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X4] 로그러스IT 코리아 원경연 대표, "이젠 번역 그 이상의 현지화를 고려할 때"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9개 |
"어머니"

최근 오역 사례로 인터넷에서 많이 회자되는 말입니다. 이 오역으로 인해서 번역은 근래 콘텐츠 산업에서 재조명 받게 되었죠. 사실 영화뿐만 아니라 국내에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번역 문제가 불거져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서 팬들이 해당 콘텐츠의 내용 자체를 다르게 받아들이거나 심한 경우 정반대의 뉘앙스로 이해하는 경우도 생기도 했죠. 또는 일부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성우와 캐릭터가 미스매치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 때문에 유저들은 해외에서 들어온 콘텐츠들의 번역 상태나, 현지화 수준에 대해서 한 번 더 살펴보게 되었죠.

반면에 국산 게임과 콘텐츠도 해외로 수출하면서, 업계에서도 현지화에 대한 니즈가 늘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작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전문 업체와 협업을 통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죠. 이번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로그러스IT도 로컬라이제이션 전문 업체들 중 하나죠.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그러스IT는 25년 전부터 작게는 텍스트 번역에서부터 크게는 다른 지사와 협력 하에 현지 언어 더빙을 포함한 로컬라이제이션을 진행해온 회사입니다. 이번 플레이엑스포 B2B 부스에 참가한 로그러스IT 코리아의 원경연 대표를 만나서 다양한 언어로 진행되는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 과정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 로그러스 IT 코리아 원경연 대표


윤서호: 로그러스는 어떤 회사인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원경연 대표(이하 원경연):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컬라이제이션 전문 업체입니다. 저희가 로컬라이제이션을 맡은 게임 중 대표적인 것이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라던가, '파 크라이5' 등이 있죠. 단순히 번역뿐만 아니라 더빙과 녹음 과정에서 로컬라이제이션 작업도 참여를 했습니다.

현재 9개국에 지사가 설립되어있고요, 그 중 하나가 저희 한국 지사입니다. 한국 지사가 설립된 것은 작년 9월쯤이었죠. 한국 지사에서는 국내 고객을 찾고, 그들의 니즈에 맞춰서 게임과 콘텐츠의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자동차 광고라던가, 비행기 광고 등 다양한 분야를 맡고 있지만, 게임 쪽도 특화되어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로그러스는 다양한 업체들과 현지화를 진행해왔다

윤서호: 우리나라 고객을 유치하고자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 업체들은 주로 어느 나라에 맞춘 로컬라이제이션을 요구를 하나요?

원경연: 흔히 생각하시는 것처럼 중국, 일본 위주로 처음에 접근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또 동남아쪽도 최근 들어서 많이 생각하고 계시고요. 아무래도 그곳이 좀 더 시장접근성이 높기도 하고, 진출하기가 편하다고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런데 그쪽으로 좀 치우친 감이 있지 않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다른 쪽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할까, 잘 생각을 안 한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아요. 제 사견이긴 하지만 현지화를 접근할 때 다른 시장에 대해서도 접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세상은 넓고 시장도 다양하니까요.

중국과 일본으로 많이 생각하는 이유로는 개인적으로 다이렉트 로컬라이제이션이 쉽다는 것을 꼽고 있어요. 중국어나 일본어 능통자, 그리고 업계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쉽거든요. 영어는 물론이고요. 다만 다른 시장에 대해서는 아직 그런 게 쉽지가 않은 만큼, 접근 자체를 꺼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뭐라고 해야 할까, 다이렉트 로컬라이제이션만이 로컬라이제이션의 방법이라고 여기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앵커 언어를 활용한, 예를 들자면 한국어-영어-러시아어 이런 식의 구조로 접근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윤서호: 로그러스에서 번역이나 현지화를 할 때는 주로 어떤 방법을 활용하나요?

원경연: 일단 다이렉트 로컬라이제이션, 즉 한국어-영어 등 각 대상 언어를 직접 번역하고 현지화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현지 언어는 현지 지사에서 담당한다는 원칙이 있어서, 이 원칙에 따라서 로컬라이제이션을 진행하고자 해요.

