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자벨 리바 "유니티로 누구나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될 수 있다"

인터뷰 | 원동현,정재훈 기자 |
게임 엔진은 게임만 만들어야 할까? 유니티는 최근 몇 년 간 색다른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강력한 실시간 렌더링 기능을 기반으로 자동차 설계, 그리고 애니메이션까지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비게임 분야로 진출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진 않았지만, 성과는 확실하다.

유나이트 LA 현장에서 만난 메이드 위드 유니티 총괄 이자벨 리바는 밝은 목소리로 유니티와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미래를 전했다. 그녀는 유니티가 애니메이션 산업에 새롭고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것이라 확신했다.







▲ 메이드 위드 유니티 총괄 이자벨 리바(Isabelle Riva)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메이드 위드 유니티 총괄을 맡고 있는 이자벨 리바입니다. 메이드 위드 유니티는 프로듀서, 마케터 등 다양한 직군이 모인 팀이에요. 유니티를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죠.


Q. 어제 키노트 강연 정말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리얼 타임 렌더링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혹시 이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리얼 타임 렌더링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에요. 영상 제작자들이 한 작품의 캐릭터와 배경 등을 구축할 때,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그 어떤 지점에서도 살아있는 인물과 세계를 만나는 거죠. 이걸 가능케 하는 게 바로 리얼 타임 렌더링입니다. 최근 저희가 디즈니와 같이 선보이는 ‘베이맥스 드림즈’가 이 리얼 타임 렌더링의 강력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죠



Q. 저도 이번 키노트에서 베이맥스 드림즈 리얼 타임 렌더링 부분을 정말 흥미롭게 봤어요. 아주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애니메이션의 테마를 바꾸는 게 인상적이었죠.

최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관계자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애니메이션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얼마나 큰 수고가 드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셨죠.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에는 수천 개의 장면이 들어가고, 모든 장면은 약 25 프레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문제가 뭔지 아시나요? 막상 하루에 렌더링 할 수 있는 최대 프레임은 고작 4프레임에 불과하다는 점이에요. 이런 기술적 한계 탓에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2,3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거죠.

하지만, 유니티 리얼 타임 렌더링은 단 몇 초 만에 렌더링을 끝내버립니다. 그야말로 혁신이죠.


Q. 그렇다면 앞으로는 단 몇 주 만에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을 제작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럼요. 최근 방영된 베이맥스 드림즈 3번째 에피소드는 단 2주 만에 완성됐습니다. 길지는 않은 분량이었지만, 역시나 고무적인 성과였죠.


Q. 아직 꽤 많은 사람들이 유니티는 고퀄리티 영상을 작업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엔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시 현재 유니티가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담 시리즈와 ‘사자의 서’가 그러한 인식을 깨고 있습니다. 유니티의 다양하고 강력한 기능을 십분 활용해 제작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고퀄리티의 영상이죠. 유니티 엔진은 사용자의 창의성을 가장 우선시합니다. 그림자, 질감, 반사도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패러미터를 조정할 수 있어요. 이러한 패러미터 조절에 익숙한 전문가일 수록 유니티 엔진의 강력함을 보다 깊이 느낄 수 있죠.

앞으로도 아담과 사자의 서 같은 영상을 계속 선보일 계획입니다. 여담이지만, 최근 몇몇 영화 제작자들이 유니티로 파이널 렌더링을 할 수 있을지 문의하기도 했어요(웃음).



Q.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유니티의 가장 유용한 기능은 무엇일까요?

타임라인이죠! 유니티는 작업에 따라 다양한 타임라인과 콘트롤 트랙을 사용자에게 표시해줍니다. 카메라, 사운드, 캐릭터 등 다양한 지표를 제시하죠. 아담 같은 경우는 제작 과정에서 지형, 의상, 조명 등 총 25개의 타임라인이 생겨났어요. 언제 어떤 상황이든 아주 간단하게 타임라인으로 필요한 걸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죠.

그리고 시네머신(Cinemachine)도 정말 유용해요. 똑똑한 카메라라고 부를 수 있죠. 공간과 주체만 설정해놓으면 다양한 카메라들이 따라다니며 자동으로 최적의 각도를 잡아줍니다. 영화 제작자들에겐 하나의 축복과도 같죠. 돌연 변덕이 생겨 동선을 바꿔도 시네 머신은 언제나 최적의 장면을 선사하죠. 심지어 타임라임과 연동되기 때문에 전체를 다시 찍을 필요 없이 즉석에서 필요한 장면을 찾아 간단하게 렌더링을 해주면 됩니다.


