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VR 입문용으로는 제격인 기기, '오큘러스 GO'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9개 |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가 지난 2일 출시한 '오큘러스 GO'는 PC와 스마트폰이 없어도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독립형 VR 기기다. 스마트폰을 HMD 내부에 장착하거나, PC와의 연결이 없어도 기기 단독으로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처음으로 공개된 이래, 무겁고, 비싸다는 인식이 남아있는 VR 기기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받아온 기기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오큘러스 GO의 출시를 깜짝 발표하며, 'VR 대중화'라는 큰 흐름을 이야기 한 점은 오큘러스 GO가 가지고 있는 큰 방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큘러스 GO가 보여준 '대중화'의 모습은 과연 어떤 형태로 완성됐을까. 국내에도 정식 출시된 '오큘러스 GO'를 직접 착용해 확인할 수 있었다.






■ "심플해서 좋다" - 간편한 구성, 좋은 화면, 가벼움

독립형 VR 기기로서의 오큘러스 GO는 생각했던 것만큼의 구성을 보여준다. 기존처럼 모션 트래킹을 위한 별도의 장비를 갖출 필요도 없고, 오직 HMD와 컨트롤러, 초기 셋업을 위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따라서 제품 구성도 매우 간단하게 되어있다.

기본적은 구성은 오큘러스 GO HMD, 전용 컨트롤러가 중심이며, 이외에 안경 사용자를 위한 액세서리, AA 건전지 1개, 스트랩, 충전용 USB 케이블 등이 전부다. 이는 별도의 장비 설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구성이다. 안경 액세서리는 굳이 착용하지 않았어도 실사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 구성은 매우 심플하다.

기기 상단의 전원버튼을 누르면 HMD가 바로 구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연동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구글플레이 및 앱스토어에서 Oculus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이후 HMD와의 블루투스 페어링, 지불을 위한 페이팔 또는 신용카드 연동의 과정을 거친다.

기본적인 이용 방법, 기기 구동을 위한 연동 과정, 주의사항 등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설명이 이루어진다. 어플리케이션 내에서는 콘텐츠 구매, 이벤트 확인 등 일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콘텐츠 자체의 구매는 기기 내에서 이용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초기 세팅 이후에는 큰 필요성은 없다.



▲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별도의 세팅 과정을 거친다.

기기에서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헤드셋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 스피커가 내장되어, 기기 양옆에서 서라운드 오디오가 재생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굳이 많은 것을 장착하지 않더라도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셈. 3.5mm 오디오 단자도 좌측에 마련되어 있으므로, 조용히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별도의 기계들과 선들이 필요가 없어지면서 무게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기존의 기기들에 비해서 가볍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모든 플레이가 무선으로 바뀌며 자리에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 은근 놀라웠던 스피커 배치.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형태다.



▲ 상단에 전원과 음량조절 버튼, 좌측에 USB와 3.5mm 단자가 배치되어 있다.

화면의 품질도 기기의 성능을 생각하면 준수하다. 화면은 LCD 임에도 잔상이 거의 없으며, 액정은 72 Hz의 주시율을 지원하면서 더 부드럽게 움직인다. 화질은 기존보다 선명한 편이며, 픽셀 간격이 눈에 보이는, 소위 '모기장' 현상 같은 것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동시에 기기의 발열도 거의 없는 수준에서 마감됐다. 기기 디자인 측면에서도 심플한 구성이며, 샤오미의 제작으로 마감도 준수한 편이다.

또한, 외부 SNS, 애플리케이션과의 연동을 지원한다. 기기 내부에서 사진을 찍어 공유할 수 있고 심지어 영상 촬영 기능까지 지원하여, 자신의 플레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경험이 가능하다. 웹서핑, 게임은 물론이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준수하게 갖췄다.



▲ 붉은색이 대략적인 화각. 실제로 보면 양옆에 조금 더 공간이 있다.






▲ 착용감은 편안하다. 안경을 착용해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컨트롤러는 간소화된 형태로 제공된다. 모션 트래킹은 지원하지 않으며 3DOF(3 Degrees Of Freedom, 전후(yaw), 좌우(roll), 위아래(pitch)의 공간의 회전을 감지하는 기술을 의미함) 만을 지원한다. 모션 트래킹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가끔 화면을 중앙으로 맞추는 불편함이 있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갖출 수 있는 기능은 전부 갖췄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

중앙의 터치패드, 하단의 트리거, 백버튼과 홈 버튼을 이용해 대부분의 조작을 하게 된다. 인식률 자체는 준수한 편이라 적응만 한다면 앉아서 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터치패드를 부착해 두었기에, 웹서핑 등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 작지만 갖출 것은 일단 다 갖춘 컨트롤러.



