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번 거점전은 게임사를 향한 시위" 찰리 서버 '폭군' 부족 거점전 취재

게임뉴스 | 김강욱 기자 | 댓글: 101개 |
일반적으로 무법섬 부족전이라 하면 거점이 없는 부족이 다른 부족의 거점을 공격해 점령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대부분은 맞다. 이미 거점을 가지고 있는 부족은 굳이 다른 거점을 공격할 필요가 없다. 다른 거점을 점령하는 순간 기존 거점 점령은 취소된다. 6일 하고도 12시간동안 열심히 방어 준비를 해둔 거점을 버리고 새로운 거점으로 이동할 더 큰 이유가 없다면 전쟁 기간 동안 방어만 해도 충분하다. 깃발이긴 하지만 방어 보상도 받을 수 있고.

그런데 이런 상식을 뒤엎은 부족이 있다. 찰리 서버의 '폭군'이다. 서버 내에서는 여러 의미로 유명한 부족이다. 그들이 "거점전 하루만에 거점 10개를 점령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전 6시부터 그야말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8시간에 걸친 공격 끝에, 10개까지는 아니었지만 꽤 다수의 거점을 점령했다.

갑자기 거점 점령을 선언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부족전을 치르는지 폭군 부족을 만나 직접 그 광경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원활한 취재를 위해 잠시 부족에 가입 후 현장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장창을 활용한 일제 공격, 방어탑을 뚫어내다

오전 6시 30분 경. 첫 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쪽 측면의 외벽과 방어탑이 대부분 무너진 상황이었다. 공격 인원은 20명 내외로 그다지 많은 것도 아니었다. 남은 것은 거점 중앙부의 방어탑 몇 개와 워프홀 튜너 뿐. 주변 방어탑 사거리에 들어가지 않는 자리에서 튜너를 공격하며 거점을 점령했다. 꽤 이른시간이었기 때문일까. 방어하는 인원은 보이지 않았다. 있었다면 시간이 조금은 더 오래 걸렸으리라.

거점을 뚫어내는 방법은 심플했다. 몇 명이 방어탑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는 동안 다른 부족원들이 외벽과 방어탑을 파괴한다. 인원이 많지 않아도 거점 공략이 가능했던 이유를 알았다. 전쟁 기간에는 수리와 건설이 안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과 방어탑의 공격을 받아줄 사람만 있다면 더 적은 인원으로도 밀어낼 수 있을 듯 하다.

오전의 공격은 말 그대로 '기습공격'이었다. 상대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공격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부 부족은 부족원이 있긴 했으나 방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잠시 들른 듯한 느낌이었다. 새벽시간대의 공격은 주효했다. 방어탑을 제외하면 진격을 막는 요소는 없었다.

거점 입지의 중요성을 다시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사방을 빙 둘러 방어탑을 지어도 한 쪽이 뚫리면 다른 면들은 소용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외곽에 방어탑을 안 짓자니 방어가 너무 취약해진다. 점령한 거점에 남은 방어탑들을 보면서 돌 산으로 한 면 이상이 막힌 거점이 왜 인기가 있는지, 옛날부터 성의 입지가 왜그리 중요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 창을 활용해 방어탑을 공격하는 모습




▲ 고슴도치라는 표현도 부족할 지경이다.




▲ 방어탑 철거 후 남은 것은 튜너 공격








▲ 오늘만 이 메시지를 꽤 여러번 볼 수 있었다.




▲ 상자 약탈은 승자의 권리



결국 남는건 사람 간의 싸움

거점을 점령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른 거점으로의 공격이 이어졌다. 비슷한 패턴이었다. 이제 슬슬 남은 거점이 별로 없어지고 있었다. 어느 거점은 점령했고, 어느 거점은 돌려막기를 했다는 등 부족원들 사이에서 부지런히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

파죽지세로 이어가던 공세는 마지막 거점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11시가 넘어가자 슬슬 방어 인원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 전략은 비슷했으나 상황은 달라졌다. 유저의 공격은 방어탑보다 매서웠고, 벽을 향해 돌진하는 적을 정확히 공격했으며, 투척기에서는 바위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방어 부족의 유저들 역시 공격 부족 유저만큼의 장비 수준을 갖추고 있었기에 쉽사리 밀리지 않았다.

결국 승부를 가른 것은 수십개의 방어탑도, 묵직한 투척기도 아닌 사람이었다. 방어 부족은 열심히 싸웠으나 자잘한 전투마다 누적되는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문득 한 유저가 올린 글이 떠올랐다. "무법섬에서 방어에 성공하는 것은 결국 방어탑이나 투척기가 아니라 우리 부족이 싸워서 상대를 밀어낼 수 있냐에 달렸다."



▲ 정문 돌파 공성전




▲ 돌격조와 공격조가 보인다.




