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로고아'가 전하는 퍼즐을 푸는 즐거움

리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7개 |


고로고아(Gorogoa)
⊙개발자 :
제이슨 로버츠 ⊙장르 : 퍼즐 ⊙플랫폼 : PC, iOS, 닌텐도 스위치 등
⊙발매일 : 2017년 12월 ⊙수상 : 'GDC2018' 혁신상, 최고의 모바일 게임 등


퍼즐은 많은 게임에서 즐겨 쓰는 플레이 방식입니다. 대표적으로 작년 최다 고티(GOTY)에 빛나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꼽을 수 있겠는데요. 워낙 칭찬받을 게 많은 게임이지만, 그중에서도 독창적인 퍼즐들이 게임의 가치를 높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이라며 감탄을 여러 번 했으니까요. 이렇듯 퍼즐은 게임의 재미를 한층 더 올려주는 요소로 쓰이기도 합니다.

반면, 온전히 퍼즐만으로도 인상적인 경험을 주는 게임도 있습니다. 지난 12월에 출시된 '고로고아'가 그렇습니다. 개발자 스스로가 자신의 게임은 '독창적(ingenious)'이라고 소개한 게임인데요. "얼마나 독창적일까..."라며 의문을 갖고 접했는데, 초반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이 게임은 독창적이다"라고 납득이 갔습니다. 이런 평가는 기자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에서 '고로고아'가 최고의 혁신상을 받으며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검증받았습니다.

좋은 퍼즐 게임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전 두 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어렵지 않을 것, 그리고 너무 쉽지도 않을 것. 개발자가 나름 독창적인 퍼즐을 만들겠다며 문제를 잔뜩 꼬아버리면 유저는 재미와 무관하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또한, 퍼즐이 너무 쉽다면 게임 자체가 싱거워지죠. 언제나 '적절한' 게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고로고아'는 그 어려운 것을 잘 해냈습니다.

외국인이 만든 게임이다 보니 혹시 한국어화 여부를 염려할 수 있는데요. '고로고아'는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게임의 특성상 언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걸 금방 알아채실 겁니다.



▲ 한국어도 '나름' 지원하지만... 지금 보이는 게 다입니다


끝은 시작이 되고, 전체는 부분으로
프랙탈 구조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놀라움

'고로고아'의 퍼즐은 기본적으로 프랙탈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부분이 전체와 유사한 형태로 되풀이된다는 프랙탈의 의미처럼, '고로고아'는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이 퍼즐의 답이 되어, 다시 새로운 전체로 이어 나갑니다. 이 프랙탈 구조는 4컷으로만 구성돼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고로고아'의 화면을 보다 동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외에도 '고로고아'는 그림이 두 개 이상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레이어 구조, 줌인-줌아웃으로 이어지는 화면 구성, 상하좌우로 확장되는 그림들이 직소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이 구성에 개발자만의 센스가 곁들여져 '고로고아'만의 독창적인 퍼즐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집니다. 또한 손으로 정성 들여 그린 그림과 몰입하게끔 이끄는 독특한 음향은 '고로고아'가 다른 퍼즐 게임들 사이에서 더 돋보이게끔 합니다.

플레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클릭 앤 드래그 방식으로, PC 기준으로는 마우스만으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프랙탈 방식의 퍼즐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데요. 문제에 대한 힌트도 센스껏 나오는 덕분에 진행에 큰 난관은 없었습니다. 게임 디자인은 클릭 앤 드래그로 가능한 거의 모든 방식에 '고로고아'만의 독특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4피스짜리 직소를 시작으로 논리를 요구하는 퍼즐과 센스를 요구하는 문제까지 다양했는데요. 사소한 사물 하나가 해답의 열쇠로 나비효과처럼 전개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이렇듯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요소들이 모여



▲ 새로운 전체를 만들어갑니다

'고로고아'는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내에 엔딩을 볼 수 있는 게임입니다. 15,500원(스팀 기준)에 판매되는 걸 감안하면 플레이 시간이 짧다고도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아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봤을 때처럼, 이 재밌는 것이 끝나게 되어 아쉽다는 느낌만이 들었습니다.


