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빠져나갈 곳 없습니다' 절친 '쿠로' 이서행과 '스맵' 송경호의 거침없는 폭로전

인터뷰 | 손창식, 신연재, 유희은 기자 | 댓글: 45개 |



많은 프로게이머가 다양한 방면으로 교류를 하지만, 평생 친구처럼 서로의 모든 부분을 공유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에게 프로게이머는 직업이며, 한 팀에서 생활하는 팀원들은 직장 동료로 묘사됩니다. 의외로 사적인 영역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맵' 송경호와 '쿠로' 이서행은 독특한 인연입니다. IM 시절부터 락스 타이거즈까지 함께해 많은 부분을 공유합니다. 나이는 다르지만, 사적으로 함께 한 시간이 많은 편에 속합니다. 다른 팀에서 활동하는 지금까지도 두 사람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집안 사정, 연애사 모르는 부분이 없을정도로 말입니다.

잠시 게임을 내려놓고, 프로게이머 '스맵'과 '쿠로' 그리고 인간 송경호와 이서행에 대해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연스럽게 폭로전을 하다 보니 옛 동료들도 소환됐지만요. 그래서 하나도 빠짐없이 이들의 대화를 담았습니다. 송경호에게 이서행이란, 이서행에게 송경호란 무엇인지 팬들에게 소개합니다.









Q.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간이겠네요. kt 롤스터는 결승전 준비 때문에 바쁠 테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두 달 반 만에 휴가를 보냈다고 들었어요.

'쿠로' 이서행: 이번에 친구들이랑 홍천에 여행 가려고 했는데, 태풍 때문에 취소했어요. 그래서 안양에 파티룸 잡고 놀 계획이에요.

'스맵' 송경호: 저는 이미 친구들이랑 가평에 다녀왔어요.


Q. 시간 좀 맞춰 보면 같이 놀러 가도 됐을 것 같아요.

이서행: 요새는 만나기 어렵고, 작년이나 올해 초에는 '고릴라' (강)범현이랑 같이 만나긴 했었어요. 바빠서 따로 보기는 힘들더라고요.

송경호: 우리 셋이 만났다고?

이서행: 강남에 조금 어둡고, 느낌 좋은 곳에서 술 마셨잖아.

송경호: 그런 곳을 내가 형들이랑 갔다고? 워크숍 정도면 모를까......

이서행: 막말로 저희끼리 여행가거나 만나기가 어려운 게 꼭 한 명이 거절해서 힘들어요. '피넛' (한)왕호는 락스 타이거즈 때부터 코칭스태프분들이랑 여행도 가고 했는데, 저희는 꼭 불참하는 인원이 있어요.

송경호: 그 형이야?

이서행: 그래. 덩치 큰 녀석. 물 맑은 곳에 한 번 놀러 가고 싶은데.


Q. 여행 가면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고, 이성들한테 인기도 많지 않아요?

송경호: 일단 이런 형들 데리고 가면 못 놀아요.

이서행: 네 모습을 봐라 좀. 누가 관심이나 가져주겠니. 그래도 저희 중에서는 (송)경호가 인기가 많아요.

송경호: 무슨 소리를 하려고...... 나도 모르는 인기가 많은 거야?

이서행: 나랑 놀 때 인기 많았잖아. 신변 보호 차원으로 더이상은 노코멘트. 해외에서는 왕호가 인기 많았는데.

송경호: 어디까지 말하려고(웃음). 진짜 인기 없어요.


Q. 가족들이랑은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고 들었어요. 이번에는 어떻게 함께 시간을 보냈나요?

이서행: 저는 진짜 평소에도 가족들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요. 여행도 다니고, 외식도 자주 하는 편이에요. 오늘 인터뷰 잘하라고 여동생이 직접 메이크업도 해줬어요. 형이랑은 평소처럼 쇼핑도 하고, 술도 마시거나 영화도 보고요.

송경호: 저도 가족들이랑 여가를 즐기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은 지난해랑 다르게 연습해야 하는 시기라서요.

이서행: 동생한테 용돈도 챙겨줘요.