그렇지만 앵커 언어를 활용한 로컬라이제이션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현지 언어는 현지 지사에서 담당하는데, 현지에서 처리할 수 없는 언어라던가 혹은 글로벌하게 진출하고자 하는 콘텐츠는 영어를 앵커 언어로 해서 원래 콘텐츠에 사용된 언어-앵커 언어-현지 언어 이런 식으로 번역이나 로컬라이제이션을 거치기도 하죠.


윤서호: 사실 그런 방식을 활용하게 되면 의뢰한 입장에서는 번역이나 현지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한 차례 필터를 거친 다음에 또 필터를 거치는 것과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원경연: 실제로 그런 걱정을 많이 하세요. 물론 저희도 다 그런 앵커 언어를 거치는 방법을 사용하는 건 아니긴 해요. 일부 과정에서 그렇게 진행하긴 하죠. 다만 아무래도 그런 방식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이런 방식 자체가 번역의 질을 떨어뜨린다거나, 혹은 현지화를 망친다거나 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불가피한 경우도 있거든요. 사실 번역 인력을 잘 살펴보면, 현지어를 할 수 있는 전문 번역 인원이 없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전문 번역 인원이란 '게임'에 특화된, 그러니까 게임 번역에 대해서 경험이 있고 이를 잘 적용할 수 있는 인력을 이야기하는데요. 사실 게임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중국어, 일본어, 영어를 빼고 다른 언어에 특화된 전문 번역 인원의 수가 많지는 않아요.

그 소수의 인력에 로컬라이제이션을 전담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아무래도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점점 가면 갈수록 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인력이 한 순간에 시장에 나타나는 게 아니다보니, 수요가 늘면 늘수록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거든요. 수요와 공급 법칙이 적용되는 거죠.

저희가 취하는 방식은 앵커 언어를 바탕으로 번역을 하면서 때로는 현지 언어를 사용하는 지사의 직원들과 소통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서 번역이 올바르게 됐나, 용어를 잘 해석한 것이 맞나 하는 것을 체크하는 것이죠.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앵커 언어를 거친 번역과 현지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또 이런 과정이 때로는 용어의 통일성을 갖추거나, 혹은 그냥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체크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번역을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거치면서 검수를 하게 되니까요.


윤서호: 현재 한국지사에서 번역 전문 인력은 얼마나 있나요?

원경연: 현재 한국지사는 설립되지 얼마 안 돼서 2명 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영어로 선번역하고, 이를 다른 언어로 바구는 프로세스를 진행하죠. 그렇지만 많은 업체가 맡기는 한국어-중국어 번역이나 중국어-한국어 번역은 저희가 의뢰를 받으면 중국 법인으로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윤서호: 사실 로컬라이제이션하면 대부분의 경우 번역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아무래도 언어의 현지화가 비중이 높으니까요. 그렇지만 아까 더빙도 언급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원경연: 사실 현지 언어로 더빙하는 것도 현지화에서 큰 부분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 본사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레코딩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갖추기도 하고, 전문 성우를 고용하기도 합니다.

▲ 로그러스에서 진행한 마이크로소프트 광고 로컬라이제이션 과정


윤서호: 우리나라 업체들이 의뢰할 때는 단순히 텍스트 번역 위주로 의뢰하는지, 아니면 더빙까지 다 고려해서 요구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원경연: 그건 사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 텍스트만 번역해주길 바라는 업체도 있는 반면에, 전 과정을 다 해주길 원하는 업체도 있죠. 심지어 현지화 마케팅 등도 저희가 하기도 합니다.

사실 모든 콘텐츠가 그런 것이긴 하지만, 게임은 맥락을 모르고 작업하면 하나하나의 의미가 따로 놀기 때문에 유저들에게 전달이 잘 안 됩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해서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국내 유저들에게 한국어로 말해도 그런데 외국어라면 더 그렇겠죠?

또 한 가지, 텍스트를 외국어로 입힐 때 종종 폰트가 충돌하거나, 비주얼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아라비아어는 읽는 방법이나, 폰트가 나오는 방식이 다른 언어랑 다르죠. 보통 다수의 언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으니까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폰트가 나오죠. 하지만 아라비아어로 로컬라이제이션을 할 때는 이걸 반대로 해야 되거든요. 때로는 인코딩에서 충돌하는 경우도 있어요.

