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는 망겜 유저입니다

칼럼 | 정필권 기자 | 댓글: 100개 |




그러니까,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돈도 개인 지갑 사정에서는 나름대로 썼고, 열정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즐기던 게임은 서비스 종료를 맞이한다. 돈을 보상해 달라는 이야기나, 지른돈이 아까운 것은 아니다. 열심히 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실 그거면 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문제는 서비스 종료 과정에서 '왜?'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해당 게임의 업데이트가 지난해 8월부터 이루어지지 않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매우 갑작스러운 일이다. 한 쪽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별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어쩌면 유저 수가 적었던 게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종료할 것임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마도 게임을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수익이 안 나와서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모습. 계약이 끝났기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모습처럼 보이기에 더욱 아쉽다.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타국에서 매출 순위권을 달성했다'고 알린 것은 장기 서비스에 대한 보증이 되지 못했다. 게임 내부적으로는 운영 문제, BM에서의 오류 등 더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적어도 보이는 것들은 일방적인 포기에 가깝다.

그 게임은 곧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남아있다. 남아있는 사람들, 서비스 종료를 아까워하는 사람들의 애정이 어린 시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누군가에게는 인생 게임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과정이 어찌 됐던간에 남은 것은 사용하지 않은 재화에 대한 환불 공지 뿐이었다.

장수게임을 찾기 어려워지는 요즘. 수많은 대체재가 나오는 요즘이다. 하루에도 몇십 개, 몇백 개에 이르는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주목을 받는 게임들은 소수다. 인기 순위는 신작들로 바뀌어도 매출 순위는 굳어진 지 오래다. 대부분 게임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결말을 맞이한다. 비단 국내의 문제만도 아니고, 전 세계에 걸쳐서 일어나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서비스 종료글만 올리는 '사신'이라 불리는 유저도 등장했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서비스 종료라는 이별에 익숙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에 익숙해지고 포기하는 시점에서, 퍼블리셔와 서비스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많은 게임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결국 많은 게임들이 그저 소비만 되고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년을 버티면 오래 서비스한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제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장기 서비스 여부에 대한 불신, 언제 종료할지 모르는 게임들의 미래는 결국에는 시장 자체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대형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 일지라도 1년을 채 못 가는 지금은, 유저들의 불신감을 키우기 충분하다.

개발이나 라이브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전망이 어두웠을 수도 있다. 개발사나 퍼블리셔는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에서 서비스 존치 여부는 부담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버려지는 형태의 서비스 종료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는다. 종말을 맞이한 게임은 검색 엔진의 파편으로 해체되어 통신망을 떠돈다. 그리고 그저 과거의 기억들을 돌이키는 통신망의 부산물이자 위키 구석에 박제된 폐허로만 남는다.

그렇기에 더더욱 유저들과는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만 한다.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애정을 가지고 플레이하던 사람은 있었을 것이므로. 구체적인 방법을 모른다면 다른 이들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난해 GDC에서 강연을 진행했던 라이온브릿지의 클로이 스웨인(Chloe Swain) 선임 커뮤니티 전략가는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을 청중들에게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잘 헤어지는 방법'은 중요하다.

2013년 남다른 서비스 종료로 화제가 되었던 인티브 소프트의 '타르타로스'는 서비스 종료를 위한 별도의 카페를 개설하고 게임의 엔딩을 담은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DVD로 만들어 유저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게임의 종료를 앞두고 내린 선택이었고,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도 이처럼 아름다운 이별이 필요하다. 굳이 이 정도의 노력이 아니더라도 유저들을 향한 감사의 메일이나 편지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자금난이나 유지비용 같은 어쩔 수 없는 사정에 게임은 사라질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서비스 종료는 엄연한 현실의 문제다. 하지만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유저들이 보여준 애정에 대한 반응, 아름다운 이별은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서 게임은 통신망의 파편으로 남는 것이 아닌, 유저들의 가슴 속에 애정어린 마침표를 찍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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