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타가 40주년을 맞이하는 그날까지! KSL 캐스터 김철민

인터뷰 | 이시훈 기자 | 댓글: 8개 |
블리자드가 야심 차게 준비한 스타크래프트1 공식 리그 '2018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이하 KSL)'가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6년 만에 부활한 공식 대회인 만큼 KSL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송병구, 이제동 등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 선수부터 오랜 노력을 통해 베테랑으로 거듭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사실, KSL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이 오늘의 주인공이죠.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니셜만 들어도 얼굴과 목소리를 떠올릴 것 같은데요. 그는 바로 18년 동안 한결같이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중계를 맡아온 KCM 김철민 캐스터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김철민 캐스터는 KSL 중계를 앞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항상 박진감 넘치는 중계를 들려주는 고마운 사람 김철민 캐스터와 오랜만에 만나 우리의 어린 시절 추억이었던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김철민 캐스터는 "KSL이 생기면서 스타크래프트가 앞으로 40주년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밖에 모르는 바보', e스포츠계의 살아있는 화석 김철민 캐스터와 나눈 대화를 지금 전해드립니다.





Q.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01년부터 18년 동안 e스포츠 중계를 하고 있는 e스포츠계의 '화석'이자 '송해 선생님' 김철민 캐스터입니다. 젊은 사람들 틈에서 억지로 젊은 척하기보단 순순히 나이를 인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Q. 블리자드가 주최하는 스타크래프트1 공식 리그 KSL이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회 개막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스타크래프트 20주년 간담회 자리에서 '스타크래프트가 20주년을 넘어 40주년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라는 주제로 논의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가 계속되려면 신규 선수 유입이 있어야 하고, 신규 선수가 유입되려면 블리자드가 주기적으로 주최하는 공식 리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블리자드가 직접 주기적으로 대회를 여는 것 자체로 신규 선수들에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니까요.

저의 의견이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달 뒤 블리자드에서 스타크래프트1 공식 리그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소식을 듣고 스타크래프트가 정말로 40주년을 맞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타크래프트는 아직도 콘텐츠로 충분한 가치가 있어요. 각종 지표를 봐도 스타크래프트가 쟁쟁한 게임들 사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확실히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에 힘입어 다시 노를 저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KSL 공식 캐스터로 합류하게 됐는데, 어떤 배경이 있었나요?

스타크래프트 공식 리그가 끝난 뒤, 많은 선수가 개인 방송을 하며 고충을 겪는 모습을 보고 선수들이 다시 마음껏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직접 사비를 들여가며 'KCM 종족 최강전'을 열었죠. 비록 상금은 적었지만, 정식 대회처럼 형식을 갖췄고 정식 3인 중계진을 구성했어요. 경기를 펼친 많은 선수들이 대회를 열어준 것에 대해 저에게 직접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이러한 과정을 블리자드가 알았는지 "KSL 중계는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부흥에 기여한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며 저에게 KSL 캐스터 제의를 해줬어요. 제의를 받고 보람을 많이 느꼈고, 막중한 임무를 맡은 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Q. 말씀하신 대로 'KCM 종족최강전'을 개최하는 등 스타크래프트1 e스포츠 부흥에 유독 많은 힘을 쓰셨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살면서 가장 많이 불린 호칭이 '김철민 캐스터'고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이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에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가 아직도 e스포츠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믿었고 그것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사욕보단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계속 끌고 온 것 같아요.





Q. KSL을 기점으로 스타크래프트1 e스포츠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대신 선수들과 중계진의 역할이 중요하죠.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다시 열었을 때, 선수들이 나이를 먹어서 과거에 보여준 컨트롤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2015년에는 선수들의 실력이 많이 허술했는데, 최근에는 동기부여와 함께 선수들이 점점 노력하면서 10년 전에 보여준 컨트롤과 경기력이 나오고 있어요. 시청자들의 가슴을 뛰게 할 높은 수준의 경기가 계속 나올 거예요.

