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름다움 속에 미아가 되었다면 노래를 불러봐요, 'Fe'

리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16개 |

스웨덴 게임 스튜디오 조인크(Zoink)에서 개발하고 EA가 퍼블리싱하는 3D 퍼즐 플랫포머 게임, 'Fe'가 지난 16일 출시됐다. 어디인지 모를 아름다운 세계, 말수는 조금 적어도 동물을 닮은 귀여운 캐릭터, 몽환적인 음색.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나 '져니', '압주'와 같은 게임들을 좋아하는 나에게 'Fe'는 트레일러가 공개됐을 때부터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근데 이 게임, 어떻게 읽는 거지? 철과는 무슨 관계일까? 알고 보니 이에 대해 궁금했던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페'로 읽어야 하는지, '피'로 읽어야 하는지 각자의 언어로 무슨 뜻이 있는지 토론하더라. 개발자들이 직접 발음해서 공개하기도(링크) 했다. 결론적으로 한글로 적자면 '피에'에 가깝다. 스웨덴어로 '요정'이라는 뜻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했던 부분은 이 정도로 하고, 직접 'Fe'의 세계로 들어가 보았다. 게임 플레이는 간단했다. 보랏빛 수정을 모아 나무를 타거나 글라이딩을 가능하게 해주는 능력을 해금하는 것, 그리고 동물들의 언어를 배워가는 것이다. 하지만 'Fe'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게임의 '아름다움'이었다.

'Fe'는 PS4, 닌텐도 스위치, Xbox One, 그리고 PC는 EA 오리진에서 플레이 가능하며, 본 리뷰는 PS4로 플레이했다.


누가 뭐래도 소통은 꽃보다 아름다워
비주얼, 사운드, 그리고 소통, 'Fe'가 담은 아름다움


'Fe'는 아름답다. 그냥 비주얼만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다. 'Fe'는 비주얼에서, 사운드에서, 그리고 게임을 관통하는 동물의 울음소리라는 콘셉트에서 세 번 아름답다.

보랏빛 돌산, 주변에 흐르는 투명한 시냇물, 언제든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나무, 그리고 특유의 노래에만 반응하는 숲 속의 식물들. 'Fe'의 세계는 단순한 요소로 구성되어있지만, 통일된 색감과 동물과 식물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빛나는 문양, 그리고 조금 뿌옇게 보이는 효과로 몽환적인 숲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말 한마디 없이 뛰어다니며 나의 관심을 끄는 작고 빛나는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 형광물질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것 같아서 잠깐 걱정이 됐지만. 또한, 나무를 타고 올라가 내려다보는 세계, 저 멀리 날아다니는 거대한 새, 물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떠내려가면서 구경하는 경관은 제법 볼 만하다.




'Fe'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은 노래를 이용한 소통이다. 말 한마디 없지만 'Fe'는 소통의 이야기다. 'Fe' 속의 동물들은 모두 고유한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다. 노래를 부르면 특유의 문양이 떠오르며, 이에 반응하는 식물이나 오프젝트도 조금씩 다르다. 동물에게 다가가 노래를 부르면 그들도 화답하는데, 이때 음파가 이어지며 만나게 되면 친구가 되어 나를 도와주게 된다. 'Fe'처럼 언어를 배울 필요없이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통을 하면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된다

...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서도 언어의 장벽은 있다. 그 노래를 내가 직접 부르기 위해서는 그 종족의 '어르신'과 노래를 나눠야 한다. 이 어르신들과 노래를 나누는 과정이 한 스테이지 개념이다. 동물들을 포획하며 세계를 계속해서 망쳐나가는 적, '조용한 자들(Silent Ones)'로부터 해방하거나 도움을 주면 노래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름부터 '조용한 자들'은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조용하다는 것은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실제로 처음에 적대적인 개체인지 모르고 다가가 당당하게 노래를 불렀다가 그대로 포획되었다.



▲'조용한 자들'은 동물들을 포획해간다

울음소리인지, 노래인지, 마음으로 들리는 파장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Fe' 속의 소통은 아름답다. 각자 다른 색깔과 소리, 문양을 가진 파장을 만들어내지만 서로 나누면 소통이 된다. 그리고 그 소통을 통한 인연은 소중하다.