텍스트 코드 같은 경우도, 종종 깨지거나 하잖아요? 또 외국어로 바뀌게 되면 글자마다 또 폰트가 다르게 적용되는데, 그것 때문에 그래픽적으로도 깨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건 단순히 아라비아어만의 문제는 아니라서 언제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도 현지화를 할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죠. 로그러스에서는 이를 해결하는 것도 현지화를 위한 솔루션이라고 접근하고 있고, 번역한 것을 게임에 적용하고 컴파일할 때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술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윤서호: 더빙에 관해서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현지화하면 보통은 '번역' 쪽에 좀 더 치우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국내 업체들이 해외 현지화 과정에서 더빙 쪽도 접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경연: 더빙에 대해서 일부 편견이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더빙에 대해서 어필할 때 셀럽, 즉 유명한 사람을 어필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비용을 높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 물론 외국도 유명한 배우나 성우가 더빙에 참가하고, 이를 어필하는 경우는 분명 있어요. 그때 드는 비용은 사실 상상 이상이지만요(웃음).

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 한 가지 지적하자면, 셀럽 더빙은 처음에 유저들의 관심을 끌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결국 게임플레이에서, 그 더빙이 캐릭터에게 맞는 더빙인지에 대해서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되거든요.

레코딩을 할 때, 게임음악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래도 업체가 여러 곳이 잡히게 되면 가격이 많이 뛰게 됩니다. 예를 들면 스튜디오 따로, 음악 회사 따로 이렇게 되면 비용을 따로따로 지불해야 하잖아요?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수정할 때에 또 성우를 따로 부르고, 스튜디오를 따로 빌려서 녹음하고 그럴 때 비용이 더 들죠. 그 비용도 어느 정도 생각을 해두셔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게 한 번에 갖춰진 회사라면, 아무래도 전체적인 비용은 절감되겠죠(웃음).

비용을 절감하는 팁을 드리자면, 개발자 분들이 종종 성우 녹음을 부탁할 때 캐릭터 하나하나 기안이 완성될 때마다 그때그때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것보다는 전체적으로 설정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에서 컨설팅이라던가 그런 것을 통해서 성우 녹음을 더 체계적으로 기획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굳이 컨설팅을 하지 않더라도, 이 점 하나만큼은 아셨으면 합니다. 성우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소리를 소화해낼 수 있어요. 특히나 프로페셔널한 분들은 정말 '이 사람이 그 사람이야?' 할 정도로 바리에이션이 뛰어나죠. 물론 그런 분들은 몸값이 비싸긴 하지만, 그 분들은 그만큼 다양한 소리를 소화해낼 수 있고, 제 경험상 그 분에게 최대한 많이 맡기는 것이 오히려 여러 성우에게 맡길 때보다 더 비용이 절감될 때도 있어요.

그 비용이 절감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스튜디오를 빌려서 녹음하고, 편집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드는 노력과 시간,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원래 효율적인 작업 과정이 그런 법이니까요. 딱딱 시간과 계획에 맞춰서 진행될 때, 시간과 비용이 줄어드는 법이잖아요? 그런 점을 고려해서 접근하면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더빙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비용이 드는 이유 중 하나가, 녹음 이후에 수정할 때 발생해요. 예를 들어서 이 캐릭터에게 이 목소리는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시 해달라, 이런 경우에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죠. 그런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의도에 맞게 더빙을 할 수 있거든요. 다만 외국어 더빙에 대해서 이 부분을 많이 간과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외국어 더빙에서도 이 부분은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윤서호: 비용 문제도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는 부분이죠. 사실 그렇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그만큼 인력과 장비가 갖춰진 만큼 아무래도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원경연: 이 부분은 저희가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로그러스가 20년 넘게 유지할 수 있던 것은, 고객의 니즈에 맞춰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솔루션을 세분화해서 제공하고, 고객들은 그걸 자신들의 필요에 맞춰서 고를 수 있는 방식이거든요. 즉 소모되는 비용은 각자가 고른 솔루션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죠.