송경호: 또 한 2만 원 주고 생색 내는 거지? 나도 형한테 준 적 있어. 형이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니까 그럴 필요가 없는 거지.

이서행: 그래도 나는 최소한 5만 원 이상은 줘.





Q. 예전에 술버릇에 대해 말한 적이 있잖아요. 상의 탈의 발언이 꽤 화제였어요.

이서행: 일단 경호가 술을 마시면 상의를 탈의해요. 노래방 술집을 가면 노래 부르다가 혼자 달아올라서 앞에 나가더니 벗더라고요.

송경호: 그냥 신 좀 나라고 벗어줬어요.

이서행: 왜 신이 나는 거야 그게?

송경호: '투신' (박)종익이랑 셋이 간 건가?

이서행: 그때 기억 안 난다며, 잘 기억하네.

송경호: 나갈 때는 기억 안 나지. 어떻게 놀았는지는 생각나.

이서행: 우리끼리 만나면 주로 술을 마시는데, 갑자기 궁금하네. 왕호랑 너랑 둘 중에 누가 잘 마시지?

송경호: 왕호는 뭐야 대체?

이서행: 왕호가 맨날 술 잘 마신다고 그러잖아.

송경호: 아니 그냥 나한테 술 이야기를 꺼내지 마. 제가 이 중에서 제일 나아요. 진짜.

이서행: 그런데 경호도 솔직히 잘 마시는 편은 아니에요. 취한 적이 엄청 많아요. 맨정신인 적이 있었나?

송경호: 술을 마시면 누가 따라와야 하는데, 혼자 계속 마시니까 취하지.

이서행: 제가 말씀드릴게요. 같이 마시는데, 혼자 취하는 거예요.

송경호: 이쪽은 그냥 술 이야기를 하면 안 돼요. '프레이' (김)종인이 형 정도나 좀 잘 마시죠. 그 형이 평소에 잘 즐기지 않으니까 마실 기회가 적을 뿐이에요.

이서행: 종인이가 소주파라 술이 좀 세긴 하죠.


Q. 술도 함께 즐기면 진짜 성격도 잘 알겠네요.

이서행: 술이랑은 상관 없지만, 경호가 성깔이 좀 있어요.

송경호: 내가?

이서행: 왕호가 많이 혼났었어요. 다른 형들이 뭐라고 안 하니까 경호가 주로 나섰죠.

송경호: 제가 예전에는 그냥 다 넘어갔거든요. 그런데 프로게이머 경력이 점차 쌓이면서 아닌 건 확실히 아니라고 배웠어요. 그런데 (이)서행이 형이 그걸 또 혼낸다고 표현하네요(웃음). 같은 프로니까 혼낸다기보다 조언을 해주는 느낌이에요.





Q. 평소에 연애에 대해서도 조언을 많이 해준다면서요.

이서행: 얘가 동생들 많이 망쳤어요.

송경호: 남자여야 하는 나이들이에요. 저는 그저 어른을 만들어줬을 뿐입니다.

이서행: 저는 연애를 많이 안 해봐서 조언은 못 해주는데, 대화를 해보면 아이들이 어린 게 딱 느껴져요. 일단 저희 팀 아이들은 언어를 가리지 않아요(웃음). 듣는 제 입장에서는 재미있죠. 조언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옛날 일화 하나 생각나요. IM 시절인데, 경호랑 '레인오버' (김)의진이랑 치킨 먹다가 싸운 적이 있었어요. 자기들끼리 장난치다가 치킨 먹다 말고 싸우는 거예요. 그러면서 또 화해는 알아서 잘했어요.

송경호: 화해는 뭐...... 제가 뒤끝은 없는 편이에요. 그러려고 노력을 하죠.

이서행: 맞아요. 경호가 뒤끝은 없어요. 처음부터 개념이 잡힌 아이여서 꽤 괜찮은 친구였어요.


Q. 두 사람은 참 서로에게 거침이 없네요. 그래서 팬들한테 인기가 많나 봐요. 팬서비스로도 유명하고. 노래를 불러준 적도 있었죠?

이서행: 노래도 불러줘요? 팬서비스 대박이다.

