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8] 빌 로퍼 CCO "수많은 게이머, 어떤 콘텐츠로 먹여 살릴 것인가?"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댓글: 10개 |


▲좌측부터 허만 나룰라CEO, 조쉬 홈즈 CEO, 랜디 스미스 디렉터, 브랜든 그린 디렉터, 빌 로퍼CCO

금일 GDC2018에서는 Improbable의 빌 로퍼(Bill Roper) CCO, 펍지 주식회사의 브랜든 그린(Brendan Greene), Creative Director, Midwinter 엔터테인먼트 조쉬 홈즈(Josh Holmes) CEO, DareWise 엔터테인먼트 랜디 스미스(Randy Smith) 디자인 Director, Improbable 허만 나룰라(Herman Narula) CEO까지 다섯 명의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게임에서 ‘거대한 세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토론은 빌 로퍼 CCO가 질문을 던지고 함께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수많은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와 가상현실과 현실 간의 관계에 대한 자유로운 이야기가 오갔다. 게임 관계자로서의 전문적인 평가에서부터 그들의 개인적인 의견까지 게임, 가상현실, 현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수십억의 사람들이 게임을 한다는 것의 의미





먼저, 수십억의 사람들이 게임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브랜든 그린은 “직접 유저들이 게임 속에서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고 설명하며, 게임을 통해 커뮤니티가 구성되고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랜디 스미스와 조쉬 홈즈는 이에 덧붙여, 다른 삶을 살고 있고,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서 구성되는 것이라며, 게임이라는 단어를 쓰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게임’으로 한정시킬 수는 없는, 각각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현상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랜디 스미스는 “표현하자면 페이스북 규모의 온라인 현상 정도가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 어떻게 수십억의 사람들을 먹여 살릴 것인가?





그럼 그 많은 사람은 모여서 무엇을 하게 되는가. 빌 로퍼는 이 거대한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MMORPG를 생각해보자. 그동안 개발자들은 2년 가량의 개발 기간을 들여 콘텐츠를 생산해왔다. 유저가 고작 2주만에 끝내버리는 콘텐츠를 말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수십억의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인데.”

유저가 소비할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있어 랜디 스미스는 유저가 없을때 변화를 주는 요소를 언급했다. 거대한 세계에 일일이 유저가 소비할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그는 세계에 독자적인 행동을 하도록 설계되어있는 구성원들을 포함시키는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플레이어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원을 찾아다니고, 그 장소를 떠났다가 언젠가 돌아왔을 때,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던 구성원들에 의해 변화한 새로운 환경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서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구성원. 이 구성원의 가장 간단한 예시는 유저다.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세계에 영향을 준다. 어떤 유저들은 직접 그들이 소비할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허만 나룰라는 “유저들은 스트리머이기도하고, 모드 제작자이기도 하고, 던전 마스터이기도 하다. 재밌는 것은 이렇게 유저가 만드는 콘텐츠가 종종 그 게임 자체보다 더 인기가 많아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커뮤니티의 힘이 아니라면, 그렇게 방대한 모드나 맵, 콘텐츠를 포함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유저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힘을 그 방대함에서 찾는다.


■ 개발자는 손을 놓아야 한다?


유저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게임 속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풍부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카오스를 초래하기도 한다. 유저 콘텐츠는 개발자가 유저에게 세상을 마음대로 재창조하는 힘을 부여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모든 개발자가 이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빌 로퍼는 2차 창작에 엄격한 디즈니를 예시로 짚었다.




이에 대해 조쉬 홈즈는 개발자는 손을 놓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유저가 개발자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개발자가 만들어낸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개발자가 의도한 방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저가 자유롭게 세상을 재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쉬 홈즈는 이어 게임과 게임이 주는 경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유저는 개발자에 의해서 설계되고 디자인된 구조를 따라가면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며, 어떤 유저는 카오스 속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쪽이 더 재밌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플레이어가 있는 만큼, 경험의 두 양면은 게임 속에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다.




브랜든 그린은 모드를 개발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만들었던 게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든 거다.”라고 설명했다. 모드는 자유롭다.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든 그린은 여기서 모드를 먼저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전했다.

