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2018] 유저는 왜 게임 속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을 하는 걸까?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댓글: 8개 |


▲iThrive Games의 하이디 맥도널드

강연자 소개: 하이디 맥도널드(Heidi McDonalds)는 iThrive Games의 시니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게임 속 로맨스와 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워크샵, 게임잼, 컨퍼런스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게임을 개발하는데 목표를 두고 개발자들에게 컨셉 단계부터 테스트까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유저들을 게임에 신경 쓰도록 만들 수 있을까?”

프리버드 게임즈의 ‘투더문’, 댓 게임 컴퍼니의 ‘져니’, 자이언트 스패로우 사의 ‘에디스 핀치의 유산’, 텔테일 게임즈의 ‘왕좌의 게임’… 왜 실제 사람도 아닌데 유저는 게임 캐릭터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고 그들을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하고 느끼기도 하고, 그들의 슬픔에 동화되기도 한다.

금일 GDC2018의 게임 내러티브 서밋 강연에서는 iThrive Games의 하이디 맥도널드(Heidi McDonald)가 나와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드는 게임의 힘과 어떻게 이를 표현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이디 맥도널드는 최근 보도되고 있는 게임이 폭력을 유발한다는 뉴스에 대해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며, 오히려 연구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경연을 시작했다.

iThrive Games는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게임사로, 게임이 가지는 교육적인 효과를 발전시키고자 하고 있다. 더 나아가 게임 개발자들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청소년들이 게임과 함께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리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일 발표된 '게임 속 감정 이입'은 iThrive Games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로, iThrive Games는 현재 게임 속에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요소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게임 개발자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 게임 속 감정 이입 - 선택지를 통해 유저는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먼저 하이디 맥도널드는 '투더문'을 언급하며, 그녀의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나는 이 게임을 하면서 세상에, 게임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나 울 수 있다니, 하고 느꼈습니다." 그녀는 행동의 결과가 사람들을 어떻게 돕는지, 나의 의도가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이 내게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어떤 희생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하이디 맥도널드는 '투더문', '에디스 핀치의 유산 개발자에게 의도적으로 유저로 하여금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해서 만들었느냐고 물었고 비슷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도하고 만든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내가 플레이했을 때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을 뿐이라고.

그럼 우리는 왜 이런 게임들에 신경을 쓰는가. 그리고 게임개발자들은 이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감정 이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단순하게 게임에 유저가 몰입하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예로, 항아리게임, ’Getting Over It’을 하면서 유저는 추락할 때마다 게임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화가 치밀어 오르게 된다. 다른 하나는 게임 속에서 선택지를 만났을 때를 보면 알 수 있다. 게임 캐릭터에게 좋은 사람이 될 것인가, 나쁜 사람이 될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고작 게임 캐릭터한테도 나쁘게 대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유저는 선택하며 몰입하게된다

두 번째 감정이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선택지의 중요도는 게임의 설계로, 또는 스토리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더스'에서, 유저는 직접적으로 두 형제의 관점을 경험하게 된다. 형의 관점에서, 동생의 관점에서 체험하는 것이다. 스토리적으로는 ‘허스토리(Her Story)’를 예로 들 수 있다. 형사가 되어 인터뷰를 통해 다른 이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듣게 되는데, 이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유추해보는 것이다. 두 가지 요소를 혼합한 예로는 '1979 레볼루션'를 꼽을 수 있는데, 사진작가가 되어 당신이 어떤 것을 촬영할지, 그리고 어디에 포커스를 둘지 정하게 되는 것이다.




선택을 하면서 유저는 캐릭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하게 된다. 스토리에 집중했다면 유저는 그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당신 곁을 떠날 때, 당신은 사실상 이미 그 사실을 유추해서 알고 있다. 게임이 이미 여러 가지 힌트를 주었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비주얼, 목소리, 단어 사용까지 유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예정인지에 대해서 ‘힌트’를 주고 있다.

이러한 힌트는 게임 화면의 모든 요소를 통해 전달된다. 이는 동시에 유저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기 위해 효과를 더한다. 우울한 장면이 있다면, 화면의 푸른 조명, 우울한 캐릭터의 표정, 주변 캐릭터들의 반응 등이 그 우울한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텔테일 게임, 왕좌의 게임 속 러드 화이트힐의 등장을 예로 보자. 러드 화이트힐은 등장하고 아직 아무런 나쁜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저는 주변 캐릭터들이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들었기 때문에 그가 등장하자마자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라고 알게 되는 것이다.