송경호: 제가 노래를 불러드렸어요?

이서행: 아, SNS에서 본 것 같다. 팬분이 요청한 것도 아니고, 혼자 노래 불러준다고 했다던데.

송경호: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생일이라고 하시니까 불러드린 거지.

이서행: 그때 1등 확정지어서 기분이 좋았나 봐요. 하긴 그러면 뭔들 못 해 드리겠어요.

송경호: 제가 특별히 팬들에게 해드리는 건 없는데, 경기장에 와주시는 분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팬서비스거든요. 예를 들어 편지를 주셨는데,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시면 기억해뒀다가 잘 놀고 오셨냐고 묻고는 해요.

이서행: 저도 비슷해요. 이름도 기억하고, 선물 주시면 옷 같은 경우는 착용 인증샷을 찍어요. 다들 제 취향을 정말 잘 아셔서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도 없어요. 다 좋았어요.

송경호: 저는 간식 선물을 많이 받는데, 워낙 많아서 다 먹지는 못해요. 하필 저희 팀원들이 입도 짧고, 군것질을 잘 안 해서요.

이서행: '폰' (허)원석이는 잘 못 먹나?

송경호: 원석이는 잘 먹지.





Q. 이번에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별명 때문에 많이 당황했을 것 같아요. 서로 많이 부르던 애칭 같은 표현들 아니었어요?

이서행: 저희는 괜찮아요. 그런데 '호진' (이)호진이 형은 어떡해요. 저희야 항상 쓰던 별명들이라 익숙하기는 한데......

송경호: 그런데 이런 별명들로 불릴 만큼, 저를 표현하는 말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이서행: 마땅히 없기는 해. 궁금한 게 다른 선수들 보면 딱 봐도 81년생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실수하셨나 봐요.

송경호: 저희 별명들이 여러 뜻이 있는데, 다 순화돼서 귀엽게 바뀐 발음들이에요.

이서행: 방송이나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희 입으로 말하기가 참 힘듭니다(웃음). 계속 생각했는데, 별명이 진짜 없네요.


Q. 충분히 좋은 경력들을 가졌는데, 별명을 위해서 더 노력해야겠어요.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깐 이번 스플릿 경기력 평가를 해볼까요.

이서행: 경호 잘했죠. 특히 케넨은 역시 예술이었어요.

송경호: 그럼.

이서행: 아쉬운 건 꼽을 수 없어요. 워낙 많아서요.

송경호: 저도 한 번 서행이 형에 대해 평가해볼게요. 일단 형은 우리 우승 바라는 건 맞지?

이서행: 우리 경호 참 잘했어요.

송경호: 확실히 서행이 형은 잘 타요. 버스를요. 그게 장점이라 단점을 말하지 않을게요. 이번에 아프리카 프릭스가 그리핀을 이겨서 같이 결승전을 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Q. 진짜 결승전에서 만났으면 서로 도발이 엄청났겠어요.

이서행: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저희랑 kt 롤스터가 만났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데, 재미없었을 거예요. 저희가 압도적으로 이겼을 테니까요.

송경호: 만났으면 저희 지금 이렇게 연습 안 해요. 그냥 휴가였어요. 팀원들끼리 여행 갔을 걸요?

이서행: 나는 장기간 해외여행 갔을 거야.

송경호: 진심으로 우리 우승을 바라는 거지?

이서행: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 응원하지.





Q. '고릴라' 강범현 선수와도 이렇게 자주 티격태격하죠?

송경호: 진짜 둘 다 사람 아니에요. 취급하면 안 돼요.

이서행: 보시면 딱 알아요. 범현이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해주면 삐쳐요. 툴툴대고 정말 맞춰주기 힘들어요. 저는 잘 안 칭얼거리거든요.

송경호: 아니. 그냥 둘 다 똑같아요. 이렇게 싸우고 다음 날 둘이 쇼핑가요.

이서행: 한 번은 생일 선물을 서로 해주지 말자고 했더니 걔는 해주는 게 좋다고 지갑을 주더라고요.

송경호: 형은 뭐 해줬는데.

