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 다소 불안정하지만 고전 RPG 감성은 살렸다, '스피릿위시'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65개 |

넥슨의 자회사 네온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스피릿위시'는 파스텔톤의 감성을 담은 모바일 MMORPG입니다. 모바일 MMORPG를 표방하면서도 캐릭터를 하나만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3개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는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죠.

지난 8월 23일 처음 공개된 티저에서 도트의 감성을 담은 레트로풍 그래픽을 선보이자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티저에서 선보였던, 올드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그래픽이 실제 게임에서도 동일한지 기대를 했죠. 일각에서는 예전 초창기의 온라인 MMORPG나 혹은 그런 그래픽을 표방한 다른 작품들처럼 불편하거나, 혹은 시스템적으로 불완전한 작품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넥슨에서는 최적화나 시스템 점검 등을 위해서 '스피릿위시'의 CBT를 오늘(2일)부터 8일 오후 3시까지 진행한다고 공식 홈페이지와 카페를 통해서 공지한 바 있습니다. 레트로풍 그래픽 MMORPG에 수집형 RPG식 멀티 조작을 더한 '스피릿위시', CBT 단계의 완성도를 직접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래픽과 사운드의 조화로 살려낸 복고의 느낌
감성을 자극하는 그래픽, 세련되게 가꾼 전자악기음의 조화


'고전 2D MMORPG의 느낌을 3D 모바일 MMORPG로 담아내면 어떨까?'

이는 일부 모바일 MMORPG에서 꾸준히 시도가 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이를 모바일 MMORPG로 담아내려고 했던 작품들은 여럿 있었습니다. 일부는 서비스 종료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기도 했지만, 일부는 유저들의 호평을 받고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그 운명을 가른 선택지는 여럿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인을 꼽자면 '감성'을 자극하느냐, 자극하지 못했느냐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고전 2D RPG나,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2D MMORPG는 기법이나 그래픽 수준, 기술력만으로 평가하게 되면 그 이유를 밝혀내기 어렵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감성'으로 뭉뚱그려서 말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어찌 됐건 이런 스타일을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이 '감성'을 어떻게든 느끼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감성이라는 부분은 굉장히 주관적인 부분이 큰 만큼, 함부로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레트로풍 게임의 감성을 언급할 때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을 토대로 추론해보면, 특유의 그래픽, 사운드, 그리고 세계관과 스토리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도트 혹은 그런 느낌이 들게끔 색의 경계가 너무 선명하지 않도록 표현해낸 그래픽, 수려한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고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 새 빠져들게 되는 BGM은 종종 그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기재들이기도 합니다.


'스피릿위시' CBT를 처음 접속했을 때, 그런 게임들이 갖고 있는 그 특유의 '감성'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파스텔풍으로 표현해 도트의 감성을 담아낸 캐릭터와 배경 그래픽,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BGM은 티저에서 본 것 이상이었거든요.

특히나 BGM은 고전 게임 특유의 전자음으로 구현한 일견 단순하면서도 중독성있고 감성적인 사운드를 살리면서, 한 층 세련된 전자악기의 음색을 통해서 감성을 더 매끈하게 다듬은 부분이 확 들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필드마다 테마곡의 색채가 확연히 변하면서 분위기의 전환을 극적으로 어필했기 때문에 필드가 바뀔 때마다 '이번엔 어떤 스타일의 BGM이 나올까'하는 기대감도 품게 했죠.


물론 사운드는 개개인의 주관이 좌우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평가는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스피릿위시'에서 힘을 준 부분임은 분명해보였습니다. 타 모바일 MMORPG에 비해서 BGM의 초기 볼륨이 큰 편이었고, 차지하는 비중도 컸거든요.

앞서 계속해서 언급한, 레트로풍이 돋보이는 그래픽에 사운드로 감성을 더한 '스피릿위시'의 시도는 CBT 단계에서 볼 때에도 꽤나 수준급이었습니다. 실제로 고전 MMORPG를 하면서 BGM을 흥얼거리던 기억이 새삼 떠오를 정도였거든요. 중간중간에 이펙트를 16비트 음에 가깝게 처리한 것도 고전 게임을 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였지만, 이 부분은 때때로는 음과 맞지 않고 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또한 초기에 설정된 BGM 볼륨이 상당히 큰 만큼, 이 부분은 유의할 필요가 있었죠.


