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8] 게임 디자이너, 놀면서 공부하라

게임뉴스 | 강승진 기자 | 댓글: 7개 |


▲ '왓 스튜디오'의 방영훈 개발자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방영훈 개발자는 웹젠과 위메이드, 캡콤의 몬스터헌터 프론티어2, 넷게임즈에 이르기까지 많은 개발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시중에 출시된 다른 게임들을 플레이하면서 게임 디자인을 분석하고 정제해 "디자인 사고" 훈련을 하기 위한 요령을, 초심자 또는 입문자 기준으로 설명했다.

시험 기간을 빼면 제대로 공부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작정하고 놀지도 않았다. 그래서 IGC2018에서 시간표에서도 유독 눈에 띈 ‘놀면서 공부하기’라는 주제는 영 어색하다. 놀면서 어떻게 공부를 한다는 건지. 그런데 게임 디자이너에게 이 두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노는, 그것도 잘 노는 것. 게임 플레이의 기억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것. 연단에 오른 강연자는 그 분석의 과정이 사고 역량을 기르는 가장 접근성 높은 방법이라 말한다.

IGC2018 마지막 날. 왓 스튜디오의 방영훈 개발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를 들고 게임 디자이너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학원보다 재미있고 책보다 빠른 '분석적 사고 기르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 놀면서 공부하기 - 즐기고 기억하고 정리하라

"재미있게 하셨던 게임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으면 설명 좀 해주세요."

많은 면접관이 하는 질문이다. 무엇을 알아보기 위해 면접관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또 그에 대한 알맞은 대답은 무엇일까? 방영훈 개발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게임 디자이너로서 내리기 위해 강연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우선 살펴볼 것은 게임 디자인이다. 좋은 게임 디자인은 무엇인가. 방영훈 개발자는 자신의 이력을 읊으며 다양한 직무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썬 온라인'부터 위메이드의 PC, 모바일 게임들, '리니지 이터널', '몬스터헌터 프론티어2', 'HIT'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그 속에서 온갖 게임과 장르, 플랫폼, 그리고 여러 개발 환경과 분위기를 체험했다. 직무마다 환경마다 요구하는 것들은 다 달랐다. 좋은 게임 디자인에 정답이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요구 사항을 모두를 다 잘하고 만족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맡게 되어도 중요한 한 가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탄탄한 기본기다. 학교 다닐 때 말하는 교과서 위주로. 국영수 위주로. 이런 것들.



▲ 비유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개발자에게 국영수는 중요하다.

게임 디자이너에게도 국영수처럼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기본적인 소양이 있다. 간단히 표현하면 ‘디자인 사고력’이다. 이것은 모집 요강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분석적 사고가 필요하신 분’처럼. 그런데 이 분석적 사고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일까? 방법은 다양하다.

학교나 학원을 찾아다니며 교육을 받아도 되고 서적이나 인터넷에서 들춰가며 공부해도 된다. ‘내가 게임을 만든다면 이런 식으로 해볼 수 있겠지’라며 직접 문서를 작성해 볼 수도 있다. 기존에 있는 게임 디자인을 역기획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방법은 기존에 있는 게임의 모든 부분, 혹은 일부분을 분석하는 것으로 분석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방법들 모두 장점도 명확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전문 기관을 통하면 빠르게 분석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연구한 자료의 핵심만 교육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능동적으로 익히는 것과는 다른 배움이다. 능동적으로 자료를 찾아보는 것은 느리고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직접 기획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좋은 방식이지만 경험이 있지 않은 이상 바로 도전하기란 매우 어렵다. 역기획은 기획 문서 작성보다는 쉽지만 느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큼 효율적이지는 않다.

반면 기성 게임의 전체, 혹은 특정 부분을 분석하는 건 이 방법 중 누구나 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방식이다. 방영훈 개발자는 바로 이 방법을 통한 분석적 사고 접근을 추천했다.