이서행: 걔가 뭐가 필요할까 생각해봤는데, 다 있더라고요. 그래서 묵혀두고 있어요. 언제는 용산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팀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라 약속을 취소했어요. 그래서 그걸로 또 싸웠어요. 피곤해요.

송경호: 그래서 둘이 베스트 프렌드인거야.

이서행: 무슨 '베프'야. 들어보세요. 제가 형이에요. 범현이가 종인이 한테는 형이라고 하고, 왜 저한테는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송경호: 셋 다 이상해요. 94년생이면 그냥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이 형은 진짜 자기가 스물여섯인 줄 알아요. 저는 사회에서 빠른년생을 인정하지 않아요.

이서행: 나도 25세인 게 좋아. 그냥 범현이한테 형 소리가 듣고 싶었어.

송경호: 여기는 족보 정리 못 해요. 그냥 끝났어요.


Q. 둘이 여행은 가본 적이 없지만, 노래방은 함께 즐긴다면서요. 노래 실력은 어때요?

이서행: 제 노래 생각보다 괜찮아요.

송경호: 좀 늘었어?

이서행: 제가 노래를 진짜 못 불렀어요. 경호랑 자주 다니면서 많이 늘었죠. 정확히는 경호 덕에 늘지는 않았고, 같이 자주 다녀서 늘었을 뿐이에요. 막말로 경호도 들어보면 잘 부르는 건 아니에요. 고음은 확실히 안 되고, 들어줄 만한 정도죠.

송경호: 저희 둘 다 잘 부르지는 않고, 적당히 즐길 정도는 불러요.

이서행: 확실히 음치는 아니에요.

송경호: 서행이 형은 무난한 편이에요. 가끔 짜증 날 때도 있지만, 평가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저냥 뭐. 같이 축가를 준비했으니 딱 그 정도.


Q. 그럼 현재 팀원들이랑은 함께 놀러 간 적은 없어요? 다들 성격이 좋아 친하잖아요.

송경호: 사실 프로게이머들끼리 놀러 다니는 경우가 드물어요. 특히 팀원들이랑은 같이 살고, 날마다 보니까 오히려 휴가 때는 각자의 삶을 즐기죠. 말 그대로 편한 표현을 쓰면 직장 동료죠. 서행이 형 같은 경우는 함께 빛을 보기도 했고, 성격이 잘 맞아서 친하고요.

이서행: 저희 같은 관계는 진짜 성격이 중요해요. 좋은 성격을 가진 선수들끼리 한 팀이었으니 지금까지도 관계가 유지됐죠. 그렇다고 지금 팀원들이랑은 안 친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금 팀원들 참 좋고, 착해요. 개념은 잘 모르겠어요. 형 대우는 잘해주지만요(웃음).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개념이 있는 선수였어요.

송경호: 맞아요. 이 형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은 형이었어요. 이상하다고 느낀 적은 있는데, 워낙 착해서 동생들이 미쳐 날뛸 때도 곧잘 받아줬어요.

이서행: 그거는 저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형들이 다들 성격이 좋아서 경호가 군기반장 역할을 많이 했어요. 락스 타이거즈 시절에도 왕호가 선을 넘으면 경호가 중심을 잘 잡아줬어요. 사실 왕호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렇고, 경호도 많이 까불었어요(웃음). 그럴 때는 그냥 정노철 감독님이 나서죠.

송경호: 어떤 팀에서든 충돌은 피할 수가 없죠. 그래서 조율 해주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요. 저희는 각자 경력들이 있어서 필요 이상의 충돌은 없지만요. 그리고 제가 주장으로서 조율하는 역할을 꽤 잘해요.

이서행: 그걸 너 입으로 말하는 거야?

송경호: 응.





Q. 경기 이야기도 자주 나누나요? 보통 친구들끼리는 본인의 직장 이야기를 자세하게 공유하지는 않거든요.

이서행: 수고했다고 하거나 잘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나눠요. 패했으면 그냥 가볍게 아쉬워해 주는 정도에요.

송경호: 저는 서행이 형이 그리핀전에 패배했을 때 고생했다고 격려 해줬어요.

