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대엽-주성욱, 그들의 '꿈의 무대' 블리즈컨으로 가는 길

인터뷰 | 이시훈, 김홍제 기자 |
블리즈컨에서 진행되는 WCS 글로벌 파이널은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에게 있어 한번은 서고 싶은 꿈의 무대다. 오늘의 주인공 김대엽과 주성욱도 그들의 꿈의 무대 WCS 글로벌 파이널 우승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92년생 동갑내기인 김대엽과 주성욱은 kt 롤스터를 대표했던 최고의 프로토스 선수들이다. 그들은 팀 해체 이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프로게이머로서 고령인 27살임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김대엽, 주성욱. 그들과 오랜만에 직접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김대엽과 주성욱은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적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조성주의 존재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의 전체적인 기량이 괄목상대할 만큼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쉽게 볼 상대는 한 명도 없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전의를 불태웠다.





Q. 오랜만에 인터뷰로 만나게 됐다. 최근 근황과 WCS 글로벌 파이널 출전 소감에 대해 말해달라.

김대엽 : GSL 슈퍼토너먼트를 끝으로 한동안 쉬었다. 이제 WCS 글로벌 파이널이 다가오고 있어서 집에서 틀어박혀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3년 연속 출전인데, 자주 가는 느낌이다. 작년에는 조금 아쉬운 성적을 거둬서 일찍 떨어졌다. 올해는 최소한 8강까지 올라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할 생각이다.

주성욱 : 올해 마지막 국내 대회인 GSL 슈퍼토너먼트 예선에서 지각하는 바람에 실격패를 당했다. 그래서 휴식기가 길었다. 지금은 WCS 글로벌 파이널을 앞두고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작년에 나태해져서 WCS 글로벌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었는데, 올해는 열심히 해서 가게 됐다. 개인적으로 부스가 있는 경기장을 선호하는데, 8강부터 부스가 있는 경기장을 사용한다. 8강까지 올라가면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Q. WCS 글로벌 파이널이 코앞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나?

김대엽 : GSL 경기를 준비하는 것처럼 래더 위주로 연습하고 있다. GSL을 준비할 때 주변에 연습을 도와주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이제 시즌이 끝나고 WCS 글로벌 파이널만 남은 상황이라서 연습을 도와주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래더에서 독학으로 준비하고 있다.

주성욱 : 나도 대엽이와 마찬가지로 래더 위주로 연습하고 있다. 이제 일주일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연습 강도를 두 배 이상 높일 생각이다.


Q. 과거 kt 롤스터 스타2 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동갑이기도 하고 같은 프로토스 선수라서 공통점이 많을 것 같은데, 교류가 이어지고 있나?

김대엽 : 강남역에 들릴 때마다 성욱이에게 자주 연락했다. 가끔 성욱이 집에 놀러 가서 밥도 먹었다. 그런데 최근에 나에게 조지현이라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 조지현과 너무 자주 만나서 성욱이와 조금 뜸해진 상태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오랜만에 봤다. 그래도 평소 게임 내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성욱이에게 자주 물어보는 편이다. 성욱이는 항상 잘 알려준다.

주성욱 : 나는 먼저 연락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집돌이'라서 집 밖에도 잘 안 나간다. 집에 있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 가끔 게임을 하다가 답답하고 분하면 대엽이에게 연락해 하소연하곤 한다.





Q. 과거 kt 롤스터에서 팀으로 활동할 때가 그립지 않나?

김대엽 : 혼자 있다 보니 가끔 외롭거나 팀원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 밥을 먹을 때마다 이모님이 차려주셨던 맛있는 식사들도 떠오른다. 그리고 대회에서 일찍 떨어져도 프로리그가 있어서 주말에 계속 바빴던 그 시절이 그립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바로바로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물어보곤 했는데,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조금 아쉽긴 하다.

주성욱 : 나는 이모님의 빈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진다. 이모님이 워낙 음식을 잘하셨고 상냥하게 잘 챙겨주셨다. 그리고 나는 동기부여가 있어야 게임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혼자 있다 보니 동기부여가 안되고 나태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자극제가 없어졌다고 할까.


Q. (주성욱에게) 2017년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올해는 GSL 결승전에 오르는 등 슬럼프를 어느 정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슬럼프의 원인과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다.

