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불편함의 미학과 공포, 클레어의 시점에서 본 바이오하자드2 RE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6개 |

※ 현장이 시끄러운 점 유의 바랍니다


⊙개발사: 캡콤 ⊙장르: 호러 액션 ⊙플랫폼: PC, PS4, Xbox One ⊙출시: 2019년 1월 25일


지난 E3 2018에서 처음 공개된 이래로, '바이오하자드2 리메이크'는 유저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타이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년 전, 즉 1998년에 처음 출시된 '바이오하자드2'는 호러적인 비주얼, 어디서 달려들지 모르는 좀비의 공포를 십분 살려낸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그 작품이 20년만에 리메이크로 다가오는 만큼,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죠.

E3에서는 플레이 영상만 공개됐고, 게임스컴에서는 레온의 시점에서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엑스박스 부스 안에서 시연이 진행됐고, 가장 긴 시간 줄을 선 타이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죠. 이는 TGS 2018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부스에서도 시연이 가능했지만, 금방이라도 좀비가 나올 것처럼 세팅한 어두운 부스 안, 그리고 좀비 코스프레어들의 열연 덕에 캡콤부스의 바이오하자드2 시연대는 정말 오랜 시간 기다려야했습니다. 오죽하면 앞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지쳐서 나가면 줄을 설 수 있도록 '캔슬 대기권'라는 것까지 스태프들이 나누어 줄 정도였으니까요.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레온뿐만 아니라 바이오하자드2의 또 다른 주인공, 클레어의 시점에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레온을 조작하면 게임스컴과 동일하게 경찰서에서 마빈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진행되죠. 지난 번 게임스컴 무대를 통해서 레온이 겪게 되는 공포스러운 장면은 어느 정도 공개가 됐기 때문에, 이번 시연에서는 클레어의 시점에서 진행했습니다.




RE엔진을 활용해 더 사실적이고 공포스러운 연출을 보여줬던 레온 편과 달리, 클레어 편에서는 보스와의 싸움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클레어가 갑작스런 재난으로 무너진 연구소 창고 속에 숨어있던 쉐리 버킨을 발견하고 탈출하는 과정과, 이를 막아서는 보스와의 싸움을 그려냈죠.

배경이 되는 연구소의 창고도 제법 어둡고 음산하지만, 전선이 끊어져서 손전등 불빛에만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던 레온 편보다는 조금 더 밝은 편이었습니다. 일부 구간에서 손전등이 필요하긴 했지만, 보스와의 전투가 일어나는 구간은 딱히 필요가 없었죠. 또 피해자들의 내장과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등 그로테스크함이 잘 살아있던 경찰서와 달리 연구소는 보스를 제외하고는 좀비가 따로 없었죠. 즉 레온 편이 최신 그래픽으로 더 그로테스크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공포를 표현하고자 했다면, 클레어 편에서는 보스와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테스크하게 선혈이 낭자하고 신체 부위가 떨어져나가는 연출이 엿보였던 레온 편보다는 연출 자체는 심심했습니다. 좀비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클레어를 짓뭉개는 연출이 나오거나, 칼로 보스의 팔을 찔러서 탈출하는 장면 등이 나오기는 합니다. 하지만 보스의 신체 부위에 큰 변화가 보이거나, 선혈이 클레어의 옷에 묻는다거나 하는 연출은 없어서 그런 장면이 있던 레온 편보다는 다소 느낌이 덜할 수밖에 없었죠.

클레어 편에서 체험한 보스전은 다른 의미에서 공포스러웠습니다. 퀵턴 등 회피기로 적의 공격을 잽싸게 피하거나 할 수 없기 때문에 보스와 거리를 꾸준히 벌리면서 탄을 발사해야만 했죠. 보스를 따돌린다고 너무 거리를 벌리게 되면, 어느 사이에 천장 위에서 갑자기 보스가 덮쳐오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보스와 추격전을 벌여야 했습니다.



▲ 거리 조절 잘못하면 바로 붙잡힙니다

여기에 숄더 뷰로 진행이 되는 만큼 백뷰보다 시야가 더 제한되는 것도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였습니다. 도망치면서 보스가 어느 정도까지 쫓아왔는지 미처 확인하기 어려웠거든요. 보스와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면서 계속 공격을 해야 하는 만큼, 이 미묘한 불편함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레온 편에서는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끔찍한 좀비 때문에 긴장을 해야 했다면, 이번에는 보스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대치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긴박감이 느껴졌죠.

뿐만 아니라 시연 버전에서는 탄이 최소한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첫 시연에서 수류탄을 잘못 쓴 탓에 보스를 못 때려잡고 리트라이를 하기도 했죠. 이런 고전적인 불편함은 사실 최근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게는 다소 생경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바이오하자드2 RE은 이런 불편함을 긴박감,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로 설계를 했다는 것을 클레어 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죠.

아무래도 처음에 선보였던 레온 편이 선혈과 내장이 낭자한 충격적인 비주얼을 선보였고, 또한 원작에서 강조됐던 퍼즐적인 요소에 대한 단서도 제공됐던 만큼 보스와의 싸움만 강조된 클레어 편은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조작과 시선을 채택해서 긴박감을 높이고, 절제된 조명과 거리 조절이라는 요소로 긴장감을 준 연출은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레온 편의 임팩트를 따라잡기는 어려웠거든요. 여기에 퍼즐 요소가 없이 거의 일직선에 가깝게 진행되는 구성이라서 바이오하자드2 RE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엔 조금 아쉽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다만 게임스컴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일부 조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었습니다.



▲ 첫 시연에선 여기를 지나야 하는 줄 알고 시간을 굉장히 많이 허비했었습니다

E3 트레일러 공개 이후 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은 '바이오하자드2 RE'는 레온 편에서 그 고어하고 검열 없는 비주얼로 팬들의 기대를 한층 더 끌어모았습니다. 클레어 편은 그에 비해선 다소 아쉬웠지만, 고전적인 불편함을 현대적으로 살려낸 부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정도의 보스를 상대하는 것도 힘들고 불편하면서도 불안한데, 앞으로 등장하는 더 강력한 보스전은 어떨지 긴장하게 만들었거든요.

20년만에 돌아온 리메이크. 좀비 호러의 원점 '바이오하자드2'는 오는 2019년 1월 25일, 한국어화를 마친 상태로 국내 출시될 예정입니다.



9월 20일 개최되는 도쿄게임쇼(TGS2018) 최신 소식은 일본 현지에 나가 있는 TGS 특별 취재팀이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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