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8] 2D 횡스크롤, '마기아'가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게임뉴스 | 강승진 기자 | 댓글: 29개 |
장르는 게임을 특징짓는 가장 큰 단위 중 하나다. 게임 개발 단계에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도 동종 장르의 게임에 빗대 판단하기도 한다.

그래서 2D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어느 개발자의 말에 주변에서는 큰 우려를 표했다. 이 장르가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작고, 낡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 대한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이번 강연은 신작 게임 ‘마기아’를 제작 중인 슈퍼애시드 이정훈 PD가 사업 분석과 과제 설정을 통해 2D 횡스크롤 액션의 장르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공유하는 내용이다.



▲ 슈퍼애시드 이정훈 PD

비주류 장르로 게임 만들기
만들고자 하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

이정훈 PD는 강단에 올라 이번 세션 주제를 다시 한번 읊었다. 그리고 바로 결론을 이야기했다.

"2D 횡스크롤 액션, 정말 안될까요? 아니요. 2D 횡스크롤 액션은 됩니다."

이정훈 PD는 2D 횡스크롤 액션은 흔히 말하는 주류 장르는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기아’를 개발하며 그 가능성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마기아'는 2, 3명으로 시작해 현재 40명의 개발자가 프로젝트 진행에 한창인 슈퍼애시드의 2D 횡스크롤 액션 RPG다. '프로젝트D'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이정훈 PD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바로 2D 횡스크롤 게임은 비주류라는 말이었다. 그는 이 이야기를 사업적으로 안 팔리는 게임으로 인식했다.




4월 17일 기준으로 구글플레이 매출 100위 권 내에 있는 2D 횡스크롤 게임은 1개다. 매출 기준으로만 보면 주변의 말마따나 처참한 성적을 보이는 장르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이정훈 PD를 포함한 개발진은 90년대 흥행했던 오락실, 2000년대 콘솔에서 유행하던 그런 게임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게임 개발을 꿈꿨다.

이에 이정훈 PD는 원하는 게임 개발을 위해 2D 횡스크롤 액션 RPG의 사업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개발자가 사업성을 검토해야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개발사는 사업성에 따라 게임의 타깃 유저층을 결정하고 크게는 게임의 방향성도 결정할 수 있다. 소형 개발사에서 중요한 투자 유치나 퍼블리싱 계약도 프로젝트의 사업적 비전에 따라 정해진다. 또한, 사업성의 리스크가 크면 개발이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정훈 PD는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사업성을 검토했다.




2D 횡스크롤은 정말 안 되는 것일까?
개발을 위한 사업성 검토와 확신

이정훈 PD가 우선 검토한 사항은 ‘마기아’의 게임 장르인 2D 횡스크롤 액션이 '올드하다’는 인식이었다. 개발진 역시 이런 인식을 당연한 선입견이라고 판단했다. 팀에서는 이를 출발부터 감점이 되는 요소라고 평했지만 반대로 낮은 기대치 덕에 반전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필요했던 것이 반전될 수 있는 매력적인 비주얼이었다. 그리고 이에 집중해 개발한 프로토타입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어려운 기술이 포함된 것은 아니지만 영상은 2D에서 보기 어려운 공간감과 필터, 카메라 무빙을 더해 마감새 높은 게임 장면을 보여주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해외에서도 높은 노출 기록과 투자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개발진이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바로 유저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이었다. 이는 비주얼적인 완성도를 높이면 ‘마기아’의 첫 번째 장벽인 장르의 올드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의 계기가 됐다.



▲ 2D 횡스크롤에 대한 선입견

▲ SNS에 공개됐던 '마기아'의 프로토타입 영상

이정훈 PD가 2번째로 검토한 내용은 2D 횡스크롤 장르가 성공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즉, 대상으로 할 시장이 없어 사업적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다. 이에 이정훈 PD는 시장성 검토를 위해 동종 장르의 같은 게임들을 플레이하고 찾아봤다. 그리고 그는 2D 횡스크롤 액션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1가지씩을 찾아낼 수 있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유저 니즈가 꾸준히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2016년 이후로 콘솔 감성을 가진 게임들의 성공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정훈 PD는 이를 게임을 소비할 유저가 있는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는 근거로 판단했다.

반면 그가 조사한 게임들의 모바일 조작 체계는 2D 횡스크롤 액션과 맞지 않았다.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개선 사항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3번째 검토 사항은 차별성이다. 비주얼의 만듦새는 유저들의 유입을 보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유저 잔존을 보장할 수 없다. 유저들이 항상 새로운 게임에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이에 개발진은 기존 액션 게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 '마기아' 개발 4가지 지상과제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마기아' 개발 4대 지상과제

크게 3가지 방향에서 검토한 사업성에서 가능성을 본 이정훈 PD는 ‘마기아’ 개발에 4가지 지상과제를 설정했다.

