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8] 박진감 넘치는 퀘스트를 위하여 - 호라이즌 제로 던의 퀘스트 디자인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2개 |


▲ 블레이크 레보체 (Blake Rebouche), 게릴라 게임즈 시니어 퀘스트 디자이너

강연자 소개: 블레이크 레보체 (Blake Rebouche)는 현재 게릴라 게임즈의 시니어 퀘스트 디자이너로 재직 중인 인물이다. 게릴라 게임즈로 이직하기 전에는 '엘더스크롤 온라인', '스타워즈 구공화국'과 같은 MMORPG의 퀘스트 디자인을 맡아 진행한 바 있다.

2017년 초 게릴라 게임즈가 출시한 '호라이즌: 제로 던'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다. PS4의 한계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래픽, 기계 동물이라는 독특한 컨셉, 자연스러운 모션 등 기술적이던 디자인적인 면에서든 깊은 인상을 줬던 게임으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해당 타이틀이 게릴라 게임즈의 첫 번째 오픈 월드 RPG였다는 점이다. 킬존 시리즈로 FPS만을 제작하던 이들은, 첫 번째 RPG 타이틀부터 판매량이던 작품성 면에서든 긍정적인 평가를 거뒀다. 이후 각종 강연에서 자신들의 노하우와 고민 점들을 공유하고 온갖 컨퍼런스에 얼굴을 비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게릴라 게임즈의 시니어 퀘스트 디자이너, 블레이크 레보체(Blake Rebouche)는 GDC 2018 의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오픈 월드 RPG를 시도하며 고민하고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넓은 필드에서 플레이하는 게임임에도 어떻게 기존 RPG의 선형적 요소와 액션 장르의 비선형적 요소를 퀘스트에 녹여낼 수 있었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극복 방법은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를 청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블레이크는'엘더스크롤 온라인'의 레벨 디자이너,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레벨 디자이너로도 재직한 바 있으며,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는 퀘스트 팀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게릴라 게임즈는 이전까지 RPG 장르를 개발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레벨 디자인과 퀘스트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킬존 시리즈를 개발했던 게릴라 게임즈의 디자인 방식과 RPG의 디자인 방식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다.

초기 호라이즌 제로 던의 퀘스트 디자인은 E3 2015에서 공개했던 트레일러와 같았다. 무언가가 발생했다는 전조를 발견하고, 마을에서 기계를 파괴하고 새로운 정보를 수집한 뒤, 평원에서 기계를 만나 산으로 향해서 보스를 만나는 흐름을 보여준다. 주인공에게 새로운 장소가 주어지며, 등장하는 몬스터를 잡고, 최종적으로 보스 몬스터에게 도달하는 구조였다.

새로운 장소와 몬스터를 제공하면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구조는 다른 게임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위쳐3'의 아이스 자이언트 퀘스트도 이와 같은 구조다. 퀘스트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흔적들을 발견하고, 등장하는 적을 제거하여 퀘스트의 최종 보스에 이르는 것까지 형태가 동일하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새로운 공간과 등장하는 적들을 통해서 게임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적을 통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형태다

하지만 '호라이즌 제로 던'의 최종적인 결과물은 조금 다른 형태를 갖는다. 게임 내에서 큰 사건을 미치거나, 이야기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들은 대부분 필드가 아닌 벙커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호라이즌의 퀘스트는 크게 필드에서 진행되는 '오픈 월드 퀘스트'와 주요 사건이 흘러가는 '벙커 퀘스트'로 구분할 수 있다.

벙커는 과거 인류의 흔적들을 전달하는 장소이자, 기계적인 이미지로 디자인된 공간이기도 하다. 반대로 오픈 월드 퀘스트는 지역이 확장되며, 다양한 환경을 곁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이는 오픈 월드 그리고 액션 RPG라는 게임의 특징에서는 서로가 상반되는 특성을 갖는다. 하나는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비선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오픈 월드와 벙커 퀘스트는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강연자는 크게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오픈 월드 퀘스트와 벙커 퀘스트의 디자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하고자 했다. 먼저 오픈 월드 퀘스트에서는 게임의 특정 지역인 '자유로운 더미(Free Heap)'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강연자 스스로가 오픈 월드 퀘스트 내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험적인 요소들을 사용한 장소라고 설명했던 곳이다

자유로운 더미 지역은 가장 남쪽에 있는 마을, 북동쪽의 강도 캠프, 북서쪽의 스크래퍼 둥지까지 크게 세 에리어로 구분할 수 있다. 기본적인 퀘스트는 남쪽에 있는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을에서는 퀘스트를 시작할 수 있는 NPC와 컷신 등을 제공한다. NPC가 마을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제시하고 플레이어는 이를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 자유로운 더미 부근에는 도적 야영지와 스크래퍼 서식지가 있다.

그리고 각각의 세부적인 장소들은 수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마련한다. 단순히 평면적인 필드에 오브젝트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가로지르는 구조물 등을 배치하여 플레이어가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퀘스트를 해결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오픈 월드 퀘스트인 만큼, 플레이어가 어느 방향에서 진입해서, 원활하게 퀘스트를 수락하게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게릴라는 마커를 이용하여 플레이어를 설계한 방향대로 유도하고자 했다. 설령 길을 잘못 들었더라도, 다른 한쪽에만 마커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자연스레 퀘스트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한다. 이렇듯 마커는 단순히 중요한 사물만을 가리키는 장치가 아니라, 최초 계획한 구조대로 퀘스트를 진행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인 셈이다.



▲ 강연자의 말마따나, '악(Evil)'인 백트랙을 방지하기 위해 마커를 활용하는 셈.

오픈 월드와는 반대로 벙커 퀘스트는 '넓은 지역'보다는 좁고 깊은 곳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덤 무더기(Graven Hoard) 퀘스트가 벙커 퀘스트의 대표적인 사례다. 벙커 퀘스트는 메인 스토리에 큰 영향을 미치며, '매크로'와 '마이크로' 레벨 디자인이 적용되는 공간이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서브 스토리와 같은 RPG 적인 요소와 퍼즐적인 면을 가진 액션 요소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단순하기보다는 극적이면서 공간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이 요구된다. 강연자는 벙커 퀘스트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게릴라의 전작인 '킬존 시리즈'에서 무언가를 배워올 수 있었다. 킬존에는 몸을 숨길 수 있는 여러 공간들이 존재했고, 전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플레이어는 이를 통해 뒤에 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구조물들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피드백을 거치며 재탄생한 무기고의 구조는 이전과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완성됐다. 무기고에 들어서는 순간 반대편에서 들어오는 빛과 함께 무기고의 전경을 파악할 수 있게 됐고, 적들의 대화 소리, 움직임 등으로 플레이어는 정면 돌파가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됐다. 또한, 중앙에 퀘스트 오브젝트를 배치하고 마커를 올려 둠으로써 입구에서 자연스레 맵을 둘러보고 집중할 수 있게 설계했다.






▲ 평면적인 레벨 디자인에서 보다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강연자는 '호라이즌 제로 던'을 개발하며 있었던 고민과 해결 과정들을 통해 RPG적인 요소와 액션적인 요소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RPG적인 요소들은 스토리를 따라가게 하는 지침이자, 플레이어를 인도하는 역할, 설계동선을 벗어나는 백트래킹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액션 장르의 요소들은 한 공간에 한정하여 플레이어를 도전하게 만다는 역할과 공간 내부의 디자인을 통해 플레이어가 공간에 접근하게 하는 역할. 그리고 게임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정리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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