최근에는 스트리밍이 활발하게 서비스되고 있다. 이곳들을 돌아다니면 게임 리뷰나 공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상 활성화 이전에는 블로그 등이 이를 대체하기도 했다. 이것도 게임 디자인 분석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리뷰는 문자 그대로 다시 보는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작성자 개인의 감상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디자인의 분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둘 다 포함하는 리뷰도 있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자. ‘잘 봤고요’. 혹은 ‘감동적이었고요’. 이런 심사평을 내리는 사람들. 이것들이 감상에 가깝다면 무엇이 잘못됐고 어디가 부족한지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심사는 분석에 가깝다. 리뷰 역시 어느 관점에 따라 감상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고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우리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기준에 의해서 정보로 변경하고 이어붙여 지식으로 만든다. 그다음 지식에서 어떤 영감을 얻고 그걸 이어 붙여 하나의 아이디어를 만든다. 여기서 게임 디자인 분석은 파편화된 기억들을 더 의미 있는 정보나 지식으로 가공하는 과정까지를 일컫는다. 게임 디자이너가 되어 아이디어를 얻고 게임에 이를 접목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게임 디자인 분석인 것이다. 이를 이미지화하면 다음과 같다.




디자인 분석은 장기적으로 분석적 사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망생이든 현업 디자이너든 디자인 분석을 해야 하는 이유 되겠다. 단기적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방영훈 개발자는 강연 서두에 언급한 면접 질문을 다시 언급했다. ‘재미있게 했던 게임에서 인상적인 부분과 설명’. 그는 이 답을 디자인 분석을 하면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디자인 분석은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뉜다. 1) 우선 게임을 열심히 즐기고, 2) 플레이의 기억을 떠올린 후, 3) 기억을 정리해 따로 기록해둔다.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몇 가지만 떠올리며 각 과정을 진행하면 된다.

우선 게임 즐기기. 방영훈 개발자는 음악을 듣지 않는 뮤지션이 없고, 책을 읽지 않는 작가가 없듯 이 단계를 디자이너의 필수 소양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가 게임을 해보는 것 자체가 훌륭한 레퍼런스 수집 활동이다. 일각에서 말하는 ‘게임 DB를 쌓는 활동’인 셈이다.

두 번째 기억하기. ‘흔히 게임을 하는데 이유가 어딨느냐’는 말을 하는데 이는 게이머가 게임을 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그런 시각을 달리 해 보아야 한다. 플레이어가 그냥 게임을 하게 만들 정도로 매끄러운 플레이를 위해 개발자는 무엇을 고민했고 신경 썼는지 찾아내며 게임을 돌아봐야 한다.




마지막 단계인 정리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이 과정에서는 플레이 기억을 통해 디자이너의 의도를 추측하는 것이고 그 의도가 실제 플레이에 잘 적용됐는지 비교한다. 결과와 인과 관계도 확인해 보아야 한다. 플레이하면서 느낀 감정이 디자이너가 의도한 결과인지, 아니면 다른 요소 탓인지 분석하는 과정이다. 다른 요소가 플레이할 때 느낀 감정의 원인이라면 그것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어 분석해보는 것도 좋다. 다른 게임과 비교 분석하는 것도 게임의 정리 단계에서 할 중요한 일이다.

게임 디자인의 분석 요소는 크게 세 가지를 신경 쓰며 진행해야 한다. 하나는 게임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에 따라 잘 디자인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의도한 디자인에 따라 플레이어가 어떤 감정이나 상태가 되도록 이끌었는지도 중요하다.

의도와 디자인, 경험이 전부 매끄럽게 연결되면 완벽한 게임이 되겠지만 항상 그런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디자이너가 생각한 대로 게임이 잘 만들어졌는데 실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유도한 대로 플레이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이는 전달이 실패한 경우다. 이런 경우가 가장 흔한 경우다.

반대의 예도 있다. 실력이 부족했거나 기술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의도한 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게임. 그런데 우연히도 플레이어가 내가 의도하거나 의도치 않은 경험을 하는 예도 있다.