■ 유저와 작가의 공동 서술 - '옵션'을 이용한 자유로운 스토리텔링

하이디 맥도널드는 특히 주변 캐릭터들의 반응을 이용하라고 강조하면서 유저에게 ‘옵션’을 주라고 말한다. 여기서 옵션이란 배경 스토리에 대한 정보를 주는 요소이다. 게임 곳곳에 배경 스토리에 대한 힌트를 남기는 것이다. 분명 방대한 옵션이 있다고 해도 유저가 모두 찾아보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분명 어떤 옵션이든 누군가는 확인하기 마련이다.



▲게임 속의 곳곳에서 전달하는 '옵션'으로 유저는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옵션은 유저로 하여금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작가의 일방적인 서술과 유저의 수용이 아니라, 작가와 유저의 동시 서술이 이루어진다. 게임 속에서 어떤 것을 먼저 할지, 어떤 콘텐츠를 할 것인지, 유저가 직접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작자는 툴을 만들고, 유저는 그 툴을 재료로 이용해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하이디 맥도널드는 이에 대한 예시로 ‘에디스 핀치의 유산’을 꼽았다. 게임 속에서 유저는 작은 결정들을 하게 된다. 유저에게는 작은 기억 상자가 주어지고 이에 넣을 수 있는 옵션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어떤 것을 넣어 기억하게 된다면, 반대로 어떤 것은 빼야, 잊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각각으로 보면 유저가 결정하는 것은 작은 요소지만, 이는 큰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작은 결정들이다. 유저에게 지속적으로 작은 결정권을 주고, 이를 통해 큰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됨을 보여주면 유저는 자연스럽게 게임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큰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감정 이입과 동정심은 조금 다른 요소다. 누군가와 함께 감정을 느낄 것인가, 누군가를 위해 감정을 느낄 것인가의 차이다. 기본적으로 두 가지 모두,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여기서 인지적인 정보처리와 정서적인 정보처리로 나누어진다. 인지적인 부분이 떨어진다면 보편적으로 예의 없는 사람이 될 것이고, 정서적인 부분이 떨어진다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유저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도록 해야 하지만 동시에 트라우마를 안겨주면 안 된다. 유저로하여금 긴장하게 하고 여기서 트라우마를 느끼도록 하는 것은 좋은 게임이 아니다. 하이디 맥도널드는 유저를 망가뜨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 개인적인 감정은 보편적으로 공유된다 - 감정의 아홉가지 카테고리

유저로 하여금 어떻게 게임 캐릭터를 신경 쓰도록 만들 수 있을까?

하이디 맥도널드는 ‘투더문’이 다루는 자폐증을 보면서 자신의 아들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녀 개인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예시는 그녀 개인적인 사례지만, 인류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감정들이 있고, 이를 아홉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주제는 이 아홉 개의 감정 카테고리를 통해 분류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주제를 모든 사람이 같은 감정에 분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엄마’라는 단어를 꼽아보자. 누구나 생물학적으로 어머니가 있다. 어떤 이의 어머니는 돌아가셨을 수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누군가일 수도,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일 수도,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이는 어머니를 갈등에 분류할 수도 어떤 이는 관계에 분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라는 단어는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주제이자 감정을 일으키는 요소다.



▲아홉 개로 나뉘어지는 카테고리

하이디 맥도널드는 ‘상실’이라는 단어를 또한 예시로 꼽았다. 누구나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한다. 직장을 잃을 수도, 건강이나 삶을 잃을 수도 있다. 하이디 맥도널드는 단순하지만 누구나 각자 자신의 기억, 감정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을 이용하면 감정 이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적인 것은 보편적인 것이고, 보편적인 것은 개인적인 것이다.

개인이 느낀 것이지만, 사실 개인이 느끼는 것은 지극히 보편적인 감정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개발자가 개인이 느낀 것을 들여다보고 게임으로 표현한다면 방식은 서로 다르더라도 보편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하이디 맥도널드는 두려움 없이 자신의 내면의 모든 감정을 이용하기를 조언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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