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 스프링] 이 승률 실화냐? 패배를 불렀던 스플릿 함정카드 Top3

기획기사 | 박태균, 남기백 기자 | 댓글: 48개 |



지난 1월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이 25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저마다 기량을 뽐냈고, LoL 시즌8을 맞이해 진행된 룬과 특성의 대격변은 예전과는 다른 메타를 만들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편, 이번 스플릿에는 총 77개 챔피언이 밴픽창에 이름을 올렸다. 솔로 랭크 게임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세주아니, 갱플랭크, 아지르, 브라움 등의 인기 챔피언이 경기에 자주 얼굴을 내민 가운데, 개중에는 유저들의 인식이나 인기도에 비해 의외로 저조한 승률을 보인 함정카드들도 숨어 있었다.

일반 유저들이 즐기는 솔로 랭크와 대회 경기는 엄연히 다르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LCK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과연 LCK에서는 어떤 챔피언들이 패배를 불러온 함정카드로 작용했을까. 10세트 이상 출전한 챔피언들 가운데, 가장 치명적이었던 함정카드 Top3를 뽑아봤다.


피오라
4승 13패 승률 23.5%, 솔로 랭크와 LCK는 다르다

솔로 랭크에서 탑 챔피언 중 픽률 1위를 기록 중인 피오라가 이번 LCK 스프링 스플릿의 가장 대표적인 함정카드였다. 피오라는 진에어 그린윙스를 제외한 LCK 9개 팀이 사용했으나, 4승 13패라는 저조한 최종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LCK에 나왔던 피오라 플레이를 떠올려보면 강력한 포스로 경기를 캐리하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도 그럴 것이, 피오라가 있는 팀이 승리했던 4번의 경기는 모두 피오라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 피오라를 떠올리면 이런 장면들만 생각난다

피오라의 스킬 구성은 5:5 한타보다 소규모 교전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스플릿 푸시를 통한 이득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초중반에 상대 탑 라이너와 동일한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후반부에 존재감을 보여주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번 스플릿의 대표 탑 챔피언이었던 나르, 카밀, 갱플랭크와 피오라를 비교해보자. 위 세 챔피언의 공통점은 단독 스킬로 큰 변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나르의 경우 단 한 번의 궁극기로 한타를 터트릴 수 있고, 카밀의 궁극기는 방심한 적을 순식간에 잘라낼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다. 갱플랭크는 글로벌 광역 궁극기와 화약통이라는 광역 폭딜 스킬을 지닌 다재다능한 챔피언이다.

반면 피오라는 전황을 주무를 수 있는 그 어떤 스킬도 없다. 물론 응수나 대결투의 회복진은 한타에서 상당히 유의미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으로 필요한 완벽한 타이밍에 발동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광역 스킬이 전혀 없기 때문에 대규모 한타에서 다른 탑 챔피언들만큼의 대미지 딜링도 불가능하다.

물론 초반부터 라인전을 찍어누르며 적 챔피언보다 높은 레벨과 많은 아이템을 갖추게 된다면 이야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LCK에서 그런 장면을 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탑 라이너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난 점도 있지만, 나르, 카밀, 갱플랭크 모두 라인전에서 피오라를 상대함에 있어 전혀 문제가 없는 챔피언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피오라가 등장한 대부분의 경기는 조용한 라인전 이후 피오라가 있는 팀이 결국 패배하는 구도로 진행됐다. 피오라가 대활약을 펼쳤음에도 패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 위 영상과 같은 경기, 늘어지던 경기가 카밀의 기습 한 번에 끝났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피오라는 좋은 챔피언이다. 하지만 대회 경기, 특히 LCK에서는 아니다. 롤드컵 무대까지 휘저었던 과거의 영광은 이제 놓아줘야 할 때다.


오른
26승 40패 승률 39.4%, 순간의 영광은 끝났다

2017 KeSPA 컵에서 밴픽률 100%를 기록한 챔피언은 단둘이었다. 하나는 도벽 룬과 함께 OP가 된 이즈리얼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오른이었다. 총 46세트의 경기 중 단 4경기에 출전한 오른은 3승 1패라는 훌륭한 성적으로 1티어 챔피언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2018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오른은 더이상 1티어가 아니었다.




오른은 2017년 8월 출시 직후 32%라는 충격적인 승률을 보였다. 라이엇 게임즈도 심각함을 깨닫고 두 차례 핫픽스로 버프를 했으나 무의미했다. 그러나 오른은 패치마다 버프를 받았고, 결국 7.20 패치를 기점으로 픽률과 승률이 급상승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버프를 받아 7.22 버전으로 진행된 KesPA 컵에서 대활약을 펼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오른을 향했던 스포트라이트는 오래 가지 못했다. KesPA 컵 이후 치러진 세 번의 밸런스 조정과 함께 한동안 주어진 연구 기간으로 인해 오른은 LCK 탑 라인의 주인공 자리를 다른 챔피언들에게 내줘야만 했다. 결국 오른의 최종 밴픽률은 47.7%을 기록했고, 승률은 개막전 패배를 시작으로 줄곧 40% 전후를 맴돌았다.

오른의 단점은 극명하다. 오른은 스플릿 푸시를 전혀 할 수 없다. 1:1 교전에 특화된 것도 아니고, 생존기가 좋은 편도 아니다. 더구나 느릿느릿한 평타로 포탑을 부수려면 한세월이다. 물론 나쁘지 않은 라인전 능력을 지녔고 한타에서는 각종 CC를 통해 대활약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나르라는 완벽한 상위호환 챔피언이 있다.