이서행: 저희 옛 팀원들끼리 단체 채팅방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킹존 드래곤X를 꺾으면서 kt 롤스터가 롤드컵에 진출했잖아요. 그럴 때는 아무리 친해도 조심해서 말하죠. 장난이라는 게 서로 기분이 좋아야 하니까요. 승부의 세계고, 프로이기 때문에 자존심 상하는 농담은 잘 안 해요. 그리고 킹존 드래곤X에 있는 동료들은 분위기가 안 좋을 테니 힘내라고 말도 안 했어요. 그 친구들 성격을 알기 때문에 더 우울해질 수 있어서 시간이 약이라 생각하고 내버려 두고 있어요.

송경호: 그것도 생각나요. 한화생명e스포츠와 경기를 앞뒀을 때거든요. 킹존 드래곤X한테는 저희가 져야 좋은 상황이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저희가 이겨야 기회가 생겼거든요. 그때는 졌으면 좋겠다, 제발 이겨라 같은 이야기 정도 주고받아요.


Q. 서로 각자의 팀 이야기도 나누고는 하잖아요. 만약 서로의 팀이 바뀌었다면 어땠을 거 같아요?

송경호: 저는 솔직히 아프리카 프릭스에 있었으면 힘들었을 거예요(웃음). 워낙 빡빡하기로 유명하잖아요.

이서행: 확실히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어느 팀이 빡빡하고, 조금 널널한지 알아요. 그런데 저는 kt 롤스터에 있었으면 꽤 적응을 잘했을 거예요. 아무리 각자 경력이 대단하더라도 그런 거랑 별개로 의견 충돌은 모든 팀에서 일어나요. 없는 게 이상한 거죠.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이 어린 나이에 단체 생활을 하는 데 어떻게 문제가 없겠어요. 이제 그 과정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거죠.

송경호: 그래서 고참들이 잘 도와주고, 이끌어줘야 해요.

이서행: 저희 팀에는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도 있고, 신예들도 꽤 많아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마냥 귀여워요. 세상 물정 모르고, 갓 사회에 나온 친구들이잖아요. 저한테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물어보면 귀엽고, 재미있는 고민이 많아요.

송경호: 저한테도 상담 요청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럴 때 제가 주장으로서 잘 끌어내 주고, 조언하죠. 사실 저희야 성적에 대한 간절함이 커서 어떡해서든 서로 이겨내자고 다독여요.


Q. 동생들 보면 옛날 생각도 많이 나죠?

이서행: 저희 팀원들이 옛날 경기를 찾아서 저한테 보여주면 스스로 아기였다고 느껴요. 어린 친구들한테는 제 여렸을 적 모습이 신기한가 봐요. 저도 놀라는 건 피부가 참 탱탱했더라고요.

송경호: 저는 그때보다 외모부터 달라졌죠. 과거보다 살이 쪘는데, 현재 제 모습이 더 좋아요. 그래도 엄청나게 달라지지는 않았죠? 외모보다 내적으로 달라져서 그 부분이 참 신기해요.

이서행: IM 시절부터 생각하면 경호랑 저는 따로 말을 안 해도 공유하는 감정이 있어요.

송경호: 맞아요. 옛날에 서로 뭐 때문에 힘들다고 종종 이야기가 나와요. 사실 굳이 말하지 안 해도 아는 내용인데, 지겨울 정도로 듣죠(웃음).


Q. 어린 선수들이랑은 말이 잘 통해요?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이서행: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개념이 없어 보이긴 해요(웃음). 그런 잘못된 행동을 보면 한 번씩 잔소리해요.

송경호: 저는 잘 통해요. 이미 코칭스태프분들이 팀원들을 잘 케어해줘서 개념 없는 선수가 없어요.

이서행: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송경호: 그쪽 팀 사정이고. 우린 괜찮아(웃음). 선수 생활 오래 했으면 잘 빠져나가야지.

이서행: 제가 원래 필터링 없이 말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정노철 감독님이나 범현이한테 많이 혼났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조절을 하는 편이지만, 그 시절에는 범현이가 많이 잔소리를 했어요. 범현이가 팀원들한테 엄청 신경 써요. 일상에서 딱 기준점을 정해줘요.