주성욱 : 2016년 후반부터 게임을 하는 것에 지쳐있었다. 왜냐하면 성적을 잘 내도 연봉이 오를 수 없는 구조였다. 열심히 해도 어차피 똑같겠구나 싶어서 많이 나태해진 것 같다. 곧바로 팀 해체 소식을 듣고 나태함의 끝으로 치달았다. 2017년에는 그것이 성적으로 그대로 나온 것 같다. 올해는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해서 WCS 글로벌 파이널에 갈 수 있는 정도가 됐지만, 한창 열심히 할 때와 비교하면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정신을 반만 차린 것 같다(웃음).

김대엽 : 작년에 성욱이가 예선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저렇게 떨어질 친구가 아닌데, 너무 의아했다. 나중에 성욱이가 연습을 열심히 안 했다는 사실을 직접 듣고 그랬구나 싶었다. 작년 말부터 성욱이의 개인 방송을 챙겨봤는데, 프로토스로 래더 1위에 오르고 나는 한 번도 찍어보지 못한 7000점을 찍는 것을 보고 역시 하면 잘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Q. (김대엽에게) 2017 GSL 시즌1 우승으로 개인리그 부진을 깨뜨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본 실력이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김대엽 : WCS 글로벌 파이널 부진을 정말 깨고 싶다. 사실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우승할 수 있다면 GSL 우승은 안 해도 된다(웃음). 무엇이든 마무리가 중요한데, 올해는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 일주일 정도 남은 시점에 동기부여가 강하게 돼서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Q. 올해 들어 진에어 그린윙스의 조성주가 독보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조성주를 이겨라' 분위기가 된 것 같은데? WCS 글로벌 파이널 구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대엽 : 성주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래더에서 성주와 게임을 하면 내가 상황이 유리해도 쉽게 끝낼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단단하게 수비하면서 후반을 유리하게 풀어나간다. 기존의 테란과 확실히 다르다. 확실히 올해 성주가 일을 내겠구나 싶었는데 일을 너무 크게 냈다.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도 성주와 만나고 싶지 않다.

주성욱 : kt 롤스터에 있을 때도 성주가 우리 팀을 괴롭혔는데 올해는 GSL에서 kt 롤스터 출신 선수들을 완전히 박살 냈다. 너무한 것 같기도 하지만 성주 나이대가 프로게이머로서 전성기가 올 시기가 맞는 것 같다. 그 나이가 부러울 따름이다.


Q.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조성주를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 이길 자신 있나?

김대엽 : 나와 만나기 전에 떨어졌으면 좋겠다(웃음).

주성욱 : 자신이 있을리가 없다(웃음). 올해 결승전에서 4:0을 당했고 4강에서도 4:1로 졌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이길 때가 되지 않았나?) 그렇게 지면 그런 생각이 잘 안 든다. 만나기 싫다.


Q. 2018년에 외국인 선수들의 선전도 눈부셨다. 'GSL vs the World'에서 '세랄'이 김대엽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력과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의 차이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김대엽 : 격차가 정말 많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세랄' 선수는 한국 탑 클래스 저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잘한다. '스페셜' 후안 로페즈도 작년까지만 해도 부족한 면이 있었는데, 최근에 연습을 많이 해본 결과 정말 잘한다고 느꼈다. 외국인 선수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도 외국인 선수라고 해서 쉽지 않을 것 같고 모두 어려운 승부가 될 것 같다.

주성욱 : WCS 글로벌 파이널 같은 조에 있는 '세랄' 선수는 'GSL vs the World'를 하기 전부터 잘한다고 생각하는 선수였다. 플레이를 보고 이병렬, 박령우 등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저그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쇼타임' 선수를 비롯해서 잘하는 선수는 정말 많다. 우리들의 실력이 떨어진 건지 그 선수들이 치고 올라온 건지 잘 모르겠다(웃음). 아마 둘 다 맞는 것 같다.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쉽게 볼 상대는 없다고 생각한다.





