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 '스카이'

게임소개 | 정필권 기자 | 댓글: 8개 |


⊙개발사: 댓게임컴퍼니 ⊙장르: 어드벤쳐 ⊙플랫폼: iOS 기간독점 ⊙발매일: 미정

2012년 PS3로 출시된 '저니'는 당시 미디어와 플레이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다'는 로저 에버트의 발언을 반박할 수 있을 정도로 예술적이며,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게임 내에서 우리 귀를 즐겁게 만든 OST는 게임 음악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며 가치를 입증받았다. 전작들부터 이어졌던 댓게임컴퍼니의 접근방식과 아이디어는 저니에 이르러 극대화됐다.

UI를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레 진행되는 타인과의 교감은 직접 플레이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기에 저니는 2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으며, 댓게임컴퍼니는 자신들의 색깔이 분명한 개발사로 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저니로부터 6여 년, 댓게임컴퍼니는 저니의 감성과 문법을 그대로 살린 게임을 내놓았다. 사막에서 하늘로, 콘솔에서 모바일로 출시 플랫폼을 바꾼 '스카이'를 말이다.


전작 '저니'의 모습이 남은 후속작
여행자, 거대한 산, 경외감


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사막이 배경이었던 '저니'는 황폐한 세상을 아름다운 비주얼로 표현했다. 폐허에 가까운 세상이지만 독특한 색감을 사용하여 플레이어들이 게임 내 배경을 천천히 돌이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최종적으로 도착해야 하는 목적지를 꾸준히 화면에 비추면서 목적을 상기시키는 방식을 썼다.

어드벤처 장르의 특징인 탐험에 목적을 둔 조작, 간단한 퍼즐을 체험하면서도 항상 저 먼 곳에 있는 목표를 계속해서 플레이어에게 각인시킨다. 또한, 목적지를 캐릭터가 올려다보도록 배치하면서 경외감을 표현한다. 텍스트가 하나도 없는 게임이기에, 자그마한 단서들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스카이 또한 이와 같은 연출을 그대로 가져왔다. 최종 목적지는 저니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저 멀리 있으며, 하나의 산꼭대기처럼 묘사해뒀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높은 곳에 대한 경외감이자 수행과도 같은 여행임을 알리는 셈이다.



▲ 여행자, 경이를 향한 여정, 거대한 산. 전작인 저니와의 접점이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과정은 텍스트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풀어낸다. 천천히 흘러가는 카메라 워킹, 퍼즐을 하나씩 풀어나갈 때마다 비춰주는 벽화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비행과 활공 시의 연출 날아다니는 생물과의 상호작용은 게임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간단한 게임 플레이와 아름다운 배경, 유저들과의 만남을 즐긴다는 게임플레이는 결국에는 '저니'가 보여줬던 본질과 다르지 않다.



▲ 푸른 하늘과 구름, 아름다운 배경과 음악까지

스카이가 '관계'를 표현하는 방법
스스로를 소셜 게임이라고 칭하는 이유


스카이는 스스로 장르를 '소셜게임'이라고 칭한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소셜게임이라고 설명을 할 정도로 정체성을 드러냈다. 미니게임 혹은 타이쿤 장르가 대부분이던 소셜게임에서 오롯이 관계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줬다. 저니부터 이어진 아름다운 배경과 탐험, 불만 지피면 되는 간단한 퍼즐과 더불어 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김춘수 시인이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표현했듯이, 스카이의 교류는 타인으로부터 시작된다. 게임에서 서로를 인식하지 않은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저 사람의 형상을 띈 검은 물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서 모르던 두 존재는 자신들의 촛불을 모아 나누면서 각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게임은 상대방을 어떻게 부를 것인지를 나에게 묻는다.



▲ "내 촛불을 받아줘"

간단한 퍼즐과 게임 플레이, 아름다운 배경을 감상하는 정적인 경험을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것도 여기에 있다. 기본 틀은 전작인 저니와 같지만, 관계를 표현하는 방법에서 스카이 만의 생각을 담고자 한 모습이었다.

게임을 시작할 때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이름을 정하지 않는다. 그저 검은색의 무언가로 시작하여 자신의 존재를 규정하고 게임을 진행한다. 나에게 무언가 이름이 생기는 것은 타인이 나를 부를 때뿐이며, 게임 내에서 타인이 나를 어떤 식으로 부르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부여되는 포인트는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는 데에 사용된다.



▲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타인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존재를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인식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스카이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게감을 가진다. 프랑스의 철학자 엠마누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가 주체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함으로써 서로의 고난과 고통을 분배하고,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과정은 그가 주장했던 환대와 책임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카이에서의 교류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름을 부여하고 손을 맞잡으며, 스테이지의 퍼즐을 함께 풀어나가기 위한 연결점이 된다. 또한, 단발적인 교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류했던 증거물은 로그인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뒀다.

꾸미기를 위한 별도의 결제 요소도 CBT 기준으로는 없는 상태다. BM은 오직 수집해야 하는 자원인 촛불에만 맞춰져 있으며, 캐릭터를 꾸미기 위한 자원은 다른 유저와의 교류만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유저들은 게임의 막바지에 도착하고서도 타인을 돕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 처음에는 묘지인 줄 알았다


우리가 스카이를 꼭 해봐야 하는 이유
관계를 활용하는 방향, 소셜 게임의 새로운 방향성

iOS와 애플TV에서 기간독점으로 출시되는 '스카이'는 저니에 이어서 '게임의 범위를 예술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해 보인다. 저니가 보여줬던 감정의 클라이막스는 여전했으며, 모바일에 최적화한 슬라이드 조작, 아름다운 OST까지 공들여 준비한 것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또한, 무엇보다 크게 다가온 것은 '관계'를 보는 시각이다. 어디서나 할 수 있기에 원활한 플레이를 위한 제약을 두지 않았고, 타인과의 교류가 플레이어의 아바타를 꾸미고 정의하는데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2012년 GDC에서 댓게임즈컴퍼니의 게임 디자이너 '제노바 첸'이 저니를 두고 '플레이어의 감정을 재정의하는 게임'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던 것처럼, 스카이는 '관계를 재정의하는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기 전에는 그저 검은 형상이던 무언가가, 관계를 통해 모습을 인식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때의 감동은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우리들을 변화시킬 것이다.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무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게임, '스카이'는 그렇기에 출시 후 반드시 플레이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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