자동 조작에 전략성을 가미하다
세분화된 오토 시스템과 전체-개별 조작




"그래서 자동 게임인가요, 아닌가요?"

어느 덧 모바일 게임을 평가할 때 주요 지표가 된 '자동' 여부를 말하자면, '스피릿위시'는 자동 게임입니다. 그것도 자동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게임이었죠.

자동에 무슨 전략이 있냐,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스피릿위시'의 자동은 단순히 퀘스트를 돌고, 스킬과 아이템을 써서 사냥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들이 자동 사냥을 할 때 타겟팅 순위, 캐릭터들의 활동 범위와 위치 고정 여부를 유저가 설정할 수 있도록 했죠. 여기에 슬롯에 장착한 아이템을 일괄적으로 사용 여부를 온/오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슬롯마다 개별적으로 온/오프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마다, 또 장착 슬롯마다 아이템 사용 조건을 각각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었죠.












▲ 단순히 스킬 사용과 아이템 사용 여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전 세팅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에서 필드 사냥을 하다보면, '이건 자동 없이는 어렵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픽에 맞게 필드도 아기자기했는데, 그 필드에 자신의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타인의 캐릭터들과 몬스터들까지 들어차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분간이 어려웠거든요. 물론 필드에서 유저가 바글바글하게 몰려서 터치가 어려워지는 현상을 막고자 채널을 세분화해서 유저를 분산시키는 방식을 취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각자 3명의 캐릭터를 데리고 다니는 데다가,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화면이 작아서 조금만 모여도 유저와 몬스터로 필드가 꽉 차서 '수동으로 내 캐릭터 찾아가면서 조작하기 귀찮겠다'라는 느낌이 들기 일쑤였죠.



▲ 이렇게 뒤엉킨 캐릭터들과 몹을 구분해서 터치하기란...

조작 방식도 다른 모바일 MMORPG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상스틱이 아니라 터치&슬라이드 방식이었기 때문에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조금 생소하기도 했습니다. 일반 공격은 적을 터치하고, 스킬은 스킬을 터치한 다음에 대상을 터치하는 방식인데 일부 범위 스킬은 대상을 터치한 다음에 대상으로부터 퍼져가는 방향까지 지정해야 했죠.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킬창을 슬라이드해서 전환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로딩창의 tip부분에만 나와있어서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얼핏 보면 '자동'에만 치우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MMORPG처럼 일반 필드에서 조작은 자동 사냥이 압도적으로 편하고 전략적으로 유리하더라도 보스전에서는 수동 조작이 원활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해뒀습니다. 팀 전체를 조작하는 전체 조작 외에도 리더로 지정한 캐릭터만 조작할 수 있는 개별 조작을 통해서 어그로가 끌리거나 체력이 적은 캐릭터를 뒤로 빼거나 빙글빙글 돌리고 다른 캐릭터들이 딜을 하는 것도 가능했거든요.


이 부분은 아직 초창기의 콘텐츠를 다루는 CBT 단계에서는 크게 와닿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초기에 등장하는 일일던전의 보스전 등을 통해서 '스피릿위시'만의 수동 조작의 모습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죠. 약간 생소한 조작법을 선택한 탓에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앞으로 접하게 될 보스전이나 레이드 콘텐츠에서 유저가 이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게 할 것인지 기대하게 할 정도는 됐습니다.


MMORPG의 또 다른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이 공식을 살리기 위한 화면 전환 모드와 무료 채팅

모바일 MMORPG에서 흔히 언급되는 부분이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입니다. 앱플레이어라는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 보면 모바일 기기는 태생적으로 PC보다 채팅하기가 어려운 환경입니다. 채팅을 하려고 하면, 채팅창과 가상키보드가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비록 '동영상'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하는 모바일 게임이지만, 그 화면을 풀로 보는 것과 절반이 가려진 상태로 보는 것과는 체감이 클 수밖에 없죠.