Q. 스타크래프트2 밸런스에 대해 얘기해보자. 최근 테란vs프로토스에서 전진 병영 전략과 사이클론이 화두가 되고 있다.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로 많이 힘들다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대엽 : 나는 사이클론에 대한 패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이클론이 너무 강력해서 사이클론을 이용한 다양한 전략들이 나오고 있다. 프로토스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까지 특별한 패치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해서 가장 좋은 대처법을 준비할 생각이다.

주성욱 : 전진 병영에서 사이클론으로 이어지는 테란의 빌드를 앞마당을 먹고 막으면 프로토스가 유리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보통 1베이스 상태로 프로토스가 수비하는 편인데, 그러면 막아도 유리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Q.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로 느끼는 스트레스를 일반 유저들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주성욱 : 가위바위보를 할 때 나는 한 가지만 낼 수 있는데, 테란은 두 가지를 낼 수 있는 느낌이다.

김대엽 :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테란은 내가 무엇을 낼지 알고 시작하는 기분이다. 테란은 사신이 있기 때문에 나의 빌드를 무조건 알 수밖에 없다.


Q. 프로토스vs저그 구도는 어떤가?

김대엽 : 요즘 저그들이 워낙 수비를 잘하고 배를 잘 불려서 쉽지 않다.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좋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질 때 압도적으로 지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반대로 프로토스가 저그를 이기려면 계속 막기만 하다가 후반에 조합을 완성해서 겨우 이긴다. 이길 때는 다소 허무한 기분이 든다. 조합만 완성하면 저그가 힘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런 장면을 보고 프로토스가 너무 좋은 게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합을 완성할 때까지 버티는 과정이 매우 힘들다. 차라리 블리자드가 프로토스의 후반을 약하게 하고 저그의 중반을 약하게 해서 밸런스를 맞춰줬으면 좋겠다.

주성욱 : 저그의 실력의 척도는 일벌레를 얼마나 잘 찍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프로토스가 뻔한 빌드만 사용하면 저그 입장에서 편하게 일벌레를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래서 다양한 빌드를 사용하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에 따른 창작의 고통이 크다. 저그 입장에서 프로토스가 어떤 빌드를 사용할지 점점 예상하기 쉬워지고 있는 추세라서 프로토스전을 더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Q. 확실히 연말로 갈수록 저그가 강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대격변 패치 초반에 저그가 상대 종족의 다양한 전략에 고생하지만, 점점 내성이 생겨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것 같은데?

김대엽 : 동의한다. 매년 초반에 있는 대격변 패치마다 저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전략에 당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가 무엇을 할지 알고 배를 잘 불리더라.


Q. 두 선수 모두 92년생으로 군복무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에 대한 각오가 어느 때보다 남다를 것 같은데?

김대엽 : 점점 나이를 먹고 군대 영장도 받다 보니 벌써 27살이 됐다는 게 실감이 난다. 군대에 가기 전에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주성욱 : 나는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이 벌써 네 번째다. 16강에서 두 번 탈락했고 8강에서 한 번 탈락했다. 항상 너무 일찍 떨어져서 항상 아쉬웠다. 나이도 나이인 만큼 기회가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절실한 것 같다. 때마침 어제 영장도 날라왔다(웃음). 영장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 군대에 가기 전까지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스타크래프트 시리즈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서 블리자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김대엽 : 해외에서는 스타크래프트2 신인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신인 선수 발굴도 없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 블리자드가 한국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들은 한 명씩 그만두고 있는데, 나중에 내가 전역하고 돌아오면 스타크래프트2 판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스타크래프트2 판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블리자드가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주성욱 : 스타크래프트가 RTS를 대표하는 게임인데,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3, 4, 5까지 계속 출시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엽이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현재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씬의 구조가 상위 5~10%만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그 밑에 있는 선수들은 수입이 거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게이머 생활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 선수가 줄면 팬도 줄고 판 자체가 줄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됐다. 끝으로 WCS 글로벌 파이널에 대한 각오와 함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

김대엽 :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은 나 자신에게도 뜻깊은 대회다. 그래서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경기력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끝맺음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올해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팬 여러분들도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주성욱 : 작년 WCS 글로벌 파이널에 못 가서 누구보다 간절함이 크다. 올해는 높은 무대까지 올라가서 관중들의 함성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작년에 성적을 잘 내지 못 냈을 때도 팬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지만, WCS 글로벌 파이널에 진출했으니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