의도한 대로 게임이 나오지도 않았고 유저들이 좋은 경험을 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게임 디자인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즐기는 본분이 놀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업무로 게임을 즐긴다고 하더라고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면 플레이 경험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은 어떨 거야’라는 식의 예측만 반복하게 된다. 공포게임이 어째서 무섭겠다고 지레짐작하는 식이다. 이 경우 실제 플레이 경험과 게임 디자인에 괴리가 생기게 된다.

게임 자체의 재미와 분석 대상의 디자인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흥행하지 못한, 혹은 재미가 없는 게임에서도 가치 있는 게임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디자인 요소에서 패인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게임만을 반복해 분석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다른 게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분석 시점을 편협하게 만들 수 있다. 디자인 분석은 여러 장르를 경험하는 게 좋고 같은 장르를 중심으로 하려면 여러 게임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좋다.



■ 놀면서 공부하기 - 게임 디자인 비교 분석 예

방영훈 개발자는 설명한 디자인 분석 방법 중 비교를 통한 분석의 예를 들었다. 그는 게임 출시 버전을 기준으로 ‘애니팡’과 ‘캔디크러시사가’와 같은 복잡도가 낮은 매치3. ‘매직 더 개더링’, ‘하스스톤’, ‘마비노기 듀얼’ 등 복잡도가 높은 카드 게임을 선택했다.

한편 그는 예를 들기에 앞서 게임 디자인 분석은 정답을 맞힐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답이 필요하면 만든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한 이유니 말이다.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왜 그렇게 됐는지 생각하는 과정에 있다.

복잡도가 낮은 게임(매치3 게임)
애니팡 - 캔디크러쉬사가

⊙ 공통점

매치3는 같은 색의 블록을 3개 이상 맞춰 제거하고 블록을 더욱 많이 연결하면 특수 블록이 생성되는 간단한 방식의 게임이다. 두 게임 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알고 있는 친구들과 경쟁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 차이점

- 애니팡
⌞ 60초 동안 최대한 높은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 게임을 플레이해 높은 점수를 내어 친구들과 경쟁한다.
⌞ 점수 랭킹은 매주 초기화 된다.

- 캔디 크러시 사가
⌞ 시간이 아니라 제한된 횟수 내에서 목표를 달성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한다.
⌞ 얼마만큼 많은 스테이지를 깼는지로 경쟁한다.
⌞ 클리어한 스테이지 진도는 영구히 보존된다.


⊙ 차이점이 생긴 디자인 의도 - 게임 자체의 분석

- 애니팡
⌞ 60초 제한: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족한 기회를 주고 부족하니 다음에 또 하고 싶어지는 심리를 유도
⌞ 주간 랭킹 초기화: 초기화가 되기에 초기화 후 다른 친구를 이겨볼 수 있는 역전의 기회를 제공

-캔디크러시사가
⌞ 무브 제한: 애니팡이 시간제한이 있어 피지컬이 좋은 젊은 층이 유리하다면 턴제 게임처럼 생각하며 스테이지를 풀어나갈 수 있음
⌞ 스테이지 진도 보존: 스테이지가 초기화되면 똑같은 모양의 레벨을 다시 플레이해야 하지만 이를 유지하면 반복 없이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음


⊙ 차이점이 생긴 디자인 의도 - 개발자 입장에서 분석)

- 애니팡
⌞ 꽉찬 사각판 안에서 랜덤하게 바뀌는 블록만으로 게임 플레이: 레벨 디자이너가 필요 없음

- 캔디크러시사가
⌞ 모양도 다르고 클리어 목적도 다른 수백, 수천개의 스테이지로 구성: 많은 레벨 디자이너가 필요하고 인력 구성 자체가 달라짐


⊙ 복잡도가 낮은 게임 디자인 분석

이런 매치3 게임은 디자인 요소가 많지 않아 난이도가 다른 게임보다 낮다. 요소들 사이사이의 복잡도도 낮아 한 측면을 분석하기보다는 게임 전체를 바라보며 분석하기 용이하다는 게 방영훈 개발자의 설명이다. 복잡도가 낮은 게임은 의도도 간단하고 명확해 의도-결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복잡도가 높은 게임(카드 게임)
매직 더 개더링 - 하스스톤 - 마비노기 듀얼