또 비용 문제에 대해서 더 말씀드리자면, 하나의 언어에 대해서는 프리랜서를 고용하면 확실히 비용 절감이 되긴 할 거에요. 품질은 일단은 프리랜서의 역량에 따라 달려 있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하지만 언어마다 하나하나 프리랜서를 붙여서 번역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작업이 연계가 안 되는 데다가 의사결정 과정도 다 따로따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요가 된다는 단점이 있어요.

반면 저희 같은 경우에는 각 지사가 있고, 그 지사와의 의사결정 체계가 압축되어있다보니까 한두 언어가 아니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할 때 좀 더 빠르게, 피드백이 오가면서 작업이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죠. 그 부분에서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장점이라고 한다면, 러시아어 같은 경우에는 국내 업체도 대부분 다른 업체를 통한 2차 번역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희는 직접 러시아 지사와 소통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좀 싸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러시아어 번역이나, 동구권 국가들의 가능성을 높게 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사실 로그러스에서는 러시아나, 동구권 국가들의 시장성을 높게 치고 있기도 하고요.


윤서호: 그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 부분이네요. 사실 러시아권이나 동구권 국가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야 할까, 관심은 갖고 있는데 좀 멀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원경연: 국내 클라이언트를 만나보면 확실히 그런 걸 느껴요. 저희는 일단 미국 본사도 있긴 하지만, 러시아 쪽도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일을 많이 했거든요. 그렇게 많이 접하다보면 동구권의 가능성에 대해서 새삼 많이 느꼈어요. 러시아 외에도 우크라이나라던가, 옛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국가들이 게임에 대한 흥미가 높거든요.

생각해보면 테트리스를 만든 곳이 러시아잖아요? 그 외에도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생각보다 많은 기술자들이 있어요. 의외로 많은 게임들이 동구권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동유럽에도 게임쇼 같은 것을 많이 진행하고는 합니다. 그곳에 가보기도 하면서 느낀 점은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일부에서는 인프라가 부족하지 않느냐,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하기도 했어요. 인터넷이 잘 되나, 그런 식으로 묻기도 했고요. 일부는 부족하긴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게임이 대세잖아요? 그곳의 스마트폰 유저도 상당히 많았어요. 또 전 세대의 인프라가 안 깔려있는 국가들이 개방되었을 때는, 빠르게 그 단계를 스킵하고 차세대의 인프라를 받아들이고는 하잖아요. 동유럽은 약간 그런 분위기에요. 개인적으로는 온라인이나 PC의 단계보다는, 바로 모바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보고 있어요.

물론 이건 제 사견이니까, 확실한 건 아니라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업체들은 일단 게임시장하면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만을 바라보는 경향이 커요. 그 관점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시장을 노려보는 것도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동구권은 한 번 노려볼 가치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저희가 러시아나, 동구권 쪽에 어느 정도 네트워크라던가 번역 서비스가 잘 잡혀있어서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요(웃음).

실제로 저희는 러시아 외에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에 법인이 있고, 그곳에서 직접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단독으로 작업하는 게 아니라 각 지사끼리 연계되어서 작업하기 때문에, 그쪽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연락을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번역 외에도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거든요(웃음).

▲ 로그러스는 '어쌔신 크리드' 러시아 로컬라이제이션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윤서호: 이번엔 반대로 해외에서 국내 현지화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나 묻고 싶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한국어화를 종종 진행하기도 했지만, 최근에 점점 많은 게임들이 한국어화, 즉 로컬라이제이션이 된 상태로 수입이 되고 있습니다. 해외 로컬라이제이션 업체에서 근무해오셨는데, 해외 시장에서 한국 로컬라이제이션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경연: 물론 예전에도 한국어화가 진행되었긴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해외에서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지금처럼 스타트업도 많지 않았고, 또 진출하려고 하는 시도가 많지는 않았어요. 국내 사정은 확실하게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해외에서 비치는 모습은 그렇다는 것이죠. 그러다가 점차 해외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진출하려는 기업도 많아지고, 그 반대로 해외에서도 국내 콘텐츠 하나하나에 점차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일단 한국어화에 대해서는 중국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요. 얼마 전에도 중국 업체들 몇몇 곳에서 시제품을 한국어화해서 돌려보고, 유저 피드백을 받으면서 많은 가능성을 봤다고 여기고 있어요. 그 외에도 해외 업체들도 점차 한국 시장에서 한국어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죠. 단순한 게임플레이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스토리에 점차 중점을 두면서 번역이라던가, 현지화에 대해서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보는 거죠.