이에 오른은 서포터 포지션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마타' 조세형이나 '투신' 박종익 등 팀의 굵직한 플레이메이커들은 오른의 단단함을 이용해 긴 사정거리를 가진 궁극기로 완벽한 한타 설계를 해냈다. 봉인 풀린 주문서를 통한 순간이동 사용도 서포터 오른의 활용성을 한층 높여줬다. 탑에서의 부진에 비해 서포터 오른의 최고 성적은 5승 3패로 준수했다.

그러나 스플릿이 진행될수록 오른의 상처는 커져만 갔다. 8.2 패치와 8.4 패치에서 추가 너프를 당한 것이다. 결국 서포터 오른은 8.3 버전으로 진행된 5주 차 경기에서의 패배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탑 오른은 이후로도 꾸준히 등장했지만, 여전히 승리의 영광보다는 패배의 아픔을 더욱 자주 맛봤다. 또한 많은 패배 요인 중 하나는 중하위권 팀들이 오른을 자주 기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스플릿 후반부로 갈수록 심화됐는데, 준수한 라인전에도 불구하고 운영과 스노우볼에서 밀리며 패배하는 경우가 잦았다.

곧 진행될 포스트 시즌 밴픽창에 오른이 등장할 확률은 상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팀들의 탑 라이너 중 '큐베' 이성진만 오른을 선호하는데, 1월에 거둔 3연승을 마지막으로 8.2 버전 이후부터는 5연패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음 스플릿까지 아무런 버프를 받지 못한다면, 그때의 오른은 함정카드가 아닌 버리는 카드가 될 수도 있겠다.


라이즈
29승 38패 승률 43.3%, 인기 챔피언의 비극적 결말

라이즈는 2018 LCK 스프링 스플릿의 명실상부한 1티어 미드 챔피언이었다. 스플릿 초반 라이즈의 밴픽률은 92%에 달했고, 승률은 한때 59.4%까지 달성했다. 성능이 워낙 우월했기에 미드뿐만 아니라 탑 라이너로써 경기를 캐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플릿 후반부의 라이즈는 완벽한 함정카드였다.




라이즈는 라인 클리어, 갱킹 호응, 궁극기의 유틸성, 꾸준한 대미지 딜링 등 미드 챔피언이 지녀야 할 덕목들을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뚜벅이라는 심각한 단점과 부실한 생존기, 계속된 너프로 인해 2017 LCK 섬머 스플릿과 포스트 시즌에서는 밴픽창에 얼굴도 내밀지 못했다. 이번 스플릿에서 라이즈는 '쿠로' 이서행을 제외한 모든 미드 라이너들이 사용했을 정도로 인기 챔피언이 됐다.

라이즈가 급부상한 이유 중 하나는 시즌8의 수혜다. 초시계-공간 왜곡이라는 무적의 생존기는 라이즈의 초반 안정감을 대폭 상승시켰고, 미니언 해체분석기도 주문 전이와 시너지를 발휘하며 요긴하게 사용됐다. 초중반을 무사히 넘기고 존야의 모래시계가 나온 순간부터는 라이즈의 세상이었다. 최전방에서 딜링을 하다가도 위기의 순간에는 존야의 모래시계-공간 왜곡을 사용하며 안전 지역으로 가볍게 후퇴했다.

8.2 패치를 조용히 넘긴 라이즈는 8.3 패치에서 한 차례 철퇴를 맞았다. 독보적인 강점 중 하나였던 정지 상태-공간 왜곡이 더이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상당한 너프였음에도 불구하고 라이즈의 인기는 여전했다. 다른 부분의 변화는 전혀 없었고, 이어진 8.4 패치에서는 AP 아이템 변경으로 간접 상향까지 받았다. 이에 라이즈의 승률은 줄곧 50% 이상을 유지했다.


비극은 천천히 찾아왔다. 라이즈는 스플릿 34일 차 경기부터 마지막 45일 차 경기까지 무려 15연패를 기록했다. 8.5 패치에서는 또다시 너프를 당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밴리스트에 올라오지도 않았다. 마지막 경기는 '유칼' 손우현의 라이즈 캐리로 승리했지만, 그동안 라이즈를 믿고 기용한 팀들은 더없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후반부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라이즈의 가장 큰 단점은 전장 제어 능력이 다른 미드 챔피언들에 비해 한참 부족한 것이었다. 15연패 경기 중 8패를 안겨준 천적은 탈리야와 아지르였는데, 한타에서 두 챔피언의 궁극기가 라이즈의 발을 묶는 그림이 나오는 순간 라이즈가 있는 팀은 패배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 탈리야와 아지르는 대치 구도에서도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반면, 공간 왜곡의 느린 캐스팅은 적들을 전혀 위협하지 못했다.

여기에 탱커 위주의 메타가 갈수록 심화되며 탑-정글-서폿 3탱커 조합이 자주 등장한 것도 문제였다. 별다른 선택지 없이 덩치들을 상대해야만 했던 뚜벅이 라이즈는 상대편의 진형을 흐트려놓을 수 있는 챔피언들을 상대로 좋은 효율을 내지 못했다. 이에 탈리야와 아지르 말고도 15연패의 또 다른 적이었던 애니비아, 갈리오에게도 상대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스플릿 후반부에는 패배의 아이콘이 된 라이즈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의 밴을 이끌어낸 '유칼'의 플레이는 라이즈가 여전히 좋은 챔피언임을 증명했다. 과연, 라이즈는 포스트 시즌의 협곡에서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페이커' 이상혁과 '비디디' 곽보성, '폰' 허원석 모두 라이즈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밴픽 구도에서 라이즈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포스트 시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

영상 출처 : LoL eSports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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