⊙ 공통점

카드 게임은 미리 수집한 카드로 덱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대전하는 게임이다. 덱은 미리 조합해 구성한 것 중 하나를 선택하며 대전 중에는 변경할 수 없다. 여러 승리 조건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상대 영웅의 체력을 0으로 만들면 승리하게 된다.




⊙ 차이점

‘매직 더 개더링’은 카드게임에 유서가 깊어 원류에 가깝고 시스템이 잘 정제되어 있다. 하지만 복잡도가 높다. ‘하스스톤’은 매직 더 개더링의 복잡한 시스템을 최대한 압축해 플레이어가 생각할 선택지의 가짓수를 줄여 빠르게 판단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마비노기 듀얼’은 단순하게 압축시킨 부분과 복잡도를 계승한 부분, 그리고 독자적으로 만든 요소가 존재한다.

이처럼 앞선 매치3 게임과 달리 카드게임은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가 매우 많다. 방영훈 개발자는 게임 전체를 분석하기보다는 두 게임과 다른 '마비노기 듀얼' 만의 특징에 집중해 분석을 이어갔다.




⊙ 마비노기 듀얼의 특징 - 드로우 제거

- 내가 가지고 있는 덱을 뒤집어 쌓아두고 하나씩 뒤집어 랜덤하게 꺼내는 드로우를 없애 운의 요소를 억제.
- 게임 결과가 투명해 피드백이 쉽다. 플레이어가 어떻게 지고 이겼는지 분석하고 성장할 여지가 크다.
- 승패의 결과를 탓할 운적 요소가 없어 패배를 온전히 플레이어가 부담해야 한다.
- 잘하면 좋지만 졌을 때 못했다고 느끼는 괴로움은 다른 게임보다 크다.


⊙ 마비노기 듀얼의 특징 - 행동력과 레벨업

- 자원이 허용하는 한 행동에 제한이 있는 여타 카드게임과 달리 행동 수까지 제한하고 레벨업 시 행동력이 함께 성장
- 어느 순간에 레벨업에 투자할지, 행동력 증가 대신 공격에 투자할지 선택이 가능 (스타크래프트의 앞마당 멀티 타이밍과 비슷)
- 계산하고 관리해야 하는 커다란 요소가 하나 더 생겨 복잡해지고 생각할 게 많아짐


⊙ 복잡도가 높은 게임 디자인 분석

카드게임처럼 복잡도가 높은 게임은 게임 디자인을 분석할 때 게임 전체와 요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디자인 의도도 복합적이라 간단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관점에 따라 해석도 다양하게 나온다. 방영훈 개발자는 게임 전체를 두고 분석할 수도 있지만 복잡도가 높은 게임에서는 어느 한 부분을 파고들어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 놀면서 공부하기 -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으니 지금 도전하라

방영훈 개발자는 강연 막바지에 설명한 내용을 정리하며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게임 디자인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분석하는 사람은 없으니 작은 게임의 짧은 리뷰부터 직접 해보라고 강조했다. 단 리뷰라고 해서 장물의 글이나 정돈된 서술형 글이 아니다. 친구에게 게임이 어땠는지 이야기하며 정리하는 것도 리뷰의 종류니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도전해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게임을 잘하고 못하고, 자세히 알고 조금 알고는 중요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디자이너 자신도 훌륭한 게이머의 표본군이 될 수 있으며 게임을 워려=어워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의 관점에서 게임 디자인 분석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게임을 잘 아는 사람보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 플레이했다면 초심자 가이드를 디자인할 때 더 적합한 경우를 예로 들며 즐겁게 플레이하고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관점의 중요성이 언급됐다. 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가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분석은 계측이자 예측이기에 다른 사람의 분석과 리뷰를 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게 방영훈 개발자의 설명이다. 또한, 리뷰 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는 등 단방향의 구독도 좋지만 여러 사람과 교류한다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게임 디자인 포럼(GDF: https://gdf.inven.co.kr)을 언급하며 해외 분석 번역과 많은 양의 데이터 등을 보고 함께 분석 담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고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 질의응답