또한, 브랜든 그린은 배틀그라운드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배틀그라운드에는 섬이 하나 있고, 유저들이 내려가 배틀로얄을 시작하게 된다. 사실, 배틀그라운드의 섬에는 미리 준비된, 개발자에 의한 ‘콘텐츠’가 없다. 유저들이 직접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브랜든 그린은 “배틀그라운드에는 콘텐츠는 따로 없다. 하지만 콘텐츠는 매일 새롭게 만들어진다. 매번 새로운 경험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그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저들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라.”라고 이야기했다. 모드가 있는 게임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래도록 플레이 되는 게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 어떻게 유저가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빌 로퍼는 이번에는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게임이 오래도록 플레이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다시금 플레이하게 만든 ‘반복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게임들의 게이머들은 수십 시간을 한 게임에 투자하고, 심지어 관련 커뮤니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분명 처음부터 많은 코어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은 없다. 그럼 어떻게 유저를 계속 게임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랜디 스미스는 다양함을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다시 게임을 하러 돌아오는 것은 매번 그 게임이 조금씩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러 게임들이 이미 도입한 테크닉으로, 게임 속 요소들이 결합해 같은 콘텐츠더라도 다른 상황이 나온다는 것이다. 같은 레벨이라도 플레이할 때마다 다르다면 다른 레벨을 플레이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덧붙여 게임의 가상현실을 디자인할 때 어려운 점은 긴장감이 얼마나 포함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상적인 행동을 하다가 배틀을 한다든가, 긴장감이 오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는 그 긴박함이 계속된다. 사망해도 빠르게 리스폰되며, 다시 전장으로 가 전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빠른 전장으로의 복귀와 반복. 랜디 스미스는 게임 플레이에 이 긴장감을 얼마나 포함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조쉬 홈즈는 “배틀로얄 장르의 장점은, 이 부분에 있어서 다양하게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를 보면 남을 처치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숨으면서 버티고, 비단 이런 사람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초반에는 여유롭게 진행한다. 중요한 것은 굳이 누군가를 처치하지 않아도 게임 속에서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굳이 전투가 없어도 유저는 무엇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허만 나룰라는 예상치 못한 인터렉션이라는 부분에서 이견을 내놓았다. “내가 배틀로얄 장르를 그만둔 이유는 금방 죽으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왜냐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나는 모든 게이머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브랜든 그린은 “얻고 싶은 게 있고, 그를 얻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 여러가지 방법이 게임 속에 새로운 요소들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 게임 속 ‘나’는 페르소나인가?





이어 가상 세계의 ‘나’와 현실의 ‘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가상 현실에서 유저는 현실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된다. 가상현실에서 어떤 사람은 현실의 자신과 똑같이 행동하고, 어떤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가상 현실은 그렇다면, 두 번째 삶을 뜻하는 걸까?

페이스북을 보자. 페이스북은 분명 현실이 아닌 하나의 가상 네트워크지만, 동시에 일상적인 요소가 되었다. 빌 로퍼는 여기서 페이스북 속의 자신은 현실의 자신과는 다르다는 점을 짚는다. 페이스북은 분명 삶을 반영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지를 본인이 정하기 때문에 현실의 나와는 다른 모습이 되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나는 나의 모습을 기획하고, 정리한다. 어떻게 나를 표현하고 싶은지에 맞춰서 재단하는 것이다.”라고 빌 로퍼는 설명했다.

가상세계도 그렇다. 가상세계에서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조쉬 홈즈는 누구나 내면에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으며, 언제는 영웅이 되고 싶기도 하고 언제는 빌런이 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세계의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은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빌 로퍼는 이에 대해 MMORPG 속 ‘부캐’를 이야기한다. MMORPG에서 우리는 첫 번째 캐릭터에게 ‘투자’를 한다. 어떤 콘텐츠는 피해서 플레이하기도 하고, 다른 이에게 상냥하게 대하기도 하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철저한 계산을 통해 소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부캐’를 게임 속의 나는 현실 속 나의 페르소나라고 한다면, ‘부캐’는 ‘주캐’의 또 다른 페르소나가 되는 걸까?


■ 게임에서 현실로, 현실에서 게임으로


가상 현실로 드러난 페르소나에서 이어 가상현실과 현실 사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가상 현실이 이제는 현실과 동등한 선상에 올라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허만 나룰라는 수많은 사람이 믿는다면 현실이 될 수 있는 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예를 들어, 가상 세계 속 유명인의 죽음을 언급했다. 만약, 가상 세계의 유명인, 즉 유명한 캐릭터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가상 세계의 죽음은 실제는 아니지만 분명 그 세계에서는 뉴스로 보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이 믿는다면 실제가 된다. 조심스럽지만 난 개인적으로 종교가 그 예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허만 나룰라는 이에 더 나아가 가상 현실이 현실과 동등한 입장에 올라올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클래시 로얄 좀 하겠다고 하면, 예의 없는 행동일 것이다. 반대로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우리는 종종 현실에 급한 일이 생기면 양해를 구하고 가상세계를 떠난다. 이때는 전혀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니다. 다들 이해해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수 있고, 10대 이하 아이들에게는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미래에는 가상 현실의 일이 현실보다 중요해져, 현실을 살아가더라도 급하게 가상현실로 떠나기도 하고, 가상현실에서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0대 이하 아이들에게 게임은 ‘고작’ 게임이 아니다.

빌 로퍼는 “예전에 던전앤드래곤을 플레이할때, 나는 매일 그 생각만 했다. 일상을 살아갈 때도 말이다. 부모님은 이를 별로 좋게 보지 않으셨더라. 어느 날 나는 내 캐릭터를 생각하며 집에 왔는데, 집에 던전앤드래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사라져있었다. 아, 이 이야기를 할때마다 감정적이 된다.”라며 동의했다.

브랜든 그린은 “회사에서 배틀그라운드를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갔다가 게임을 하느라 돌아오지를 않는다고 그러더라”라고 덧붙였다. 게임은 이제 더 나아가 현실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커플은 아르마를 플레이하면서 만났고, 결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겸손해지게된다”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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