송경호: 서행이 형은 그냥 이상했어요.

이서행: 지금은 제가 주장이니까 꼰대 마인드로 컨트롤을 해줘요. 팀원들이 꼰대냐고 엄청 뭐라고 해요(웃음).

송경호: 원래 주장은 꼰대여야 하는 상황이 꼭 생겨요. 예를 들면 감독님이 오셨는데, 인사를 안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잔소리를 하죠. 그런데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런데 제가 지적을 하면 그럴 때 꼰대가 되는 거죠.





Q. 프로게이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솔로 랭크에서 종종 아마추어들이랑 다투잖아요. 두 사람도 그런 경험이 많나요?

이서행: 당연히 많죠.

송경호: 전혀요. 저는 솔로 랭크에서 꽤 잘해서 그런 문제가 없었어요. 저는 누구랑 다투지 않아요.

이서행: 그래서 님 티어가?

송경호: 챌린저야.

이서행: 챌린저라고? 어. 열심히 했네.

송경호: 형은?

이서행: 우리는 솔로 랭크 할 시간이 없잖아.

송경호: 형을 위해 그냥 넘어가죠.

이서행: 원래 마스터 아니었어?

송경호: 형들이 하도 놀려서 열심히 했어.


Q. 만약 연습생 혹은 어린 선수가 팀에 입단했는데, 솔로 랭크에서 사이가 나빴던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송경호: 그래서 저는 팀에 어린 친구들이 오면 신고식처럼 기존 선수들 중에 제일 싫었던 선수가 있냐고 물어봐요. 저한테 말해보라고 살살 꼬시면 넘어와요. 만약 '춘봉박'('스맵'의 솔로 랭크 소환사명)이라고 하면 맛있는 걸 사줘서 마음을 돌리죠.

이서행: 저희도 신입이 오면 솔로 랭크 이야기를 해요. 그럼 형 만나기 정말 싫었다고 고백해요. 물론 제 이야기는 아니고요. '크레이머' (하)종훈이랑 '스피릿' (이)다윤이는 엄청나게 싸워서 서로 차단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한 팀에서 만나니까 신기해하면서도 민망해하더라고요. 오래전에 데뷔한 선수들끼리는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아마추어들이 알아서 사려요.


Q. 친한 선수들끼리 솔로 랭크에서 만난 모습을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많더라고요. 두 사람도 최고의 케미를 자랑하죠?

이서행: 경호가 너무 못해서 만나고 싶지 않아요.

송경호: 일단 서행이 형이랑 점수 차이가 커서 만나질 못해요. 만나야 평가를 하는데,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이서행: 요새 진짜 솔로 랭크를 할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나는 거예요. 예전에는 만날 때마다 경호가 못했어요.

송경호: 기억나는 게 종인이 형이랑 제가 한 팀이 됐는데, 미드 라이너한테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서행이 형이었어요.

이서행: 생각난다. 그 판 내가 캐리했어.

송경호: 됐고. 레넥톤으로 제가 나중에 캐리하고 있었는데, 종인이 형이 트위치로 1킬 12데스였어요. 말파이트 서포터랑 하는데, 종인이 형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뭐 하는 사람인가 싶었어요(웃음).


Q. 락스 타이거즈 3인방이 만나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이서행: 솔직히 저희끼리 만나면 즐겜이긴 해요.

송경호: 저는 정말 진지하게 저 라인에 끼고 싶지 않아요.

이서행: 일단 경호랑 종인이가 원흉이고, 왕호랑 범현이는 진지하게 게임을 해요. 앞에 두 사람이 진짜 자기들끼리만 즐겁게 게임을 해요. 이것들 신고 좀 받아야 하는데(웃음).





Q. 두 사람 같은 경력이 오래된 선수들의 역할이 참 중요해 보여요. 모범이 돼야 하잖아요.

송경호: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프로게이머들이 대체로 어리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있어요. 그럴 때는 저희 같은 경력을 갖춘 선수들이 모범스럽게 다잡아줘야죠.

이서행: 저희는 사실 고인 물? 썩은 물이라고 해야 하나. 빨리 가야죠.

