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개발자가 말하는 '역사 게임의 역사, 그리고 미래'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5개 |


▲ 조이시티 김태곤 CTO

금일(23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최된 '2018 게임인 한국사 콘서트'에서 '대한민국 역사 게임의 선구자'로 불리는 조이시티 김태곤 CTO가 강단에 올라 '역사 게임의 역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지난 20년 동안 역사 게임 개발에만 매진한 그는 이날 발표를 통해 게임 업계의 개발자들이 역사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소개했다.

그가 걷게 되는 긴 여정의 첫 번째 페이지를 장식하는 작품은 1996년에 출시된 '충무공전'으로, 이는 김태곤 개발자가 게임 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충무공전을 개발하면서 역사 게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충무공전은 '워 다이어리'라는 제목의 영문 패키지 버전으로도 출시되어 독일과 미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그는 이때 '우리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을 외국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을까?'라고 의아해하면서도, 우리의 역사를 외국에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이후에도 쭉 역사 게임을 만들게 됐다고 회고했다.



▲ 좌측이 충무공전, 우측은 '임진록'의 인게임 이미지

충무공전 이후에 그는 '임진록' 시리즈를 개발하며 역사 게임 개발을 계속 이어갔다. 임진록은 본래 임진왜란 이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각색하여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소설이며, '임진록' 시리즈는 이 소설의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임진록' 시리즈의 마지막 타이틀인 '임진록2+ :조선의 반격' 패키지에는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일러스트가 들어갔는데, 이 일러스트는 남해안 지방의 통영, 여수, 거제를 방문하면 지금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벌써 10년 이상 사랑받고 있는 이 일러스트를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과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남해안의 그 넓은 지역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사업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2년에 만들어진 '임진록' 속 이미지를 계속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관련 콘텐츠들이 많이 개발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태곤 개발자는 우리 것에 대한 준비가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삼국시대를 바탕으로하는 '천년의 신화' 패키지 이미지

임진록 시리즈 이후에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 '천년의 신화'가 신라, 고구려, 백제 편으로 나뉘어 출시됐다. 여기에는 역사 게임의 주제와 소재를 다양화해서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목적의식이 담겼다. 게임 방식은 임진록과 크게 다르지 않은 RTS 게임 형식으로, 김태곤 개발자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역사 게임에 대한 경험을 계속 축적해나갔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다루고 있는 역사적 배경은 다르지만, 결국 모든 콘텐츠가 '전쟁'을 테마로 격렬한 투쟁만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천년의 신화' 이후 전쟁이 아닌 더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자 마음먹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현재까지도 꾸준히 서비스되고 있는 '천하제일상 거상'이었다.

거상은 전투가 중심이었던 그의 전작들과 달리 경제적인 요소를 주요 테마로 내세웠고, 목표 또한 전투의 승리가 아닌 가장 큰 상인을 뜻하는 '천하제일상'으로 바뀌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을 게임 속에 담으면서 거상은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 초기에는 '임진록온라인 거상'이라는 타이틀로 서비스됐다

소재의 다양성에 대해 계속 고민한 그는 이어서 2004년에 발표한 '군주'를 통해 이번엔 '정치 체계'를 주요 시스템으로 내세웠다. 군주에서는 왕이 있고 그 밑으로 육조판서를 뽑게 되는데, 지금으로 보면 내각을 임명하는 것과 동일하다. 운영자가 아닌 선출된 내각이 직접 게임의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고, 서버의 세율을 정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군주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는 '군주'가 온라인 게임이라고 하는 하나의 사회에서 자율적인 정치 체제의 운영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실험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거상'과 '군주'를 통해 역사 게임 속에서 경제적인 시스템과 정치 체계에 대한 실험까지 시도했지만, 김태곤 개발자는 다시 한번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그가 만들어낸 게임들이 국내의 반응과는 다르게 해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임이 고도화되면서 개발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데, 한국 내부의 제한된 시장만 바라보고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위험했다. 그는 역사 게임 개발에 사명감을 갖고 계속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게임 개발자로서 큰 고민거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역사의 범위를 더 키우고, 다른 나라의 역사까지 함께 아우르게 된 작품이 '타임 앤 테일즈'다.



▲ 한국사와 동시에 다른 나라의 역사까지 다뤘던 '타임 앤 테일즈'

'타임 앤 테일즈'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현대의 주인공들이 우리나라의 역사 속 인물인 '장보고'를 돕게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장보고 이외에도 일본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처럼 여러 나라의 스토리를 옴니버스식으로 하나의 게임에 탑재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역사 게임을 한국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에 진출시켜보자는 고민이 반영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도 김태곤 개발자는 같은 고민을 담아서 전 세계의 모든 유적지와 명소를 넣은 게임 '아틀란티카'를 개발했다. 그는 아틀란티카가 출시 이후 많은 해외 유저들의 관심을 얻었고, 이를 통해 전 세계에 실제 비중보다 훨씬 큰 비중으로 한국의 역사를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개발한 다음 역사 게임은 지난 2015년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광개토태왕'이다. 그는 이때부터 모바일 게임 개발로 돌아섰으며, 지속성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e스포츠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역사 게임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오랜 생명력을 가지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담은 것이다. 여기까지가 그가 역사를 어떻게 게임에 녹여낼지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반복했던 '역사 게임의 역사'다.



▲ 2015년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광개토태왕'에는 e스포츠를 위한 고민이 반영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의 역사 게임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개발비와 사업 비용에 대한 부담은 계속 커지고, 한국 역사가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가지는 것 역시 아직 까마득한 상황이다. 김태곤 개발자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통적인 방법'과 '새로운 방법'의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높은 퀄리티로 게임 기반을 다지되, 다른 국가의 역사 표현도 한국에 못지않은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충무공전을 개발할 당시에는 피아 구분을 명확하게 하고 다른 국가를 한 단계 낮게 표현하곤 했지만, 20년 전에 바라보던 인식과 지금의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실제로 그가 준비하고 있는 '임진왜란' 소재의 신작 일러스트에는 '누가 더 멋있나?'라는 것을 쉽게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각국의 장수들이 대등하고 동등하게 매력적으로 표현됐다.

또 하나는 현실 고증을 철저하게 반영하여 사실적인 묘사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신작에는 그동안 학계에서 연구된 부분을 철저하게 투영하여, 난중일기 속에 묘사된 모습처럼 갑옷과 투구에 대한 고증이 충분히 반영됐다. 물론 역사책을 편찬하는 것이 아니므로 어느 정도 변화와 상상력을 넣을 수 있지만, 높아진 눈높이의 유저들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적절한 경계선을 찾아야 한다.

그는 끝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를 게임 속에 녹여내고, 자산화하여 해외 진출을 꿈꾸는 개발자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사를 게임에 담으려는 노력을 학계와 게임 업계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한국의 권율 장군과 이순신 장군의 일러스트



▲ 일본 장군들도 세심하게 표현됐다



▲ 독특한 이순신 장군의 의상은 물론,



▲ 병졸들의 갑옷과 투구에도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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