Q. 언제 어디서든 수정이 가능하단 뜻이군요.

네 맞아요. 작업 초기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시네머신은 모든 타임라인을 붙들고 있죠. 작품을 망칠 걱정이 없습니다. 다른 프로그램과 연동할 필요없이 작품의 구상 단계부터 최종 렌더링까지 유니티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습니다.


Q. 이번 키노트에서 GTFO 시연을 통해 흥미로운 카메라 테크닉을 선보였는데, 이 역시 같은 테크닉일까요?

아 시네캐스트(CineCast), 그건 방금 말한 것보다 한 단계 더 앞선 기술이에요. 단순히 오브젝트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가장 흥미로운 지점과 상황을 능동적으로 추적하고 녹화하죠. 그리고 향후 3초간 일어날 상황까지 포함합니다. 일종의 AI라 볼 수 있겠죠.



Q. 키네마티카 역시 애니메이션 제작에 활용되는 AI 기술이라고 들었는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말 멋진 기술이죠. 게임 분야에도 유용한 기술이에요. 복수의 캐릭터 혹은 오브젝트의 위치와 그 주변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실시간 인게임 애니메이션이 필요한 작품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영상 분야로 넘어가 보자면, 혹시 반지의 제왕의 헬름 협곡 전투 장면 기억하시나요? 키네마티카를 활용하면 그런 대규모 전투 장면에 등장하는 병사들과 다양한 생물체 등의 정보 역시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렌더링할 수 있습니다. 의미없는 단순 충돌 등을 막을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일으킬 수도 있죠. 키네마티카가 영화 산업에 시사하는 바는 꽤나 큽니다.


Q. 혹시 키노트에서 선보인 ‘메가시티’에도 키네마티카가 적용됐나요?

메가시티 정말 대단하지 않았나요? 그 규모의 렌더링이 모바일에서 이루어지는 걸 보고 유니티 직원들은 전부 환호하기도 했어요. “세상에, 너무 멋지잖아”.



▲ "메가시티는 그야말로 어메이징했어요"


Q. 저 역시 마지막에 모바일에서 구동하는 장면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싶더라고요. 심지어 5천 대가 넘는 비행 차량이 도시 곳곳을 날아다니는데도 접촉 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도록 구성했다는 게 더욱 놀라웠어요.

마치 처음 VR을 접했을 때의 충격 같았어요. 진짜 어떻게 저게 가능한지 저 역시 같은 유니티 직원이지만 놀라울 따름이었죠. 사실 제가 직접 참여한 건 아니여서 잘은 모르지만, 메가 시티는 유니티 엔진이 내포한 잠재력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Q. 혹시 베이맥스 드림즈 같은 작품을 만드는 데 비용이 어느 정도 필요할까요?

그 부분은 디즈니의 재정과 연관되어 있기에 제가 쉽게 말씀드릴 수는 없겠네요. 음, 일단 확실한 건 작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 반면 팀의 규모는 오히려 작아졌습니다. 현재 10명 조금 넘는 인원이 베이맥스 드림즈를 제작하고 있죠. 
기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변화죠.


Q. 최근 유니티로 제작된 영상 중 인상적이었던 작품이 있었나요?

Sonder를 먼저 뽑고 싶네요. 툰 쉐이딩 방식으로 제작된 아주 아름다운 영화죠. 특유의 영상미 덕에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어요.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작품이 유니티로 제작중이고, 하나 같이 아름답고 멋집니다. 꼭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유니티 애니메이션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800명이 넘는 사람이 한 곳에서 포스트 프로세싱 업무를 하곤 합니다. 저희는 그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낫게 만들어주고, 크리에이터의 민주화를 통해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해요. 유니티로 카메라 각도를 바꿀 줄 알고, 스크립트를 제작할 수 있다면 누구나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Q. 소비자도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죠. 그리고 소비자가 영화 제작자의 작업 과정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지도 모릅니다. 정말 흥미로울 거 같지 않나요?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