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프로스트펑크'

인터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9개 |



선택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대부분 너무나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주춤거리며 망설이게 되죠. 그 선택에 많은 이의 운명이 달려있다면, 그 무게감은 더욱 여실히 느껴지게 됩니다. 하다못해 잘못된 선택을 되돌릴 수단이라도 있다면 안심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은 선택한 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최근 출시된 11비트 스튜디오의 '프로스트펑크(Frostpunk)'는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양자택일의 상황을 제시합니다. 플레이어는 리더로서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을 믿고 따라온 시민들을 생존시켜야 할 의무가 있죠. 이 막대한 부담감 속에서 다양한 법률을 선포하며 효율성과 도덕성을 저울질하게 됩니다.

게임이란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덕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제시하고 싶었다는 11비트 스튜디오, 그들이 '프로스트펑크'에 담아낸 가치를 인벤에서 전달해드립니다.







▲ 11비트 스튜디오 파트너쉽 매니저 파벨 미쵸프스키

Q. 본인과 '프로스트펑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1비트 스튜디오의 파벨 미쵸프스키입니다. 회사의 초기 멤버 중 한 명이며, 과거 작가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회사에서 파트너쉽 매니저로 일하고 있죠.

최근 출시한 '프로스트펑크'는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의 정신적 후속작입니다. 이 게임은 모든 세계가 얼어붙고, 문명이 초토화된 가상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죠.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소수의 영국인 그룹의 리더가 되어 북쪽에 정착한 뒤 거대한 석탄 발전기를 설치해 열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리더로서 사회를 이끌고, 도시를 건설하며, 압도적인 추위를 견디기 위한 기술을 개발시켜나가야 합니다.


Q. '프로스트펑크'는 출시 이후 게이머와 평단으로부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실제로 '프로스트펑크'는 비평가들에게 환상적인 리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전 세계의 게임 커뮤니티들로부터 훌륭한 피드백과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죠. 이에 굉장히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게임의 세계관을 넓히고 보다 풍부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부담도 와닿고 있죠. 실제로 수정하고 다듬어야 할 몇 가지 기술적인 이슈들이 남아있습니다.

어쨌든, 기분은 정말 좋네요! 그리고 다시 한번 게임 커뮤니티에 큰 감사 말씀드립니다.



▲ 상당히 높은 점수를 기록한 '프로스트펑크'

Q. '프로스트펑크'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상당히 독특한 편입니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요?

전체적인 그림의 기틀이 된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오락 속에 의미를 담고자 하는 저희의 철학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리고 '디스 워 오브 마인' 보다 더욱 깊은 '도덕성'의 영역을 탐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죠. 이런 의미에서 저희는 '프로스트펑크'를 '디스 워 오브 마인'의 후속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프로스트펑크'는 군중의 도덕성을 한층 거대한 스케일로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 차원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루진 않죠.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사회 전반의 도덕성과 리더로서의 권력,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몇몇 아이디어는 영화 '설국열차'와 Jacek Dukaj의 공상과학소설 'Ice'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Ice' 역시 얼어붙어버린 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역사는 우리가 아는 현실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죠.

게임 전체의 디자인은 확실히 독특한 편입니다. 도시 건설, 생존, 사회 경영, 탐험 등의 요소를 동시에 갖추고 있으니까요. 이 요소들은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힘이 있을뿐더러 플레이어로 하여금 리더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기에도 적격이죠.



Q. '프로스트펑크'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아마 기획자 입장에서는 '법률의 서(Book of Laws)'를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분기점을 만들고, 게임 전반에 유기적인 인과관계를 만들어내야 했으니까요. 정말로 세심하게 만들어진 시스템이에요. 리더의 모든 결정에는 책임과 대가가 따른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Q. 빅토리안 시대와 빙하기를 배경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프로스트펑크'는 극단적으로 가혹한 환경 속에서 한 사회공동체가 살아남고 진화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일종의 '제한'이 필요했죠. 몰락한 문명과 얼어붙은 지구가 바로 이 '제한'에 해당됩니다.

빅토리안 시대는 급격한 산업 혁명을 맞이했던 시대죠. 기술적인 진보와 증기 동력 기반의 각종 문물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프로스트펑크'의 주요 골자와 잘 맞아떨어질 거라고 생각해 빅토리안 시대를 게임 내 시대적배경으로 삼았습니다.


Q. 법률의 서는 게임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로 하여금 항상 효율성과 도덕성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들죠. 이 시스템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게임 내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에 맞는 결과를 플레이어가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때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해야 할 수도 있죠. 스스로가 맞는 결정이라고 여겼던 것이 시민들에게는 고통으로 와닿는 의외의 상황도 연출될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힘든 선택을 해나가야 하죠. 이 법률의 서는 시민을 위한 통치와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단입니다.



▲ 도시를 위해 아이들에게도 중노동을 시킬 것인가?


Q. 얼마나 많은 유저가 도시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선을 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쉽게도 그에 관한 통계가 없습니다.


Q. 전작인 '디스 워 오브 마인' 역시 '프로스트펑크'와 비슷판 성향을 보였습니다. 게임을 오락이 아닌 하나의 미디어로서 다루는 모습이 강하게 드러났죠. 미디어로서 게임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음, 저희의 철학은 한 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Make Your Mark, 너의 길을 만들라"는 거죠. 저희는 '사고'를 자극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심지어 플레이어가 게임을 멈춘 후에도 계속 그에 관한 사고를 이어갈 수 있는 그런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죠.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게임을 진중한 스토리와 주제를 담아낼 수 있는 하나의 성숙한 미디어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영화나 서적 등 소위 '예술'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게임 역시 예술로서 다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게임이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있어 아주 훌륭한 미디어라고 보고 있어요. 게임은 강력한 상호작용성을 갖추고 있고, 플레이어를 나레이터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힘도 갖고 있죠. 이런 특징 덕분에 영화나 서적과는 다른 느낌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신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후회와 같은 감정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죠.



▲ 전작인 '디스 워 오브 마인' 역시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Q. '프로스트펑크'를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할 계획도 있나요?

네, 맥 버전은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이고 콘솔 버전 역시 만들고자 합니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없어요.


Q. 최근 11비트 스튜디오가 퍼블리싱을 맡은 '문라이터'가 스팀을 통해 출시됐습니다. 한국어가 초기부터 지원이 돼서 국내 유저들에게 화제가 됐는데, 전체적인 맥락이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수정할 계획이 있을까요?

네, 저희 역시 번역 상 어색한 부분들을 수정하고 싶습니다. 이번 번역 작업은 파트너사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약간의 변호를 하자면, 게임과 텍스트를 따로 분리해서 번역 작업을 진행하는 게 정말 어렵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 약간 아쉬움을 남긴 '문라이터'의 번역


Q. '프로스트펑크' 한글화 계획도 있으신가요?

네, 공식적으로 '프로스트펑크' 한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간 시간은 걸리겠지만, 한국 게이머들에게 최대한 빨리 좋은 소식 전달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 '프로스트펑크'의 새로운 모드와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보유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무료로 배포될 계획이에요. 그리고 '디스 워 오브 마인'의 이야기를 발전시켜 계승하는 신작 역시 준비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기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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