사실 예전의 국내 게임 시장을 외부에서 보면, 언어에 대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기보다는 단순히 게임 플레이 자체를 중시했다고 보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제 유저들이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죠. 몰입도를 중시하고, 그 몰입도를 제공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자신에게 익숙한, 즉 현지화된 콘텐츠인 거죠. 번역은 물론이고, 그 번역이 굉장히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유저들이 이제는 고퀄리티의 번역을 요구하고 있다고 봐요. 스토리, 플롯 라인, 그 모든 것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융합되려면 높은 수준의 번역은 필수니까요.

해외 클라이언트들도 이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고 한국어화를 접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냥 단순히 직역하거나, 대강대강 넘어가는 게 아니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유저들도 번역에 대해서 피드백을 많이 하고 있어요. 번역이 조금 잘못된 것 같다, 라고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하죠. 그런 걸 보면서 국내에서도 현지화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윤서호: 해외 콘텐츠를 국내에 현지화해서 들여오고, 반대로 국내 콘텐츠를 해외로 현지화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 개발사들이 현지화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원경연: 우리나라 업체들이 번역이나 현지화를 할 때, 바로바로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어요.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현지화를 고려하기보다는, 만들어진 것을 저희에게 보여주고서 "언제까지 해주세요" 이런 식인 거죠. 그 단계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비용 절감 부분이죠. 얼마나 싼가, 당장 지불해야 할 비용이 얼마인가부터 접근하고, 또 얼마나 빨리빨리 나오느냐, 이것을 우선시해요.

물론 이런 작업을 맡기는 업체들 다수가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는 있습니다. 실제로 인디 업체나, 중소 개발자들에게는 일단 제품을 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다만 콘텐츠 산업이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이런 방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요. 좀 더 앞을 내다보고, 현지화에 대해서 깊이 접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또 외부에서 봤을 때, 국내 유저들은 뭐라고 해야 할까 빨리빨리 플레이하는 쪽에 치중해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빨리빨리, 무언가를 해소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 식으로 여기기도 하거든요. 그렇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그것보다는 게임의 아기자기함, 혹은 곳곳에 숨어있는 요소를 찾아가는 유저층도 많아요. 스토리, 플롯을 음미하는 유저의 비중도 높고요. 사실 국내에서는 스토리를 한 번 보고 '좋다' 이런 식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해외에서는 그걸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유저 비중이 높은 편이기도 하죠. 그런 것까지 고려해서, 그들이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외 현지화에 좀 더 투자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윤서호: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중소 업체들이 비용 문제라던가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솔루션을 제시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원경연: 사실 저희도 이 부분은 조금 민감하긴 합니다. 솔루션을 이야기할 때 토털 솔루션이라던가, 번들 솔루션이라던가 이런 것을 강조하게 되면 그런 분들이 접근을 안 하세요. 뭔가 여러 가지 옵션이 덕지덕지 붙었으니까 비용이 비쌀 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솔루션은 여러 종류가 있고, 그에 따라서 비용도 다 달라지죠. 저희 같은 경우에도 가장 기본적인 단계는 그렇게 높은 비용을 책정하지 않고 있어요. 유저들에게 '이런 콘텐츠가 있다'라고 소개하는 정도, 글자 수로 봤을 때 약 8만 자, 10만 자 내외는 그렇게까지 높은 비용이 책정되지 않죠.

또 국내 업체는 비용을 산출할 때, 단기적인 안목에서 산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 부분은 좀 여러 가지가 얽혀있는 거긴 할 테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번역이나, 현지화는 단순히 한 번 하고 끝나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나 온라인, 모바일 게임은 더 그렇죠. 한 타이틀을 내고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게임이 업데이트되잖아요? 업데이트 되는 과정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필요가 있죠.