■ "그래도 이건 부족하다" - 콘텐츠, 이용자 경험, 배터리

전반적으로 정리하면, 대중화에 초점이 맞춰진 기기인 만큼의 구성과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몇 가지 문제에서 단점이 지적된다. 아마도 기기 성능을 포기하면서 나온 것들과 항상 언급되던 문제들이 될 것이다.

첫 번째는 콘텐츠 면에서의 단점이다. 현재 오큘러스 GO 스토어에서는 다수의 체감형 콘텐츠, 360도 영상과 같은 콘텐츠들이 주를 이룬다. 홈페이지에서는 "1,000개가 넘는 게임, 소셜 앱, 360도 경험 등 다양한 VR 콘텐츠를 즐겨보세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엄밀히 따지자면 꼭 VR로만 즐길 수 있는 경험이 되지 못한다.

해당 기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영화 개봉과 발을 맞춰 만든 홍보용 콘텐츠거나, 길이가 짧은 콘텐츠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태다. 특히 영상을 오큘러스 GO에서 시청할 경우,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플레이 타임이 짧다는 문제도 있다. 1.5GB의 영상을 Wifi로 내려받음에도 막상 상영 시간은 5분이 되지 못하거나, 스트리밍을 사용하면 품질저하, 버퍼링 등을 겪는 경험이 있기도 했다.



▲ 많기는 한데, 굳이 따지자면...



▲ 게임 콘텐츠는 데모 수준이거나, 아동용에 그치는 느낌.

두 번째로는 모션 트래킹의 부재로 말미암은 아쉬움이다. 이는 기기 컨셉에서 오는 문제이기는 하다. 특히, 게임에서 그러한데, 헤드 트래킹이나 3DOF 컨트롤러만으로는 조작이 어려운 콘텐츠들이 몇 있다. 갑자기 뒤를 돌아봐야 할 때의 어려움이라던가, 가까이 가고 싶을 때 기존처럼 고개를 기울이는 등의 조작이 나오기도 한다.

헤드 트레킹, 자이로, 모션 등의 인식률은 매우 훌륭하지만, 기존 조작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독립형 VR로 디자인되면서 어쩔 수 없는 결과기도 하다. 다만, 앉아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으므로, 취향에 따라서는 단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 앉아서 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기는 하다. 하지만 조작이 좀 부족한 면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단점, 배터리를 지적할 수 있다. 오큘러스 GO의 배터리 용량은 2,600mAh. 이는 최근 스마트폰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수준이다. 공식 스펙상 사용 시간은 2시간이며, 실제 플레이에서는 이보다 적은 1시간 반 정도의 사용 시간을 보인다.

따라서, 독립형 기기이기는 하지만, 어디 여행 시에 즐길만한 제품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HMD 특유의 박스형 디자인은 물론, 긴 사용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모바일 기기처럼 5pin 케이블을 사용해, 충전되긴 한다. 하지만 이를 보조 배터리를 통해 충전해가며 사용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 완벽하지는 않아도 의미가 있는 기기 '오큘러스 GO'

독립형 VR 기기라는 점에서 오큘러스 GO는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제품은 완벽하지는 않은 모습으로 완성됐다. 기존 VR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으며, 콘텐츠, 배터리 등의 확연한 문제점도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큘러스 GO는 괜찮은 기기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32GB 23만 8천 원, 64GB 29만 8천 원이라는 가격에도 '보급형'이자, '입문자'를 위한 첫 단계의 VR 기기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본격적인 VR 경험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 과정과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오큘러스 GO는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했고, VR 경험을 위한 제반 사항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반대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기어 VR과 비교해서도 번거로운 과정은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렌즈를 닦고, 이어폰을 연결하는 과정도 이제는 필요가 없어졌다. 그저 기기를 착용하고, 한 손에 컨트롤러를 쥐기만 하면 끝이니 말이다.



▲ TV도, 고성능 PC도, 공간도 GO에겐 필요가 없다.

총평하자면, 기존의 기기들에서 덜어낼 부분은 덜어내고 간편함만을 갖춘 입문용 기기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제품의 가격이야 사용자들의 가치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 가벼움, 간편함을 지향하면서 적어도 갖출 것은 대부분 갖췄다는 점에서 VR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기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본격적인 콘텐츠가 개발되고, 생태계가 안정되는 시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VR을 해보고 싶지만, 가격이 고민되는 사람, 또는 가볍게 VR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 될 것 같다. 이러한 면에서 오큘러스가 그리고 있는 '대중화'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는 미래가 되지 않을까. 앞으로 오큘러스 GO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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