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현지화, 문화화를 위한 다섯 가지 주안점들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 지오그리피(Geogrify)의 케이트 에드워드(Kate Edwards) 문화화 선임

얼마 전 독일 정부는 독일 내 유통되는 게임에 나치 문양을 담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게임을 영화와 같은 선상에서 게임을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임 또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기에, 이를 보장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게임으로 말미암은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종 차별 코드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게임에서 담아낸 표현이 다른 나라로 옮겨가면서 상반된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전의 독일처럼 현지화를 거치면서 게임의 일부가 수정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게임은 분명히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매체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을까?

게임 현지화를 담당하는 지오그래피에서 오랜 시간 몸담은 강연자, 케이트 에드워드(Kate Edwards)는 적절한 문화화란 무엇을 의미하며, 지금까지 어떠한 문제와 사례들이 있었는지를 청중에게 전하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고, 주의해서 설정해야 하는지도 곁들였다.



먼저 강연자는 현재 전 세계 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PC나 콘솔,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말이다.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등 여러 국가가 큰 폭으로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게임사에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을 의미했고, 한편으로는 많은 나라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것이 늘고 있음을 의미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자신의 게임을 출시한다고 가정한다면,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언어의 문제다.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면, 해당 국가의 언어를 게임 내에 추가할 필요성이 생긴다. 하지만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렵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 치명적인 표현 등 개발사 입장에서는 알 수 없거나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니까. 그렇기에 문화화라는 개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한 가치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현지화와 문화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강연자는 이를 킷캣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현지화는 말 그대로 언어를 바꾸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된다. 킷캣이 일본에 수출되었을 때, 같은 맛을 판매하면서 포장지의 영어만 일본어로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문화화는 텍스트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품 디자인의 영역까지 발을 미친다. 킷캣이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다양한 맛을 일본 한정으로 출시한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지역, 계절에 따라서 다양한 제품의 킷캣이 출시된다. 이는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일본만의 상품이며, 일본 소비자의 문화에 맞게 상품이 재구성되고 맞춤으로 강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즉, 게임의 원본 콘텐츠는 그대로 둔 채 텍스트에 수정이 가해진 것을 현지화,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을 고려하여 게임 콘텐츠에 수정이 들어가는 과정을 현지화로 볼 수 있다.




문화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민감한 부분에 대한 현지화(Reactive)와 사전적인 현지화(Proactive)가 그것이다. 전자는 각 국가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각 국가에서 좋아할 만한 것들을 추가하거나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민감한 부분을 삭제하고 대체하며, 때로는 각 나라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추가하는 과정은 궁극적으로는 게임 내에 들어간 콘텐츠를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정이 된다. 강연자는 문화화의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봤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고려사항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스파이더맨에 인도 복장을 입힌 것을 문화화로 볼 수 있을지라도, 인도 팬들이 이를 보고 만족할 것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게임의 가치와 목표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게임 내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맥락을 신경 써야 한다. 이외에도 비즈니스 전략과 시장 전략, 전체적인 콘텐츠 전략 등 게임 전반에서 문화화를 고려한 디자인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궁극적으로는 게임의 기반이 되는 세계관 설정 단계부터 ‘기의’, ‘복잡성’, ‘취지’를 생각하며 게임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




강연의 중간, 원활한 문화화를 위해서는 강연자는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가상 세계의 설정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순히 따오는 현실의 것에서 고민하지 않고 게임 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와 의미가 있어야만 한다. 즉,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문화’가 있다면, 현실과 마찬가지로 이유가 있어야 하며, 현실의 윤리와 가치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말하는 설정이란, 긴 수식어나 설명이 필요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전에 언급된 아주 작은 단서 또는 설명 없이 영상으로 보이는 구조물 등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 작품 내에서 직접적인 설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세계관을 설정할 때부터 사전에 기획되었던 개념에 가깝다.

‘스타워즈 로그 원’에서 견자단이 연기했던 ‘치루트 임웨’가 휠족이라는 설정이었어도, 팬들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구상할 때부터 휠족이라는 설정은 존재했고, 이를 콘텐츠로 살려낸 것이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지리학에서 지질, 수도, 인구 등 다양한 층위로 구분하듯이, 문화화 또한 몇 개의 층으로 구분을 지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자가 꼽은 문화화의 층위는 ‘역사’, ‘종교’, ‘통합과 배척’, ‘문화 간의 차이’, ‘지질학적 상상력’까지 총 다섯 개다. 해당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특정 국가에서는 출시가 금지되는 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역사의 경우, 특정 국가에서는 문제가 된 사례들이 많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다. 해당 작품에서는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미션이 등장한다.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진행된 것이긴 했으나, 이 때문에 당시 한국에서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출시가 위태해지기도 했다. 문제를 파악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해당 미션을 수정했으며, 반대로 한국이 일본에 원정을 가는 형태로 미션을 수정해서 출시하기도 했다.




종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민감한 소재가 된다. 레지스탕스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교회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미션은 당시 종교계의 비판을 받았다. ‘히트맨2’의 경우, 메카에서 진행되는 스테이지가 존재했었는데, 이 또한 아랍권에서 많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스마이트’는 힌두교 신인 칼리를 게임 내에 추가했고 “왜 예수와 부처는 넣지 않고 힌두교 신만 넣느냐”는 비판에 답해야만 했다. 그저 게임일 지라도 종교와 관련된 콘텐츠는 매우 민감할 수 있는 문제다.

다음으로 통합과 배척은 주로 인종 차별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레지던트이블5은 아프리카에서 좀비가 된 흑인을 학살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좀비이기에 인종 차별과 연관지을 수 없다는 개발자의 의도는 북미권 게이머들의 생각과는 정 반대의 것이었다.

이는 일본 개발사가 서양권의 해석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배경이 부족한 상태라면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해석하는 사람의 시각 차이가 있으므로 끊임없이 신경 써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화간 차이 또한 진정한 문화화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문화간 다른 인식 차이는 게임의 출시에 영향을 미친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의 표지가 국내 정식 발매 시에 수정된 사례나, 나라마다 달라지는 손짓의 의미 때문에 모션을 교체하는 사례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질학적 상상력은 특정 국가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보드게임 ‘하트 오브 아이언’은 중국에서 출시가 금지되었는데, 이는 대만을 중국과는 다른 영토로 표기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닌자 가이덴’이 플레이어 프로필에 태국 국기를 표기하는 바람에, 출시 직전 국기를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렇듯 하나의 게임을 출시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강연자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매우 사소하고 아무 이유 없이 게임에 넣은 것이 출시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실의 문화를 신경써야하며, 개발자 스스로 아무런 의미 없이 오브젝트를 넣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강연자는 이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개발자가 가진 표현의 자유. 그리고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로 말미암은 제한 사이에서, 개발자 자신이 가치를 판단하며 게임 속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다.






8월 21일 개최되는 게임스컴(GAMESCOM) 최신 소식은 독일 현지에 나가 있는 정필권, 김강욱, 석준규 기자가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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