제1과제는 검토 단계에서 유저 니즈가 있다고 판단한 콘솔 감성을 살리는 것이다. 개발진이 파악한 콘솔 감성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콘솔 RPG와 같은 세계관이다.

‘마기아’는 메인 스토리는 물론 서브 스토리와 캐릭터별 스토리 등이 존재해 이야기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게임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분리된 것으로 느껴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 캠프라는 요소도 담았다. 캠프는 유저가 스토리 구간이 지나면 다른 유저들과 소통하며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떠올리도록 한다. 또한, 불필요한 시스템적인 UI는 배제하고 판타지 느낌을 살려 플레이어는 게임 곳곳에서 게임 속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제2과제는 차별성이다. 이를 위해 이정훈 PD는 우선 기존 모바일 액션 게임의 구성에 대해 집중했다. 기존의 액션 게임은 1부터 10까지 선형적인 방식의 스테이지 중심 진행이 주를 이룬다.

그는 이런 플레이 방식을 대세에 따른 것으로 생각했지만 ‘마기아’ 개발의 제1과제인 세계관 몰입에는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특정 스테이지를 반복하는 데에 따른 피로감이나 권태감 역시 크다고 생각했다.



▲ 복합적인 퀘스트 중심의 스테이지 구성

이에 유저들이 덜 지루해할 방법을 찾다 ‘마기아’에 적용된 진행 방식이 바로 MMORPG와 유사한 퀘스트 중심 진행이다. 개발진은 ‘마기아’의 이야기가 다양한 퀘스트를 중심으로 진행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다양한 퀘스트가 같은 스테이지에서 진행되고 특정 퀘스트는 그에 따른 형태로 스테이지 모습이 변한다. 일부 퀘스트 전용 스테이지가 별도로 존재한다.

개발진은 ‘마기아’를 퀘스트 중심의 게임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반복 플레이도 일종의 퀘스트 형태로 구현했고 존재하는 모든 NPC에 퀘스트 부여 기능을 넣기도 했다. 그 결과 유저가 스토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클리에를 위한 동기부여를 통해 반복 플레이의 지루함도 덜어낼 수 있었다.




제3과제는 고전적이지 않으면서도 플레이어를 매료시킬 수 있는 비주얼이다. 이정훈 PD는 매력적인 비주얼을 2D 횡스크롤 게임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D 게임은 3D 게임과 비교해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 간의 기술적인 의견 교류, 원화가와 모델러의 의견 차이 등의 중간 과정이 적다고 말했다. 이는 2D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게임 캐릭터의 품질을 직접 결정하는 특성 덕이다.

또한 ‘마기아’는 다양한 게임엔진에 도입할 수 있는 2D 애니메이터 툴인 Spine를 이용해 가성비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툴은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과 디테일한 품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3D 게임 역시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일견 2D로 보이는 게임의 배경은 다양한 오브젝트들이 겹쳐진 3D로 이러한 기술 사용은 배경에 다양한 변화를 추가해주었다.



▲ 2D처럼 보이는 배경이지만



▲ 3D로 구현해 깊이감을 더했다



▲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 제작도 가능

‘마기아’ 개발 마지막 과제는 초작 체계의 재정립이다. 이정훈 PD는 개발 단계에서 재미있는 조작이 액션 게임의 근간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특히 지상 전투와는 다른 액션을 구사하는 화려한 공중 콤보에 집중했는데 체공 시간을 최대한 길게 표현해 지상과 공중 전투의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게임의 앤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점프도 표현하고자 했다.

다만 다채롭고 화려한 게임 조작에는 많은 버튼이 필요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 특성상 많아야 5개가량 되는 동작 버튼으로는 다채로운 전투를 구현하기 어려웠다. 이에 개발진은 전투 상황을 깊이 이동이 없는 2축 횡스크롤로 만들고 방향키의 모든 버튼을 전투용 버튼으로 이용했다. 예를 들어 공격과 위 방향키를 연계하면 올려치기, 아래 방향키와 연계하면 내려찍는 공격을 하는 식이다.








▲ 버튼의 다각화는 다채로운 액션을 만들어냈다

선입견을 극복하는 방법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점으로 만들기

이정훈 PD는 조작체계의 설명 이후 시제 개발에서는 4가지 지상과제보다 훨씬 많은 변경과 개선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마기아’ 개발을 통해 2D 횡스크롤 액션을 포함한 어떤 장르의 게임이든 장르가 가진 단점을 전략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강연 말미 유저가 원하는 것은 ‘장르’가 아닌 ‘재미’로 단점을 없애는 것보다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2D 횡스크롤 게임이 주류 시장에서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단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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