송경호: 저희가 아니고, 형 쪽이지 그건.

이서행: 네가 나보다 반년은 먼저 시작했잖아.

송경호: 알겠는데, 난 아니야.

이서행: 네가 나보다 더 썩은 물이야.

송경호: 형, 범현이 형, 종인이 형 이 라인부터 고인 물이지.

이서행: 그 라인 아직 살아있어. 건장해. 동빈이 형 잘하잖아. 이 나이대에 대부분 포스트 시즌 진출권에 있고, 나쁘지 않아.


Q. 문득 떠올랐는데, 함께했던 팀원들 중에 홀로 우승 경험이 없어요.

이서행: 아니 뭐 KeSPA컵 우승은...... 롤챔스랑 비교하기가 어려운데.

송경호: 형 해봤어? 아, 락스 타이거즈 때 같이 해봤지? 아니구나(웃음). 미안. 그 이야기는 꺼내지 않을게. 나 진짜 몰랐어. - 2016 KeSPA컵은 '크라이' 해성민이 출전.

이서행: 슬프지는 않아. 나 재미있게 놀았어(웃음).


Q. 그럼 기분 좋게 서로 우승하면 선물해주는 건 어때요.

이서행: kt 롤스터가 우승하면 제가 경호한테 명품 옷을 사주기로 했어요. 값비싼 옷은 아니고요.

송경호: 명품이 비싼 거 아니야?

이서행: 네가 생각하는 그 정도는 아니야.

송경호: 내가 뭘 생각했는데.

이서행: 세자릿수는 절대 안 돼. 적당히 예쁜 옷 사줄게.

송경호: 저는 이 형한테 바라는 건 없고, 형 건강하게 잘해.

이서행: 그래 나만 바랄게.

송경호: 제가 우승하면 생각을 한번 해봐야겠네요.

이서행: 선물은 바라지도 않는다. 우승만 해라.

송경호: 내 기분에 맞춰서 뭔가는 해줄게.





Q. 옛날이라는 표현을 쓰니까 참 오래된 선수들이라고 느껴지네요. 앞으로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것 같나요?

이서행: 할 수 있는 나이까지는 하고 싶어요. 30세까지 꽉 채워서 더 많은 경력을 쌓고, 입대를 해야죠.

송경호: 저는 제가 지칠 때 그만두려고요. 앞으로 노력해서 국가대표도 해보고 싶고, 오히려 이번에 뽑히지 않았던 게 좋은 약이 됐어요.

이서행: 국가대표가 되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꼭 제가 아니더라도 국가대표 어느 하나 빠짐없이 실력과 커리어가 좋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응원하려고요. 그런데 4년 뒤에는 제가 29세에요. 일단 열심히 해서 비벼는 보려고요.

송경호: 좋은 마인드야.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니까.


Q. 당연히 각자의 목표는 다를 거예요. 절친끼리 응원 한마디씩 해볼까요.

이서행: 오그라들 수 있으니 이번에는 아우 먼저.

송경호: 형이 잘했으면 좋겠고, 이번에 내가 꼭 우승할 테니 같이 롤드컵 가서 멋진 경기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진짜 30세까지 할 거야? 오랫동안 함께 하면 좋으니까 잘 버텨줘.

이서행: 너는 올해하고 지칠 것 같은데, 열심히 해서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롤드컵 결승전에 만났으면 한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


Q. 이제 마지막으로 이서행에게 송경호란 어떤 존재인가요? 반대로 송경호에게 이서행이란?

이서행: 경호요? 그냥 동생이죠.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경호와의 인연이 오래갈 것 같아요. 할아버지 때까지는 징그럽고 중년까지는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송경호: 저도 어쨌든 프로게이머를 함께한 동반자로서 오래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 좋은 관계를 서행이 형이 입대 하기 전까지 유지해보려고요. 얼마 안 남았나?

이서행: 오래 남았거든.

송경호: 앞에는 농담이고, 이렇게 편히 말할 수 있는 좋은 형이자 친구예요. 프로게이머 생활 동안 이런 인연이 정말 드물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함께 계속 잘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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