신화와 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
퍼즐로 완성되는건 그림만이 아니다

퍼즐만으로도 놀라움을 선사하는 '고로고아'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이야기 전개 방식은 다소 특이합니다. 분명 이야기는 있지만, 어떤 이야기인지 플레이어에게 정확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마치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석하듯, 플레이어는 '고로고아'가 주는 그림과 전개를 보고 나름의 추측을 합니다.

'고로고아'에 등장하는 소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용을 찾아 떠납니다. '고로고아'의 이야기는 신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용이 등장하며 시작되고, 소년은 용을 만나기 위해 다섯 색깔의 열매를 찾아 떠납니다. 소년이 용을 찾으려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온전히 플레이어의 상상에 따라 해석됩니다.



▲ 소년은 왜 용을 만나려 할까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게임 중간마다 등장하는 책을 보는 청년, 부상당한 채 휠체어에 앉아 까마귀를 바라보는 남자, 고행이라도 하는 듯 사막을 걷고 험한 산을 오르는 소년을 보면서 유저는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전쟁이라도 일어난듯한 폐허와 빛바랜 사진들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잡아줍니다.

'고로고아'가 보여준 또 하나의 놀라움은 퍼즐을 통해 시간과 장소, 신화와 현실을 자유자재로 오간다는 점입니다. 마치 우주를 바라보는 신이 자신의 테이블 위에 시간, 공간, 신화, 현실 조각을 올려 두고 마음대로 짜 맞추는 거처럼요. 이 방식을 통해 용을 찾는 소년은 방에서 밖으로 나가게 되고, 과거의 사진에서 미래의 사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연출을 '고로고아'가 보여주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고 꼽을 수 있습니다.



▲ 폐허는 '고로고아'를 상상하는 데 있어 방향을 잡아 줍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도 반복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말한다면

퍼즐 게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참신함'입니다. 특히 '전에 없던', '상상도 못 했던',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참신함이라면 더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참신함도 다음 스테이지에서 반복해 본다면 플레이는 다소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개발자가 난관에 타협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요.

아이디어의 반복은 퍼즐의 난도를 낮춥니다. 어려워진 문제도 전에 해본 유형이라면 쉽게 풀 수 있듯이요. 만약, 콘텐츠 볼륨이 방대한 게임이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해줄 수도 있겠습니다만, 2시간 내 스트레이트로 진행되는 게임이 반복된 퍼즐을 사용한 점은 아쉽습니다. 그나마 퍼즐을 풀면서 보게 되는 놀라운 그래픽 아트가 이를 고려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재밌는 게임은 또 하고 싶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고로고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은 재밌지만 두 번 할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는 온전히 퍼즐만으로 이루어진 게임의 약점일 수도 있는데요. 제한 시간 내에 엔딩까지 보기라던가 한정된 클릭으로 엔딩까지 진행하기 등의 과제가 있습니다만... 굳이 해야 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도전 과제는 억지로 짜낸 아이디어란 느낌이 강했습니다.



▲ 참신함도 반복되면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퍼즐 게임 '고로고아'가 주는 의미들
퍼즐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꼭 권하고 싶다

아쉬움이 있더라도 '고로고아'가 놀라운 게임이란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 명의 개발자가 수천 장의 그림을 하나하나 손으로 그려 완성했다는 점, 다양한 퍼즐 방식의 자연스러운 연계, 플레이어에게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는 스토리 디자인까지도 깊은 여운을 남기기 충분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게임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라는 물음이 있습니다. 혹자는 게임으로 인해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한다 말하고, 그래서 누군가는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개발자 제이슨 로버츠는 묵묵히 '고로고아'를 선보이며 "글쎄요?"라고 대답하는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로고아'의 독특한 퍼즐은 항상 똑같이 보던 풍경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줬습니다. 언제나 봤던 창문도 '고로고아' 플레이 이후에는 조금은 달라 보였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풍경과 작은 물건에도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고로고아'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고로고아'는 참신하고도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퍼즐로 맞춰 나가는 것을 그림이나 이야기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상상력까지도 포함시킨 게임이죠. 또한 인디 게임으로써도, 게이머들이 인디에 바라는 참신함을 충분히 만족시켜 줬습니다. 그래서 만약 퍼즐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꼭 해보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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