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장애 학술대회④] 전옥배 PD "게임, '중독'이 아니라 '소통'의 단어로 바라봐야"

게임뉴스 | 허재민,김수진 기자 | 댓글: 4개 |


▲ 굿 미디어 전옥배 PD

오늘(12일) 중앙대학교에서 국회의원 김관영(바른미래당), 정성호(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법무부, 한국중독심리학회,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에서 주관하는 ‘2018 법무부, 한국중독심리학회,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게임은 무엇인 가에서부터 게임 중독의 질병화를 바라본 다양한 관점에서의 강연이 발표됐다.

두 번째 강연으로는 KBS 월요기획 '엄마는 전쟁 중, 게임의 해법을 찾아라'의 연출을 맡았던 굿 미디어의 전옥배 PD가 '다큐멘터리 PD가 바라본 게임하는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전옥배 PD는 KBS 스페셜 및 EBS 다큐프라임을 통해 밤길 안전 문제, 언어폭력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진행한 바 있다.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옥배 PD는 다큐 프로그램에 있어 방송 PD가 소재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며, 이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게임을 바라보는 극단적인 두 시점의 문제점을 짚고 실제 가정의 사례를 통해 '게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게임을 바라보는 극단적인 두 시선 - 중독이냐, 스타냐
“게임,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일반적인 상황을 이야기해야 한다”




전옥배 PD는 ‘게임’을 소재로 한 방송의 문제점을 ‘극단성’에서 찾는다.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부정적인 관점에서는 게임 중독자 부모가 아이를 죽인 사건 등을 예로 들어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며, 긍정적인 관점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스타, 페이커의 사례와 같은 예시를 들어 스타성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프로그램에서는 게임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해 시청자를 학습시키며, 긍정적인 프로그램에서는 게임을 하면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미래 산업이라는 모호한 환상을 보여주기만 한다.

이러한 게임을 바라보는 시점의 극단성은 비단 방송 프로그램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반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4차 산업의 핵심으로 게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기관 내에서도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충돌하는 것이다. 전옥배 PD는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혼란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전옥배 PD는 “그런 만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소재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는 전쟁 중, 게임의 해법을 찾아라’를 기획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동시에 극단적이지 않은, 실제로 보통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게임을 하는 사람 중 페이커와 같은 스타는 1% 정도 밖에 안되고, 게임중독으로 부모를 살해하는 사람도 1% 정도 밖에 안된다. 우리가 다뤄야 하는 것은 98%의 사람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보통 가정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우리 아이가 게임을 하는데, 어떻게 해야하죠?"

그럼 98%의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게임을 하는데, 놔두어야 하나?' 등, 게임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스마트폰도, 게임도 무작정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언어가 되었으니까. 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어디까지 조절하는 것이 옳은가다.

전옥배 PD는 본인이 직접 게임을 하는 딸과 겪었던 갈등을 이야기하며 설명했다. 그는 “딸아이가 게임을 하자 나는 교훈을 주고자 스마트폰을 부수고, 아빠의 메시지라며 두고두고 보게 하였다. ‘엄마는 전쟁 중, 게임의 해법을 찾아라’은 내 자아를 성찰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심리상담가가 내 행동을 보고 최악의 방법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게임하는 자녀,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 아이는 왜 게임만 하는가?"
게임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

전옥배 PD는 이어 게임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하는 자녀를 두고 부모가 취하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방치하거나, 간섭하거나. 전옥배 PD는 극단적인 사례보다는 일반적인 사례를 들어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방송에 소개되었던 ‘서진이’와 ‘민준이’의 사례를 들었다.




“왜 아이는 게임만 하는가?”

영상에 소개된 서진이는 혼자 있는 시간에 게임을 하며 지낸다. 맞벌이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태권도 학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한 약 8시간 정도를 게임에 할애한다. 서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을 알지만 일에 지쳐 아이에게 간섭하지도,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도 못한다.