현지화는 번역-편집-QA의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죠. 게임을 개발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과정은 사실 익숙할 것이라고 봐요. 다만 현지화는 약간 동떨어진 것처럼 인식하고는 해요. 게임을 개발하는 분이라면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드 타임을 줄이는 것이 비용 절감의 핵심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계실 거에요. 시간과 비용의 절감이 항상 개발사들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니까요. 현지화도 마찬가지에요. 그 프로세스를 그저 동떨어진 것으로 여기면 이런 과정 하나하나를 거칠 때 리드 타임이 길어지거든요. 그렇다고 이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퀄리티가 나오지 않고요.



▲ 현지화에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처리할 때 비용이 더 절감하는 경우도 있다


윤서호: 일부에서는 한국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풍부한 뉘앙스를 풀어내기 어렵다보니 완벽한 로컬라이제이션이 어렵다고 접근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도 어떻게 보면 적당히, 의미만 전달하면 된다고 여기는 장벽처럼 작용한다고 보는데요.

원경연: 그런 점이 없진 않아요. 실제로 외국에서 한국어를 바라볼 때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보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듣기로는 태국어와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본다고 들었어요.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지화 작업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식이에요. 번역을 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겪어봤을 텐데, 어떤 용어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겠다, 이런 뉘앙스로 해석하겠다 하기 위해서는 많은 맥락이 필요해요. 즉 개발자의 의도라던가, 혹은 전체적인 문맥 같은 게 필요한 거죠. 그런 자료들이 주어진 상태에서 현지화를 하면 보다 더 의도에 맞게, 또 현지에 어필할 수 있는 그런 표현들이 만들어지는 거죠.

개발자들에게 조언을 드리자면, 번역이나 현지화를 위해서 스크립트를 줄 때 단순히 스크립트만 주는 것보다는 그 스크립트에서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해설을 곁들이는 것이 현지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단어나 개념의 1:1 해석이 안 되는 경우는 많아요. 그렇지만 그에 상응하는 개념이나 단어를 찾기 위해서는, 그 맥락을 파헤칠 필요가 있는 거죠. 번역의 기본 같은 거에요.

그렇지 않다면 저희와 피드백을 자주 주고받으면서 고쳐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사실 저희 회사는 20년 이상 이런 작업을 해오다보니 다양한 솔루션이 갖춰져 있어요. 스펠체커나, 언어학적으로 터미놀로지(Terminology)라고 하죠? 전문 용어를 정리하고, 이것이 어떤 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분류하고 세부적으로 적용하는 그런 체계도 갖추긴 했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자꾸 이런 걸 강조하다보니까 '비싸다'라는 인식을 줘서 접근을 안 한다고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웃음). 어쨌든 이런 시스템을 갖춘 만큼, 원하는 퀄리티에 맞춰서 제공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윤서호: 마지막으로 현지화 작업에서 이것이 중요하다고 짚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원경연: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것 같은데, 사실 번역과 현지화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그 게임, 그 맥락을 하나하나 파악하면서 진행해갈 때 좀 더 음미할 수 있고, 깊이 있는 현지화가 이루어지죠.

결국 중요한 것은 맥락을 파악하고, 이를 참고하면서 맞춰나가는 작업이에요. 그러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구도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컨설팅을 하고,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이라고 봐요. 실제로 저희는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왔고, 그래서 그에 맞는 솔루션을 갖고 있거든요.

그것이 부담이 될 수는 있어요. 비용이 드니까요. 물론 저희 입장에선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죠. 그런 경우에 조언을 해드리자면, 최대한 자신의 의도와 맥락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제공하라는 점이죠. 앞서 말했듯 용어나 개념, 단어의 1:1 매칭이 생각보다 그렇게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그때는 문맥에 맞춰서 다른 단어를 선택하거나, 혹은 다른 표현을 고려해야 하죠. 그 '문맥'을 얼마나 파악하느냐에 따라서 현지화의 질이 달라지죠. 물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이런 식으로 생각하실지 몰라요. 외국어 스크립트를 받아들었을 때 그게 쉽게 체감이 가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게 쌓이고 쌓이면서, 어떤 세계관과 틀을 만들어갈 때는 분명 의미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서비스가 장기화될 수록, 그 문맥과 맥락은 유저에게 몰입감을 줄 때 차이가 있어요. 용어의 일관성이 흐트러지면, 유저들이 혼동을 일으키거든요.

현지화 과정에서 사실 여러 문제를 겪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와 관련해서 업계에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 있죠. 이런 점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분명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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