길을 잃었다, 어딜 가면 너를 다시 만날까
방황, 세계에서 배워가는 느긋함




길을 잃는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게임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단어가 '아름다움'이었다면, 두 번째 단어는 '방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슷하게 생긴 숲 속의 길, 뚜렷하게 명시해주는 이정표 하나 없이 유저는 세계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어릴 때 숲에서 몇 시간씩 놀고 오곤 했는데,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나중에는 그런 소리들이 익숙해졌다. 결국,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되고 숲은 내 집이 돼주었다. 유저들도 Fe를 플레이하면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게임의 방식은 자유자재이지만, 그 어떤 게임에서도 즐길 수 없었던 ‘발견’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 조인크 사 CEO이자 크리에이티브 리더, 클라우스 린글레드(Klaus Lyngeled)


'Fe'는 유저로 하여금 한 가지 확실한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나무에 올라가 어디로 갈지 확인해보기도 하고, 잘못 길을 들었다가 의외의 장소에서 오브젝트를 발견하기도 한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주위를 서성이다 어딘가로 뛰어가는 작은 동물들을 따라가 볼 수도 있다. 자연에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 어르신들을 만나는 데에는 목적지가 있지만,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다. 오브젝트가 숨겨진 곳도 그렇다. 개발자가 말했듯이 자연의 일부가 된 듯이 돌아다녀도 좋다.



▲노래로 식물을 깨우면 그전에는 못갔던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그냥 미끌어져 떨어진 곳에 수정이 있기도!



▲보랏빛 수정을 일정 수량 모으면 능력이 해금된다

하지만 여전히 길을 잃는다는 것은 조금 지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때는 간단히 노래를 부르면 된다. "우엥으엥헐리걸리우에웅" 하면서 길을 잃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부르면 작은 새가 다가와 말을 건다. "삐약삐약 왜 불렀어?" 하면서. 새는 바로 길을 알려주지 않고 먼저 내 울음소리에 답을 한다. 다가온 새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걸어야 그제야 길을 안내해주고, 새가 날아간 흔적을 따라가면 길을 찾아낼 수 있다. 길을 잃었다면, 노래를 불러보길.



▲길을 잃었어, 도와줘요!


길을 잃은 것은 누구인가
아쉬운 점




하지만 'Fe'는 아쉬운 게임이다.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정확히 'Fe'가 전달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 스토리와 분위기, 그리고 비주얼로 '힐링'의 느낌을 전달한 '저니'나 '압주', 아름다우면서도 난이도 있는 스테이지로 게임 플레이와 잔잔한 스토리를 담은 '오리 앤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 'Fe'는 이러한 방향성에서 조금 미묘한 경계에 서있다. 곳곳들 돌아다니며 힐링하기에는 배경의 색감이나 모습이 일관적이라 금방 지루해질 수 있으며, 게임 조작의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퍼즐이 너무나도 쉽다.

대부분의 플레이는 나무를 타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모션이 귀엽고 쉽기 때문에 처음에는 즐겁게 플레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조로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능력을 얻는다고 해도 우리의 주인공 요정의 움직임은 조금 수동적이다. 나무를 타다가 잘못 놓치면 그대로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가끔 'Getting Over It'의 고통이 떠오르기도 했다.



▲여러번 미끌어짐의 고통을 선사해준 뿔 달린 어르신

가장 키 포인트였던 '소통'의 색깔을 조금 더 살려보았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가장 크게 든 이유였기도 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분명 다양한 언어를 이용해야 식물이 반응하고, 다양한 장소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타이밍 좋게 언어를 바꿔가며 플레이해야 한다거나, 순서가 중요하다거나 하는 '퍼즐'의 느낌이 약해 동시에 '언어'와 '소통'이 가진 의미도 함께 퇴색해버린 느낌이다.

길을 잃는 것은 나쁘지 않고 자연 곳곳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며 방황하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의 자연을 담았어야 했다. 크게 달라지지 않는 배경은 탐험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동시에 개발자의 의도도 희석시켜버린다.

다소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분명 'Fe'가 전달한 소통의 아름다움은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다양한 언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소통으로 친구가 되는 과정의 아름다움. 비록 'Fe'의 스토리는 아직도 조금 아리송한 부분이 있지만, 'Fe'는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확실하게,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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