Q. 평소 RPG를 끝까지 플레이하지 못하고 초반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게임을 분석하는 것도 가치가 있나.

당연히 가치가 있다. 많은 사람이 RPG를 끝까지 하지 않는다. 직접 만들어서 서비스한 게임도 그렇지만 극초반에 이탈률이 가장 높다. 잠깐 플레이해보고 그만두거나 설치하고 플레이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게임을 이미 했다는 것이고 많은 사람이 초반에 그만두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기에 가치가 있다. 물론 게임 전체를 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여러 게임의 초반을 플레이하고 분석해 어디가 좋았고 나빴는지 분석한다면 분명 가치 있는 디자인 분석이 된다.


Q.게임 디자인에 있어 국영수를 중요시하라고 했는데 고전 인문학도 도움이 되나.

게임 디자인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은 없다.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아르바이트를 잠시 한 적이 있다. 이때 휴대전화를 사려는 사람들의 선택지가 대단히 많고, 무엇을 강조해야 휴대전화를 팔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은 지금 게임 디자인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고전 인문학도 탄탄한 서사, 혹은 게임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시나리오 부문 직군이라면 글을 쓸 때 배운 인문학이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한다. 텍스트가 많은 게임을 만들거나 게임의 볼륨을 채우려면 인문학 소양은 필수다. 앞서 말했든 국영수는 정말 중요하다.


Q. 이 게임은 꼭 플레이해보고 분석했으면 하는 게임이 있는가.

우선 ‘길드워2’를 추천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출시 이후 많은 MMORPG가 이 게임을 흉내 내고자 했다. 길드워2는 당시 트렌드와 달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다른 게임을 만들고자 했고 그에 대한 답을 많이 내놓은 게임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진 일부가 블리자드를 나와 개발한 MMOFPS ‘파이어폴’도 분석할 만하다. 최근에 출시된 비슷한 장르 게임인 ‘데스티니’의 효시라고도 볼 수 있다. ‘파이어폴’은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곱씹어볼 디자인이 많은 게임이다.

복잡도가 낮은 게임을 분석하고자 하는 경우 매치3 게임인 캔디크러시사가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특정 게임이 아니라면 각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들을 분석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Q. 평소에 디자의너의 의도를 생각하며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고 블로그 등에 글을 남기고 있다. 이보다 심화된 분석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앞서 분석적인 사고를 배우는 방법에서 설명한 전문 기관에서 교육받기를 권한다. 또 어느 정도 분석을 해왔기에 여러 디자이너가 추천하는 서적을 통해 공부하는 것도 좋다. 이러한 서적은 아무것도 모를 때 읽는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며 분석하고 다시 책 읽기를 반복하다보면 도움이 되는 내용이 눈에 보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Rules of Play’(주: 국내 출판명 ‘게임 디자인 원론’)이나 ‘캐주얼 게임 디자인’ 등의 서적을 추천한다.


Q. 개발자가 플레이어와의 시각 및 플레이 간격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게이머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나도 게임을 계속하는 게 일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질문한 간격은 존재하고 실무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한데 이게 혼자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적은 글에 있는 오타는 안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같은 디자이너에게 리뷰를 부탁하는 방법이 있다. QA, 운영진 등 게임을 객관적으로 보는 감각이 높은 직군에 일이 아닌 게이머로서 플레이하고 피드백을 달라는 요청해도 된다. 그걸로도 부족하다면 실제 플레이를 통해 베타 테스트나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재차 말하지만, 일차적으로 디자이너 본인이 꾸준히 게임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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