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 2018] 좋은 게임이 나오려면? 게임 디자인의 시작 '테마'

게임뉴스 | 장민영 기자 | 댓글: 5개 |


▲ 남기덕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남기덕 책임연구원은 게임 업계에서 PD, 총괄 PM, 개발 팀장,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지내며 프로젝트 전체 그림을 그리는 전략가 역할을 주로 하였고, 현재는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에서 게임학 전공으로 게임 디자인과 프로젝트 매니징에 대한 연구,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게임과 산업을 보면,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는 말이 흥행과 게임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것을 구현할 충분한 기술력을 가졌음에도 좋은 작품, 인기 있는 게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런 현실에 대해 남기덕 연구원은 근본적인 것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많은 경우 게임을 처음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져있다는 것. 디자인하기 앞서 정해야 할 '테마'가 모호한 상태에서 개발에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게임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디자인의 핵심이지만, 많은 이들이 디자인 단계에서 망각하고 있는 게임의 '테마'에 대해 남기덕 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강연주제 : 게임 디자인의 시작, 테마


⊙ 게임 디자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게임 디자인에는 단계가 있다고 한다. 기존 디자인 스타일은 디자인과 개발, 그리고 QA 단계를 끊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디자인 역시 개발과 QA 단계와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컨셉 디자인 단계가 게임 개발 프로세스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의 단계를 따르는 많은 기업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게임의 '테마'다. 테마는 디자인 전반을 넘어 게임 전반에 영향을 준다. 남기덕 연구원은 게임의 테마가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디자인이 성공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테마'의 정의

그렇다면 게임 디자인에서 강조하는 '테마'란 무엇일까. 이는 문학과 소설,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도 필요한 것으로, 작품을 통해서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전달한다. '테마'는 작가의 인생관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이를 발견하는 것 역시 작가의 기본적인 재능"이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게임에서 테마는 '일정한 이미지와 방향성을 이끌어내는 열쇠'라고 할 정도로 디자인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테마는 즉 작품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게임의 소재라고 하면, 테마는 전쟁 게임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냐는 것이다. 전쟁의 허무함, 참혹함, 영웅의 모습이 바로 전쟁 게임의 테마다.


⊙ 게임 디자인의 시작 '테마', 그 깊이는?




하지만 아쉽게도 책이나 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진 게임은 깊이 있는 테마를 선정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명받은 책이나 영화가 있냐는 질문은 일상 생활에서도 나오는 질문이지만, 감명을 받은 게임이 있냐는 질문을 듣고 게이머가 아닌 사람은 의아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는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문제가 아닌 그동안 영화나 책이라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깊이 있는 경우가 더 많아서 그렇다.

이어서 남기덕 연구원은 저명한 영화 감독이나 게임을 만든 개발자를 만나면 꼭 해야하는 질문이 있다고 했다. 어떤 메시지를 담기 위해 이 영화를 찍고, 게임을 만들었는지. 스티븐 스필버그와 같은 영화계 '거장'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답변할 수 있다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게임을 만든 이들 역시 긴 답변을 남겼다. 자신의 테마와 메시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으니까.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게임을 만든다"는 아쉬운 답변만 남기는 게 현실이었다.

즉, 좋은 게임을 만들려면 자신만의 테마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영화감독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킬 것이다. 위대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테마부터 잡아야 한다.


⊙ 계승되는 테마




테마가 잘 잡힌 게임은 계승된다. 시리즈물과 프렌차이즈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비디오 게임이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게임 시장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존 게임이 계승되면서 시장의 기반 역시 다진 것이다.

수많은 시리즈가 사랑을 받았던 일본 게임 파이널 판타지를 예로 들었다.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어려서부터 친인척들의 죽음을 많이 경험해왔다. 그로 인해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로 게임을 만들어 많은 팬들이 캐릭터의 죽음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도 포켓몬이 많은 사랑을 받는 것 역시 잘 잡힌 테마와 메시지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


⊙ 게임 테마의 특성




남기덕 연구원은 게임 테마의 특성을 11가지로 나눴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 별 테마에 대한 평가를 했다. 테마가 중요한 RPG 장르의 한-미-일 게임을 비교했고, 게임의 테마가 잘 드러나는 작품성과 영상광고를 분석해봤다. 여기서 미국의 스카이림과 일본의 파이널 판타지가 확연한 차이로 한국의 레이븐을 앞서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정도의 차이지 파이널 판타지와 스카이림의 수치는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일본의 게임은 스토리의 방향성이 잘 잡혀 있었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일본 게임은 스토리의 방향(성)이 중요했다. 스카이림 같은 경우는 공감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확실한 세계관이 중요한 미국 게임은은 내가 그 세계 안에 들어가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반대로 한국 게임들은 테마를 효과적으로 표한하고 있지 못하다. 그렇기에 장기적인 시리즈나 프렌차이즈 게임을 발전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했다. 한국 게임은 무분별한 패치로 일관성을 잃고 전혀 다른 게임이 되어가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영상 역시 게임의 테마나 목표 없이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자신의 테마를 찾아보자




그렇기에 좋은 게임을 만들려는 디자이너나 PD가 되려면 자신만의 테마를 찾아야 한다. 게임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결정하려면, 디자이너 스스로 인간 자체와 세상에 대해 고민 해야하는 것이다. 테마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의 테마를 알려줄 순 없다.

다만, 테마가 너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무거운 메시지와 사회적 비판을 억지로 끌어낼 수 없는 것처럼. 마리오 시리즈의 경우 '점프'라는 테마에 착안해 게임을 만들었고, 그런 메시지를 잘 이어가고 있다. 가벼운 발상, 유치한 발상도 얼마든지 테마가 될 수 있다. 인간과 인간 세상에 대한 고민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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