서 중요하게 여겼던 포인트가 있나요?

샬렛 정
발음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국사람들과 같은 말투를 쓰진 않으니까요. 최대한 진정성 있게 발음하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프랑스 D.Va, 독일 D.Va, 이탈리아 D.Va, 일본 D.Va, 한국, 한국 진짜 한국 D.Va까지 다양한데, 제가 할수 있는 한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아주 미국인같이 발음하지 않으면서도, 무례할 정도로 악센트를 가지고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어요. 한국인분들은 (그런 모욕적인 발음보다) 영어 발음을 잘하시거든요. 가끔은 제가 아주 미국인처럼 발음해서 조금 더 한국인처럼 발음할 수 없겠느냐고 하시기도 하더라고요.

블리자드는 게임 속의 모든 것이 진정성을 가지도록 신경을 많이 써요. 목소리부터 배경까지, 오버워치에서 당신이 듣는 것부터 경험하는 것 까지요. 블리자드에 다양한 국적의 분들이 계신 만큼 그들에게 이런 부분이 진정성이 있니? 하고 의견을 묻기도 하죠.



Q. 다른 국적의 D.Va 목소리를 들어보셨나요? 프랑스 D.Va라던가, 한국 한국 진짜 한국 D.Va라던가...

샬렛 정
전부는 아니지만 유튜브를 통해 몇 가지는 들어봤어요. 한국 D.Va의 목소리는 한국에서 오버워치를 플레이할 때 들어볼 수 있었는데, 정말 제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아침에도 동료에게 "정말 나랑 목소리가 비슷한 것 같아!"라고 말하고 왔거든요.

한국의 D.Va는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Q. D.Va의 대사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샬렛 정
와우, 아주 많아요. 물론 그녀의 궁극기를 좋아해요.

"Nerf this! (이것도 너프해보시지!)"

이 대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언어로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게이머들의 단어죠. 한국어로도, 스페인어로도, 일본어로도 "Nerf this!"라는 말은 있어요. 아, 귀가 불편한 오버워치 팬들과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아요. "Nerf this"를 수화로 전했을 때 개인적으로 감동적이었거든요. 비록 제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서로 이 대사만큼은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또, 대사가 비교적 짧은 만큼 모든 언어로 쉽게 번역이 가능하죠. 팬들과 언어가 달라서 대화를 할수 없더라도 "Nerf this!" 만큼은 말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D.Va가 죽는 목소리나 한국 대사들도 좋아요. "대박!"이라던가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같은 것들요. 게임에 적용되진 않았지만 "오,오,오, D.Va 스타일!"이라는 대사가 있었거든요. 강남스타일을 따라 한 것이었는데, 추가되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재밌는 대사였죠.




▲"게이머들의 용어이기에 모든 언어로 통할 수 있어요"

Q. D.Va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샬렛씨가 주인공일 텐데요.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면 좋겠다, 하는 아이디어가 혹시 있으신가요?

샬렛 정
당연히 있어요! 그녀의 밀리터리 배경을 들어보고 싶어요. 게이머였다가 부산으로 내려가 옴닉들과의 전투를 벌이게 되는데 그 과정이 그녀에게 어땠는지 궁금해요.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게이먼데 갑자기 정부에서 당신을 불러 물어보는 거죠. "자네, 실제 메카를 타볼텐가?"

물론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제게는 "뭐라고!"하는 순간일 것 같거든요. 그 여정을 한번 보고 싶어요. D.Va가 "네! 다녀오겠습니다!" 이렇게 말한다든가 하는 거죠! "어, 그래. 조심해서 갔다 와"하고! 무슨 말인지 아시죠? 아주 재밌을 것 같다고요!

그리고 D.Va의 뒷이야기, 한국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거든요. 한국의 먹거리, 문화, 한국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볼수 있고, 한국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D.Va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좋겠네요!



Q. 혹시 오버워치 리그를 보시나요?

샬렛 정
보기 시작했어요. 이제 곧 새 시즌이 시작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서울 다이너스티(Seoul Dynasty)'가 자랑스러워요. D.Va 성우로서 한 팀을 응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뭐, D.Va는 '서울 다이너스티'의 마스코트고 중국은 메이가 있고 미국은 메르시가 있으니까요. 좀 편애하는 것은 맞지마는, 한국팀은 정말 잘하잖아요.!



Q. 마지막으로, 2018년 새해 목표가 있다면?

샬렛 정
새해 목표요? 뭐, 몇 가지가 있지요. 하나는 TV쇼에서 역할을 따내는 거에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면, 에피소드를 찍고, 그 에피소드가 채택되면 그 이후로 제작이 계속 들어가는 식이거든요. 하지만 저번에는 제 에피소드가 뽑히지 못해서요, 제 시리즈를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작년에는 컨벤션을 20개나 다녀왔고요. 올해 첫 컨벤션은 바레인에서 열리는 컨벤션이에요. 그 외에도 여러 군데에서 초청을 받았는데 일이 있어서 못 갔거든요. 이번 해에는 좀 더 글로벌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그리고 올해 중요한 목표가 있다면, 한국 팬분들을 뵙는 거겠네요. 한국에서요!


이미 저희를 만나셨으니, 세 명은 만난 셈이네요!

하하, 그렇네요! 이대로 미국으로 돌아가도 되겠어요(웃음)!!


Q. 지금까지 친절하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영상으로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샬렛 정
아주 즐거웠어요!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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