뿐만 아니라 일부 모바일 MMORPG에서는 일반 채팅 외에 다른 채팅을 하기 위해서는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야만 했습니다. 이 아이템들은 처음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제공되지만, 이런 부분은 일부 유저들에게는 심리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게 됐죠. 그래서 PC MMORPG에서 유저들이 흔히 하는 것처럼 잡담을 주고받기보다는, 특정 목적이 있는 정보글이나 모집글, 거래 요청글만 자리를 차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타파하기 위해서 '스피릿위시'에서는 가로, 세로 화면을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상키보드로 유저가 좀 더 편하게 채팅할 수 있게 하면서도, 게임 화면이 절반 이상 가려지는 일이 없도록 했죠. 다만 세로 화면에 맞춰서 인터페이스가 조정되지만 좌우 시야는 현격히 좁아지는 만큼, 사냥에 집중할 때에는 아무래도 가로 화면이 좀 더 편했습니다.




채팅도 별도의 아이템 구매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지역뿐만 아니라 월드 단위에서 여러 유저들이 잡담을 주고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정식 출시가 아니고 안드로이드 기기, 그것도 공식적으로는 모바일 기기만을 대상으로 하는 CBT였기 때문에 유저 수가 적어서 시장통처럼 바글바글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시시콜콜한 것까지 주고받는 초창기 MMORPG의 향수가 느껴지는 대화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앱플레이어를 제외한 모바일 기기로만 게임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내세울 수 있는 특징이긴 합니다. 이미 다수의 유저들이 모바일 MMORPG를 앱플레이어로 즐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모바일 MMORPG 중에서 채팅이 무료인 작품들과 비교하면 장점이라고 손꼽기는 어려울 수도 있죠. 다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부분을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한 또 다른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불안정함이 엿보인 '스피릿위시', 정식 빌드에선 어떨까
초기부터 발발한 여러 오류들, 정식 출시 때는 필히 수정돼야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 CBT를 오픈 베타테스트처럼 시행한 터라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감이 있지만, 원래 CBT는 개발이 완벽하게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도를 높이고, 대략적인 반응을 살피고 이를 피드백하기 위해서 시행하는데 의의가 있는 테스트입니다. 즉 CBT의 빌드는 원래 의미대로 따지면 완성이 되어있지 않고, 그런 만큼 불안정할 수밖에 없긴 합니다.

하지만 '스피릿위시'는 이를 고려해도 커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정한 정도가 조금 심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저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로딩 문제와 끊김 문제가 상당히 심한 수준이었죠. 보통 수준의 채널에서는 홈 버튼을 눌러서 나갔다 들어와야 하거나, 혹은 앱을 종료했다가 다시 들어오는 게 빠를 정도로 로딩 시간이 길었습니다. 혹은 갑자기 플레이 화면이 끊기면서 오류가 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 하다보면 이런 화면을 여러 번 볼 수 있었습니다

원활한 채널로 옮기면 이런 현상은 조금 나아지지만, 보통 채널에서 원활 채널로 옮길 때 로딩 시간이 길기 때문에 앱을 종료했다가 들어오는 게 결국은 더 빠른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죠. PVP는 자동으로 진행됐지만, 로딩이 길어서 영문도 모르고 PVP창에서 넘어가자마자 자신이 패배한 화면을 보는 경우도 있었죠.

퀘스트가 중복으로 생성되거나, 혹은 퀘스트 종료 후에 다음 퀘스트가 뜨지 않거나 다음 퀘스트를 수령하는 장소로 이동하지 않는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그 외에도 월드 채팅에서 말풍선이 뜨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 탓에 결국 임시 점검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 끊김 현상 때문에 채널을 옮기라는 문구가 뜨기도 하다가



▲ 임시 점검이 진행됐습니다. 그 이후로는 많이 개선된 상태입니다

CBT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완벽하게 공개되지 않은 BM과, 게임의 불안정함은 '스피릿위시'가 현재 내재한 불안 요소입니다. BM은 일단 퀘스트를 거치지 않고 캐릭터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과, 장비를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는다는 것은 확인됐습니다. 다만 그 확률이나 유료 재화의 현금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앱을 종료한 이후에도 캐릭터가 최대 24시간 동안 서버에 남아 사냥을 하는 '프리미엄 서비스'가 있는데, 이것이 라이브 서비스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관건입니다.












▲ 캐릭터는 퀘스트로 얻지만,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서 퀘스트를 거치지 않고 얻을 수도 있습니다



▲ 앱 종료 후에도 캐릭터가 서버에 남아 사냥을 하도록 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다만 이 불안 요소들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가정한다면, '스피릿위시'는 그 특유의 복고 감성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CBT에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게 될 '스피릿위시'가 정식 출시 때 어떻게 나오게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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