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너한테는 절대 질 수 없다! LoL의 숙명의 라이벌-챔피언 편

기획기사 | 양예찬 기자 | 댓글: 44개 |
'라이벌'은 마법같은 단어입니다. 소설, 영화, 게임 등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 꼭 등장하고, 작품의 재미를 크게 올려줍니다. 라이벌과 같은 흥미로운 대립 구도가 없는 이야기 전개는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에도 다양한 라이벌들이 존재합니다. 설정상 만들어진 이야기는 물론, 유저들의 이야기로도 많은 라이벌들이 탄생해왔습니다. 과연 LoL에는 어떤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어 있을까요? 먼저, 챔피언들 간의 라이벌 구도부터 짚어봅시다.



▲ 리그오브레전드 전체에 펼쳐져 있는, 챔피언 간의 흥미로운 라이벌 구도!


■ 설정상의 라이벌 - 국가 이념의 대립부터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까지!

▶ 양보할 수 없는 이념과 불타오르는 복수! LoL 대표 라이벌 가렌 vs 다리우스, 루시안 vs 쓰레쉬

리그오브레전드에는 다양한 지역과 국가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국가가 바로 '데마시아'와 '녹서스'입니다. 두 나라의 이념은 극과 극에 위치합니다. 정의와 명예, 그리고 질서를 중시하는 '데마시아', 순수한 힘과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추구하는 '녹서스'는 LoL 유니버스의 대표적인 대립 관계입니다.

가렌과 다리우스는 각각 '데마시아'와 '녹서스', 두 국가를 대표하는 캐릭터입니다. 말끝마다 정의와 데마시아를 달고 사는 가렌과, 거대한 도끼로 상대를 무참히 도륙하는 다리우스는 각각 그 나라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둘은 데마시아와 녹서스의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게임에서도 둘 다 브루저 스타일의 탑 라이너고, 빙글빙글 돌면서 적을 공격한다는 점이 재미있네요.



▲ LoL 대표 라이벌, 가렌과 다리우스


루시안과 쓰레쉬는 경쟁 상대라는 뜻의 라이벌이라고 불리긴 조금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그 둘은 스토리상 가장 처절하고 첨예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쓰레쉬는 인간의 정신을 망가트리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삶의 보람인 캐릭터입니다. 가지고 다니는 랜턴에 영혼을 가두고, 그 영혼에 영원한 고통을 가합니다. 문제는 쓰레쉬가 수집한 영혼 중엔 루시안의 아내인 세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루시안은 세나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자비심 없는 복수귀가 되어 쓰레쉬를 찾아다닙니다.

두 챔피언이 맞붙으면 '내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 갔겠다 쓰레쉬, 이제 네 차례다!'라는 특수 대사도 들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점은, 둘의 봇 듀오 궁합이 굉장히 좋다는 점입니다. 상대적으로 인파이팅이 강제되는 루시안의 결점을, 다재다능한 능력의 쓰레쉬가 완벽하게 채워줍니다. 솔로 랭크는 물론, 프로 무대에서도 찰떡 호흡(?)을 자랑하곤 했습니다. 설정은 역시 설정일 뿐이네요.


▲ 쓰레쉬에 대한 복수로 불타는 루시안. 그러나 둘의 궁합은 LoL 최고 수준이다.


▶ 소환사의 협곡에까지 이어지는 라이벌 구도! 질리언 vs 볼리베어, 카직스 vs 렝가

라이벌 구도를 그저 설정에 그치지 않고 인게임까지 들고오는 챔피언들도 있습니다. 질리언과 볼리베어, 그리고 카직스와 렝가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질리언과 볼리베어는 캐릭터 설정으로 만들어진 라이벌 구도라기 보단, 장외에서 만들어진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리언을 설계한 캐릭터 디자이너가 볼리베어의 업데이트를 반대했고, 거기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진 작은 이스터에그입니다.

두 챔피언이 서로 다른 팀에 속하면 특수한 버프가 걸리고, 서로 킬을 따낼 시 추가 골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골드 획득량이 작아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이긴 합니다.



▲ 장외에서 형성된 라이벌 구도가 인게임까지 이어진 케이스


질리언과 볼리베어의 라이벌 구도가 피식하는 수준에 그친 반면, 카직스와 렝가의 라이벌 구도는 인게임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입니다.

두 챔피언 모두 타고난 사냥꾼인데요. 어느 날 두 챔피언 간에 큰 싸움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렝가는 한 쪽 눈을 잃게 됩니다. 이후, 렝가는 카직스를 사냥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지요. 그렇게 두 챔피언의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라이벌 구도는 인게임에 제법 큰 영향을 끼치는 형태로 구현되어있습니다. 두 챔피언이 충분히 성장한 상태에서 맞붙어 킬을 따내면 각각의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렝가는 특수한 전리품을 얻고, 카직스는 4단 진화가 가능해집니다. 두 보너스 모두 캐릭터 스펙의 상승이 있는 만큼, 경기 후반에 맞붙으면 손에 땀을 쥐는 재미있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곤 합니다.



▲ 경기 후반, 이 둘의 서브 퀘스트가 시작되면 게임의 승패보다 이게 더 중요해진다!



■ 메타로 만들어진 라이벌 - '니가 나오면 나도 나온다!' 롤챔스와 솔로 랭크의 맞수들!