두 번째 소개된 민준이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시간과 비어있는 휴식시간에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민준이의 어머니는 첫 번째 사례와는 반대로 끊임없이 간섭한다.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플레이하면 제재하며, 게임이 그냥 밉고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전옥배 PD는 위 사례에서 봐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닌 부모라고 설명했다. 서진이의 어머니는 아이와 거의 대화하지 않으며, 민준이의 어머니는 공부와 여가에 끊임없이 간섭한다. 부모는 자신이 아이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전옥배 PD는 “나도 딸아이의 스마트폰을 부술 때는 당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부모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 아이들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서진이는 게임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가만히 혼자 있는 것보다는 게임을 하는 것이 나아서”라고 답했다. 형제가 둘이나 있지만 서로 교류가 없고, 부모님은 맞벌이로 대화하기 어려우며, 친구들은 대부분 학원에 가 있기 때문에 서진이에게는 함께 놀 ‘친구’가 없다. 서진이는 함께 놀 친구를 ‘온라인’에서 찾은 것이다.



▲"가만히 혼자 있는 것보다는 게임하는 것이 나아요"

민준이는 친구들과 함께 야구나 축구를 하며 놀고 싶지만, 학원 일정 때문에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대신 게임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전옥배 PD는 “여기서 아이들은 게임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찾는 것이었다고 깨달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4시간 정도로, 긴 시간이 아니다.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스트레스를 느끼고 푸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이는 주변 시스템이나 도와주는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없다는 말이다. 스트레스를 금방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게임 시스템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환경을 누가 만들었는가, 이는 누가 게임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부모는 아이들이 이러한 환경 때문에 게임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전옥배 PD는 “부모가 자녀를 굶기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굶은 아이가 배고파서 빵을 주워 먹었는데, 여기에 대고 왜 빵을 주워 먹느냐고 혼내는 것과 똑같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왜 배고프냐, 왜 게임을 하는가가 중요한데, 무작정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굶게 만든 것은 생각하지 않고 왜 주워 먹느냐고, 빵을 먹으면 살찐다고 혼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일과표를 그려본 어머니는 아이의 힘든 일정과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는 휴식 시간을 확인했다.


게임, '중독'이 아닌 '소통'의 단어로 바라봐야
문제는 게임이 아니다, '중독'이란 단어는 가정에서 필요없다

전옥배 PD는 '중독'이란 단어는 가정에서 필요없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소개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족했던 것은 ‘소통’이다.

그럼 게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가정에서 어떻게 자녀를 교육하고 있을까? 전옥배 PD는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박사의 사례를 들었다. 가정에서 용훈이는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허락되어있다. 자율적으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며, 이장주 박사는 어떤 게임인지 알고 있고,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확인만 하는 감독관이 된다.



▲"한 시간 더하고 싶다고? 그럼 한 시간 반 더해라"



▲"게임을 하고 싶은 갈망을 해소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그 갈망은 끝까지 남는다"

전옥배 PD는 아이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부모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그냥 싫어하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 중독 때문에 병원을 찾는 부모는 모든 문제를 게임 때문이라고 떠넘긴다. 그전에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게임, ‘중독’이 아닌 ‘소통’이라는 단어로 바라봐야 한다

이장주 박사의 사례를 정의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부모가 게임에서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스스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가끔 확인을 해주는 감독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스스로가 자기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문화가 있다면 시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스로의 시간을 통제할 수 없도록 하는 것, 스트레스의 원흉이 되는 것, 모두 '게임'이 아니다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다.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아이들의 게임 과몰입 정도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간섭과 통제가 강할수록 과몰입이 악화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정의준 교수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풍부한 가정에서는 게임과 관련된 문제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옥배 PD는 “게임은 목적과 수단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양날의 검처럼. 중요한 것은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소통을 해보라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통'의 관점에서 바라본 게임은 그 속에 가치가 있다

또한, 그는 소통의 도구로서의 게임의 가치를 설명했다. 전옥배 PD는 “방송이 나가고 나서 아이가 ‘이제 게임 하는 거 통제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며 나를 바라보더라. 이젠 아이가 사춘기인데 게임을 소통의 도구로 사용 중이다. 중독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소통의 도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나는 아이와 함께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산책 자체보다는 아이와 함께 대화하는 것이다. 게임도 똑같다. 게임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고, 같은 공감대로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며, 소통의 도구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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