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8] 팔이 왜 늘어나냐구요? "그건 우리가 닌텐도이기 때문입니다"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1개 |


▲ 야부키 코스케, 닌텐도 '마리오카트8' 및 'ARMS' 디렉터

강연자 소개: 닌텐도의 야부키 코스케 디렉터는 '젤다의 전설 황혼의 공주', '마리오카트8', '닌텐독스'의 제작에 참여한 개발자로, '마리오카트7'과 '마리오카트8', 'ARMS'의 디렉터를 맡으면서 최근 닌텐도의 신작들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우리는 다른 격투 게임을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한 ARMS(이하 암즈)의 디렉터, 야부키 코스케는 강연을 위와 같은 말로 시작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야기한 이 문장은 한편으로는 닌텐도의 개발 방식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개발할 때 이미 출시된 같은 장르의 게임을 어느 정도는 참고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야부키 자신은 암즈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른 게임을 참고하지 않았다고 공언했다. 그것도 GDC 2018에 모인 수많은 청중 앞에서 말이다.

먼저 그는 암즈를 개발하기 이전에 자신들이 참여했던 타이틀들을 돌아보며, 그동안 대전 액션 게임을 제작한 경험이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강연자 자신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였고, 닌텐도에게 있어서도 대전 격투라는 장르는 그리 선호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대전 격투 게임의 장점을 참고하거나, 기존 대전 격투의 틀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닌텐도에는 '다른 게임에서 제공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와 경험을 주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미야모토 시게루의 질문에서도 드러난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새로운 게임을 보면서 "무엇이 기존 게임과 다른 점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하면 개발은 막을 내린다. 그러므로 강연자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들이 필요했다.

강연자는 이와 같은 질문들이 닌텐도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닌텐도는 항상 프로토타이핑을 진행하고 있고, 타사와는 다른 게임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과정은 암즈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게임에는 없던 새로운 점을 창조해야 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암즈는 '카메라가 플레이어 뒤에 있는 격투 게임은 왜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격투 게임은 카메라를 측면에 둠으로써, 각 캐릭터의 거리를 표현한다. 캐릭터 간의 거리를 플레이어가 즉각적으로 확인함으로써 거리를 쉽고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를 뒤에 두었을 때에는 플레이어가 거리를 파악하기는 어려워진다.

코스케 디렉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자신이 개발에 참여했던 '마리오카트'에서 찾았다. 3D 이전의 마리오카트에서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멀리 있는 물체가 플레이어에게 가까이 오는 것'으로 속도와 움직임을 표현한다. 그가 암즈에서 공격의 거리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마리오 카트에서 물체를 접근시켜 속도감을 표현하듯, 암즈에서는 상대의 주먹이 플레이어에게 날아오도록 디자인한다. 상대의 주먹이 날아오기 때문에 맞을 것인지 안 맞을 것인지도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주먹이 날아는 컨셉트는 프로토타입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실제로 조이콘을 쥐어보고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고, 1vs1 모드 뿐만 아니라 1인칭 모드, 다양한 미니 게임의 프로토타입도 완성하여 진행하기도 했다. 양팔을 사용하므로 적의 궤도를 예측해서 시간차로 펀치를 날리거나, 반대로 상대의 움직임을 의도하는 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었다.

기존 게임들의 방어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은 암즈에서는 팔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타이밍이 대체한다. 외에도 버튼에 따라 강/약이 존재하던 기본적인 구조는 암의 무게가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간소화 됐다. 프로토타입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늘어나는 팔'과 '간소화된 개념'들은 암즈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핵심적인 가치로 자리잡게 된다.




암즈의 또 다른 특징인 모션컨트롤 기반 조작 'Thumbs up Grip' 또한 프로토타입 조이콘부터 존재하던 개념이다. 코스케 디렉터는 이러한 조작 외에도 다른 방식으로 게임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자 했다. '마리오카트8 디럭스'가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다양한 조작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듯, 암즈 또한 패드와 모션 컨트롤 모두에서 원활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조작법을 추가했다.

프로토타입을 통해 기본적인 시스템이 정립된 이후에는 캐릭터 디자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양한 디자인이 시도되었음에도 만족할 만큼의 다이나믹한 모션은 보여주지 못했다. 단순히 주먹을 날리는 것만으로는 궤적이나 타격감을 주기 어려웠다.

이후 많은 시도 끝에 캐릭터가 펀치를 날리면 '주먹부터 어깨 부분까지 늘어나는 형태'로 기본적인 디자인 컨셉이 결정되었다. 팔 전체가 늘어나므로 모션 컨트롤과 캐릭터의 움직임이 일치하는 것은 물론, 펀치의 궤적을 항상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완성됐다.

코스케 디렉터는 일반적인 인간형 캐릭터가 무기를 날리는 형태가 될 수 있었음에도 오랜 고민과 시도들을 했던 것, 어깨까지 늘어나는 모션을 적용한 것들을 가리켜 '이러한 것들이 닌텐도스러운 결정'이라고 회상했다. 여러 효과는 있었지만, 사실 '닌텐도이기 때문'이라는 것 말고는 다른 설명을 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게임 내부에 들어가는 시스템, 캐릭터들이 정해졌다면 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질 차례였다. 강연자는 이제 '경쟁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답을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 또한 '마리오카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마리오카트는 암즈처럼 타인과 경쟁을 하는 게임에도 꾸준히 플레이 되고 있다. 이는 마리오카트의 밸런싱이 플레이어의 기술과 운,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암즈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피지컬이 주가 되는 게임이지만, 마리오 카트의 아이템처럼 운 요소가 적용되는 형태다.

마치 테니스에서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펀치의 방향이 얼마만큼 꺾이는지,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운의 요소를 따르고 있다. 또한, 몇 천 개에 이르는 캐릭터와 무기의 조합을 AI를 통해 테스트함으로써 특정 조합이 뛰어난 승률을 갖지 않도록 밸런스를 조정하기도 했다.




암즈를 개발하며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구했던 경험을 전달한 야부키 코스케는 강연을 정리하며 '게임은 가족과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암즈 또한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진행한 대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교류를 했듯이, 다른 곳에서도 암즈를 통해 소통하고 관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마리오카트와 암즈의 개발을 맡으면서 "좋은 게임 디자인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좋은 게임 디자인이 있다면, 장르가 다르더라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노력했던 경험들은 낭비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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