▶ 사나이의 라인 탑, 물러설 수 없는 남자의 싸움! 이렐리아 vs 잭스

지금이야 메타의 변화로 그 의미가 많이 희석되었다지만, 예전의 탑은 남자의 라인이었습니다. 당시엔 서포터 로밍이라는 개념도 잘 없었고, 정글러들도 탑은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탑 라이너들의 배짱과 피지컬이 라인전 승부를 갈랐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라인전을 풀어나가야 했기에, 한 번 말리기 시작하면 게임 끝날 때까지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한 번의 교전 패배는 곧 게임 끝날 때까지 고통받는 것을 의미했죠. 따라서 탑 라이너들은 걸어오는 싸움을 절대 피하지 않고, 상대에게 나약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초전부터 상대를 찍어누르기 위해, 첫 번째 아이템으로 영약을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였습니다.



▲ 한 번 주도권을 내주고, 등을 보이기 시작하면 그걸로 끝이다



▲ 절대 밀릴 수 없기에 첫 번째 아이템으로 영약도 자주 선택되었다.


따라서 탑 라인은 '브루저' 류의 교전 능력이 강한 챔피언들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챔피언이 '잭스'와 '이렐리아'였지요. 이 두 챔피언은 탑 라인을 상징하는 챔피언이 되었고, 한 쪽이 나오면 반대쪽도 등장했습니다. 둘이 탑에서 만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화끈한 일기토가 펼쳐졌습니다.

물론, 지금의 탑 라인은 예전과 많이 다릅니다. AP 챔피언이 등장하기도 하고, 교전 능력보다는 팀 전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맡는 챔피언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잭스와 이렐리아도 패치와 리워크로 그 때 그 챔피언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리워집니다. 이렐리아와 잭스같은, 진한 땀내나는 상남자들의 싸움이 말이지요.

▲ 잭스와 이렐리아가 펼쳤던 남자의 싸움. 이 시절의 탑 라인전이 그리워진다
(영상 출처: Youtube 'OPLOLReplay')


▶ 또 너희들이냐?? 롤챔스 탑 라인의 악몽같은 존재, 노잼톤 vs 또바나

2014년, 롤챔스를 보신 분들이라면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두 챔피언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노잼톤', '또바나'로 기억되고 있는 레넥톤과 쉬바나가 그들입니다.

레넥톤과 쉬바나는 당시 롤챔스 메타의 주역이었습니다. 당시 롤챔스의 메타는 라인을 스왑하고 가급적 교전을 피하면서 빠르게 상대 건물을 철거하는, 속전속결의 '불도저 메타'가 유행이었습니다. 운영의 중심은 봇 라인이었기에, 탑 라인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기기도 했습니다.

탑 라이너는 2:1 압박을 잘 버티고, 어떻게든 성장하여 중반 이후 교전에서 상대 원딜러를 마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이 역할에 최적화된 챔피언이 레넥톤과 쉬바나였습니다. 둘은 대회에 등장하여 2:1 상황을 눈물겹게 버티는 모습을 보이거나, 서로 맞라인을 서면 평화협정을 맺은 듯 교전없이 파밍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 2014 롤챔스 스프링 당시의 레넥톤-쉬바나의 밴픽률. 탑은 레넥톤 아니면 쉬바나였다


두 챔피언이 워낙 자주 맞붙고, 그때마다 나오는 구도가 판에 박힌듯 비슷하기에, 많은 분들이 이 대립 구도를 굉장히 지겨워했습니다. 실제, 가만히 둬도 큰 일이 펼쳐지지 않았기에 옵저버들도 레넥톤과 쉬바나를 잘 비추지 않았습니다.

롤챔스 역사에 기록될만한 노잼을 이끌었던 탑 라인의 라이벌인 노잼톤과 또바나. 많은 분들이 이 시절을 롤챔스 메타 최악의 암흑기로 평하고 계십니다.



▲ 많은 팬들이 최악이라고 평가하는 노잼톤-또바나의 라이벌 구도


▶ 누가 더 빨리, 더 강하게 크는지 승부다! 빅토르 vs 아지르

빅토르와 아지르는 2016년 롤챔스를 주름잡았던 챔피언들입니다.

두 챔피언 모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미드라이너'의 조건을 잘 충족하고 있습니다. 라인 클리어 능력이 뛰어나고, 변수 창출 능력 역시 평균 이상입니다. 대치전도 좋고 여기에, 성장했을 때 가지는 캐리력도 최고 수준입니다.

균형잡힌 능력치를 가진 두 챔피언은 미드를 양분하여 맹활약했습니다. 게다가, 밴 카드를 소모할 정도까진 아니었기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죠. 이보다 더 대회에 최적화된 챔피언을 찾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이 둘은 출석 도장 찍듯 롤챔스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하도 많이 나와 지겨울 법도 했고, 실제 지겨워하는 유저들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노잼톤-또바나 시절보다는 낫다는 평가가 대다수였습니다. 잘 성장한 두 챔피언의 화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기에 보는 맛이 있었으니 말이지요.



▲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두 챔피언. 그러고 보니 포즈도 비슷하다


현재, 이 라이벌의 희비는 다소 갈린 상태입니다. 아지르는 스프링 시즌에 맹활약했습니다. 특히 스프링 시즌엔 아주 높은 밴픽률을 기록하며 경기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반면 빅토르는 2018년을 통틀어 딱 한 번 밖에 나오지 못했고 그나마도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두 챔피언 모두 엄청난 성장 포텐셜을 가지고 있고, CC를 통한 변수 창출에 능한 만큼, 언제든 다시 큰 무대에서 맞붙을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엔 워낙 많이 나와서 조금 지루했지만, 아지르만 줄창 나오는 모습을 보니 빅토르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대활약 중인 아지르와 주춤한 빅토르. 이렇게 되다 보니 빅토르의 우물 레이저도 그리워진다
(영상 출처: Naver '리그 오브 레전드 네이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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