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3] 유저들이 만들어준 예상치 못한 '행운'의 게임 디자인

게임뉴스 | 양영석 기자 | 댓글: 1개 |
'운'이란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때로는 행운을 맞이해 노력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그런 '행운'을 잡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도 이러한 '운'은 때때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금일(13일), BIC 컨퍼런스에서 데피니션 식스의 크리스 해커 대표는 강연에서 이러한 '운'의 발견과 게임 개발에 있어서 미치는 사례에 대해서 소개했다. 자신이 발견한 우연한 요소가 아닌, 유저들이 발견해낸 우연에 대해서다. 크리스 해커 대표는 자신이 '스파이 파티' 개발하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우연한 요소들과 유저들의 콘텐츠를 즐기는 흥미로운 방법에 대해서 공유했다.



데피니션 식스의 크리스 해커 대표

사실, '운'은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그러나 노력하는 자가 때로 찾아오는 '운'을 잡는다면, 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내용은 헤밍웨이의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크리스 해커 대표는 본인이 게임 '스파이 파티'를 개발하면서 이런 느낌을 경험했던 사례들을 공유했다.

데피니션 식스가 개발한 '스파이 파티'는 얼리 액세스를 마치고 2018년 4월에 출시된 게임으로, 1vs1로 이뤄지는 유저 간의 심리전을 다룬 게임이다. 한 명의 플레이어는 스파이가 되어 미션을 수행하게 되고, 다른 한 명의 플레이어는 '스나이퍼'가 되어 외부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스파이를 찾아내 저격하는 게임이다. 스나이퍼에게 주어진 탄환은 단 한발뿐이라, 높은 관찰과 상황 분석으로 스파이를 찾아내야 한다.



운은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때때로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스파이 파티의 스파이 미션 중에는 손님을 유혹하는 미션이 있다. 자신과 스나이퍼 외의 다른 캐릭터들은 NPC다. 그래서 스파이는 파티장의 손님들에게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때는 캐릭터 하단에 '바'가 나타난다. 움직이는 바의 타이밍을 잘 맞추면 손님이 대화에 성공적으로 응하면서 유혹하게 되고, 실패하면 손님은 자리를 떠난다.

바는 크게 붉은색, 흰색, 그리고 최적의 타이밍인 녹색 점으로 구성되어있다. 기본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흰색과 녹색을 선택해야 하고, 붉은색은 대화에 실패한 경우가 된다. 이 미션은 3분 안에 성공을 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 성공을 많이 하지 못하면 기회를 잃게 된다. 그는 이를 '레드 액션'이라고 설명하며, "나쁜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넣었다.

그러나 유저들은 이를 스나이퍼를 속이는 방법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나이퍼는 이런 대화의 액션을 보면서 스파이를 찾아내야 하는데, 의도적으로 NPC가 대화를 떠나게 만들어서 자신이 아닌 다른 NPC를 스파이로 착각하게 만드는 심리전이 일어났던 것이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유저들이 찾아낸 좋은 방식이기에 그대로 채용했다고.

다른 도청장치 설치 미션에서는 특정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스나이퍼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보통 도청장치를 심기 전에는 대상을 향해 일직선으로 빠르게 다가가는 반면, 설치 후의 동선은 상당히 복잡해지는데 이를 역이용할 수 있던 부분이다. 캐릭터가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단순하게 생각해 이동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아주 자연스러운 동선이 만들어졌다. 개발자의 개발 의도가 나름의 패널티를 주거나 좋지 않은 액션으로 의도를 했지만, 유저들이 이를 역이용하여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낸 셈이 됐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자, 일종의 '운'이 작용한 셈이다.




유저들은 고의로 붉은 부분에 바를 멈춰 다른 NPC를 스파이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유저들은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NPC를 연기하고, 특정 미션에서 NPC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분석해 문서화하기도 했다. 독을 타는 미션에서는 한 손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웨이터와 반드시 접촉이 이뤄지는 만큼, 이를 유심히 보고 관심을 가지면서 게임을 즐겼다.

스파이 파티는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1시간 정도만 플레이해도 지친다. 그래서 크리스 해커 대표는 유저들이 좀 더 편한 방식을 즐기게 하고자 '발코니'라는 아케이드성 맵을 개발했는데, 이것도 의도와 다르게 흘러갔다. 발코니 맵은 매우 작고 주변 사물도 매우 한정적이라, 할 수 있는 미션이 한정적인 나름의 캐주얼한 맵이었다.

하지만 스나이퍼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물이 적기 때문에 사람 한 명 한 명의 움직임을 매우 세심히 봐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즐기는 맵이 아닌, 심리적으로 가장 어렵고 난이도 있는 미션으로 유저들에게 취급받았다.

개발자의 계획과는 달랐기에 원래 의도대로 콘텐츠를 바꿀 수 있었지만, 이런 우연찮은 '행운'과 '피드백'을 얻은 크리스 해커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저들이 찾아낸 '우연'을 자신의 의도와 맞지 않았다고 무시하지 않고, 경청하고 관찰하면서 게임 디자인을 다듬은 셈이다.




강연의 끝에서 크리스 해커 대표는 자신이 원래는 피드백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 개발자였다고 고백하며, 유저들의 피드백과 뜻밖의 발견을 위해 열린 마음을 키울 것을 강조했다. 자신 또한 동료 개발자의 조언을 듣고 자세를 바꾸었으며, 의도하지 않았던 유저들의 플레이 방식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더 훌륭한 게임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렇게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변에 생기는 우연을 발견하기 힘들 수 있지만, 충분한 시간이 되면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스파이 파티 역시 9년 동안 개발된 게임이기에, 그는 자신이 혜택을 얻었고 좋은 기회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개발자들에게 게임을 빠르게 출시하고, 유저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플레이하는지 충분히 관찰할 것을 권장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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