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2018] 이 게임이 '죽음'을 바라보는 방법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댓글: 9개 |


▲ 가비 다리엔조(Gabby DaRienzo) Laundry Bear Games 공동 창업자

강연자 소개: 가비 다리엔조(Gabby DaRienzo)는 캐나다 토론토 소재의 인디 게임 개발자로, 죽음과 장례식을 주제로 하는 '장의사의 이야기(A Mortician's Tale)'는 그가 설립한 Laundry Bear Games의 데뷔작이다. 프리랜서 아티스트로도 활약하는 그는 최근 '셀레스테'의 아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게임을 개발하지 않을 때는 팟캐스트를 통해 게임이 죽음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참 다행스럽게도 현실에서보다 게임에서 더 많은 죽음을 접한다. 생각해보면 요즘 스팀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는 100명 중 마지막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죽고 죽이는 게임이 아닌가. 죽는 것 자체는 조금 기분이 나빠도, 별 생각 없이 세이브와 로드를 반복하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게임에서 죽음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요소로 사용되고는 한다.

이번 GDC에서 만난 인디게임 개발자 가비 다리엔조(Gabby DaRienzo)는 자신이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후 처음으로 출시한 작품, '장의사의 이야기'를 주제로 이번 강단에 섰다. '장의사의 이야기'는 실제 장의사가 되어 시신을 염하고, 심지어 장례식에도 참여해야 하는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이다. 그는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이러한 주제로 게임을 만들게 되었을까? 과연 이 게임이 죽음을 바라보는 방법은 여느 게임들과 어떻게 다를까?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가비 다리엔조는 그동안 비디오게임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왔는지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함께 발표를 진행해 나갔다.

비디오게임과 그 속의 '죽음'은 사실 그 역사를 나란히 한다고 볼 수 있다. 게임들은 화면 한켠에 남아있는 목숨의 숫자를 표시하거나 체력바를 표시하는 등으로 수많은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이 '죽음'을 보다 심각하게 여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죽음은 보다 다양한 게임 내 메커니즘으로 작용했는데, '다크소울' 시리즈에서 계속되는 죽음을 통해 플레이어들이 성장을 이루는 것이나, '엑스컴' 시리즈처럼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죽음은 내러티브적으로도 큰 역할을 해왔다. 주인공 캐릭터와 관계있는 등장인물들의 죽음은 플레이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큰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러한 사례는 매스이펙트 시리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스이펙트는 플레이어가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기 전 해당 등장인물의 생전에 관계를 쌓아가는 연출을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가비 다리엔조는 "게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죽음을 이야기할 때, 열에 아홉은 '파이널판타지7'의 에어리스를 꼽는다"며, "내러티브적으로나 테크니컬한 방면 모두에서 정말로 잘 구현한 죽음"이라고 전했다. 동료를 치유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에어리스는 유저들이 가장 잘 활용하는 캐릭터중 하나였다. 때문에 해당 캐릭터의 죽음 이후에는 '좋아하는 캐릭터가 죽었다'는 감정보다 자신이 지금까지 성장시켜온 캐릭터의 부재를 깨닫게 되고, 그로 인해 정말로 슬퍼하게 되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개인적인 사례를 이야기하며 강연을 이어나갔다. 10살 무렵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그의 어머니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이후, 가비 다리엔조는 그 기억을 잊지 못한 채 분리불안 증세 등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어머니의 보살핌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한 그는 그때부터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전했다.




"'죽음'에 대한 불안, 또는 공포는 섹스에 대한 공포와 비슷합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도 비슷하죠. 터부시되어 있는 주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리는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장의사의 이야기(A Mortician's tale)는 이러한 고민들이 담긴 인디게임이다. 가비 다리엔조는 서구 문화권에서 죽음에 대해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이 터부시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보다 폭넓은 대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줄이고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플레이어가 직접 장례 절차를 경험하게 되는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름 그대로 '장의사의 이야기'는 장례식을 다루는 시뮬레이터 게임. 플레이어는 장의사인 주인공이 되어 여러 인물들의 의뢰를 받아, 시신에 방부 처리를 하는 것부터 장례식에 참여해 유족들의 사연을 듣는 것까지 장례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치르게 된다.

게임을 개발할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목표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최대한 실제와 동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장례 전문가들에게 절차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비탄(grief)에 대한 정의도 나름대로 담아내야 했다.

다루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실제 고증을 담아내면서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됐다. 이 둘의 밸런스를 찾는 것이 필요했는데 가비 다리엔조는 전반적인 색채의 선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보라색 톤의 색을 사용하면서 색감을 통일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너무 잔인할 수 있는 장면에서는 어느정도 톤 다운 할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캐릭터들의 신체 묘사 또한 중요한 부분이었다. 플레이어가 오랫동안 봐야 하는 주인공과 시신, NPC 들의 경우 큰 머리의 큰 눈으로 표현,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강조했다.

시신의 방부 처리를 하는 과정은 과거 의료 게임인 '트라우마 센터'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부분이 존재했는데, '트라우마 센터'는 응급 환자를 치료하는 외과의사를 다루는 반면 이 게임은 장의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의사의 이야기' 속 방부 처리 과정에는 제한 시간이나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명확했다.




"우리가 게임에서 실패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면, 그것은 곧 시신에게 결례를 범하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요"

장의사로서 자신이 의뢰를 받았던 유가족들의 장례식에 찾아가는 것 또한 의도된 기획이다. 가비 다리엔조는 "시스템적으로나 의학적으로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정확한 전달을 하고 싶었다"고 전하며, "해당 스테이지에서 주인공은 계속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서는 그저 게임의 목표일 뿐이지만, 실제 장례식장에서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가비 다리엔조는 내러티브적으로도 정확한 감정 전달을 하기 위해, '장의사의 이야기'의 스토리 일부를 설명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방부 처리 과정은 어떠한 요소도 추가되지 않으며 동일한 난이도로 계속되지만, 주인공이 마주하게 되는 시신들의 뒷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스트리머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면을 봤는데, 대부분 엔딩에 다가갈수록 완전히 같은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마주하는 시신들과 주인공의 관계에 대해 탐구할수록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의사의 이야기가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후, 가비 다리엔조는 많은 이들로부터 개인적인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게임을 통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기억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물론, 많은 팬아트와 코스플레이 또한 받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그는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적 결정들 덕분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가비 다리엔조는 앞으로 '죽음'을 자신의 게임 요소로 활용하고자 하는 개발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기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먼저, 게임 메카닉으로서의 죽음인지 내러티브 요소로서의 죽음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진정으로 '죽음'이 게임에 필요한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통적인 '죽음' 디자인에 기대지 말고 자신의 게임 디자인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고민 끝에 죽음을 게임 내 요소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를 존중해야 하는 것도 당신의 몫이 된다. 다른 문화권에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조사는 물론, 필요하다면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많은 이들에게 '죽음'은 대단히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이 만든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만드는 자신이 가진 '죽음'에 대한 감정을 게임에 나타내는것도 좋다. 죽음에 대해 편하지 않다면, 이 기회에 그런 감정을 탐험해 보는 것이 때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