그리고 중계진은 선수들의 치열한 심리전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다소 지루해질 수도 있는 '테테전' 대치 구도를 중계진은 박진감 넘치게 전달할 필요가 있죠. 또한, 다양한 홍보를 통해 과거의 팬들까지 모두 불러 모을 수 있다면 과거의 영광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이번 KSL은 유독 쟁쟁한 선수가 많이 출전했습니다. 어떤 선수의 우승을 예상하세요?

저는 정윤종, 장윤철, 김성현, 김민철 선수를 주목하고 있어요. 우승을 해본 적이 없는 선수들은 높이 올라갈수록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내는지가 관건이에요. 실력은 모두 S급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송병구, 이제동 같은 올드 선수들은 경험이 워낙 많기 때문에 다전제 판짜기로 가면 여전히 강력함을 보여줄 거예요. 이번 KSL 시즌1은 올드와 신흥 강자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올드 선수들이 구관이 명관임을 증명하며 우승할지도 모르죠. 이번 대회는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Q. 스타크래프트1이 워낙 오래된 게임이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1 e스포츠 부흥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시각은 2001년부터 있었어요. 저는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수많은 게임을 중계했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여전히 재밌어요. 저는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를 처음 접하는 어린 시청자들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예로 겨울에 펼쳐진 '스쿨챔피언십'은 수많은 청소년들이 참가 신청을 했어요. 물론, 대회 시청률도 잘 나왔고요. 각종 지표에서 드러나듯 스타크래프트는 콘텐츠로서 값어치가 높아요.





Q. 과거와 비교해서 e스포츠의 규모 및 형태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e스포츠 초창기부터 활동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다른 종목은 제가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는 과거 프로리그가 있을 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처음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에 기업이 들어오면서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해줬지만, 결과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격이 됐어요. 무조건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다 보니 선수들의 특색이 사라졌고, 똑같은 빌드만 쓰기 시작했죠. 그렇게 비슷한 게임을 일주일에 5~6일씩 했기 때문에 보는 재미도 떨어졌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선수들의 개성이 더 잘 드러나요. 물론, 더 러프할 수 있지만, 더 재밌어요. 오히려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더 긍정적이에요. 플랫폼은 계속 달라져도 볼 사람은 찾아서 보니까요. 모든 e스포츠가 나중에는 자생력을 가지는 방향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어느덧 스타크래프트 시리즈가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정말 감개무량해요. 스타크래프트는 단순히 20년 된 게임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힘들었던 시기를 버틸 수 있도록 해준 버팀목이었어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KCM 종족최강전을 진행할 때, 상금을 준비하지 못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자 한 팬이 나타나 흔쾌히 상금을 후원해줬어요. 학창시절 스타크래프트를 보며 자랐고, 20년이 지나서 의사가 된 팬이었어요. 그 팬도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를 보며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냈다고 하더라고요.


Q. 김철민 캐스터에게 스타크래프트란 어떤 존재인가요?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든 고마운 존재죠. 그냥 스타크래프트가 곧 저에요. KSL이 다시 열리지 않았다면 저의 존재 의미를 잃었을지도 몰라요. 다시 한번 많은 사람들에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열광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주인 의식을 갖고 열심히 중계하겠습니다.


Q. e스포츠 역사의 산증인 중 한 명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행복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MBC 게임이 폐국했을 때 가장 분노했고 슬펐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 흘려 일군 판을 한 두명의 결정권자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끝내버린 것이 너무 아쉽고 배신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때, e스포츠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입니다. 곧 대회가 시작되는데, 너무 신나요. KSL 중계진 합류 소식이 전해지고 많은 분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축하 메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Q. 마지막으로 스타크래프트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스타크래프트가 앞으로 20년을 더 가기 위해선 팬들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모두 함께 주인 의식을 갖고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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