▲ 벽을 철거하고 한발한발 진입하는 중




▲ 거점 바깥에서도 결투가 벌어지고 있다




▲ 처음에는 과연 이걸 뚫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 날이 밝은 뒤,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 8시간에 걸친 공격이 끝나고 폭군 부족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Q. 실제로는 조금 적지만 이번 전쟁 기간동안 10개 거점을 점령하겠다고 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 거점전은 현재 듀랑고의 최종 콘텐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점이 너무 많다. 첫 번째로, 거점을 점령한다 해도 부족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다. 두 번째로 마음만 먹으면 대형 부족이 소수 부족 여러 개를 한 번에 공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것 외에는 유저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다.

이번 공격은 우리 나름대로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자, 그나마도 즐길게 이것 밖에 없다는 게임사를 향한 외침이기도 하다.

우리는 부족 이미지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부족 이미지를 생각했으면 이런거 못했을거다.


Q. 오늘 점령한 거점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 대부분의 거점은 현재 해방 상태다. 말하자면 주인이 없다. 다른 부족들이 쉽게 점령할 수 있다. 소규모 부족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Q. 무법섬을 방문하는 유저들이 점점 줄고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듀랑고 최고의 콘텐츠인 농사를 즐기고 있어서가 아닐까. 전체적인 유저 숫자 감소도 이유 중 하나겠지만, 솔직히 무법섬에 올 이유가 없다.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얻어야할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만 있다면 뭐든 얻을 수 있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얻은 자원이 가지는 메리트도 부족하고. 보상을 늘려야 한다.

무법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철광석, 브라키오사우루스 가죽, 고레벨 파라사우롤로푸스 뼈 뿐이다. 55레벨 섬에서 파라사우롤로푸스 잡고 만든 59레벨 무기와 60레벨 무기는 차이가 거의 없다. 무법섬에서 긴장하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더 좋은 자원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 모를까, 지금은 굳이 싸우고 맞을 이유가 없다. 브라키 한 마리 잡자고 여길 오겠나? 장터에서 사면 되는데.

한 번 만든 무기나 방어구가 소비될 일이 없다는 것, 즉 콘텐츠의 부족도 큰 이유라고 본다. 제품이 쓰이질 않으니 새로 만들 이유도 없고, 그러다보니 고레벨 자원을 얻을 필요도 없다. 장비를 쓰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할 게 없다. 주변에 보면 대부분 접속 후에 도시섬을 벗어나지 않고 채팅만 하다가 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채팅 때문에 무법섬 에 갈 일이 있겠나.

무법섬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굳이 무법섬에 가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 이게 무법섬을 가지 않는 이유다.


Q. 무법섬에서의 '막피' 논란이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 일단, 막피는 리니지에서 중립 지역에서 강제로 PK를 했을 때를 일컫는 말이다. 리니지도 공격 지역에서 일어나는 PvP는 막피라고 부르지 않는다. 무법섬은 공격 지역이다. 이름부터가 무법이다. 게임사에서 여기는 공격받을 수 있는 지역이다, 서로 싸워 자원을 쟁취하는 곳이라고 한 곳이다. 막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공격해도 될까요?" 라고 말하고 때리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

물론 자원을 채집하러 오는 유저들도 있다. 이럴 때는 같은 부족의 전투 가능한 인원이 호위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채집하는 동안 공격받을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사이좋게 채집만 합시다 할 수는 없다. 개발사에서 굳이 몇 개 없는 무법섬에서 자원을 얻게 한 것에는 그런 의도가 있지 않겠나.


Q. 무법섬 보상 확대를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거대 부족들의 자원 독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올 것 같은데.

= 처음에는 당연히 거대부족끼리의 독식이 이뤄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에 대항하는 다른 세력도 나올 것이고. 그게 이런 RPG의 매력이다.

다른 유저들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개발사가 고민해야할 일이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표까지 가는 방법과 속도는 모두 다르다. 유저들이 그 목표에 다다르게 하고 싶은게 개발사의 마음이라면, 거기까지 가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는게 패치고 업데이트라고 생각한다.


Q. 듀랑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듀랑고의 재미는 이미 진로가 결정된 캐릭터를 단순히 육성하는게 아닌,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서로 도우며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RPG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그 의미가 퇴색된듯 하다. 솔직히 말하면 콘텐츠가 없다. 필요가 있어야 행동을 한다. 무기와 방어구를 사용할 곳이 없으니 망가지지도 않고, 만들 일도 없다. 지금의 듀랑고는 같은 방어구, 같은 무기, 같은 스킬로 렉과 싸우는 게임이다.

일단 스킬의 전문화를 말하고 싶다. 전문 스킬을 더욱 강화해 무기제작, 방어구 제작, 근접전투 전문가 등 전문화가 되어야만 듀랑고의 재미를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신규 무기와 방어구 역시 추가되고.

아예 PvP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도 필요하다. 정정당당하게. 뒷치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공간에서 1 대 1, 혹은 다 대 다로 싸울 수 있다면 무기와 방어구에 대한 니즈가 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피로도 조절, 티스톤 획득처 다양화, 거점전 등 대규모 인원이 모였을때의 랙 문제 해결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개선이나 추가가 필요해 보인다. 이른바 '거점 돌려막기'도 분명히 대책이 필요하다. 공룡으로 공성전을 하는 때도 기대하고 있다.



▲ 찰리 서버 '폭군' 부족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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